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세계사』: 단어 하나에 숨겨진 인문학의 세계 (김동섭 저)
하루 3분 세계사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요약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의 어원을 추적하며, 그 속에 담긴 서양의 역사, 문화, 신화,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학 교양서입니다. 총 6개의 챕터, 100개의 키워드를 통해 고대 로마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CHAPTER 1. 상식을 키워주는 단어 이야기: 익숙한 단어의 낯선 유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만 그 유래를 잘 몰랐던 단어들을 통해 중세 유럽의 생활상과 문화를 엿봅니다.
토너먼트(Tournament): 오늘날 스포츠 경기 방식을 뜻하는 토너먼트는 중세 기사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벌인 '마상 시합'에서 유래했습니다. 프랑스어 '투르누아(tournoi)'에서 왔으며, '돌다(turn)'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당시 기사들은 1대1 대결뿐만 아니라 집단 전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이는 십자군 전쟁 이후 할 일이 없어진 기사들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창구였습니다.
테니스(Tennis): 테니스는 프랑스 왕실의 공놀이 '죄드 폼(Jeu de paume)'에서 유래했습니다. 서브를 넣을 때 "공 받으세요!(Tenez!)"라고 외치던 것이 영어 'Tennis'가 되었습니다. 점수 체계인 15, 30, 40은 60진법을 쓰는 시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며, 0점을 뜻하는 '러브(Love)'는 달걀(l'oeuf) 모양에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비박(Bivouac): 등산 용어로 알려진 비박은 원래 군대 용어입니다. 독일어/프랑스어 어원으로 '이중으로 경계를 서다'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군대가 야영하며 경계 근무를 서던 것에서 비롯되어 현재는 텐트 없이 야영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좋다(Nice): '멋지다'는 뜻의 Nice는 13~14세기에는 '멍청한', '나태한' 등의 부정적 의미였습니다. 라틴어 '무지한(nescius)'에서 유래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세심한', '다루기 힘든'을 거쳐 18세기 이후 긍정적인 의미로 정착했습니다.
남자(Man)와 여자(Woman): 고대 영어에서 남자는 'wer', 여자는 'wif'였습니다. 'Man'은 본래 남녀를 통틀어 '사람'을 뜻했습니다. 남자를 뜻하는 'wer'는 사라지고(werewolf 등에만 흔적), 무기를 든 사람을 뜻하는 'wæpman'이 변형되어 남자를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wif(아내/짜다)'와 'man'이 합쳐져 'woman'이 되었습니다.
남편(Husband): 집(hus)과 주인(band)이 합쳐진 말로 '집주인'을 뜻합니다. 반면 헨리(Henry)나 하인리히(Heinrich)도 '집안의 통치자'라는 뜻을 담고 있어 남편과 유사한 어원을 가집니다.
아침 식사(Breakfast): 밤새 이어진 단식(Fast)을 깬다(Break)는 의미입니다. 중세에는 귀족들이 늦게까지 연회를 즐기고 늦잠을 잤기에 아침 식사라는 개념이 희박했으나, 일찍 일어나 일해야 했던 노동자(앵글로색슨족)들에게는 필수적인 식사였습니다. 점심(Lunch)도 영어 기원이지만, 저녁(Dinner/Supper)은 프랑스어 기원인 것도 계급적 식사 문화를 보여줍니다.
블루투스(Bluetooth): 무선 통신 기술 블루투스는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바이킹 왕 '하랄드 1세'의 별명입니다. 그가 블루베리를 좋아해 이가 파랗게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기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별명을 따왔으며, 로고 역시 룬 문자의 조합입니다.
스위트룸(Suite room): '달콤한(Sweet)' 방이 아니라 '이어져 있는(Suite)' 방을 뜻합니다. 거실, 침실 등이 연결된 객실을 의미합니다. 정장(Suit)이나 소송(Lawsuit) 역시 '따라가다', '한 벌로 이어지다'는 프랑스어 어원(suivre)을 공유합니다.
모기지론(Mortgage loan): 주택 담보 대출을 뜻하는 모기지는 프랑스어 '죽음(Mort)'과 '담보(Gage)'의 합성어입니다. 중세 시대 영주들이 십자군 원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던 '죽음의 서약(갚을 때까지 영원한 빚)'에서 유래했습니다.
