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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정희원) 리뷰/요약

 

정희원 교수의 감속노화 실천법: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당신의 노화 속도는 조절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거나, 반대로 특정 음식이나 약물로 노화를 '치료'하려 한다. 하지만 정희원 교수는 노화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삶의 결과이자 속도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인은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빠르게 드는 '가속노화(Accelerated Aging)'를 겪고 있다. 이 책은 가속노화의 악순환을 끊고, '감속노화(Decelerated Aging)'를 통해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노년을 맞이하는 구체적인 방법(식사, 운동, 뇌 건강, 수면)을 제시한다.


노화 이해하기: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

1. 숫자가 아닌 '내재역량'이 진짜 나이다

현대 사회에서 65세라는 숫자는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노인은 '노쇠(Frailty)'가 발생하여 신체 시스템에 유의미한 고장이 쌓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노쇠 지수(Frailty Index)'와 '내재역량(Intrinsic Capacity)'이다.

  • 내재역량: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개념으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포함하여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신체 성능의 총합을 말한다.

  • 노쇠의 가속화: 30대 중반부터 대사 과잉으로 인해 노화의 가속페달이 눌리기 시작하며, 60~70대에 이르면 노쇠가 급격히 진행되어 회복 탄력성이 떨어진다.

  • 새로운 노인의 기준: 생물학적, 사회적 변화를 고려할 때 한국의 현실적인 노인 기준은 70대 초중반(약 72~73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미래에는 개인의 내재역량 관리에 따라 90세에도 청년처럼 활동하는 '저속노화'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2. 노화는 복리로 쌓인다: 가속노화와 감속노화

노화는 매일의 생활 습관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특히 젊은 시절의 생활 습관이 중년 이후의 건강을 결정한다.

  • 가속노화의 원인: 흡연, 비만,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단순당과 정제 곡물 위주의 식사 등은 노화 시계를 빠르게 돌린다.

  • 생활 습관이 운명을 바꾼다: 유전자는 노화의 약 20~30%만 결정하며, 나머지 70~80%는 후천적인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 식습관 교정, 운동, 수면 관리만으로도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고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 노쇠의 악순환: 노화가 진행되면 한 가지 기능 저하가 다른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수면 장애가 생기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이는 우울감을 불러와 식욕과 활동량을 감소시켜 결국 근감소증과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내재역량을 두텁게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먹기: 노화를 늦추는 '3차원 절식'과 'MIND 식사'

1. 당신의 식사를 점검하라: 가속노화의 주범

현대인은 영양 과잉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영양 불균형과 '마른 비만'에 시달린다. 특히 단순당(설탕, 액상과당)과 정제 곡물(흰 쌀밥, 밀가루)의 과도한 섭취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노화를 가속한다.

  • 인슐린과 엠토르(mTOR): 이 두 가지는 노화의 가속페달이다. 과도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는 이 경로를 자극하여 세포의 노화를 촉진한다. 반면, 절식(소식)은 노화의 브레이크인 AMPK와 시르투인(Sirtuin)을 활성화한다.

2. 노화 속도를 늦추는 '3차원 절식' 실천법

단순히 칼로리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종류, 섭취 시간, 총열량을 입체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1단계: 무엇을 먹을까? (단순당과 정제 곡물 걷어내기)

  • 핵심: 혈당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설탕, 액상과당, 흰 빵, 국수, 흰 쌀밥을 피하고 통곡물(현미, 귀리, 렌틸콩), 채소, 해조류 등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 혈당 스파이크 방지: 식사 순서를 '채소(식이섬유) → 단백질(고기/생선/콩) → 탄수화물(밥)' 순으로 바꾸기만 해도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2단계: 언제 먹을까? (시간 제한 다이어트)

  • 핵심: 공복 시간을 확보하여 몸의 대사 시스템을 휴식하게 하고, 지방 연소를 유도한다.

  • 방법: 하루 12시간 공복(예: 저녁 8시 이후 금식, 다음 날 아침 8시 식사)을 기본으로 하되, 개인의 상태에 따라 16:8(16시간 공복) 등을 적용한다.

