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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 - 신성결혼이 부활로 이어진 인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원구) 리뷰/요약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 - 신성결혼이 부활로 이어진 인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원구)


이원구 저자의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는 성경의 핵심 이야기, 즉 천지창조, 노아의 홍수, 에덴동산, 그리고 신의 부활 사상이 히브리 민족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수천 년 앞선 수메르 신화의 '모방' 또는 '표절'임을 주장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20년간의 오리엔트 신화 연구를 바탕으로 ,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의 부활이 수메르의 신년축제에서 '신성결혼' 의식을 통해 매년 부활했던 두무지 왕의 신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추적합니다.

이 책은 수메르 문명의 발굴 과정, 종교관, 죽음의식을 상세히 탐구하며 히브리 신화와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는 대중적인 안내서입니다.

📜 신성결혼과 부활의 기원

저자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성결혼이 부활로 이어진 이야기' 를 책의 중심 논지로 삼습니다.

  • 수메르의 신성결혼 (Sumerian Sacred Marriage): 저자는 기독교 부활 사상의 원형을 수메르의 '신성결혼' 의식에서 찾습니다. 이는 왕이 여사제와 성적인 결합을 통해 자연의 풍요와 왕권의 갱신을 기원하던 신년축제였습니다.

  • 두무지의 부활 (The Resurrection of Dumuzid): 이 의식의 목적은 사랑의 여신 인안나의 욕정을 충족시키고, 저승에 간 그녀의 남편 두무지 왕을 부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예수 부활과의 연결 (Link to Jesus's Resurrection): 저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가 바로 이 두무지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 수메르의 자연 순환 사상이 기독교의 부활 신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 책의 주요 내용 요약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메르 문명의 기원부터 히브리 신화에 끼친 영향까지 체계적으로 탐구합니다.

1부. 수수께끼의 종족 수메르

1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굴 과정과 쐐기문자 해독의 역사를 다룹니다. 특히 '수메르 왕명록'을 통해 신화로만 여겨졌던 왕들의 실존을 확인하고,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노아의 홍수' 이야기의 원형을 발견하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2부. 수메르 문명의 원동력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메소포타미아에 정착하며 신석기 혁명을 이룬 과정을 탐구합니다. 농경, 목축, 마을 건설 이 문명의 기반이 되었으며, 쟁기, 바퀴, 문자 등의 '위대한 기술' 과 인도까지 이어진 교역망 이 수메르 문명을 이끈 원동력이었음을 밝힙니다.

3부. 히브리의 신화와 수메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히브리 신화가 수메르 신화를 어떻게 차용했는지 직접 비교합니다.

  • 노아의 홍수: 『길가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홍수 이야기(지우수드라, 우트나피쉬팀)가 '노아의 홍수' 이야기의 원형이며, 히브리인들이 이를 표절했음을 주장합니다.

  • 천지창조: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시」와 수메르의 「에리두 창세기」가 히브리의 천지창조 이야기를 모방한 원전(原典)이라고 분석합니다.

  • 십계명: 모세의 「십계명」 역시 수메르의 잠언집인 「슈루팍의 가르침」과 같은 고대 법전들을 편집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4부. 수메르의 종교

수메르 종교의 기원을 죽음의식에서 찾으며 , 도시가 신전을 중심으로 발전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신의 뜻을 알기 위한 종교 기술로 접신(신내림), 꿈의 해석 , 그리고 간점(동물의 내장 점), 주문, 점성술 등 물리적 기술을 소개합니다. 또한, 정치적 세력에 따라 변동하는 '신들의 위계질서'를 탐구합니다.

5부. 신들의 창조활동

수메르의 주요 신들이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는지 신화를 통해 살펴봅니다. 엔릴 신은 달과 저승신을 창조하고, 엔키 신은 점토로 인간을 만듭니다. 특히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인안나가 저승으로 내려가 남편 두무지를 다시 살려내는 신화 는 '부활' 사상의 핵심 근거로 제시됩니다.

6부. 수메르인의 죽음의식

저자는 수메르 종교의식을 '죽음의 테크닉'으로 규정합니다. 사제들은 환각식물을 사용하여 샤먼의 '하계 여행'과 '하늘 여행'을 실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승에서 돌아온 왕' (두무지)의 부활 신화가 탄생했으며 , 히브리의 에덴동산(천국)과 무덤(저승)이라는 두 가지 내세관 역시 수메르에서 비롯되었음을 논증합니다.


🖋️ 서평: 신화의 뿌리를 파헤치는 도발적 탐사

이원구 저자의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는 신학 및 고대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거대한 지적 충격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크레이머 교수의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를 읽고 느낀 충격, 즉 성경의 핵심 내용이 "수메르 신화의 모방 내지는 표절이라는 점" 을 20년간의 연구를 통해 집대성하여 독자에게 고스란히 돌려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신성결혼이 부활로 이어진다' 는 명확하고 도발적인 단일 테마를 향해 고고학, 신화학, 종교사를 일관되게 직조해 나가는 힘에 있습니다.

저자는 수메르 문명의 발굴과 쐐기문자 해독이라는 고고학적 사실에서 출발하여, 히브리 신화와의 구체적인 비교로 나아갑니다. '노아의 홍수'가 『길가메시 서사시』와 일치하는 것을 '표절' 로, '십계명'이 「슈루팍의 가르침」과 유사한 것을 '편집' 으로 규정하는 저자의 단호한 어조는, 기존의 신앙적 관점을 근본부터 뒤흔듭니다.

특히 이 책의 백미는 '부활'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사실은 자연의 순환(겨울의 죽음과 봄의 소생)을 기원하며 매년 부활했던 수메르의 목자신 두무지(Dumuzid)의 신화 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두무지의 부활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왕과 여사제가 벌인 '신성결혼' 의식 이었다고 연결 짓습니다.

이는 단순히 신화의 유사성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죽음'이라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해 낸 '죽음의 테크닉'(종교의식) 이 어떻게 수천 년에 걸쳐 정교화되고 변용되어 현대 종교의 뿌리가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가 6부(수메르인의 죽음의식)에서 샤먼의 환각식물 사용, 저승 여행, 포틀래치(증여 의식) 등을 분석하며 죽음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저자 스스로 "전문적인 학술서적이라기보다... 대중적인 안내서" 라고 밝히듯, '표절'이나 '모방'과 같은 단정적인 용어 사용은 학술적인 엄밀함보다는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사(修辭)로 읽힐 수 있습니다.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는 우리가 신성하고 유일한 것이라 믿어왔던 이야기들의 더 오래된 '원형'을 보여줌으로써, 신화와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고대 근동의 역사, 비교 신화학,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믿는 신앙의 인문학적 뿌리를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