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r

6/recent/ticker-posts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지성) 리뷰/요약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자유를 향한 목숨 건 탈북 로드와 북한 인권의 실체

1. 왜 1만 킬로미터인가?

《1만 킬로미터》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이 지난 5년 동안 북한 인권 운동가 '수퍼맨' 목사와 함께하며 목격한 탈북 인권의 현장을 기록한 책입니다. 제목인 '1만 킬로미터'는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닿기까지 거쳐야 하는 거리를 상징합니다. 이 여정은 북한에서 시작하여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정글과 메콩강을 건너, 태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죽음의 레이스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관찰기를 넘어, 우리가 외면해왔던 북한 주민과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발하고,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작가는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수퍼맨 목사와 함께 암살 위협과 체포의 공포가 도사리는 현장으로 뛰어들며, '행동하는 지성'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2. '북한의 쉰들러' 수퍼맨 목사

이 책의 중심에는 '수퍼맨'이라 불리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5년 이상 4천 명이 넘는 탈북인을 구출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탈북인을 구한 인권 운동가입니다.

2.1. 사업가에서 북한 선교사가 되기까지

수퍼맨 목사는 본래 운동권(주사파) 출신이었으나 전향 후 신학을 공부하고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섬유 무역업으로 성공하여 중국에 진출했던 그는, 베이징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도우며 북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연길로 갔다가 '고난의 행군' 시기 굶주림을 피해 넘어온 탈북 꽃제비들의 참혹한 현실과 얼어 죽은 시신들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사업가의 길을 포기하고 두만강 변에서 탈북인들을 먹이고 입히며 복음을 전하는 북한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2.2. 수퍼맨이라 불리는 이유

그가 '수퍼맨'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사람을 구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탈북인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 북송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처럼 그들을 빼내어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 보위부의 납치 위협을 여섯 번이나 넘겼고, 중국과 태국 감옥에 세 번이나 수감되었으며, 총과 칼에 맞는 테러를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3. 방관자에서 행동가로

작가 이지성은 처음부터 북한 인권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나 제3세계 빈민촌에 학교를 짓는 등 국제 구호 활동에는 적극적이었지만, 북한 문제는 애써 외면하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탈북 청년 J의 소개로 수퍼맨 목사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뀝니다.

3.1. 단둥에서의 첫 경험과 충격

수퍼맨의 제안으로 떠난 중국 단둥 여행은 작가에게 충격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신분을 세탁하고 숨어 사는 탈북 노부부를 만났고, 그들의 불안과 공포를 목격했습니다. 특히, 꿈속에서 예수를 만나고 중국 지하교회 리더가 되었다는 할머니의 간증은 이 일이 단순한 인권 운동을 넘어선 영적 전쟁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3.2. 메콩강의 호흡곤란과 트라우마

작가는 수퍼맨과 함께 태국 메콩강 구출 현장에 동행합니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 배를 타고 넘어오는 탈북인들을 기다리는 순간, 그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호흡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탈북인들에게서 나는 '자유의 냄새'(오랫동안 씻지 못한 체취)를 맡으며, 그는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실재적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4. 탈북 로드의 실상: 1만 킬로미터의 지옥도

책은 탈북 과정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인권적인지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 인신매매의 굴레: 탈북 여성의 90% 이상은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됩니다. 두만강을 넘자마자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중국 오지의 나이 많은 남자나 장애인에게 팔려가 강제 결혼을 당하거나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습니다.

  • 브로커의 세계: 탈북 로드는 국제 범죄 조직과 연결된 브로커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들은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며, 때로는 이중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탈북인을 신고하기도 하는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수퍼맨은 이런 범죄 조직을 통솔하며 생명을 구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 강제 북송의 공포: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 북송됩니다. 북송된 탈북인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고문당하거나 처형당합니다. 이것이 탈북인들이 목숨을 걸고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이유입니다.

5. 북한 인권의 불편한 진실과 한국 사회의 무관심

이지성 작가는 책을 통해 한국 사회와 교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위선적인지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5.1. 가짜 평화와 침묵하는 지식인들

작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평화 쇼'와 북한 정권에 대한 맹목적인 유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 없이는 불가능함에도,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평화 파괴 행위'로 매도했다고 지적합니다.

