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 IPCC 1.5℃ 보고서와 생태신학적 성찰
1. 기후 재앙의 현실과 교회의 침묵
인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폭염, 혹한, 태풍 등 기후 재앙은 일상이 되었고,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결과임이 명백해졌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경고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성장주의 신화에 매몰되어 이 위기 앞에서 침묵하거나, 오히려 반생태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기후 위기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임을 역설하며, 한국교회가 생태적 회심을 통해 '녹색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2. 과학적 진단, 파국을 향한 카운트다운
김현우 (IPCC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본 기후 위기 현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당장의 현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도 상승했으며,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심각하다. IPCC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다.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릴 만큼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가 가파르며, 정부의 감축 로드맵은 산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이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핵발전이나 검증되지 않은 공학적 기술(BECCS 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자체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을 멈추고 '탈성장'과 생태적 지혜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기후 침묵을 깨고 체제 전환을 위한 비상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3. 생태신학과 한국교회의 응답
3.1. 기후 붕괴에 직면한 한국교회: 할 일과 말 일 (이정배)
기독교의 구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JPIC)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욕망을 축복으로 포장하며 자본주의적 성장에 복무해왔다. 이제는 '탈(脫)성장'을 선언하고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초대교회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후 붕괴 시대에 교회는 두 가지 은총을 기억해야 한다. 십자가의 보혈인 '적색 은총'과 창조 세계의 신비인 '녹색 은총'이다. 녹색 없는 적색은 맹목이고, 적색 없는 녹색은 공허하다. 교회는 건물을 짓고 사람을 모으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교인을 세상의 생태 시민단체로 파송하는 '흩어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최소 향후 3년 동안은 성서 대신 자연을 읽으며 생태맹(盲)에서 벗어나야 한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지는 행위다.
3.2.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신학 (신익상)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신학은 자본주의 외부에서 사유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허구적 개념으로 기후 위기를 포섭하려 한다. 그러나 무한한 성장은 유한한 지구에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학은 '지속가능성'이 아닌 '지속불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또한 '창조 보전'의 개념을 재해석해야 한다. 이는 과거의 원형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에서 현재의 관계성 속에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기독교 신학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지속불가능성(죽음)'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생명에 이를 수 있음을 가르친다. 생태신학은 자본주의적 성장의 욕망을 끊어내고, 전일론적이고 진화론적인 세계관을 통해 생명권과 인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3.3. 기후 변화, 한국교회는 예언자가 될 것인가? (이성호)
성서의 예언자들은 시대의 징후를 읽고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을 선포했다. 오늘날 IPCC와 과학자들은 데이터로 임박한 파국을 경고하는 현대판 예언자들이다.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 경고를 무시하고 일상을 즐기다 홍수를 맞이했듯, 현대인들도 기후 위기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예언자로서 다섯 가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경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성서적 언어로 강력하게 선포해야 한다.
회개: 탐욕적 문명과 결탁한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삶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준비: 노아가 방주를 지었듯, 기후 재앙에 대비한 구체적이고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참여: 기후 위기를 새로운 선교 현장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절약 및 정치적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희망: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창조 회복에 대한 종말론적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3.4. 기후 위기 시대, 기독교 시민교육 (이은경)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선진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면, 책임이 적은 빈곤국, 여성, 아동 등 약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고통받는다. 이는 명백한 불평등이며, 기독교 시민교육은 이러한 기후 불평등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구 건강(Planetary Health)'은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다. 꿀벌의 실종, 아연 결핍 등은 생태계 파괴가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경고다. 한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특히 서울은 단일 도시로 엄청난 양을 배출한다. 교회는 개인의 구원을 넘어 공동선의 실현을 위한 시민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꽃과 같은 생명력을 가르치는 것이 기독교 교육의 과제다.
3.5. 기후 변화, 세계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송진순)
기후 변화는 '재앙의 도미노'다. 북극곰의 위기는 곧 한반도의 폭염과 혹한으로 이어진다. 기후 변화는 식량 위기, 난민 발생, 국가 간 분쟁, 혐오의 확산 등 사회적 재난으로 연결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성서는 제국(이집트, 로마)의 착취적 질서에 저항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이야기다. 하나님은 모든 생명에게 이름을 부여하며 인격적 관계를 맺으셨다. 반면 제국은 자연과 인간을 수단화했다. 오늘날 자본주의라는 '제국'은 기후 위기를 통해 약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성서의 저항 정신을 계승하여, 탐욕적 경제 구조를 비판하고 창조 세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는 '생태적 저항'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세계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다.