카니발(Carnival): '고기여 안녕(Carne vale)'이라는 뜻입니다. 부활절 전 40일간의 금욕 기간(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마음껏 고기를 먹고 즐기던 축제에서 유래했습니다.
손수건(Handkerchief): 원래는 머리를 덮는 천(Kerchief)이었으나 손(Hand)에 들고 다니며 코를 푸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중세에는 옷소매나 모자로 코를 푸는 것이 비위생적이라 여겨져 귀족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로피(Trophy): 고대 그리스인들이 전쟁 승리 후 적의 무기를 모아 세운 기념물 '트로파이온'에서 유래했습니다. 승리의 전리품이라는 뜻이 강합니다.
메이데이(Mayday): 노동절(5월 1일)과 무관합니다. 프랑스어 "나를 도와주세요(Venez m'aider)"의 뒷부분 '메데(m'aider)'가 영어식 발음인 '메이데이'로 굳어진 항공 구조 신호입니다.
자비(Mercy): 프랑스어 '감사(Merci)'와 어원이 같습니다. 중세 결투에서 패배한 기사가 승리한 기사에게 목숨을 구걸하며 외치던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귀족(Lord)과 귀부인(Lady): Lord는 고대 영어로 '빵을 지키는 사람(hlafweard)', Lady는 '빵을 반죽하는 사람(hlafdige)'에서 유래했습니다. 식량을 통제하는 자가 곧 권력자임을 보여줍니다.
물건(Thing): 바이킹 사회에서 자유민들이 모여 분쟁을 해결하던 의회(Thing)에서 유래했습니다. 의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이나 '사건'을 뜻하다가 점차 추상적인 '것', '물건'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돼지고기(Pork): 살아있는 돼지는 Pig(영어계)지만, 요리된 고기는 Pork(프랑스어계)입니다. 이는 1066년 노르만 정복 이후, 돼지를 키우는 피지배층(앵글로색슨)은 영어를, 요리된 고기를 즐기는 지배층(노르만 귀족)은 프랑스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Cow/Beef, Sheep/Mutton 등도 동일)
벌금(Fine): '끝(Fin)'이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분쟁을 끝내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라는 의미에서 벌금이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CHAPTER 2. 역사의 흔적을 품은 단어들: 민족 이동과 전쟁의 기록
단어 속에 남아 있는 민족 간의 갈등, 정복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 교류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부르주아(Bourgeois): 성(Bourg)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중세 시대 성곽 도시에 거주하던 상공인 계층을 의미하며, 근대에 들어 자본가 계급을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프렌치 키스(French kiss): 영국과 프랑스의 오랜 앙숙 관계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영국인들은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예의 없는 행동에 'French'를 붙였고(예: French leave - 무단 조퇴), 프랑스인들은 반대로 'English'를 붙여 서로를 비하했습니다.
여행(Travel): 고통이나 고문을 뜻하는 프랑스어 'Travail'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세 시대의 여행은 도적과 맹수의 위협,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고문만큼이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셰프(Chef): '머리(Head)'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주방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며, 영어의 Chief(추장, 최고위자)와 어원이 같습니다. 'Achieve(성취하다)' 역시 '머리(끝)에 도달하다'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밀가루(Flour): 꽃(Flower)과 어원이 같습니다. 곡식의 가장 좋은 부분(정수)을 '꽃'에 비유하여 불렀던 것이, 곱게 빻은 밀가루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양파(Onion): 하나로 통합됨을 뜻하는 'Union'과 어원이 같습니다. 양파 껍질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모습에서 유래했습니다.
드레스(Dress): '똑바로 세우다', '준비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dresser'에서 왔습니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조여 입어야 했던 귀족 여성의 옷을 의미합니다. 샐러드 드레싱(Dressing)은 음식을 정돈하는 것, 주소(Address)는 사람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배너(Banner): 영주가 봉신을 소집하는 포고령 'Ban'에서 유래했습니다. 소집 때 사용하던 깃발을 뜻합니다. 인터넷 배너 광고는 이 깃발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역할을 합니다.
