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 고전 관통 1: 신화부터 데카메론까지
1. 책 소개 및 들어가는 말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 고전 관통 1》은 이종필 목사가 쓴 인문학 가이드북으로,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고전들을 기독교적 세계관, 즉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서양 고전이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의 문화 콘텐츠(영화, 게임, 문학 등)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인간의 본성과 죄성, 그리고 구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임을 강조한다. 특히 목회자와 성도들에게는 세상을 이해하고 복음을 변증하는 접촉점으로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1권은 '서양 고전의 시작'을 다루며,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르네상스 초기 문학까지를 아우른다.
2. 챕터별 상세 요약 및 기독교적 적용
제1장: 토머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모든 신화들을 현대인의 손에 전해주다"
작품 개요: 19세기 미국의 라틴어 교사 토머스 불핀치가 일반인들의 교양 함양을 위해 고대의 복잡한 신화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입문서다. 서양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주요 내용:
신화의 기원: 카오스에서 시작된 세상의 창조, 올림포스 12신의 탄생, 인간의 시대(황금-은-청동-철의 시대) 등.
주요 에피소드: 판도라의 상자(인류의 불행과 희망), 대홍수와 데우칼리온(인류의 재탄생), 프로메테우스의 불 등.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헤라클레스와 사도 바울: 헤라클레스는 뛰어난 힘을 가졌지만 죄성(폭력성)으로 인해 가족을 죽이는 비극을 겪고, 12가지 과업을 통해 영웅이 된다. 반면, 사도 바울은 '죄인 중의 괴수'였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복음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진정한 영웅'이다. 헤라클레스가 육체적 힘으로 괴물을 물리쳤다면, 바울은 복음으로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영적 세력을 정복했다.
아이네이아스의 족보 vs 예수님의 족보: 로마의 건국 신화(아이네이스)는 신과 영웅들의 화려한 결합을 강조하며 제국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마태복음의 예수님 족보는 유다와 다말, 라합 등 인간의 수치와 죄악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인간의 위대함이 아닌, 죄인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피라모스와 티스베: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된 이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벽 틈으로 사랑을 속삭이다 오해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 '가로막힌 벽'은 죄로 인해 단절된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를 상징한다. 이를 허무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뿐이다.
파에톤의 추락: 태양신 아폴론의 아들임을 증명하려다 태양 마차를 통제하지 못해 추락한 파에톤은 '인정 욕구'와 '교만'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사탄은 예수님께도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리라"며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성도는 세상의 방식으로 자신을 입증하려 하기보다, 하나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묵묵히 사명의 길을 가야 한다.
제2장: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그리스 신화를 로마로 확장한 오리지널 그리스 로마 신화"
작품 개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하여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한 대서사시. '변신(Metamorphoses)'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천지창조부터 로마 시대까지 250여 개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주요 내용:
신이 동물이나 인간으로 변신하거나, 인간이 꽃, 나무, 동물, 별자리로 변하는 이야기들(예: 월계수가 된 다프네, 암소가 된 이오, 거미가 된 아라크네 등).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영혼이 별이 되는 것으로 끝을 맺으며 로마 제국의 신성함을 강조함.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테세우스와 복음 사역자: 테세우스는 편한 뱃길 대신 위험한 육로를 택해 악당(프로크루스테스 등)을 물리치고 아테네 시민을 구원했다. 이처럼 복음 사역자는 세상의 편안함을 뒤로하고 죄와 고통에 신음하는 이웃을 구원하기 위해 헌신하는 영적 영웅이어야 한다.
의심의 비극 (케팔루스와 프로크리스): 서로를 사랑했으나 '의심' 때문에 서로를 시험하다가 결국 남편이 아내를 죽이게 되는 비극이다. 의심은 사탄이 심어주는 치명적인 영적 질병이다. 성경은 사랑과 신뢰를 강조하며, 의심이 싹틀 때 기도로 이를 극복해야 함을 가르친다.
환대의 축복 (바우키스와 필레몬): 가난한 노부부가 누추한 차림으로 방문한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정성껏 대접하여 축복을 받는다. 이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 25:40)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환대와 섬김은 하나님 나라 백성의 기본 덕목이다.
제3장: 호메로스 《일리아스》
"영웅이 되기 위한 성장 이야기"
작품 개요: 서양 문학의 아버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트로이 전쟁 10년 차, 단 50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 자체보다는 인간의 분노, 운명, 그리고 죽음 앞에서의 비장함을 그린다.
주요 내용:
아킬레우스의 분노: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전리품(여인)을 빼앗긴 아킬레우스가 참전을 거부한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나갔다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헥토르의 죽음과 장례: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과 화해하며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끝난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영적 성숙: 아킬레우스는 초반에 자신의 명예와 감정(분노)에만 집착하여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전장에 나선다. 그리스도인은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익보다 하나님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성숙한 영적 전사로 성장해야 한다.
