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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경을 오해했다』(손재익) 리뷰/요약

 


『우리가 성경을 오해했다』: 구속사적 관점으로 뚫어보는 성경의 맥 (손재익 저)

1. 성경을 보는 눈,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성경은 방대한 책이다. 많은 성도들이 성경을 읽지만, 부분적인 구절에 매몰되거나 문자주의적 해석에 빠져 성경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거대한 흐름, 즉 '구속사(Redemptive History)'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흐르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15가지 핵심 주제(Story)를 통해 관통한다. 저자는 성경의 두 주인공인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경의 맥을 잡도록 돕는다.

2. 구속사로 읽는 인류의 대표: 아담과 그리스도

첫째 아담과 둘째 아담 

성경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 압축될 수 있다. 바로 첫 사람 아담과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다.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지식, 의, 거룩함)으로 창조하시고 대리 통치자로 세우셨다. 그러나 타락으로 인해 이 형상은 훼손되었다. 성경의 역사는 이 잃어버린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여자의 후손'으로 오시는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다.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참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수 있다.

유혹에 넘어진 아담, 유혹을 이긴 아담 

창세기 3장의 아담과 마태복음 4장의 예수님은 모두 마귀의 유혹을 받았다. 첫째 아담은 사탄의 왜곡된 말씀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갔으나, 둘째 아담인 예수님은 기록된 말씀으로 사탄을 물리치셨다. 이는 단순히 예수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표자로서 실패한 첫 아담의 역사를 다시 쓰시는(Recapitulation) 구속사적 사건이다. 성도들은 유혹을 이기신 예수님과 연합함으로 승리할 수 있다.

3. 원복음과 구원의 드라마

사탄에게 내린 저주와 복음

창세기 3장 15절은 성경 전체의 요약판이자 '원복음(Proto-evangelium)'이다. 하나님은 뱀(사탄)에게 저주를 내리시며 "여자의 후손이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이는 십자가 사건을 예표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발꿈치가 상하는 고난을 당하셨지만, 부활하심으로 사탄의 머리를 박살 내고 승리하셨다. 성경은 이 약속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성취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하나님의 임재: 동산에서 새 예루살렘까지

구원의 핵심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임마누엘)'이다. 에덴동산은 단순히 과수원이 아니라 하나님이 거니시는 '성소'였다. 죄로 인해 실낙원한 인류를 위해 하나님은 성막과 성전을 통해 임재를 보여주셨고, 마침내 참 성전이신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장막을 치셨다). 이제 성령을 통해 교회가 성전이 되었으며, 종말에는 새 예루살렘에서 하나님의 장막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

4. 직분과 신분: 왕, 제사장, 선지자

세 직분 이야기

아담은 단순한 자연인이 아니라 왕(다스림), 제사장(동산 경작 및 지킴), 선지자(말씀 전달)의 직분을 가진 자였다. 타락으로 이 직분은 상실되고 분화되었다. 구약 이스라엘은 이 직분을 부분적으로 감당했으나 실패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왕, 제사장, 선지자로 오셔서(기름 부음 받은 자) 이 직분을 완성하셨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이 삼중직을 회복하여 세상 속에서 감당해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아담(눅 3:38), 이스라엘(출 4:22), 다윗의 후손(삼하 7:14)에게 적용되었다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된다. 예수님은 본질상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신다. 성도는 양자 됨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다.

5.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

하나님 나라와 땅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나라'와 '땅'은 물리적인 영토 확장이 아니다. 구약의 가나안 땅은 장차 올 하나님 나라와 새 하늘과 새 땅의 모형(그림자)이다. 신약 시대에 땅의 개념은 '온 세상'으로 확장되었으며, 성도들은 특정한 성지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는다. 하나님 나라는 '의와 공도(정의와 공의)'로 다스려지는 나라다.

복 이야기: 기복신앙을 넘어서 

성경이 말하는 복(Blessing)은 세상적인 부귀영화가 아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은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칭의)'이며,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창조 시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은 구속사적으로 하나님 백성의 확장을 의미하며, 에베소서 1장의 '신령한 복'과 연결된다. 물질적 번영을 복의 척도로 삼는 것은 성경을 오해한 것이다.