  • 주의사항: 근육이 부족하거나 당뇨가 있는 노년층은 무리한 공복 시 근손실(동화 저항)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세끼를 챙겨 먹되 건강한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낫다.

3단계: 얼마나 먹을까? (열량 제한)

  • 핵심: 자신의 일일 에너지 소비량에서 약 20~30% 정도를 줄여서 섭취하는 '소식'을 실천한다. 이는 장수 유전자를 깨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 뇌를 젊게 만드는 'MIND 식사'

치매 예방과 뇌 건강을 위해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고혈압 예방 식단)을 결합한 MIND 식사를 권장한다.

  • 권장 식품: 녹색 잎채소(매일), 견과류, 베리류(딸기, 블루베리), 콩류, 통곡물, 생선, 가금류, 올리브오일.

  • 제한 식품: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버터/마가린, 치즈, 튀김, 패스트푸드, 단 디저트.

  • 한식 적용: 밥을 잡곡밥(현미, 귀리, 콩)으로 바꾸고, 나물 반찬을 싱겁게 많이 먹으며, 붉은 고기 대신 생선이나 두부, 달걀을 주 단백질원으로 삼으면 훌륭한 MIND 식사가 된다.

4. 단백질 섭취의 오해와 진실

  • 젊은 성인: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노화를 가속할 수 있다.

  • 노년기: '동화 저항(Anabolic Resistance)' 현상 때문에 젊은이보다 더 많은 단백질(체중 1kg당 1.2~1.5g)을 섭취해야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

  • 보충제: 식사로 부족할 경우 단백질 보충제를 활용하되, 단순당이 적고 류신(Leucine) 함량이 높은 제품(특히 유청 단백질)이 노년기 근육 생성에 유리하다.


제대로 움직이기: 남은 50년을 위한 '근육 테크'

1. 걷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걷는 법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지만, 잘못된 자세로 걷거나 근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걸으면 오히려 관절을 망친다.

  • 올바른 걷기: 턱을 당기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며, 배에 힘을 주어 척추를 곧게 세운다(코어 긴장). 발뒤꿈치부터 닿아 발가락으로 지면을 밀어내듯 걷는다.

  • 일상 속 걷기: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대중교통 이용, 계단 오르기 등 생활 속 활동량(NEAT)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7,000~8,000보 이상을 목표로 한다.

2. 근력 운동은 생존 필수 과목

30대 중반부터 근육은 매년 1%씩 감소한다. 근감소증은 낙상, 골절, 당뇨, 사망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따라서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 핵심 근육: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코어(몸통)'와 '둔근(엉덩이)'이다.

  • 추천 운동:

    • 코어: 플랭크, 사이드 플랭크, 버드독, 브릿지, 데드버그.

    • 둔근: 런지(커틀 런지, 교차 사이드 런지), 소화전 자세, 힙 어브덕션.

  • 운동 루틴: 매일 10~15분씩 코어와 둔근 운동을 습관화하고, 주 2~3회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3. 유연성과 자세 교정

스마트폰과 좌식 생활로 인해 거북목, 굽은 등 등 자세가 무너져 있다. 이는 만성 통증과 호흡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 바르게 앉기: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넣고, 궁둥뼈(좌골)로 앉는 느낌을 유지한다. 정수리를 천장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척추를 세운다.

  • 스트레칭: 굳어지기 쉬운 고관절, 어깨, 흉추의 가동성을 확보하는 스트레칭을 매일 수행해야 부상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뇌 건강 지키기: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의 힘

1. 치매 예방의 핵심: 인지 예비능 키우기

치매 치료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비축하는 것이다. 이는 뇌의 통장 잔고와 같아서, 뇌세포가 일부 손상되더라도 기능을 유지하게 해준다.

  • 인지 활동: 독서, 외국어 공부, 악기 연주 등 새롭고 복잡한 과제에 도전하여 뇌를 자극한다.

  • 복합 활동: 춤(댄스)처럼 신체 활동, 인지 활동, 사회 활동이 결합된 활동이 뇌 건강에 가장 효과적이다.

