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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열심』(박영선) 리뷰/요약

 


박영선 목사의 『하나님의 열심』: 믿음은 인간의 결단인가, 하나님의 설득인가

1. 믿음의 주체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박영선 목사의 『하나님의 열심』은 한국 교회에 깊이 뿌리 박힌 '인본주의적 신앙관'에 거대한 파문을 던진 책입니다.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욥, 다윗, 엘리야, 베드로, 바울—의 생애를 추적하며, 그들이 처음부터 '믿음의 영웅'이 아니었음을 밝혀냅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구원과 성화는 인간의 열심이나 자질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자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여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성경 인물들의 실패와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 빈틈을 메우고 완성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역설합니다.

2. 아브라함: 설득당하는 믿음의 여정

우리는 흔히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 부르며, 그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날 때부터 대단한 믿음의 소유자였을 것이라 착각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성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아브라함이 처음부터 믿음으로 출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갈대아 우르에서 우상을 섬기던 집안의 아들이었던 그는, 영광의 하나님이 나타나시자 얼떨결에 등 떠밀려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기근이 들자 애굽으로 도망치고, 아내를 누이라 속여 목숨을 부지하려 했던 그의 모습은 불신앙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찾아오셔서 설득하시고, 약속을 주시며, 때로는 침묵과 징계로 그를 다듬어 가셨습니다.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라는 고백은 인간의 의지적 결단이라기보다, 하나님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나온 항복에 가깝습니다. 결국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자리에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그를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열심 덕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생애는 '믿음이란 하나님이 우리를 설득하시는 작업'임을 보여줍니다.

3. 야곱: 져 주시는 하나님과 꺾이는 자아

야곱의 생애는 '선택(Election)'과 '간섭'의 교리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태어나기도 전, 선이나 악을 행하기도 전에 그를 택하셨습니다. 야곱은 '약탈자'라는 이름처럼 형의 장자권을 가로채고, 아버지를 속이며 자신의 힘으로 복을 쟁취하려 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택한 자를 방관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그를 벧엘에서 만나주시고, 하란에서의 고단한 훈련을 통해 그를 다루셨습니다. 야곱 인생의 절정은 얍복 나루 사건입니다. 환도뼈가 부러지면서까지 하나님과 씨름했던 야곱에게 하나님은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주십니다. 이는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이지만, 실상은 하나님이 져 주신 것입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듯,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가 항복하고 돌아오도록 져 주시며 그를 품으십니다. 야곱의 말년에 바로 왕 앞에서 자신의 험악한 세월을 고백하며 축복하는 모습은, 그가 더 이상 자신의 꾀를 의지하지 않고 전능자의 손을 힘입는 성숙한 신자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못난 자아를 꺾어서라도 기어이 복된 자리에 앉히시는 집념의 하나님이십니다.

4. 요셉: 고난을 통해 빚어지는 하나님의 섭리

요셉은 흔히 '꿈의 사람', '비전의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박영선 목사는 요셉을 '성숙과 영화(榮華)'의 모델로 제시합니다. 요셉의 고난은 그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형들의 시기, 보디발 아내의 모함, 술 맡은 관원장의 망각 등 억울한 시련을 연속으로 겪습니다. 시편 105편은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혼)은 쇠사슬에 매였으니"라고 묘사합니다. 요셉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다니는 수동태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하나님이 그를 '단련'하시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요셉을 통해 단순히 총리가 되어 잘 먹고 잘 사는 성공 스토리를 쓰려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를 생명을 구원하는 도구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빚어가셨습니다. 요셉이 나중에 형들을 용서하며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다"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며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온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5. 모세: 실패한 열정에서 온유한 순종으로

모세의 생애 전반 40년은 자신의 힘과 혈기로 민족을 구원해보려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살인과 도주였습니다. 미디안 광야에서의 40년은 그가 철저히 무력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를 부르셨을 때, 모세는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라고 끊임없이 거부하고 변명합니다. 이는 겸손이 아니라 패배감과 하나님에 대한 서운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고집 센 모세를 설득하고, 때로는 노를 발하시며 결국 애굽으로 보내십니다. 출애굽의 여정은 모세가 위대한 영웅이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붙들고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홍해 앞에서 "너희는 가만히 있어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고 외치던 모세, 그리고 신명기에서 오직 하나님만 사랑하라고 유언하던 모세는 하나님의 열심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6. 욥과 다윗: 고난의 신비와 은혜의 필연성

욥기는 인과응보의 법칙을 넘어선 고난의 신비를 다룹니다. 욥은 의인이었으나 고난을 당했습니다. 친구들은 그를 정죄했으나, 하나님은 욥이 옳다고 하시면서도 그에게 창조의 신비를 보여주십니다. 이는 신앙이 단순히 '복 받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심을 알고 그분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으나 밧세바 사건을 통해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이 사건은 인간의 본질적 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다윗은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라고 고백하며, 제사나 행위로는 씻을 수 없는 죄의 깊이를 깨닫습니다. 이를 통해 다윗(과 우리)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만이 살길임을, 그리고 장차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이 왜 필요한지를 처절하게 배우게 됩니다.

