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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교회, 가정예배』(권창규) 리뷰/요약

 

『1세기 교회, 가정예배』: 초대교회가 지켰던 13단계 예배의 비밀

1. 잃어버린 신앙 유산, 가정예배의 뿌리를 찾아서

현대 기독교, 특히 한국 교회는 세계 선교에 큰 기여를 했지만, 정작 가정 내 신앙 전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심각한 위기입니다. 저자 권창규 목사는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1세기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가정예배 모습에서 찾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예배 형식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배경(절기, 안식일, 가정)을 이해하고, 이를 현대 그리스도인의 가정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13단계 매뉴얼'을 제시합니다.

2. 성경 신학적 배경: 절기와 안식일의 이해

가정예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에 나타난 시간의 개념, 즉 '절기'와 '안식일'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정예배는 독립된 행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2.1. 절기, 하나님과 만나는 멈춤의 은혜

'절기'를 뜻하는 히브리어 '모헤드'는 '정한 시간', '하나님과 만나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만나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정해두셨습니다. 또한 절기는 '학(Hag)'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춤추며 기뻐하는 축제를 의미합니다. 즉, 가정예배는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가족이 함께 기뻐하는 축제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3대 절기(유월절, 오순절, 초막절)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 유월절: 어린양의 피로 구원받은 날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완성되었습니다.

  • 오순절: 율법을 받은 날은 성령 강림으로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는 것으로 성취되었습니다.

  • 초막절: 광야 생활을 기억하는 이 절기는 장차 올 하나님 나라와 재림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2.2. 안식일과 주일, 우리를 지키는 시간

가정예배는 안식일(Sabbath)이 시작되는 시점에 드려졌습니다. 안식일은 '멈춤'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기억하고, 노동에서 해방되어 참된 안식을 누리는 날입니다.

  • 안식일의 특징: 노동을 금하고 하나님께 집중하며, 온 가족이 모여 예배하고, 말씀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날입니다. 유대인들은 "우리가 안식일을 지켰으나, 지나고 보니 안식일이 우리를 지켜주었다"고 고백합니다.

  • 주일(Lord's Day)의 의미: 구약의 안식일은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주일'로 완성되었습니다. 창조의 완성이자 구원의 완성인 주일은 십자가와 부활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2.3. 거룩한 주일 성수를 위한 제안

현대 교회는 주일 성수의 개념이 약화되었습니다. 저자는 초대교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안합니다.

  • 24시간을 온전히 드리기: 토요일 저녁부터 주일 저녁까지를 구별하여 하나님께 집중합니다.

  • 토요일 저녁 가정예배: 주일 예배를 준비하는 전야제 성격으로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 가족의 날: 주일은 온 가족이 함께하며 영적 교제와 안식을 누리는 날로 정합니다.

3. 성경 신학적 배경: 가정, 신앙 전수의 1번지

초대교회와 성경적 관점에서 신앙 교육의 핵심 장소는 '교회 학교'가 아니라 바로 '가정'이었습니다. 부모, 특히 아버지는 자녀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제사장입니다.

3.1. 성경이 말하는 가정 교육

디모데의 '거짓 없는 믿음'은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로부터 전수되었습니다. 바울이 복음을 전했더라도, 그 기초가 되는 말씀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신명기 6장(쉐마)은 부모에게 자녀를 부지런히 가르칠 것을 명령합니다.

  • 하야(Haya):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것. 존재 가득히 채워 흘러넘치게 하는 상태입니다.

  • 솨난(Shanan): 부지런히 가르치는 것. 뾰족한 것으로 찌르듯 반복하여 새겨주는 교육입니다.

  • 하브루타: 질문하고 토론하며 말씀을 강론하는 방식입니다.

3.2. 초대교회 성도의 생애 주기별 교육

1세기 성도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체계적인 말씀 교육을 받았습니다.

  • 0~1세 (강보 교육): 모세오경을 들려주며 태교와 유아 교육을 시작합니다.

  • 2~3세 (알렙베트 교육): 성경을 읽기 위해 히브리어 알파벳을 배웁니다.

