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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 관통 2 : 고전 중의 고전』(이종필) 리뷰/요약

 


인문학의 숲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다: 이종필 목사의 『서양고전 관통 2』 


1부. 고전(Classics) 속에 숨겨진 복음의 진리

이 책은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고전 명작들을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 나라'라는 렌즈를 통해 재해석합니다. 저자 이종필 목사는 문학 전공자의 통찰과 목회자의 영성을 결합하여, 고전 속에 드러난 인간의 죄성, 구원의 필요성,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길어 올립니다.

1. 스페인: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이상과 현실 사이, 복음의 길을 묻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유쾌한 모험, 그리고 참된 비전

모든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돈키호테』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닙니다. 저자는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라는 두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조명합니다.

  •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의 허상: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빠져 자신을 편력 기사로 착각합니다. 그는 세상의 불의를 바로잡겠다는 숭고한 이상을 품지만, 그의 정체성은 허황된 소설(거짓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풍차를 거인으로, 양 떼를 적군으로 오인하며 무모한 싸움을 벌입니다. 이는 잘못된 세계관과 전제가 얼마나 인간의 인생을 허비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 현실주의자 산초의 욕망: 반면 산초 판사는 섬의 영주가 되게 해주겠다는 돈키호테의 약속, 즉 현실적 이익을 좇아 모험에 동참합니다. 그는 돈키호테의 광기를 알면서도 자신의 욕망 때문에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이는 복음 없는 현실주의자가 겪는 허무한 인생을 대변합니다.

  •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 잘못된 소명: 돈키호테의 열정은 대단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사울 왕이 자신의 왕권을 위해 다윗을 적으로 규정하고 인생을 허비한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헛된 이야기(기사 소설)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올바른 정체성과 소명을 찾아야 합니다.

    • 진정한 변화: 돈키호테는 죽기 직전 제정신으로 돌아와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줍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허황된 편력 기사의 칼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변화된 성도의 나눔과 섬김입니다. 헛된 이상주의나 탐욕적 현실주의가 아닌, 하나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삶만이 참된 만족을 줍니다.

2. 영국: 셰익스피어 『4대 비극』 - 인간 죄성의 민낯을 드러내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비극과 죄의 본질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운명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죄'와 '욕망'이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4대 비극을 통해 성경이 말하는 죄의 본성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1) 햄릿: 복수와 허무, 그리고 죽음

  • 줄거리: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그리고 삼촌 클로디어스의 계략 사이에서 고뇌하는 햄릿의 이야기입니다.

  • 기독교적 해석: 클로디어스는 자신의 탐욕(형 살해, 왕위 찬탈)을 덮기 위해 신앙과 이성을 이용합니다. 그는 햄릿에게 슬픔을 멈추라며 그것이 신에 대한 불손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위선(회칠한 무덤)의 전형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심은 결국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2) 오셀로: 열등감과 의심이 빚어낸 파멸

  • 줄거리: 무어인 장군 오셀로는 부하 이아고의 간계에 속아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결국 살해합니다.

  • 기독교적 해석: 오셀로의 비극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어리석은 의심' 때문입니다. 이아고는 오셀로의 내면 깊은 곳의 불안(인종적 열등감)을 자극합니다. 사탄은 이처럼 우리 마음의 연약함을 틈타 의심을 심고 관계를 파괴합니다. 우리는 사랑과 신뢰,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어리석은 의심을 분별해야 합니다.

(3) 맥베스: 정당하지 않은 욕망의 끝

  • 줄거리: 마녀들의 예언("왕이 될 것이다")에 현혹된 맥베스는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지만,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다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 기독교적 해석: 마녀들의 예언은 사실 맥베스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탐욕의 투영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은 자리를 탐하는 욕심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는 사망을 낳습니다(약 1:15). 맥베스가 얻은 권력은 그에게 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었습니다.

(4) 리어왕: 어리석은 판단과 뒤늦은 후회

  • 줄거리: 달콤한 말로 아첨하는 두 딸에게 속아 진실한 막내딸 코딜리어와 충신을 내친 리어왕의 비극입니다.