정오(Noon): 원래는 오후 3시(제9시, Nones)를 뜻했습니다. 중세 수도사들이 오후 3시까지 금식하고 기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기도 시간을 앞당기면서 점심 먹는 시간(Noon)이 12시로 당겨졌습니다.
얼굴(Face): 영어 고유어 대신 프랑스어 'Face'가 정착된 사례입니다. 노르만 정복 이후 고급 어휘나 추상적 개념은 프랑스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리무진(Limousine): 프랑스 리무쟁(Limousin) 지방의 목동들이 입던 비를 피하는 헐렁한 망토에서 유래했습니다. 마차나 자동차의 운전석과 뒷좌석이 분리되고 덮개가 있는 형태가 이 망토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계절(Season): '씨를 뿌리다(sow)'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봄(Spring)은 싹이 트는 것, 여름(Summer)은 한 해/세월, 가을(Autumn)은 수확/증가, 겨울(Winter)은 습한 계절을 의미하는 어원적 배경을 가집니다.
이야기(Story)와 역사(History): 본래 라틴어 'Historia'에서 유래한 같은 말이었으나, 14세기에 'History'가 사실적 기록(역사)의 의미로 부활하면서 'Story'는 허구적 이야기로 의미가 축소되었습니다. 'Story'는 건물의 '층'을 뜻하기도 하는데, 중세 건물 창문에 성경 이야기를 그려 넣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왕실(Royal): 왕을 뜻하는 형용사로 영어 고유어 'Kingly'보다 프랑스어계 'Royal', 라틴어계 'Regal'이 더 격식 있고 고급스러운 단어로 쓰입니다. 이는 영국의 피지배 역사를 반영합니다.
보증(Guarantee): 윌리엄(William)의 프랑스식 이름이 기욤(Guillaume)입니다. 같은 어원이나 지역 방언 차이로 인해 영어에서는 W로 시작하는 단어(Warranty, Ward)와 G로 시작하는 단어(Guarantee, Guard)가 공존하며 미세한 의미 차이를 가집니다.
배달(Delivery): '해방시키다(Liberate)'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물건을 창고에서 풀어주거나, 산모가 아이를 뱃속에서 해방시키는(출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CHAPTER 3. 라틴어는 살아 있다: 서양 문명의 뿌리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가 현대 영어와 서양 문화 전반에 남긴 깊은 흔적을 탐구합니다.
1월(January): 로마의 문을 지키는 신 '야누스(Janus)'에서 유래했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달입니다. 원래 로마 달력은 3월(Martius, 전쟁의 신 마르스의 달)부터 시작했으나, 나중에 1월과 2월이 추가되었습니다.
왕자(Prince):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선호한 호칭 '프린켑스(Princeps, 제1시민)'에서 유래했습니다. 황제라는 거창한 칭호 대신 시민의 대표를 자처했던 그의 정치적 감각이 엿보입니다.
이름(Name): "이름이 곧 징조다(Nomen est omen)"라는 라틴어 격언처럼 서양에서 이름은 그 사람의 본질을 나타냅니다.
돈(Money): 로마의 여신 '유노 모네타(Juno Moneta)' 신전에서 화폐를 주조했기 때문에, 여신의 별명인 '모네타'가 돈(Money)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Mint(조폐국)' 역시 같은 어원입니다.
비디오(Video): 라틴어로 '나는 본다(Videre)'라는 동사의 1인칭 현재형입니다. 오디오(Audio)는 '나는 듣는다', 볼보(Volvo)는 '나는 구른다'라는 뜻입니다. 서양의 많은 브랜드가 라틴어 동사 변화형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만세(Ave): 로마인들의 인사말입니다. "아베 마리아(Ave Maria)"는 마리아를 찬양하는 인사이며, 검투사들이 황제에게 "아베 카이사르(Ave Caesar)"라고 외치던 인사말이기도 합니다.
탤런트(Talent): 고대 무게 및 화폐 단위인 '달란트(Talentum)'에서 유래했습니다. 성경의 비유를 통해 신이 주신 '재능'이라는 의미로 발전하여 오늘날 연예인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열정(Passion): 원래는 예수의 '수난(Passion)'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는 것에서 시작해 순교자의 고통, 강렬한 감정, 그리고 열정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전쟁(War): 로마인들의 단어(Bellum)가 아닌 게르만어(Werra, 혼란/불화)에서 유래했습니다. 호전적인 게르만족의 성향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외계인(Alien): 라틴어 'Alius(다른)'에서 유래했습니다. '나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뜻하며, 이방인, 외국인을 거쳐 외계인이라는 뜻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알리바이(Alibi)' 역시 '다른 장소에 있음'을 뜻하는 같은 어원입니다.
