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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사람』(이재철) 리뷰/요약

 


이재철 목사의 《비전의 사람》: 야망을 넘어 참된 비전으로

1. 도서 개요 및 핵심 주제

《비전의 사람》은 이재철 목사가 장신대 신학대학원 신앙사경회에서 '섬김과 봉사'를 주제로 전한 설교를 바탕으로 집필된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설교집을 넘어, 한국 교회의 타락상을 예리하게 진단하고 사도 바울의 회심 과정을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비전'이 무엇인지를 역설합니다. 저자는 '눈먼 사람', '비늘 벗은 사람', '성전의 사람', '비전의 사람'이라는 네 가지 단계를 통해 성숙한 신앙인의 길을 제시합니다.


2. 챕터별 상세 요약

제1장: 눈먼 사람 (현존하는 미래와 타락한 종교)

1) 현존하는 미래로서의 청년 저자는 청년과 신학생을 '현존하는 미래'로 정의합니다. 미래는 청년들 속에 현재형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젊은이가 없던 시대는 없었음에도 사회와 교회가 부패하는 이유는,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부조리에 동화되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교회가 병들어 있을수록 청년들이 그 병리 현상을 극복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2) 고등종교의 타락 증세와 한국 교회 종교학적으로 고등종교와 하등종교의 차이는 '자기부인(Self-denial)'의 유무에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종교가 타락하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공통적인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 성직자의 급증: 자기부인이 사라진 성직은 매력적인 세속 직업이 되어 성직자가 급증합니다. 한국 교회 역시 신학생과 목회자가 넘쳐나지만, 정작 존경받는 스승은 드문 '홍수 속의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 종교기관의 급증: 급증한 성직자의 생계 유지를 위해 교회가 끊임없이 분열하고 개척됩니다. 이는 진리 추구가 아닌 생존을 위한 기관 확장에 불과합니다.

  • 신앙의 기복화: 성직자들은 교인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진리 대신 교인의 욕망에 부합하는 기복주의를 설파합니다. 하나님, 자기 자신, 돈 외에는 모르는 이기적인 신앙이 만연하게 됩니다.

  • 종교의 이해집단화: 종교가 진리의 수호자가 아닌 거대한 이익집단이 됩니다. 교회 세습, 세금 납부 거부,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집단행동 등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기적 집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줍니다.

3) 눈먼 사울의 열심 본문의 사울(바울)은 타락한 유대교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하나님을 향한 섬김이라 착각하고 크리스천을 핍박했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고 물으십니다. 사울은 다마스쿠스 도상에서 강렬한 빛을 보고 꼬꾸라지며, 사흘간 보지도 먹지도 못합니다. 이는 그동안 그가 보았던 세상, 그가 추구했던 삶이 무가치함을 깨닫고, 세상에 물든 눈을 폐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참된 비전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속적 가치에 대해 철저히 '눈먼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제2장: 비늘 벗은 사람 (하나님과 자아의 재발견)

1) 벗겨진 비늘과 하나님의 재발견 아나니아의 안수로 사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집니다. 이 비늘은 하나님을 가리고, 자기 자신을 가리며, 진리를 왜곡하던 장막이었습니다. 비늘이 벗겨진 후 바울은 하나님을 새롭게 인식합니다.

  • 현존자 하나님: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삶의 현장에 함께 계시는 분입니다. 떼제 공동체나 특정 장소에서만 하나님을 찾는 것은 현존자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 영원자 하나님: 눈에 보이는 현세가 아닌 보이지 않는 영원을 추구해야 합니다. 현세주의적 성공(록펠러, 카네기 등)을 축복으로 오해해서는 안 되며, 영원한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 전능자 하나님: 창조주 하나님은 '없음'에서 '있음'을 만드시는 분입니다. 바울은 유라굴로 광풍 속에서도 전능자를 믿었기에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 절대자 하나님: 하나님은 당신의 절대 주권으로 사람을 선택하고 쓰십니다. 목회의 크기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절대자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 심판자 하나님: 기독교의 요체는 의(바른 관계), 절제, 심판입니다. 심판(셈하심)을 믿는 자만이 삶을 방탕하게 살지 않고 절제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평등이 아닌 '공평(심은 대로 거두게 하시는)'의 하나님입니다.

  • 임마누엘 하나님: 예수님은 인간을 섬기러 오신 하나님입니다. 군림하는 성직자가 아니라, 낮은 곳에서 섬기는 '종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2) 자아의 재발견: 사울에서 바울로 비늘이 벗겨지자 그는 '큰 자(사울)'라는 교만을 버리고 '작은 자(바울)'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화물'이나 '쓰레기'에 불과함을 깨닫고,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의미를 찾는 존재로 거듭난 것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인생은 오직 주님 안에 거할 때만 가능합니다.

제3장: 성전의 사람 (움직이는 성전으로의 삶)

1) 건물 성전의 종말 예수님은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질 것을 예언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특정 건물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전 건축의 참된 의미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의 교제를 통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성전 자체를 우상화했습니다.