헥토르의 결단: 헥토르는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장으로 나간다. 이는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막 8:35)는 말씀처럼, 희생과 헌신이 진정 가치 있는 삶임을 보여준다.
리더십과 희생: 사르페돈은 왕족으로서 누리는 특권만큼 전장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교회와 세상의 리더는 특권을 누리는 자가 아니라, 책임과 희생을 먼저 감당하는 자여야 한다.
제4장: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모험 가득한 인생을 위한 조언"
작품 개요: 트로이 전쟁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 간의 모험과 귀향을 다룬 서사시. 《일리아스》가 전쟁과 죽음을 다룬다면, 《오디세이아》는 삶의 고난과 지혜, 회복을 다룬다.
주요 내용:
고난의 귀향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마녀 키르케, 유혹하는 세이렌,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등 수많은 난관을 지혜와 인내로 극복한다.
이타카의 상황: 오디세우스가 없는 사이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재산을 탕진하고 아들 텔레마코스를 위협한다.
복수와 회복: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아들과 힘을 합쳐 구혼자들을 처단하고 가정을 회복한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인생이라는 항해: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성도의 인생길(천로역정)과 같다. 수많은 유혹과 시련이 닥치지만, 본향(천국/고향)을 향한 소망을 잃지 않고 인내할 때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
유혹 대처법: '로토스 열매(망각)'는 현실 안주와 영적 나태함을, '세이렌의 노래'는 치명적인 죄의 유혹을 상징한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을 돛대에 묶어 유혹을 이겨낸 것처럼, 성도는 말씀과 기도로 자신을 제어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교만의 대가: 오디세우스는 거인 폴리페모스를 물리친 후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교만을 부리다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10년을 더 방황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며, 재능이 뛰어날수록 겸손해야 함을 보여준다.
고난을 통한 성장: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부재라는 결핍과 고난 속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나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고난은 우리를 단련시켜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제5장: 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 비극》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가득한 인생"
작품 개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의 대표작들. 특히 오이디푸스 왕 가문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이 유명하다. 인간의 운명과 신의 의지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주요 내용:
오이디푸스 왕: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피하려 했으나, 결국 운명대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눈을 찌르고 방랑한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오빠의 장례를 금지한 국왕 크레온의 명령(국법)을 어기고, 천륜(신의 법)을 따르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탄탈로스/카드모스 가문의 저주와 원죄: 그리스 비극에 나타나는 대를 이은 저주는 성경의 '원죄'와 인간의 전적 타락을 연상시킨다. 인간 스스로는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만이 저주를 끊을 수 있다.
영적 갈증(탄탈로스적 운명):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탄탈로스의 형벌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실존적 허무와 같다. 예수님만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주시는 분이다.
세상 법 vs 하나님의 법: 안티고네는 부당한 세상 권력(크레온)보다 신의 법을 상위 가치로 두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의 말씀과 양심을 따르는 거룩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복수 vs 용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이는 엘렉트라의 비극은 복수가 또 다른 비극을 낳음을 보여준다. 반면 요셉은 형들을 용서함으로 하나님의 선을 이루었다. 용서만이 비극의 사슬을 끊는 복음의 능력이다.
제6장: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트로이 유민들 로마의 시조가 되다"
작품 개요: 로마의 건국 서사시. 트로이의 영웅 아이네이아스가 멸망한 조국을 떠나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탈리아에 도착해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닦는 이야기다.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계승하면서 로마적 가치를 부여했다.
주요 내용:
방랑과 시련: 유노(헤라) 여신의 방해로 7년여간 지중해를 방랑한다.
디도와의 사랑과 이별: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그녀를 떠난다. (디도는 자살하며 로마를 저주함).
이탈리아 정착과 전쟁: 이탈리아 라티움에 도착하여 토착 세력인 투르누스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로마의 조상이 된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사명자의 자세: 아이네이아스는 디도와의 안락한 삶(유혹)을 뒤로하고, '로마 건국'이라는 신의 명령(사명)을 위해 떠난다. 성도는 세상의 안락함에 취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Calling)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영적 방해: 유노 여신이 끊임없이 아이네이아스를 방해하듯, 사탄은 성도가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허구의 족보 vs 믿음의 족보: 《아이네이스》는 로마 황제를 신의 후손으로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적 족보다. 반면 성경의 족보는 인간의 허물과 죄악을 가감 없이 기록하면서도, 그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주는 진실의 족보다.
제7장: 단테 《신곡》
"이생을 위한 사후세계 여행기"
작품 개요: 중세 문학의 최고봉. 단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지옥, 연옥, 천국을 일주일간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서사시. 인간 구원의 여정을 알레고리적으로 표현했다.
주요 내용:
지옥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죄인들이 영원한 형벌을 받는 참혹한 지옥을 목격한다. (배신, 탐욕, 폭력 등).