몸값(Ransom): '되사다', '구원하다(Redemption)'와 같은 어원입니다. 중세에는 전쟁 포로의 몸값을 지불하는 세속적 의미로 쓰였으나, Redemption은 종교적 구원의 의미로 분화되었습니다.
호텔(Hotel): '손님(Host/Guest)'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병원(Hospital), 호스텔(Hostel) 모두 같은 뿌리이며, 손님을 접대하고 재워주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어디에나 있는(Ubique)'이라는 라틴어에서 왔습니다. 신의 편재성을 뜻하던 말이 현대 정보통신 기술 환경을 설명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X-mas): X는 알파벳 엑스가 아니라 그리스어 '그리스도(Christos)'의 첫 글자 '카이(X)'입니다.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꿈에서 본 십자가 문양(라바룸, XP)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른쪽(Right): 라틴어 'Dexter(오른쪽)'는 솜씨 좋은, 운이 좋은 등의 긍정적 의미를, 'Sinister(왼쪽)'는 불길한, 사악한 등의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파리(Paris): 센강 시테섬에 살던 '파리지족(Parisii)'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런던(London): 로마 시대의 도시 이름 '론디니움(Londinium)'에서 유래했습니다.
미국(USA): 화폐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 'E pluribus unum(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은 다민족 연방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판테온(Pantheon): '모든(Pan) 신(Theon)'을 모시는 신전입니다. 로마의 관용적인 다신교 문화를 상징합니다.
루이 14세: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과 함께 베르사유 궁전에 '대등한 자가 없다(Nec pluribus impar)'는 라틴어 모토를 새겨 자신의 절대 권력을 과시했습니다.
프랑수아 1세: 불도마뱀(Salamander)을 문장으로 사용했으며, "나는 (좋은 불은) 키우고 (나쁜 불은) 끈다"는 모토를 가졌습니다. 이는 문예 부흥과 적에 대한 징벌을 의미합니다.
가터 훈장: 에드워드 3세가 춤추다 떨어진 부인의 가터벨트를 주워주며 비웃는 신하들에게 "악한 생각을 하는 자에게 화가 있을지어다(Honi soit qui mal y pense)"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영국 최고 훈장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선언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녀의 좌우명은 "나는 보고 침묵한다(Video et taceo)"로,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서의 처세술을 보여줍니다.
웨일스의 왕자: 영국 황태자의 칭호입니다. 문장에는 독일어 "나는 봉사한다(Ich dien)"가 적혀 있는데, 이는 100년 전쟁 당시 장님 왕 얀의 투구에서 가져온 문구입니다.
오렌지(Orange): 네덜란드 왕가인 '오라녀(오랑주)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프랑스 남부 오랑주(Orange) 지방을 다스리던 가문이 네덜란드의 독립을 이끌었기 때문에 네덜란드 축구팀을 '오렌지 군단'이라 부릅니다.
SPQR: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Senatus Populusque Romanus)'의 약자로, 로마의 주권이 시민과 원로원에 있음을 상징하는 문구입니다.
CHAPTER 4. 신화가 들려주는 어원의 비밀: 신들의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가 서양 언어에 미친 영향을 다룹니다.
일주일(Week): 화~금요일의 영어 이름은 북유럽 신화의 신들 이름에서 왔습니다. (화-티우, 수-오딘/Woden, 목-토르, 금-프레이야). 반면 로마어 계열(프랑스어 등)은 로마 신화의 신들(마르스, 메르쿠리우스, 유피테르, 비너스) 이름을 따릅니다.
지옥(Hell): 북유럽 저승의 여신 '헬(Hel)'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독약(Poison): '마시는 것(Potion)'과 어원이 같습니다.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기간(Term): 로마의 경계석의 신 '테르미누스(Terminus)'에서 유래했습니다. 경계, 끝, 기간, 용어 등의 뜻으로 발전했습니다.
