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 『본질에 눈뜨다』: 위기의 시대, 다시 붙잡아야 할 5가지 신앙의 본질
흔들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거대한 폭풍 같은 세상에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길을 잃고 흔들립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그리고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해답은 '본질'에 있습니다.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건물은 기초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흔들릴 때 유일하게 견고한 것은 하나님과 진리뿐입니다. 이 책은 신앙의 5가지 핵심 요소인 믿음, 사랑, 복음, 은혜, 소망에 다시 눈을 뜨게 함으로써, 성도들이 위기를 돌파하고 본질적인 회복을 이루도록 돕습니다.
1부. 믿음에 눈뜨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1. 믿음의 정의와 대상
믿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을 압도하는 실재입니다. 믿음의 핵심은 '누구를 믿는가'에 있습니다. 우리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믿으며, 그분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이 곧 믿음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자기 열심과 오기로 살아가지만, 믿음의 사람은 철저히 하나님을 의존합니다. 믿음은 나의 경험과 상식을 뛰어넘는 모험입니다. 베드로가 밤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린 것이 바로 믿음의 행동입니다.
2. 믿음의 시각과 훈련
믿음은 '시각'의 싸움입니다. 육신의 눈으로는 보이는 현실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믿음의 눈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계를 봅니다. 다윗이 골리앗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는 눈에 보이는 거인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자랄수록 우리는 눈앞의 현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게 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롬 10:17), 하나님의 말씀을 지속적으로 듣고 순종할 때 견고해집니다. 말씀을 삶에 적용하고 순종하는 과정을 통해 믿음은 구체화되고 단련됩니다.
3. 차원을 바꾸는 믿음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살지만, 믿음은 4차원의 영적 세계를 보게 합니다. 믿음의 눈이 열리면 우주 만물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사건 배후에 계신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요셉이 노예로 팔려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누렸던 것처럼, 믿음은 상황을 뛰어넘어 하나님을 선명하게 보게 합니다. 믿음의 사람은 현실에 갇히지 않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비전을 따라갑니다.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도 말씀을 따라 나아간 것이 그 증거입니다.
2부. 사랑에 눈뜨다: 우리를 살리는 하나님의 심장
1. 왜곡된 사랑 vs. 하나님의 사랑
세상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사랑이 없거나 왜곡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랑은 조건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 늘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요일 4:8). 우리가 진정한 안식을 얻으려면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입니다. 우리가 자격을 갖추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하십니다. 이는 마치 솔로몬이 볼품없는 술람미 여인을 사랑한 것과 같습니다.
2. 십자가: 사랑의 확증
하나님의 사랑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 절정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해 화목제물로 내어주셨습니다. 아들을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사랑(롬 8:32)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사랑'입니다. 이 희생적인 사랑을 경험할 때 우리의 차가운 가슴은 녹아내리고, 상처는 치유됩니다.
3. 사랑에 눈뜬 자의 삶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면 삶이 변합니다. 첫째, 죄 사함과 내면의 치유를 경험합니다. 둘째, 억지로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내 안에 흘러넘쳐 자연스럽게 이웃을 사랑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요일 4:19). 하나님의 사랑에 푹 잠길 때, 우리는 비로소 계산하지 않고 베푸는 '주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3부. 복음에 눈뜨다: 모든 것을 살리는 기쁜 소식
1. 복음의 능력
복음(Gospel)은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죄로 인해 파산 상태에 이른 인류에게 유일한 희망은 복음뿐입니다. 복음은 단순히 교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복음에 눈을 뜨면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죄인인지 깨닫게 되고, 동시에 그 죄를 해결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게 됩니다. 복음은 우리를 죄의 저주에서 해방시켜 참된 자유를 줍니다.
2. 내가 죽고 예수가 사는 삶 (갈라디아서 2:20)
복음 안에서 산다는 것은 '내가 죽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아(Ego)'입니다.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라고 고백했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사건일 뿐만 아니라 날마다 일어나는 '일상적 순교'여야 합니다. 내가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는 삶, 즉 삶의 주도권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것이 복음적인 삶입니다. 자아가 죽을 때 갈등이 사라지고 진정한 평화와 능력이 나타납니다.
3. 복음으로 해석되는 인생
복음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해석합니다. 과거의 상처나 부끄러움은 더 이상 수치가 아니라 간증이 됩니다. 바울이 핍박자였던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복음 때문이었습니다. 복음에 눈뜬 사람은 자신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을 의지하며, 나의 의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자랑합니다.
4부. 은혜에 눈뜨다: 나를 나 되게 하는 힘
1. 은혜의 정의와 필요성
은혜(Grace)는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세상은 성과와 대가를 요구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은혜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신앙생활이 힘든 이유는 은혜가 아닌 자기 힘과 율법으로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신앙생활은 힘을 빼고 하나님의 은혜에 자신을 맡기는 것입니다.