3.6. 기후 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안일함에 대하여 (김혜령)
우리는 기후 위기를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 혹은 '제대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죄'를 짓고 있다. 이는 값싼 은혜에 안주하며 번영신학에 물든 한국교회의 영적 타락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욕망을 성서적 축복으로 둔갑시킨 결과, 교회는 세상의 고통에 무감각해졌다.
또한 잘못된 종말론이 문제다. 내세 지향적이고 개인 영혼 구원에만 치중한 종말론은 우주적 차원의 생태적 파국을 외면하게 만든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는 임시 거주자임을 일깨운다. 우리는 기후 위기가 가져올 고통과 죽음을 직시해야 한다.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자발적 가난과 절제를 통해 새로운 삶의 아비투스(Habitus)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만이 파국을 늦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3.7.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에서 기독교 생태교육까지 (장동현)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 시위'와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은 기후 위기가 비상사태임을 선포한다. 이들은 "지금처럼 살다가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조직되어 정부와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들의 외침에 응답하여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WCC는 생물 멸종 위기를 경고하며 구조적 전환을 요청했다. 교회는 숲을 조성하고,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녹색 선교'를 실천해야 한다. 나아가 하나님, 인간, 자연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기독교 생태교육을 통해 생태적 회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숲은 생명을 보듬는 하나님의 품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신앙의 실천이다.
[서평] 녹색 십자가를 지는 예언자적 결단: 기후 위기 시대의 한국교회
1. 탐욕의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생명의 방주로 『기후 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독려하는 교양서가 아니다. 이 책은 불타오르는 지구라는 침몰하는 배 위에서, 여전히 성장과 번영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해 던지는 준엄한 예언자적 경고장이다. 2018년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의 '1.5℃ 특별보고서'가 과학적 데이터로 인류의 멸종을 경고했다면, 이 책의 저자들은 그 과학적 사실을 신학적 언어로 번역하여 교회의 심장에 꽂는다.
저자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없다"고 외친다. 김현우는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지금의 위기가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Tipping Point)에 임박했음을 알리고, 이정배와 신익상은 자본주의적 '성장' 이데올로기가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음을 신학적으로 논증한다.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 올린 현대 문명과 그에 기생하여 몸집을 불려온 대형 교회 시스템은 이제 기후 재앙이라는 홍수 심판 앞에 서 있다. 책은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탐욕의 바벨탑 쌓기를 멈추고, 생명을 살리는 노아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2. 기후 정의와 생태적 회심: 값싼 은혜를 넘어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기후 위기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정의(Justice)'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은경과 송진순은 기후 변화가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기후 난민, 여성, 아동, 저개발국)에게 가장 가혹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탄소를 펑펑 쓰며 풍요를 누린 것은 선진국과 부유층인데, 그 대가는 아무런 책임 없는 이들이 치르고 있다. 이는 성서가 그토록 경계했던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는' 죄악과 다름없다.
김혜령은 이러한 불의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의 안일함을 '값싼 은혜'와 '내세 지향적 종말론'으로 진단한다. "죽으면 천국 간다"는 믿음이 지구라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게 만드는 아편이 되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책은 우리에게 '인지적 동의'를 넘어선 전인격적인 '생태적 회심'을 요구한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육식을 절제하는 불편한 삶을 감수하는 것, 그리고 기후 정의를 위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성임을 강조한다.
3. 녹색 십자가를 질 것인가? 이진형 목사의 머리글 제목처럼, 이 책은 결국 "누가 녹색 십자가를 지고 부름에 따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기후 위기 해결은 기술이나 정책만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고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세계관의 혁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혁명의 동력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서 나올 수 있다.
『기후 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는 절망적인 데이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회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희망의 사명을 제시한다. 그것은 '탈성장'을 선택하는 용기, 고통받는 피조물과 연대하는 사랑, 그리고 파국 앞에서도 생명을 심는 종말론적 희망이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회피할 수 없는 필독서이자, 생태적 제자도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 지침서다. 한국교회는 이제 응답해야 한다. 탐욕의 제국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방주가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