제우스(Zeus): '빛나다'는 뜻의 어원(Deus)을 가집니다. 라틴어 Deus(신)와 같은 뿌리입니다.
카오스(Chaos): 태초의 '텅 빈 공간', 혼돈을 의미합니다. 가스(Gas)라는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타이타닉(Titanic): 그리스 신화의 거인족 '티탄(Titan)'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거대함을 상징하지만 신화 속 티탄족의 비극적 운명처럼 배도 침몰했습니다.
불면증(Insomnia): 잠의 신 '솜누스(Somnus)'가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꿈의 신 '모르페우스'는 모르핀(Morphine)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공포증(Phobia): 전쟁의 신 아레스의 아들 '포보스(Phobos, 공포)'에서 유래했습니다.
공황(Panic): 목동의 신 '판(Pan)'에서 유래했습니다. 판이 지르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공포(Panic)를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왔습니다.
감질나게 하다(Tantalize): 신을 시험했다가 지옥에서 영원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형벌을 받은 '탄탈로스'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판도라(Pandora): '모든(Pan) 선물을 받은(Dora)' 여인입니다. 그녀의 상자에서 온갖 재앙이 나왔지만 희망만은 남았습니다.
하이퍼링크(Hyperlink): '위에서 보는 자'라는 뜻의 티탄 신 '히페리온(Hyperion)'에서 'Hyper(초월, 과도)'라는 접두사가 나왔습니다.
치명적인(Lethal): 저승의 망각의 강 '레테(Lethe)'에서 유래했습니다.
샹젤리제(Champs-Elysees): 그리스 신화의 천국인 '엘리시온 들판'을 프랑스어로 옮긴 것입니다.
CHAPTER 5. 가장 오래된 역사, 이름: 인명과 지명의 유래
사람의 이름과 나라, 도시의 이름 속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봅니다.
카이사르(Caesar): 로마 황제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카이저', 러시아의 '차르'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황제(Emperor): 로마군의 최고 사령관을 뜻하는 '임페라토르(Imperator)'에서 유래했습니다.
리처드(Richard): 게르만어로 '강력한(hard) 통치자(ric)'라는 뜻입니다.
스미스(Smith): 대장장이를 뜻하는 직업에서 유래한 성씨입니다. 테일러(재단사), 카터(수레꾼)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벤허(Ben Hur): '허(Hur)의 아들(Ben)'이라는 뜻입니다. 유대인들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식의 이름을 썼습니다.
조지 부시: 서양에서는 어머니 쪽 성을 중간 이름(Middle name)으로 넣어 가문의 결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피카소: 어머니의 성인 '피카소'를 사용하여 유명해졌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부모의 성을 모두 씁니다.
마리아 샤라포바: 러시아 이름은 '이름+부칭(아버지 이름 변형)+성'으로 구성됩니다. 샤라포바의 중간 이름은 아버지 이름에 '딸'이라는 접미사를 붙인 것입니다.
로마(Rome): 건국 신화 속 로물루스(Romulus)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늑대 젖을 먹고 컸다는 전설 때문에 늑대는 로마의 상징입니다.
영국(Britain): 켈트족의 일파인 브리튼족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브르타뉴 지방과 어원이 같습니다.
바이킹(Viking): 8~11세기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북유럽 해양 민족입니다. 그들이 정착한 노르망디(Normandy)는 '북쪽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바이킹 언어의 특징인 'sk' 발음이 남아 있는 지명입니다. 영어의 Sky, Skin 등도 바이킹어 유래입니다.
캐나다(Canada): 원주민 언어로 '마을'을 뜻하는 단어를 지명으로 착각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에펠탑(Eiffel Tower): 설계자 구스타브 에펠의 성을 땄습니다. 에펠 가문은 원래 독일계로 '아이펠' 지방 출신이라 성을 그렇게 바꿨습니다.
미시시피(Mississippi): 원주민 언어로 '큰 강(물)'을 뜻합니다. '미'가 물을 뜻하는데, 한국어 '미나리', '미끄럽다'의 '미'와 유사성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CHAPTER 6. 단어의 뿌리, 기호: 숫자와 문자의 기원
숫자와 기호에 담긴 의미와 역사를 다룹니다.