2. 바울의 고백: 나의 나 된 것은
사도 바울은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고전 15:10)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율법으로는 흠이 없는 자였으나,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자신의 모든 의를 배설물로 여겼습니다. 그의 부끄러운 과거(교회 핍박)조차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립니다.
3. 광야의 시간과 은혜
은혜를 깊이 경험하기 위해서는 '광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울은 회심 후 바로 사역에 뛰어들지 않고 아라비아 광야에서 3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시간은 과거의 율법적 사고방식을 복음으로 재정립하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훈련의 기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세상의 방식을 내려놓고 복음이 내면화되는 광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무력함을 인정할 때 가장 강력하게 역사합니다.
5부. 소망에 눈뜨다: 영원을 바라보는 시선
1. 산 소망 vs. 죽은 소망
세상은 불확실한 '희망'을 말하지만, 그리스도인은 확실한 '소망'을 가집니다. 세상의 소망은 죽은 소망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한 우리의 소망은 '산 소망'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살지만, 이 땅에 소망을 두지 않는 나그네와 같습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으며, 종말론적 신앙을 가지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자들입니다.
2. 고난을 이기는 힘, 소망
소망은 현재의 고난을 이기게 하는 힘입니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3-4).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라면 절망할 수밖에 없지만, 장차 임할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볼 때 우리는 환난 중에도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소망이 있는 사람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을 해석하고 살아갑니다.
3. 거룩함과 깨어 있음
소망을 가진 자는 막연히 기다리지 않고 깨어 준비합니다. 베드로는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영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거룩함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사욕과 유혹을 버리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이 종말을 준비하는 성도의 마땅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결말(해피엔딩)을 알고 있기에, 인내하며 기도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서평] 본질로의 회귀, 흔들리는 시대를 이기는 유일한 길
1. 위기의 시대, 왜 다시 '본질'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한국 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는 유례없는 혼란과 단절을 경험했다.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지금, 많은 성도가 신앙의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이규현 목사의 저서 《본질에 눈뜨다》는 바로 이러한 시점에 우리에게 던져진 묵직한 화두이자 나침반이다.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흔들릴 때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선포한다. 기술의 발전이나 프로그램의 변화가 아닌, 신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뿌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그의 통찰은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하고도 적절한 처방이다.
2. 5가지 핵심 기둥의 유기적 연결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5가지 핵심 요소인 믿음, 사랑, 복음, 은혜, 소망을 각각 독립된 주제로 다루면서도, 이를 놀랍도록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는 시력을 제공하며(1부),
그 시력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게 하고(2부),
그 사랑의 절정인 십자가 복음을 통해 자아의 죽음을 경험하게 하며(3부),
나의 노력이 아닌 전적인 은혜로 살아감을 고백하게 하고(4부),
마침내 이 땅을 넘어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우리를 이끈다(5부).
이러한 흐름은 독자로 하여금 신앙이 단편적인 지식의 조각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구원 서사임을 깨닫게 한다. 특히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중심으로 "내가 죽고 예수가 사는 삶"을 강조하는 대목은 오늘날 자아 실현과 자기애에 함몰된 현대인들에게 충격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도전을 준다.
3. 종교 생활이 아닌 생명력 있는 신앙생활로
저자는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율법주의와 기복신앙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지만 기쁨이 없고, 타인을 정죄하는 '맏아들' 같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꼬집으며, 신앙은 '하는 것(Doing)' 이전에 '되는 것(Being)'이며 은혜를 누리는 것임을 역설한다.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힘을 빼라"는 것이다. 수영하는 사람이 물에 몸을 맡겨야 뜨듯이, 성도는 자기 의와 노력의 힘을 빼고 하나님의 은혜의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비유는 신앙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큰 위로와 자유를 선사한다.
4. 적용과 실천: 일상적 순교와 산 소망
이 책의 미덕은 신학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매우 목회적이고 실천적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믿음을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어 그물을 내리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거룩을 "세상 욕망(사욕)을 버리고 구별되는 삶"으로 구체화한다. 특히 고난과 환난이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막연한 긍정이 아닌, 하나님 약속에 근거한 '산 소망'을 붙들라는 메시지는 고통받는 성도들에게 실제적인 힘이 된다.
5. 총평 및 추천
《본질에 눈뜨다》는 제목 그대로 신앙의 거품을 걷어내고 알맹이를 보게 하는 책이다. 초신자에게는 기독교 신앙의 뼈대를 세워주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며, 타성에 젖은 기성 신자에게는 첫사랑의 감격을 회복하고 신앙의 야성을 되찾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붙들고 싶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그리고 내 힘으로 사는 인생에 지쳐 참된 안식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는 자신의 힘이 아닌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