연옥편: 죄를 씻고 구원에 이르기 위해 고통 속에서 소망을 가지고 단련받는 영혼들을 본다.
천국편: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하나님이 계신 빛과 사랑의 세계를 경험한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죄의 대가와 심판: 지옥의 형벌은 죄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준다. 현대인이 잊고 사는 지옥의 실재와 하나님의 공의를 상기시킨다.
현재를 위한 내세: 사후세계 여행은 단순한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게 한다. 죽음을 기억할 때(Memento Mori), 우리는 거룩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사랑과 빛이신 하나님: 천국은 하나님의 영광의 빛과 사랑의 힘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성도는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과 교제하며 천국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인생의 위기와 기회: 단테는 인생의 절정기에 정치적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이 대작을 썼다. 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가 바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제8장: 보카치오 《데카메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백 개의 이야기"
작품 개요: 흑사병이 창궐하던 피렌체를 피해 교외로 나간 10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나눈 100가지 이야기. 중세의 엄숙주의를 벗어던지고 인간의 욕망, 본성, 위선 등을 적나라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근대 소설의 효시.
주요 내용:
성직자의 타락, 기지와 해학, 비극적인 사랑,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묵상 포인트]
인간의 민낯: 흑사병이라는 극한 상황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데카메론》은 위선적인 종교인이 아닌, 솔직한 인간의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죄성을 인정할 때 진정한 은혜를 구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삶: 작품 속 인물들은 기지와 지혜로 위기를 모면한다. 예수님도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하셨다. 악한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에게는 하늘의 지혜가 필요하다.
차별 없는 복음: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는 당시 사회의 편견을 꼬집는다. 복음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차별이 없다. 우리는 복음 안에서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역설적 섭리: 타락한 성직자들을 보고 오히려 기독교의 진리됨을 확신하고 개종하는 유대인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보여준다.
[서평] 인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하나님 나라: 이종필의 《서양 고전 관통 1》을 읽고
왜 지금 서양 고전인가?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누구이며, '세상'은 왜 이토록 모순적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갈증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서점가에는 얄팍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가 넘쳐나지만, 영혼의 허기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시대에 이종필 목사의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 고전 관통 1》은 우리를 인류 지성의 원류인 '고전(Classics)'의 세계로 초대한다.
왜 하필 서양 고전인가? 저자는 서양 고전이 현대 문명의 DNA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블의 히어로물부터 BTS의 노래 가사,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 이름(나이키, 스타벅스, 아마존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화의 기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고전의 모티프가 흐르고 있다. 따라서 고전을 읽는 것은 단순한 교양 쌓기를 넘어, 이 시대를 분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는 일이다.
아테네와 예루살렘의 만남
초대 교부 터툴리안은 "아테네(인본주의/철학)와 예루살렘(신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관이 있다, 그것도 아주 깊게!"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목회자의 영성과 인문학자의 지성을 겸비한 탁월한 가이드가 되어, 자칫 난해하거나 기독교 신앙과 충돌할 수 있는 고전 텍스트들을 '하나님 나라'라는 렌즈로 명쾌하게 해석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연결'에 있다. 저자는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도 바울의 참된 영웅성을 부각시키고,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천로역정의 순례길로 치환한다. 트로이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인간 욕망의 허무함을 짚어내며 십자가 사랑의 필연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연결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독자로 하여금 "아하!" 하는 지적 희열과 영적 깨달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목회적 적용과 삶의 통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각 챕터마다 배치된 '묵상을 겸한 프리뷰'와 '기독교적 적용'이다. 저자는 고전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설교 강단과 삶의 현장으로 끌어온다. 예를 들어,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묶은 장면을 통해, 현대의 성도들이 세상의 유혹 앞에서 말씀과 기도로 자신을 거룩하게 구별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단테의 《신곡》을 통해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가져야 할 종말론적 소망과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는 설교 예화를 찾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신도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간 이해의 깊이를 더하다
고전은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보고서다. 《일리아스》의 분노, 《오이디푸스》의 운명적 비극, 《데카메론》의 본능적 욕망 등은 수천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다.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딜레마에 빠진 연약한 존재인지, 왜 우리에게는 '복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만드는 비극(신화와 고전)을 직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구원의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게 된다.
지성과 영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서양 고전 관통 1》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의 문턱을 낮춰주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기독교 세계관을 견고히 세워주는 훌륭한 신앙 서적이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원전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고전의 핵심 줄거리와 그 속에 담긴 진주 같은 통찰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교회 학교 교사, 청년부 리더,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 그리고 세상 문화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싶은 모든 성도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낯설게만 느껴지던 제우스와 아킬레우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당신의 신앙 여정을 풍요롭게 하는 흥미로운 대화 파트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문학의 숲에서 하나님 나라의 보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이 책을 통해 누려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