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목사에게』
목사들이 부르는 슬픈 사랑의 노래 (김영봉)
이 책은 공개를 전제로 한 사적인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적 페르소나 뒤에 감추어진 목회자들의 내밀한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김영봉 목사는 서문에서 한국 교회가 물량적 성공과 성장을 위해 복음의 본질을 왜곡했던 과거를 회개합니다
1부: 내 영혼의 스승들
1. 하용조 목사님께 소식을 전합니다 (조정민)
조정민 목사는 영적 스승인 고(故) 하용조 목사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그는 하용조 목사로부터 배운 "당신 자신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것"을 목회의 기초로 삼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2. 그리운 H 전도사님께 (김경은)
김경은 교수는 자신의 신앙적 멘토였던 H 전도사를 회상합니다. 중학교 시절 신학의 길을 권유받고, 기도의 맛을 알게 해 준 스승 덕분에 영성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자리에 서게 되었음을 감사합니다
3. 한 영혼을 위한 헌신을 알려 주신 옥한흠 목사님께 (고상섭)
고상섭 목사는 제자 훈련의 대가인 고(故) 옥한흠 목사를 추모하며, 그로부터 배운 '한 영혼에 미치는 광인(狂人)'의 철학을 되새깁니다
4. 복음을 가르쳐 준 스승, 팀 켈러 목사님께 (이정규)
이정규 목사는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설교와 저서를 통해 깊은 영향을 받은 팀 켈러 목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는 팀 켈러로부터 세 가지 핵심 교훈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첫째, 복음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삶에 적용하여 율법주의와 방종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2부: 아버지의 이름으로
5. 한 방향으로의 지속적인 순종: 목사 아버지가 목사 아들에게 (김영봉)
김영봉 목사는 목회의 길에 들어선 아들에게 선배이자 아버지로서 조언을 건넵니다. 그는 아들이 목회자로서 능력보다는 영성과 인격으로 존경받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6. 사랑하는 사위 범렬에게 (김형익)
김형익 목사는 사위이자 후배 목회자인 범렬에게 목회의 길을 '지뢰밭'에 비유하며 세 가지 주제를 나눕니다
3부: 한길 가는 순례자들
7. 어느 목삯꾼의 고백 (송인규)
송인규 교수는 자신을 '목삯꾼(목자+삯꾼)'이라 칭하며 솔직한 참회를 담아 후배에게 편지를 씁니다
8. 사랑하는 제자 남수호 목사에게 (송태근)
송태근 목사는 담임 목회를 시작한 제자에게 목회의 본질을 강조합니다. 목회자에게 인생의 우선순위는 오직 목회여야 하며, 성도들은 소모품이 아니라 섬겨야 할 대상임을 역설합니다
9. 자랑스러운 제자 김바나바 목사에게 (차준희)
차준희 교수는 제자 김바나바 목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격려합니다. 유학 시절의 어려움과 교수의 꿈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했던 제자의 모습을 칭찬합니다
10. 강 목사님 송별회를 마치고 (박영호)
박영호 목사는 동료 강 목사를 떠나보내며 그의 '수줍은 웃음'과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강 목사의 설교가 때로는 답답하고 불친절해 보였을지라도, 과장된 확신의 언어가 넘치는 시대에 오히려 성도들을 깊은 고민으로 이끄는 힘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는 목회자가 앞모습만 보여주려다 지치는 현실을 지적하며, 자신의 약함(등)을 보여줌으로써 성도들과 진정한 화해와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목양실은 사람들이 와서 울 수 있는 공간(티슈가 필요한 곳)이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11. 주 안에서 나의 동생, 우성균 목사에게 (김관성)
김관성 목사는 후임으로 교회를 맡게 된 우성균 목사에게 9가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남깁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 맨땅에 헤딩하는 사역을 통해 하나님만 의지할 것, 사람을 수단이 아닌 존재로 대할 것, 비참한 목회 현실도 영광의 재료임을 알 것, 눈치 보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Be yourself)로 목회할 것, 세련된 목회에 집착하여 문턱을 높이지 말 것,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본질에 집중할 것,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모두를 유일한 존재로 대할 것,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주님께 충성하는 것임을 알 것, 그리고 자신의 한계(수능 성적표)를 인정하고 겸손할 것
4부: 새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12. 목사 안수를 받는 믿음의 후배 J 목사에게 (김지철)
김지철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는 후배에게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상기시키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권면합니다
13. 개척을 시작하는 J 목사님에게 (이문식)
이문식 목사는 개척을 앞둔 동역자에게 목회자를 '하나님 나라의 서기관'으로 정의하며, 옛것(구약)과 새것(신약)을 자유자재로 꺼내오는 말씀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14. 목회의 길에 막 들어선 HB에게 (김형국)
김형국 목사는 한국 교회의 쇠퇴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목회자가 되는 후배에게 '아슬아슬한' 길임을 경고하면서도 축하를 보냅니다
15. 신학 공부를 시작하는 K에게 (조영민)
조영민 목사는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후배에게 세 가지 핵심 개념을 제시합니다. 첫째, '나력(裸力)'을 키우라. 배경과 지위를 제거하고도 하나님 앞에 홀로 설 수 있는 벌거벗은 힘을 길러야 합니다
[서평]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거룩한 연대
위기의 시대, 목회란 무엇인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신뢰도는 추락했고, 다음 세대는 교회를 떠나며, 목회자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전망 제로'의 시대에, 『목사가 목사에게』는 15명의 선배 목회자들이 후배들에게 띄우는 절절한 연서(戀書)이자 비망록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한 목회 매뉴얼이나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아픔,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본질에 대한 처절한 고백록이다. 김영봉 목사의 서문처럼, 이 책은 한국 교회의 성장주의 신화가 무너진 자리에서 부르는 "슬픈 사랑의 노래"이며, 동시에 다시 거룩한 교회를 꿈꾸는 이들의 "애가(愛歌)"이다
성공 신화의 해체와 본질로의 회귀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주제는 '성공주의의 배격'이다. 과거 한국 교회는 물량적 성장을 목회자의 능력으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큰 교회"가 아닌 "바른 목회"를 이야기한다. 조정민 목사는 제도가 되기 전의 교회를 꿈꾸며 사랑에 집중했고
목회자의 내면과 '나력(裸力)'
이 책은 목회 기술(Skill)보다 목회자의 존재(Being) 됨을 강조한다. 조영민 목사가 언급한 '나력(裸力)'은 이 책의 핵심을 찌르는 단어다. 배경과 지위를 다 제거하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섰을 때 남는 힘, 그것이 없으면 목회는 사상누각이다
고독한 순례길, 그러나 함께 걷는 길
목회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길이다. 김지철 목사는 야곱이 얍복강에서 홀로 하나님과 씨름했듯, 목회자는 결국 '단독자'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복음 앞에서
『목사가 목사에게』는 목회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질문과도 같다. 책을 덮으며 독자는 깨닫게 된다. 희망은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거대한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의 본질을 붙들고 한 영혼을 위해 울며 씨름하는 '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좁은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다. 비록 현실은 4년 동안 30cm밖에 자라지 않는 대나무처럼 답답해 보일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