7. 베드로와 바울: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은혜

베드로는 예수님께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라고 장담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세 번 부인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를 찾아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며 관계를 회복시키십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진심이나 열정이 아니라, 자신을 아시는 주님의 사랑에 의지하여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것이 참된 사명자의 자세입니다. 바울은 예수 믿는 자를 핍박하던 '죄인 중의 괴수'였습니다. 그가 사도가 된 것은 그의 자격 때문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였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그를 꼬꾸라뜨리신 예수님은 그를 이방인의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나중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았기에, 자신의 동족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좋다고 고백할 만큼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진 자가 되었습니다.

8. 하나님의 열심이 우리의 소망이다

이 책은 성경 인물들의 위대함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하나님의 위대함을 세웁니다. 신자의 인생은 고단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대충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거룩한 자녀로 만들기 위해 징계하시고 훈련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우리의 구원과 성화는 변덕스러운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고, 실패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열심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좌절할 권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시작하신 일을 하나님이 반드시 이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평] 내 열심의 절망 끝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위대한 소망

완벽주의 신앙의 짐을 벗겨주는 복음의 정수

박영선 목사의 『하나님의 열심』은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한 획을 그은 책으로 평가받습니다. 1985년 초판이 발행된 이래 수십 년간 수많은 성도에게 읽히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책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짓누르던 '완벽주의'와 '인과응보적 신앙관'의 짐을 벗겨주기 때문입니다. 많은 신자가 성경의 인물들을 '영웅'으로 설정해두고, 자신을 그들과 비교하며 좌절합니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바쳤는데 나는 왜 이럴까?", "요셉은 유혹을 이겼는데 나는 왜 넘어질까?"라는 죄책감이 신앙의 기쁨을 앗아가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성경을 텍스트 그대로 읽어내며, 그들 또한 우리와 성정(性情)이 같은, 실수투성이의 인간이었음을 폭로합니다. 이 '폭로'는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안도와 위로를 줍니다. 그들을 만들어 가신 하나님이 지금 나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 가고 계신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열심'의 주체가 바뀔 때 일어나는 자유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신앙의 주체를 '나'에게서 '하나님'으로 옮겨 놓은 데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내가 믿는다", "내가 헌신한다"라는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공로 의식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신앙은 내가 하나님을 붙잡는 힘겨운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으시는 은혜의 견인임을 역설합니다.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입니다. 우리는 보통 '나의 열심'으로 하나님을 감동시켜 복을 받아내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복음은, 하나님이 당신의 열심으로 우리를 설득하고, 징계하고, 훈련하여 마침내 당신의 영광스러운 자녀로 빚어내신다는 것입니다. 이 주권의 이동(Shift of Sovereignty)이 일어날 때, 신자는 비로소 율법주의의 공포와 자기 연민의 늪에서 빠져나와 참된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고난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 '성화'

이 책은 고난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흔히 고난을 죄에 대한 형벌이나 믿음 부족의 결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야곱과 요셉, 욥의 생애를 통해 고난이 '성화(Sanctification)'의 필수 과정임을 변증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지 지옥에서 건져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자라게 하려 하십니다. 이를 위해 고난은 우리의 모난 자아를 깎고, 세상에 둔 소망을 끊어내며,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사랑의 채찍이 됩니다. 저자의 투박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아, 내가 지금 겪는 이 아픔이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증거가 아니라, 나를 만들고 계신 증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합니다. 이는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막연한 위로가 아닌, 신학적으로 단단한 소망을 심어줍니다.

현대 신앙인들에게 주는 시사점

오늘날에도 교회 안에는 '성공주의'와 '기복신앙'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성숙보다 눈에 보이는 성취를 중시하는 풍토 속에서, 『하나님의 열심』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웅변합니다. 그것은 어떤 업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격의 성숙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신자에게는 절망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의 운전대를 하나님이 잡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우리를 결국 완성된 자리로 이끌고 갈 것이라는 메시지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등불이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 인물 강해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오늘 나를 어떻게 사랑하시며, 내 인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러브레터'이자 '인생 사용 설명서'입니다.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