6. 삶의 현장과 구속사: 가정과 교회

결혼과 불임 이야기

결혼은 남녀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합'을 보여주는 신비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불임 여성(사라, 리브가, 라헬, 한나 등)의 이야기는 개인의 한 맺힌 기도가 응답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여자의 후손(약속의 자녀)'을 이어가시는 구속사적 섭리를 보여준다.

질서와 안식

남자와 여자의 질서, 가정과 교회에서의 머리 됨은 타락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 질서의 반영이며 구속의 원리다. 또한 안식일은 창조의 완성을 기념하는 날이자, 죄로 잃어버린 안식을 그리스도 안에서 맛보는 날이다. 구약의 안식일은 부활하신 주님의 날(주일)로 완성되었으며, 우리는 주일을 지킴으로 영원한 안식을 소망한다.

7. 언약과 성취 

성경은 언약(Covenant)의 책이다.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 노아-아브라함-모세-다윗 언약은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새 언약'에서 성취된다. 성경의 처음(창세기 1-2장)과 마지막(요한계시록 21-22장)은 놀랍도록 연결되어 있다. 에덴동산의 생명수와 생명나무는 새 예루살렘 성에서 더 풍성하게 회복된다. 성경은 "창조-타락-구속-새 창조"라는 완벽한 드라마이며, 우리는 그 드라마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평] 성경이라는 숲을 걷게 하는 구속사의 지도

성경을 조각난 지식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성경을 읽지만, 66권의 방대한 분량 앞에서 길을 잃곤 한다. 혹은 성경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내가복음'에 빠지기도 한다. 손재익 목사의 《우리가 성경을 오해했다》는 이러한 성도들에게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명확한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저자는 15가지의 주요 주제(Story)를 선정하여,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구속사(Redemptive History)'의 맥을 짚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경의 파편화된 지식들을 '예수 그리스도'라는 중심축으로 꿰어내어 하나의 웅장한 드라마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오해를 넘어 진리로: 기복신앙과 문자주의의 타파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성경을 많이 '오해'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교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경 해석들을 날카롭게, 그러나 따뜻하게 교정한다. 특히 '복(Blessing)'에 대한 챕터(Story 9)는 압권이다. 많은 이들이 아브라함의 복이나 히브리서 6장의 "복 주고 복 주며"라는 구절을 물질적 번영이나 만사형통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성경 전체의 문맥을 통해 이 복이 '칭의'와 '하나님 나라의 백성 됨'임을 명쾌하게 논증한다. 또한 '불임 이야기'(Story 11)를 통해 불임을 단순히 '기도하면 해결되는 문제'로 치부하는 기복적 적용을 경계한다. 저자는 사라, 한나, 엘리사뱃 등의 불임이 인간의 무능력을 드러내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으로 언약의 자손이 태어남을 보여주는 구속사적 장치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러한 해석은 독자들로 하여금 성경을 인간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으로 읽게 만든다.

성경신학적 깊이와 목회적 적용의 조화

이 책은 저자가 주일 낮 예배 강단에서 선포한 설교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신학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행위 언약, 은혜 언약, 삼중직 등)을 다루면서도 문체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 저자는 각주(미주)를 통해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견해와 성경 근거를 꼼꼼하게 제시하는데, 이는 저자의 성실한 연구 자세를 보여줌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에덴동산을 성소(Temple)로 해석하는 관점(Story 4)이나, 남녀의 질서 문제를 창조-타락-구속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방식(Story 12)은 현대 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는 개혁주의적 입장을 잘 보여준다.

성경을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필독서

《우리가 성경을 오해했다》는 단순히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성경을 펴서 확인하게 만들고,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감탄하게 만드는 책이다. 성경을 통독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성도, 설교를 들어도 성경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는 직분자, 그리고 바른 성경 해석을 갈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이 하나로 연결되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