  • 기독교적 해석: 인간은 죄로 인해 영적 분별력을 잃기 쉽습니다. 거짓과 탐욕에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할 때, 가정과 국가는 파탄에 이릅니다. 죄의 결과는 철저한 파괴이며, 이는 인간 스스로 초래한 것입니다.

3. 독일: 괴테 『파우스트』 - 방황하는 인간과 하나님의 구원

인간의 노력과 한계, 그리고 전적인 은혜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파우스트』는 인간 구원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 지식의 한계: 평생 학문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는 "우리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며 지식의 허무함을 토로합니다. 이는 세상의 지혜가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에 이르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 악마와의 계약: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지식, 쾌락, 성취)을 채우기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합니다. 그는 젊음을 얻어 그레트헨과 사랑을 나누고, 정치적 성공을 거두고, 고대의 미녀 헬레네를 만나고, 간척 사업이라는 거대한 이상을 실현하려 합니다.

  • 노력과 방황: 하나님은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엔 방황하는 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파우스트는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레트헨의 가족을 파멸시키고, 선한 노부부를 죽게 하는 등 죄를 짓습니다. 인간의 노력과 이상 실현 의지(휴머니즘)만으로는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으며, 오히려 타인을 희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구원의 길: 결말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힘이 아닌, 천상의 은총과 그레트헨의 중보로 구원을 받습니다. 이는 구원이 인간의 공로가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시사합니다. 인간은 방황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지향성을 잃지 않을 때 구원의 길로 인도받습니다.

4. 프랑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 율법을 넘어선 사랑의 능력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혁명도 법도 아닌 십자가의 사랑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레 미제라블』은 가장 낮은 자들을 향한 복음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 미리엘 주교의 묵상과 사랑: 소설의 시작은 장발장이 아닌 미리엘 주교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는 인물로,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은촛대까지 주며 그를 변화시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한 성직자의 예수님을 닮은 사랑에서 시작됨을 보여줍니다.

  • 장발장(은혜) vs 자베르(율법):

    • 자베르: 그는 법과 정의를 신봉합니다. 그에게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입니다. 그는 율법주의와 정죄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장발장이 자신을 살려주는 자비(은혜)를 베풀자, 자베르의 신념 체계는 붕괴되고 그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율법은 사랑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장발장: 미리엘 주교의 사랑으로 회심한 장발장은 평생을 쫓기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돕고, 원수 자베르를 용서하며, 꼬제뜨를 위해 희생합니다. 그는 선으로 악을 이기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실천합니다.

  • 혁명보다 위대한 사랑: 소설은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위고는 폭력적 혁명보다 '사랑'이 진정한 변화의 동력임을 강조합니다. 가장 비참한 사람들(레 미제라블)에게 다가가신 예수님처럼, 교회와 성도는 이 땅의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5. 러시아: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 『까라마조프 형제들』 - 죄의 심연과 대속적 사랑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실한 기독교 작가로서, 무신론과 사회주의 사상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지를 그려냅니다.

(1) 죄와 벌: 이성(Reason)의 오만과 부활

  • 라스콜니코프의 오만: 주인공은 '비범한 사람은 인류를 위해 법을 어길 권리가 있다'는 위험한 사상(초인 사상)에 빠져 전당포 노파를 살해합니다. 그는 이성으로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죄책감과 분열로 고통받습니다.

  • 소냐의 사랑: 매춘부라는 비천한 신분이지만 신실한 믿음을 가진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에게 자수를 권하고, 시베리아 유형까지 동행합니다. 라스콜니코프를 변화시킨 것은 논쟁이 아니라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녀가 읽어준 복음서(나사로의 부활)였습니다.

  • 결론: 인간의 지성과 사상은 죄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뿐입니다. 진정한 회복은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죄인 됨을 인정하고(회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일어납니다.

(2) 까라마조프 형제들: 무신론의 끝과 신앙의 소망

  • 무신론의 파괴성: 둘째 아들 이반은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무신론적 사상을 설파합니다. 이 사상에 영향을 받은 사생아 스메르자꼬프는 아버지를 살해합니다. 이반은 직접 살인을 하지 않았지만, 사상적 살인 교사범으로서 죄책감에 미쳐버립니다.