5.2. 한국 교회의 위선

한국 교회는 세계적인 선교 대국이지만, 정작 북한 선교에는 소극적이거나 잘못된 방식(평양의 특권층을 위한 지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평양 봉수교회 등이 김일성 우상화를 위한 가짜 교회임을 지적하며, 한국 교회가 북한의 지하 성도들과 탈북인들의 고통에 눈감고 있음을 통탄합니다.

5.3. 북한 인권 단체의 민낯

작가는 수퍼맨 목사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북한 인권 운동계의 어두운 이면도 폭로합니다. 후원금을 횡령하거나, 브로커에게 속아 실적을 부풀리거나, 거짓 간증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부 단체와 사역자들의 실태를 고발하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 코로나19 팬데믹과 닥쳐온 재앙

코로나19는 탈북 로드에 재앙을 가져왔습니다. 국경이 봉쇄되면서 탈북 비용은 10배 이상 치솟았고, 기존의 구출 루트는 모두 막혔습니다.

  • 중국 내 감시 강화: 중국이 방역을 핑계로 탈북인 색출을 강화하면서 수많은 비밀 쉼터가 발각되고 탈북인들이 체포되었습니다.

  • 일꾼들의 이탈: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생계가 막힌 현장 일꾼들이 떠나면서 구출 조직이 붕괴 위기에 처했습니다.

  • 수퍼맨의 고군분투: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수퍼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며, 굶주리는 북한 고아와 꽃제비들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7. 탈북인은 '미리 온 인류 평화'

작가는 탈북인들을 '미리 온 통일'을 넘어 '미리 온 인류 평화'라고 정의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깨어나 자유와 인권을 요구하고, 중국 내 탈북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는 날, 북한 정권과 중국 공산당의 폭압적 체제는 변화할 것이며, 이는 곧 세계 평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1만 킬로미터》는 단순한 고생담이 아닙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인권 유린의 현장에 대한 증언이며,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사람들에 대한 헌사입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들의 죽음과 고통 앞에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서평] 자유를 위한 대가, 그리고 우리의 의무

충격과 전율, 그리고 부끄러움

이지성 작가의 《1만 킬로미터》를 덮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깊은 부끄러움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면서, 같은 민족이 겪고 있는 지옥 같은 현실을 '정치적 이슈'나 '불편한 이야기'로 치부하며 외면해왔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의 양심을 정면으로 타격한다.

'수퍼맨'이라는 실존하는 영웅

이 책의 서사는 '수퍼맨'이라 불리는 한 목사의 초인적인 헌신을 축으로 돌아간다. 4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그의 기록은 숫자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총에 맞고, 칼에 찔리고, 감옥에 갇히면서도 다시 사지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은 종교적 신념을 넘어선 숭고한 인류애를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미국으로 떠날 수 있음에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그는 자신이 만든 조직과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세우지 않고 철저히 그림자로 남기를 원한다. 이는 명예욕과 후원금에 눈이 먼 일부 '가짜' 인권 운동가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진정한 헌신이 무엇인지 웅변한다.

무너진 정의와 한국 사회의 위선

작가는 좌우를 막론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 사회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평화'라는 미명 아래 북한 정권의 폭압을 묵인하고, 탈북인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지식인들의 태도는 '인권'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6.25 전쟁 국군포로들이 북한에서 노예 노동을 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거나, 자력으로 탈출해 돌아와서도 냉대받는 현실은 대한민국이 국가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우리가 외면한 인권 영웅"이라는 표현은 뼈아프다. 김동식 목사와 같이 순교한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행동하는 지성, 이지성의 변모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작가로 정점에 섰던 이지성 작가가 왜 자신의 커리어와 안락한 삶을 위협받으면서까지 이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는지, 책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는 단순히 관찰자로 남지 않았다. 자신의 인세와 강연료를 털어 구출 자금을 대고, 직접 메콩강 정글을 누비며 탈북인을 업고 뛰었다. 그의 변화는 "꿈은 꿈대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의 지론이 단순히 개인의 성공을 넘어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독자들에게 '앎'은 곧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책

《1만 킬로미터》는 불편한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봉쇄된 국경 안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과, 중국에서 노예처럼 팔려 다니는 탈북 여성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그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가 당신의 1만 킬로미터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유의 가치를 아는가? 그리고 그 자유를 위해 목숨 건 1만 킬로미터를 걸어온 이들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