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덕의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 2천 년의 파노라마
1. 초대교회와 박해의 시대: 기독교의 태동과 시련
기독교의 역사는 로마 제국의 변방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유대교의 한 분파로 여겨졌으나, 점차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하며 로마 사회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네로 황제와 대화재: 64년 로마 대화재 당시 네로 황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박해를 시작했습니다
. 이 과정에서 베드로와 바울 같은 사도들이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박해의 원인: 로마인들은 기독교인들을 무신론자(로마의 신들을 믿지 않음), 부도덕한 집단(성만찬 오해), 인류를 미워하는 자들로 오해했습니다
. 또한, 황제 숭배 거부는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되었습니다 . 예루살렘의 멸망: 70년 티투스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파괴되었습니다
. 이는 기독교가 유대교와 완전히 결별하고 세계 종교로 나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순교자들의 증언: 폴리카르푸스, 블란디나, 페르페투아 같은 순교자들은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지켰으며, 이는 오히려 기독교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 테르툴리아누스는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고 말했습니다 .
2. 교리의 정립과 이단의 도전: 정통성을 향한 투쟁
외부의 박해보다 더 큰 위협은 내부의 분열과 이단의 등장이었습니다. 교회는 이에 맞서 정경(Canon)을 확립하고 신조를 만들어 신앙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영지주의(Gnosticism)의 위협: 영지주의는 육체를 악한 것으로 간주하고 예수의 육체성을 부인(가현설)했습니다
.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나님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정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정경과 신조의 형성: 이단에 대항하기 위해 교회는 사도적 권위가 있는 문헌들을 모아 신약성서 정경을 확립해 나갔습니다
. 또한, '사도신경'과 같은 신앙 고백을 통해 올바른 교리를 교육했습니다 . 교부들의 활약: 이레나에우스, 오리게네스 등 교부들은 이단 사상을 반박하고 기독교 신학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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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독교의 공인과 제국의 종교: 콘스탄티누스와 그 이후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는 박해받는 종교에서 제국의 종교로 급부상했습니다.
밀라노 칙령: 콘스탄티누스는 밀비아누스 다리 전투 승리 후 기독교를 공인했습니다
. 교회는 몰수된 재산을 돌려받고 황제의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 니케아 공회: 아리우스 논쟁(예수의 신성 부정)이 발생하자 황제는 니케아 공회를 소집하여 '동일 본질(homoousios)' 교리를 확정하고 아리우스를 이단으로 정죄했습니다
. 수도원 운동의 시작: 교회가 세속화되자 안토니우스 등은 사막으로 들어가 금욕적인 삶을 추구하며 수도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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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마의 몰락과 중세의 시작: 어둠 속의 빛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멸망해가는 동안, 교회는 서방 세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하나님의 도성)』을 통해 로마의 멸망이 기독교 때문이라는 비난을 반박하고, 지상의 도성과 하나님의 도성을 구분하는 역사관을 제시했습니다
. 교황권의 부상: 레오 1세와 그레고리우스 1세 같은 교황들은 훈족과 랑고바르드족의 침입으로부터 로마를 지켜내며 교황의 권위를 높였습니다
. 이슬람의 등장: 7세기 무함마드에 의해 시작된 이슬람은 급속히 팽창하여 중동, 북아프리카, 스페인까지 장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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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세의 명암: 십자군, 스콜라 철학, 그리고 수도원 개혁
중세는 '암흑기'로만 불리기엔 역동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수도원 개혁 운동과 스콜라 철학은 지성사를 꽃피웠으나, 십자군 전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동서 교회의 대분열: 1054년, 필리오케 논쟁(성령이 아들로부터도 나오는가)과 교황권 문제로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가 서로를 파문하며 갈라섰습니다
. 십자군 전쟁: 성지 탈환을 명분으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초기에는 열광을 얻었으나, 점차 약탈과 학살로 변질되어 동서 교회의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 수도원 개혁: 클뤼니 수도원 운동을 시작으로 시토회, 프란체스코회, 도미니쿠스회 등 청빈과 설교를 강조하는 탁발 수도회들이 등장하여 교회를 쇄신하려 했습니다
. 스콜라 철학: 안셀무스, 아벨라르, 토마스 아퀴나스 등은 이성과 신앙의 조화를 꾀하며 기독교 신학을 체계화했습니다.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중세 신학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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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종교개혁의 불꽃: 루터와 칼뱅, 새로운 시대로
중세 말기 교회의 타락과 면죄부 판매는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리 논쟁을 넘어 유럽 사회 전체를 뒤흔든 혁명이었습니다.