  • 알료샤의 소망: 셋째 아들 알료샤는 신앙의 인물입니다. 그는 콩가루 같은 집안의 갈등 속에서 화해자가 되려 노력합니다. 그는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을 따라, 고통받는 아이들과 형제들에게 사랑을 실천합니다. 작가는 알료샤를 통해 세상의 어둠(까라마조프)을 밝힐 유일한 대안은 기독교 신앙임을 역설합니다.

  • 밀알의 신앙: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조시마 장로와 알료샤의 삶은 자기 부인과 사랑을 통해 주변을 변화시키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6. 러시아: 톨스토이 『부활』 - 실천하는 신앙과 하나님 나라

인간성 회복의 열쇠는 하나님의 계명 실천이다

  • 네흘류도프의 회심: 귀족 네흘류도프는 살인 누명을 쓴 배심원석의 피고인이 자신이 과거에 임신시키고 버렸던 하녀 카튜샤임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의 방탕한 삶이 한 영혼을 파괴했음을 깨닫고 깊이 회개합니다.

  • 삶의 전환: 그는 카튜샤를 구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며, 억울한 죄수들을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타인을 위한 삶의 기쁨을 맛봅니다.

  • 산상수훈의 실천: 소설의 결말에서 네흘류도프는 성경, 특히 산상수훈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계명을 실제로 실천할 때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제도권 교회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며, 말씀대로 사는 삶만이 진정한 '부활(새 생명)'임을 강조합니다.



[서평] 고전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와 '하나님 나라'

기독교 인문학의 정수, 텍스트를 넘어 컨텍스트를 읽다

이종필 목사의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고전 관통 2』는 단순히 유명한 고전들의 줄거리를 요약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인본주의의 정점이라 불리는 서양 고전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전적인 타락'과 '하나님 은혜의 절대적 필요성'을 발견해 내는 탁월한 기독교 인문학서입니다.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아니, 모든 고전은 십자가를 가리킨다."

흔히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으로서 신본주의와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저자는 서양 문학의 거장들(셰익스피어, 괴테, 도스토예프스키 등)이 그려낸 인간 군상을 통해 성경적 진리를 변증합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통해 저자는 운명이 아닌 인간의 '죄'와 '욕망'이 어떻게 파멸을 부르는지 해부합니다. 『파우스트』에서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자력 구원)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오직 천상의 은혜만이 구원의 길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라는 성경 말씀을 문학적으로 입증하는 것과 같습니다. 독자는 고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십자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2. 설교와 묵상을 위한 풍성한 재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에게 강력한 '영적 통찰'과 '예화'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 돈키호테를 통해 헛된 신념에 사로잡힌 종교적 열심을 경계하게 하고,

  • 레 미제라블의 미리엘 주교와 자베르의 대립을 통해 '율법'과 '은혜'의 본질적 차이를 설명하며,

  •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를 통해 지성주의가 빠지기 쉬운 자기 합리화의 덫을 경고합니다. 저자는 각 챕터마다 '묵상을 겸한 프리뷰'와 '하나님 나라 관점의 작품 요약'을 배치하여, 독자가 단순히 문학적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설교 강단에서, 혹은 소그룹 나눔에서 즉각적으로 활용 가능한 살아있는 콘텐츠입니다.

3.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님 나라의 윤리

저자는 고전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답도 모색합니다.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보여준 회개와 사회적 책임(토지 분배, 사법 정의)은 개인 구원을 넘어 사회적 성화로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윤리를 보여줍니다.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무신론적 사상이 가정을 파괴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물신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강력한 경고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지성은 욕망을 정당화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도구인가?"

4. 텍스트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나침반

방대한 분량과 난해함 때문에 원전에 도전하기 두려웠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가이드북입니다. 저자는 복잡한 줄거리를 명쾌하게 요약하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메시지(Key Message)를 '하나님 나라'라는 일관된 주제로 꿰어냅니다. 나폴레옹이 괴테를 보고 "여기에 인간이 있다"라고 했다면, 우리는 이 책을 덮으며 "여기에 인간의 절망과 하나님의 소망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은 지성인, 설교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목회자, 그리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