40(Quarantine): 검역을 뜻하는 Quarantine은 숫자 40(Quarante)에서 왔습니다. 성경에서 40은 고난과 정화의 기간(노아의 홍수, 광야 생활, 예수의 금식)을 상징하며, 이는 고대 수메르 신화의 물의 신 '엔키'의 숫자 40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쐐기문자: 인류 최초의 문자로, 주로 경제적 거래(계산)를 기록하기 위해 발명되었습니다.
계산기(Calculator): 라틴어로 조약돌을 뜻하는 'Calculus'에서 유래했습니다. 옛날에는 조약돌로 셈을 했기 때문입니다.
더하기/빼기(+/-): +는 라틴어 '그리고(et)'를 빠르게 쓰다 변형된 것이며, -는 'minus'의 약자 m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앰퍼샌드(&): 'Et'를 합쳐 쓴 모양(ligature)입니다.
골뱅이(@): 'At sign'이라고 부르며, '...에 대하여', '각각'이라는 상업적 용도로 쓰이다가 이메일 주소에 쓰이게 되었습니다. 수도사들이 'ad(~을 향하여)'를 줄여 쓴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물음표(?): 라틴어 '질문(Quaestio)'의 약자 Q와 o를 위아래로 배치해 쓰다가 변형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서평]
언어라는 화석을 통해 발굴한 생생한 역사
우리는 매일 수많은 단어를 내뱉고, 쓰고, 읽는다. 하지만 그 단어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런 모양과 소리를 갖게 되었는지 깊게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동섭 교수의 <하루 3분 세계사>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사실은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역사의 화석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언어학자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단어의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전쟁, 사랑, 신화, 그리고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 3가지
1. 파편화된 지식을 꿰어주는 '맥락'의 힘 보통 어원 책들은 사전식 나열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단어를 매개로 역사의 큰 줄기를 엮어낸다. 예를 들어, '비프(Beef)'와 '카우(Cow)'가 왜 다른지를 설명하면서 1066년 노르만 정복이라는 영국사의 결정적 사건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지배층인 프랑스계 노르만족은 식탁 위 고기(Beef/Boeuf)를 말했고, 피지배층인 앵글로색슨족은 들판의 소(Cow)를 키웠다는 설명은 언어가 계급과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예시다. 독자는 단어 하나를 배웠을 뿐인데, 중세 영국의 사회상까지 이해하게 된다.
2.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부담 없는 호흡 제목처럼 '하루 3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블루투스 기술의 이름이 블루베리를 좋아했던 바이킹 왕에게서 유래했다거나, 스팸(Spam) 메일의 어원이 통조림 햄 광고의 지긋지긋한 반복에서 왔다는 식의 에피소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복잡한 연도나 왕가의 계보를 외우지 않아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양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잡힌다.
3. 서양 문명의 두 뿌리,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조화 이 책은 라틴어와 그리스 로마 신화(헬레니즘)뿐만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 문화(헤브라이즘)가 언어에 미친 영향도 균형 있게 다룬다. 1월(January)이 야누스 신에서 왔다는 사실과, 숫자 40이 성경에서 갖는 정화의 의미(검역, Quarantine)를 함께 다룸으로써 서양 문명을 지탱하는 두 기둥을 고루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현대 영어 단어의 상당수가 프랑스어를 거친 라틴어에서 왔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영어 학습자들에게도 단어 확장의 통찰력을 제공한다.
아쉬운 점과 제언
책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일부 어원 설명은 학계에서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정설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물론 대중서로서 흥미 유발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또한, 서양사 중심이다 보니 동양이나 우리말 어원과의 비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는 '세계사'라는 타이틀 아래 서양 문명의 뿌리를 탐구하는 책의 목적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지적 여행
<하루 3분 세계사>는 단순히 "아, 그 단어가 그런 뜻이었어?"라는 단편적인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 이 책은 언어가 박제된 기호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며 역사와 호흡해온 생명체임을 증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지나치던 '샌드위치', '아마추어', '살롱' 같은 단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싶은 직장인, 영어 단어 암기가 지루한 학생, 그리고 대화 속에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책상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한 챕터씩 읽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한층 높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