2) 움직이는 성전(Portable Temple) 참된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모신 '사람'입니다. 우리 각자가 움직이는 성전이 되어야 합니다. 성전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법궤(말씀): 심령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말씀의 절대성을 신뢰하고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내면을 채워야 합니다. 신학 지식이 아니라 말씀 자체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 금촛대(성령의 조명): 말씀은 성령의 조명이 없으면 지식에 불과합니다. 성령 충만은 감정적 흥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호흡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 분향단(기도): 기도는 내 욕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하나님께 붙들어 매는 것입니다. 묵상의 기도, 침묵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내면의 정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 진설병(사랑과 포용): 성전에는 떡(진설병)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타인을 위한 넉넉한 마음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 심지어 원수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기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인류애를 실천하는 헬라파 유대인과 같은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제4장: 비전의 사람 (야망과 비전의 구별)

1) 비전이란 무엇인가? 성경은 "묵시(비전)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고 합니다. 비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통찰력이며, 미래의 자신을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그러나 많은 크리스천들이 비전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 비전은 꿈(Dream/망상)이 아닙니다: 꿈은 책임이 따르지 않는 공상일 수 있지만, 비전은 구체적인 행동과 책임을 수반합니다.

  • 비전은 야망(Ambition)이 아닙니다: 야망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성취될수록 타인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전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살립니다.

2) 비전의 실체와 요셉, 바울의 예 흔히 요셉을 '꿈의 사람'이라 하며 비전의 모델로 삼지만, 요셉의 꿈(해와 달이 절하는 것)은 그의 비전이 아니었습니다. 요셉은 노예 생활과 감옥 생활이라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비전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이 그를 통해 인류 구원의 비전을 이루셨습니다. 바울 역시 회심 직후부터 로마 선교의 비전을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20여 년간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며 하나님께 순종했을 때, 하나님께서 그를 로마로 이끄셨습니다.

3) 비전의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세

  • 현장의 중요성: 비전은 허공이 아닌 '지금, 여기'의 삶의 현장에서 주어집니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모자이크해 나갈 때 하나님의 큰 그림이 완성됩니다.

  • 지닌 것의 소중함: 자신의 외모, 환경, 가진 재능(물맷돌, 땅콩 한 줌 등)이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도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열등감 대신 감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 자기 세계의 확장: 영성을 깊게 하고, 만남의 폭을 넓히며, 지리적 세계관을 확장해야 합니다. 또한 언어(표현력)와 지성을 길러 하나님의 진리를 정확히 담아내는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 이성적 신앙: 뜨거운 피(감정)가 아닌 뜨거운 심령(이성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맹신이 아니라 지각을 사용하여 선악을 분별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 결과로부터의 자유: 자신의 사역의 결과를 생전에 보려 하지 말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나가노 목사가 평생 한 명의 회심자(가가와 도요히코)를 얻었으나 그를 통해 위대한 역사가 일어난 것처럼, 우리는 과정에 충실하고 결과는 영원 속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서평] 무너진 한국 교회를 향한 예언자적 외침

1. 왜 다시 이재철인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 교회의 세습,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기복 신앙의 만연함은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이재철 목사의 《비전의 사람》은 마치 구약 시대 선지자의 외침처럼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20여 년 전의 설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 더욱 시의적절하며 강력한 울림을 준다. 저자는 단순히 '비전을 가져라'고 부추기는 자기계발서식 설교를 거부하고, 철저한 자기 파괴와 하나님 중심의 재건축을 요구한다.

2. 야망을 비전으로 포장한 시대를 고발하다

가. '성공'이라는 우상 타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교회 안에 만연한 '성공 지상주의'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 교회가 '비전'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탐욕스러운 '야망'을 부추겨 왔음을 지적한다. 요셉의 꿈을 출세의 보증수표로 해석하는 왜곡된 설교들을 비판하며, 요셉이 총리가 된 것은 그의 야망 때문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 자체를 비전으로 삼고 성실히 살아낸 결과임을 명확히 한다. 이는 "예수 믿고 성공하자"는 구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참된 신앙의 본질이 '성취'가 아닌 '순종'과 '성실'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나. 움직이는 성전, 건물을 넘어 사람으로 저자는 벽돌로 지은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이 곧 성전임을 강조한다. 이는 예배당 건축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법궤(말씀), 금촛대(성령), 분향단(기도), 진설병(사랑)을 내면에 갖춘 '움직이는 성전'으로서의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교회 건물도 무너질 바벨탑에 불과하다는 경고는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가 뼈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특히 진설병을 '타인을 위한 넉넉한 공간'으로 해석하며 배타성을 버리고 이웃을 포용하라는 메시지는 분열된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다. 맹신을 넘어 지성적 영성으로 이재철 목사는 '무조건 믿으라'는 맹신을 거부한다. 그는 "이성을 십자가에 못 박지 말고, 이성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고 촉구한다. 피가 뜨거운 감정적 흥분 상태가 아니라, 심령이 뜨거운 '이성적 신앙'이야말로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임을 역설한다. 이는 지성을 혐오하고 감성에만 호소하는 일부 부흥회식 신앙 행태에 대한 대안이자, 기독교가 반지성주의가 아닌 고도의 지성적 토대 위에 서야 함을 보여주는 탁월한 통찰이다.

3. 참된 비전의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비전의 사람》은 읽는 내내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의 신앙이 얼마나 기복적이었는지, 우리의 비전이 얼마나 세속적 야망에 불과했는지를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 끝에는 자유가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최고의 비전임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 강박'에서 벗어나 '참된 사명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책은 목회자 지망생뿐만 아니라,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권하고 싶은 필독서다. 사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졌듯,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눈을 가린 탐욕과 왜곡된 신앙의 비늘이 벗겨지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을 이용해 내 꿈을 이루려 하지 말고, 하나님을 나의 비전으로 삼아 그분의 뜻이 나를 통해 흘러가게 하라. 이것이 바로 이재철 목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비전의 사람'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