마틴 루터: 1517년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 논제'를 게시하며 면죄부 판매를 비판했습니다
. 루터는 "오직 믿음", "오직 성경", "만인 제사장"을 주장하며 종교개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 장 칼뱅: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이끌며 『기독교 강요』를 집필했습니다
. 그는 장로교 제도를 확립하고 하나님의 주권과 예정론을 강조하여 근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 잉글랜드 종교개혁: 헨리 8세의 이혼 문제로 시작된 잉글랜드 종교개혁은 정치적 성격이 강했으나, 이후 엘리자베스 1세를 거치며 성공회라는 독특한 중도적 위치를 확립했습니다
. 가톨릭의 대응: 트리엔트 공회를 통해 내부 개혁을 단행하고 예수회를 창설하여 개신교 확산을 저지하고 해외 선교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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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근대와 현대 기독교: 이성의 시대와 복음의 확장
과학 혁명과 계몽주의는 기독교 신앙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습니다. 교회는 이에 맞서 부흥 운동과 선교, 그리고 새로운 신학으로 응답했습니다.
과학과 신앙: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등의 과학적 발견은 전통적인 우주관을 무너뜨렸습니다
. 이에 이신론(Deism)과 같은 합리주의적 신관이 등장했습니다 . 대각성 운동: 조지 휫필드, 존 웨슬리, 조너선 에드워즈 등은 개인의 회심과 체험을 강조하는 대각성 운동을 이끌어 영적 부흥을 주도했습니다
. 해외 선교의 시대: 윌리엄 캐리, 허드슨 테일러, 리빙스턴 등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나아가 복음을 전하며 '위대한 선교의 세기'를 열었습니다
. 현대 신학의 흐름: 슐라이어마허의 자유주의 신학에 반기를 든 칼 바르트의 신정통주의가 20세기 신학을 주도했습니다
. 또한 본회퍼는 나치에 저항하며 "값싼 은혜"를 비판했습니다 . 에큐메니칼 운동과 가톨릭의 변화: 20세기에 들어 교회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이 활발해졌으며, 가톨릭은 제2차 바티칸 공회를 통해 현대 사회와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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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역사의 거울로 보는 기독교: 과거와의 대화를 통한 통찰
유재덕 교수의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는 제목 그대로 독자를 2천 년 기독교 역사의 현장으로 거침없이 초대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넘어,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고뇌와 시대적 배경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인용하며, 기독교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지혜와 정체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균형 잡힌 시각'과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기독교 역사를 다루는 많은 책이 서구 중심적이거나 특정 교파의 입장에 치우치기 쉬운 반면, 저자는 동방 정교회와 서방 가톨릭, 그리고 다양한 개신교 분파들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서술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동서 교회의 분열 과정을 다루면서 필리오케 논쟁이나 십자군 전쟁의 상처를 양측의 입장에서 조명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독교가 사회와 맺어온 긴장 관계에 대한 통찰이다. 초기 기독교가 로마의 박해를 견디며 성장했던 '순교의 영성'이
저자는 여성과 소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힐데가르트 폰 빙엔 같은 여성 신비주의자의 재조명, 노예무역 반대에 앞장선 인물들, 그리고 흑인 영가에서 신학적 영감을 얻은 본회퍼의 일화
이 책은 신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평신도, 혹은 기독교에 호기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복잡한 신학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쓴 문체는 '역사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각 챕터마다 배치된 풍부한 시각 자료와 팁 박스는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게 하는 통찰력 있는 역사서이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는 비극"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 안에서 지혜를 배운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