  • 4~13세 (하야 교육): 모세오경을 암송하고 마음에 새깁니다.

  • 13세 (바르 미츠바): 성인식을 치르며 '말씀의 아들'로 공포됩니다. 이때부터 회중 앞에서 말씀을 읽고 해석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 14~18세 (다라쉬 교육):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토론(하브루타)하는 훈련을 합니다.

3.3. 잃어버린 가정의 권위 회복

4세기 이후 기독교가 제도화되면서 신앙 교육의 주체가 가정에서 교회(사제)로 옮겨갔습니다. 이로 인해 가정은 신앙 전수의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성경은 아버지가 가정을 다스리고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으며 주의 교훈으로 훈계할 것을 명령합니다. 교회 지도자의 자격 또한 가정을 잘 다스리는지 여부로 판단했습니다. 가정예배의 회복은 곧 아버지의 영적 리더십 회복을 의미합니다.

4. 1세기 가정예배의 실제: 13단계 순서와 의미

저자가 제안하는 가정예배는 1세기 유대인 기독교인들의 전통과 성경적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순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예표하는 성막의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4.1. 사전 준비: 예비일 (Preparation Day)

가정예배는 토요일 저녁(안식일 시작)에 드립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낮을 예비일로 삼아 집안을 청소하고(성소를 정결케 함), 몸을 씻으며(회개와 정결), 음식을 미리 준비합니다. 이는 주일을 허겁지겁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신 하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4.2. 가정예배 13단계 상세 가이드

1단계: 촛불 점화 및 여는 기도 (어머니) 어머니가 촛불을 켜며 예배의 시작을 알립니다. 빛은 세상의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아내는 가정을 영적으로 밝히고, 사탄의 어둠을 몰아내는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어머니의 밝은 표정이 예배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2단계: 아버지의 축복기도 (아버지) 아버지는 가정의 제사장으로서 아내와 자녀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합니다. 이는 구약의 족장(야곱)들이 자녀를 축복했던 전통을 따릅니다. 아들에게는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복(영적, 물질적 풍요)을, 딸에게는 사라, 리브가, 라헬, 레아의 복(열국의 어미)을 빕니다. 마지막으로 민수기 6장의 제사장 축복문으로 전체를 축복합니다.

3단계: 함께 찬양 하나님의 임재와 평화를 구하는 찬양을 온 가족이 함께 부릅니다.

4단계: 어머니(아내)를 위한 축복송 잠언 31장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합니다. 남편과 자녀들이 어머니를 안아주고 축복할 때, 어머니는 큰 행복과 위로를 얻습니다.

5단계: 애찬 1 - 포도주 (성찬의 의미) 포도주(또는 포도즙)를 나눕니다. 이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 즉 우리 죄를 씻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상징합니다.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누리는 시간입니다.

6단계: 정결 예식 (세수식) 손을 씻으며 지난 한 주간지은 죄를 회개합니다. 가족끼리 서로 상처 준 일이 있다면 이때 용서를 구하고 화해합니다. 이는 하나님 앞에 정결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의식입니다.

7단계: 애찬 2 - 빵 (성찬의 의미) 아버지가 빵을 떼어 나누어 줍니다. 빵은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의 몸을 상징합니다. 또한 광야에서 만나를 먹이신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기억합니다. 두 개의 빵을 준비하는 것은 안식일에 갑절의 만나를 주셨던 것을 기념하기 위함입니다.

8단계: 저녁 만찬 (교제)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식사를 합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고 대화하는 축제의 장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예배를 기다려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9단계: 말씀 공부 - 다라쉬와 쇠파트(하브루타) 가정예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아버지가 준비한 말씀을 자녀들에게 가르치고(다라쉬),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브루타)합니다.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자녀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말하게 합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주 같은 본문(토라 포션 등)을 묵상하는데, 이를 통해 말씀을 깊이 연구합니다.

10단계: 후식 및 대화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성경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친구 관계, 고민 등 삶의 모든 영역을 나눕니다.

11단계: 찬송 부르기 감사와 기쁨의 찬송을 다시 한번 부릅니다.

