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 편견을 넘어선 13억 인구의 삶과 진실
1. 왜곡된 시선 거두기
이 책은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왜곡된 이슬람 문화의 본질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합니다. 서구인들은 오랫동안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슬람을 호전적이고 강압적인 종교로 묘사해 왔습니다
2. 이슬람교의 교리와 오해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유대교처럼 아브라함을 공통 조상으로 하는 유일신 신앙입니다
여성 억압에 대한 이미지 또한 오해와 문화적 관습이 뒤섞인 결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탈레반 정권 등 일부 사례가 전체로 일반화되었지만,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등에서는 여성 대통령이나 수상이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3. 무슬림의 일생: 탄생에서 죽음까지 무슬림의 삶은 종교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독특한 통과의례를 거칩니다.
출생과 작명: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나 조산원이 오른쪽 귀에 '아잔', 왼쪽 귀에 '이까마'를 불러주며 알라의 은총을 기원합니다
. 생후 7일째에는 작명 의식을 치르는데, 주로 성서의 예언자나 신의 속성을 딴 이름을 짓습니다 . 이때 머리카락 무게만큼의 금이나 은을 가난한 이에게 희사하고, 양을 잡아 '아끼까'라는 희생 의식을 치릅니다 . 할례: 남성의 할례는 공동체 입문을 위한 중요한 의식으로, 성대한 잔치와 함께 치러집니다
. 반면 일부 지역의 여성 할례는 이슬람의 가르침이 아닌 아프리카 토착 악습이 남은 것으로, 대부분의 이슬람권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 결혼: 결혼은 개인의 결합을 넘어 가문 간의 결속으로 여겨져 중매결혼이 보편적입니다
. 신랑은 신부에게 '마흐르(결혼지참금)'를 지불해야 하며, 이는 이혼이나 사별 시 여성을 보호하는 경제적 수단이 됩니다 . 사촌 간의 결혼(특히 부계 사촌)이 권장되는데, 이는 재산권 보호와 가족 연대 강화, 자유로운 교제 가능성 등 현실적 이유 때문입니다 . 죽음: 이슬람에서 죽음은 종말이 아닌 영원한 삶의 시작이자, 알라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 부활을 믿기에 시신은 화장하지 않고 24시간 이내에 매장하며, 장례는 간소하게 치릅니다 . 장례 후 40일간 추모 기간을 가지며, 고인을 위해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선행을 베풉니다 .
4. 아랍의 생존 방식과 식문화 아랍 문화는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혜의 산물입니다.
낙타와 돼지: 낙타는 사막 횡단, 젖(식량), 털(의복), 똥(연료), 심지어 오줌(샴푸 대용)까지 제공하는 생존의 필수 동반자입니다
. 반면 돼지는 건조 기후에서 부패하기 쉽고, 젖이나 털,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며, 인간과 식량을 경쟁하는 잡식동물이기에 철저히 금기시되었습니다. 이는 종교적 교리 이전에 생태학적 필연성이었습니다 . 바자르(시장):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정보 교류와 삶의 중심지입니다
. 흥정을 통해 인간적인 교류가 일어나며, 중세의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 음식과 커피: 빵, 양고기, 유제품이 주식이며, 케밥과 대추야자가 대표적입니다
. 커피는 원래 예멘의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이 수련 중 잠을 쫓기 위해 마시던 음료였습니다 . 오스만 튀르크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터키식 커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5. 종교 축제: 라마단과 하즈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단식은 가난한 자의 고통을 체험하고 신앙을 공고히 하는 의식입니다
6. 이슬람 원리주의와 국제 분쟁의 진실
서구가 말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는 본래 반서구, 반세속 운동을 통칭하는 서구적 용어입니다
지하드: 본래 '노력, 투쟁'을 뜻하며, 무력 투쟁은 방어적 수단으로서 최후의 단계에 불과합니다
.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폭력은 이슬람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 팔레스타인 분쟁: 이 비극의 씨앗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아랍인(후세인-맥마흔 서한)과 유대인(벨푸어 선언) 모두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약속하고, 뒤로는 프랑스와 분할 점령(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모의한 '3중 비밀 외교'에 있습니다
. 이후 미국의 지원 속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고, 이는 9.11 테러를 비롯한 반미 테러의 근원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
7. 공존을 위한 제언
이슬람 세계는 13억 인구와 56개국을 아우르는 거대한 문명권입니다
[서평]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깨뜨리는 이슬람 안내서
1.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며 우리는 흔히 이슬람을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이라는 문구로 기억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 짧은 문장은 무슬림들을 폭력적이고 광신적인 집단으로 낙인찍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문화』는 이러한 인식이 서구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현대판 신화'이자 철저한 왜곡임을 고발한다. 저자는 방대한 역사적 사실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슬람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2. 생태와 환경이 빚어낸 합리적 문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슬람 문화를 신학적 교리로만 설명하지 않고, 사막이라는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지혜'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유를 종교적 율법 이전에 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대목은 탁월하다. 물이 부족하고 유목 생활을 하는 아랍인들에게 돼지는 인간과 식량을 경쟁하고, 부산물(털, 젖, 연료, 운송)을 제공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가축이었다. 반면 낙타는 사막의 생존 파트너로서 모든 것을 내어준다. 일부다처제나 사촌 결혼 풍습 또한 척박한 오아시스 사회에서 과부와 고아를 보호하고 부족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로 하여금 이슬람 문화를 '기이한 타자'의 것이 아닌, '합리적인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3. 문명 충돌의 본질을 꿰뚫다 책의 후반부는 현대 국제 정세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이슬람 원리주의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9.11 테러와 같은 극단적 폭력을 옹호하지 않으면서도, 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짚어낸다. 영국의 이중적인 외교(벨푸어 선언과 맥마흔 서한)와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원이 낳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비극은 오늘날 반미 감정과 테러리즘의 뿌리다. 서구가 정의와 자유를 외치며 가하는 '응징'이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낳을 때, 그것은 또 다른 테러가 된다는 저자의 일갈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는 단순한 종교 전쟁이 아니라, 생존권과 땅을 빼앗긴 자들의 처절한 투쟁임을 인식해야 한다.
4. 진정한 세계화를 위하여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외치지만, 여전히 서구 언론이 필터링한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본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적 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다. 13억 인구가 믿고 따르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진정한 세계화도, 평화도 요원하다. 여성 할례와 같은 악습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되, 그것이 이슬람 교리 자체가 아님을 구분하는 균형 감각도 돋보인다.
『이슬람 문화』는 얇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방대하고 깊다. 이 책은 낯선 이웃이었던 이슬람을 이해하는 입문서이자, 우리 내면에 잠재된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를 깨뜨리는 훌륭한 교양서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21세기, 이 책은 편견의 사막을 건너 이해의 오아시스로 가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