  • 사회적 연결: 고립은 뇌를 위축시킨다. 질 좋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치매를 막는 방패다.

2. 노화의 해독제: 회복 수면

수면 부족은 치매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인지 기능 저하, 대사 질환 악화 등 가속노화의 지름길이다.

  • 적정 수면: 하루 7~7.5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 수면 위생: 낮 동안 햇볕 쬐기(멜라토닌 생성), 저녁 식사 소식하기,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지킨다.

3. 마음챙김과 호흡으로 스트레스 끄기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뇌(해마)를 위축시키고 복부 비만을 유발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음챙김 명상'과 '호흡법'을 활용한다.

  • 호흡법: 4-7-8 호흡(4초 들이마시고, 7초 참고, 8초 내쉬기)이나 천천히 깊게 쉬는 횡격막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즉각적인 이완 효과를 준다.

  • 마인드셋: 현재에 집중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기른다.

당신의 1년은 얼마입니까?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얻는 '건강수명 1년'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해도 수억 원에 달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돌봄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시간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다. 지금 당장의 쾌락(단 음식, 스마트폰, 편안함)을 조금 유예하고 '편안한 불편함'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서평] 노화라는 운명을 거스르는 가장 과학적인 전략서

1. '안티에이징'이 아닌 '감속노화'의 시대로

서점에 가면 수많은 건강 서적이 '노화를 막는 법', '젊어지는 비결'을 외친다. 각종 영양제와 시술, 비법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은 차분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본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노화를 박멸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속도'의 문제로 재정의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대인의 생활 습관은 엑셀을 밟은 자동차처럼 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브레이크를 밟아 제 속도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을 먹어라', '무엇을 해라' 식의 단편적인 처방을 넘어, 우리 몸을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보고 통합적인 관리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노년내과 의사로서 진료 현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사례와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왜 우리가 지금 당장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2. 가속노화의 주범: 쾌락의 덫에 걸린 현대인

저자는 현대 사회가 조장하는 '편안함'과 '쾌락'이 사실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늦게까지 깨어 있고, 배달 음식으로 자극적인 맛을 즐기며, 걷기보다 차를 타는 일상이 바로 '가속노화'의 주범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3차원 절식'과 'MIND 식사'에 대한 설명이다.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혈당 변동성을 줄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이 노화 지연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또한, 2030 세대에게 유행하는 '보디 프로필' 식단이나 극단적인 절식이 장기적으로는 근육을 녹이고 대사를 망가뜨려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경고는 뼈아프다. 근육에 집착하지만 정작 뇌와 혈관은 늙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낸다.

3. 내재역량: 100세 시대의 새로운 부(富)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내재역량(Intrinsic Capacity)'이다. 이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신체적·정신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힘의 총합을 의미한다. 저자는 노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내재역량 통장'의 잔고라고 말한다. 저축을 미리 해야 노후가 편안하듯, 건강 또한 젊을 때부터 내재역량을 쌓아두어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코어 운동, 둔근 강화 운동, 그리고 인지 예비능을 키우는 활동들은 바로 이 내재역량 통장을 불리는 구체적인 투자법이다. 특히 "운동은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통찰은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미루는 우리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4. 실천 가능한 '중용'의 건강법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중용'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특정 영양제에 맹신하거나, 한 가지 운동에만 집착하는 편협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 좋지만 노년기에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고, 소식이 좋지만 근감소증이 우려될 때는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식의 '맥락 있는 조언'이 가득하다. 저자는 독자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에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단순당을 조금 줄이고, 잠을 30분 더 자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의 누적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핵심이다.

5. 총평: 당신의 미래를 위한 필독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은 단순한 건강 실용서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하는 인문학적 통찰까지 담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의 1년은 얼마입니까?" 건강수명 1년을 연장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는 수억 원에 달한다. 이 책은 그 수억 원의 가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가이드북이다. 이제 막 노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4050세대는 물론, 가속노화의 늪에 빠져 있는 2030세대, 그리고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6070세대 모두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당장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운동화 끈을 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먹을 저녁 메뉴를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작은 변화가 바로 감속노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