12단계: 제데카 (나눔 헌금) 자신만을 위한 물질이 아니라 이웃과 나누기 위한 헌금(제데카)을 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구제와 나눔을 실천하도록 교육합니다. 모인 헌금은 고아원이나 선교지 등 필요한 곳에 전달합니다.

13단계: 기도와 마무리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합심하여 기도한 후, 주기도문이나 아버지의 마침 기도로 예배를 마칩니다.

5. 가정예배가 가져오는 놀라운 유익

저자는 이 방식의 가정예배를 20년간 실천하고 1,500여 가정에 보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유익을 확인했습니다.

  1. 십자가와 부활의 생활화: 매주 예수님을 기념하며 신앙의 본질을 붙들게 됩니다.

  2. 주일 예배의 승리: 토요일 저녁부터 준비된 마음으로 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3. 가정의 질서 회복: 아버지의 권위와 어머니의 사랑이 균형을 이루고, 부모와 자녀 관계가 회복됩니다.

  4. 신앙 전수: 부모의 잔소리가 아닌, 즐거운 문화와 습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이 계승됩니다. 2천 년간 유대 기독교인들의 배교율이 0.1% 미만인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5. 소통과 성장: 깊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녀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부모도 말씀을 가르치며 함께 영적으로 성장합니다.

가정예배는 선택이 아니라 성경적 명령이자 원안(原案)입니다. 이 책은 무너진 가정 제단을 수축하고 다음 세대를 말씀의 용사로 세우길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 강력한 도구와 비전을 제시합니다.



[서평] 가정예배, 의무를 넘어선 거룩한 축제의 회복

1. 왜 다시 '가정'인가?

현대 교회의 주일학교 시스템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세대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신앙 교육을 교회에 '위탁'했고, 가정은 신앙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권창규 목사의 저서 《1세기 교회, 가정예배》는 이러한 현대 기독교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2천 년 전 초대교회 성도들이 지켰던 생명력 있는 가정예배의 원형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 책은 단순한 예배 순서지가 아니다. 잃어버린 '가정의 제사장직'을 회복하고, 가정을 '작은 성소'로 세우기 위한 혁명적인 선언문이다.

2. '예배'가 아닌 '문화'로서의 접근

이 책의 가장 큰 탁월함은 가정예배를 지루하고 엄숙한 종교 의식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축제'로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1세기 가정예배 모델은 오감을 자극한다. 촛불의 따스함, 갓 구운 빵의 냄새, 달콤한 포도주, 맛있는 식사, 그리고 가족 간의 뜨거운 포옹과 축복이 있다. 많은 가정이 가정예배에 실패하는 이유는 '설교하고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가정예배는 '안식'과 '기쁨'이 핵심이다. 저자는 절기와 안식일의 신학적 배경을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는 율법적인 짐이 아니라 그분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기쁨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3. 아버지를 춤추게 하는 구체적인 매뉴얼

"가정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가이드북이다. 3부에서 제시된 '13단계 순서'는 막연했던 가정예배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아버지의 축복기도'와 '하브루타 토론'이다. 가부장적인 권위가 아닌, 자녀를 축복하고 섬기는 영적 권위자로서 아버지의 위치를 회복시켜 준다. 또한,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방식은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단절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성경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경험담처럼, 3~4개월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아이들이 먼저 예배 시간을 기다리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4. 1세기 뿌리, 21세기의 열매

어떤 이들은 유대인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율법주의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철저하게 이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유월절의 어린양을 예수 그리스도로, 빵과 포도주를 성찬의 의미로 승화시켰다. 이는 유대교의 껍데기를 입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뿌리 깊은 유산을 되찾는 과정이다. 실제로 이 책의 원리를 적용한 1,500여 가정의 변화된 사례는 이 방법론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함을 증명한다.

5. 모든 믿음의 가정을 위한 필독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1세기 교회, 가정예배》는 가정이 든든히 서야 교회가 살고, 다음 세대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장 강력하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부터, 장성한 자녀와 소통하기 원하는 중년의 부모, 그리고 교회 교육의 대안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필수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 우리의 식탁이 말씀과 빵, 그리고 사랑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천국 잔치'가 되기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