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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유영만, 박용후) 리뷰/요약

 

🌎 "언어를 디자인하라" 요약: 당신의 언어가 당신의 세계를 결정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와 대한민국 1호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대표가 공동으로 저술한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각, 인격, 그리고 인생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핵심 도구임을 역설합니다.

저자들은 현대인이 겪는 '빈어증'(貧語症), 즉 언어의 빈곤이 사고의 빈곤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깊이 읽기' 능력을 상실하고 'F자형 읽기'와 같은 피상적인 스캐닝에 익숙해진 현상을 지적하며, 언어의 한계가 곧 자기 세계의 한계임을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강조합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왜 언어가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언어적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진단하고, 2부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7가지 나만의 개념사전 만들기'를 제안합니다.

1부: 생각의 옷, 개념의 집

1부에서는 언어가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과 사유 체계를 구축하는지 탐구합니다.

📖 1장: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곧 당신이다

저자 유영만은 언어가 삶의 경험을 통해 몸에 새겨지는 '비늘'과 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농경의 언어, 공고 시절의 용접 언어, 고시 언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육학의 언어로 자신의 사유 체계가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언어는 생각의 옷"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언어(옷)를 입히느냐에 따라 생각의 품격이 달라지며, 니체의 말을 빌려 "사람은 개념으로 집을 짓고 산다"고 강조합니다.

📖 2장: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법

이 장에서는 '나만의 주체적인 언어'를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성공한 사람이나 남다른 사람은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저자는 습관적 언어 사용('관성')에서 벗어나 사물과 현상에 '관심'을 가질 때, 자기만의 언어가 탄생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신을 평범한 '교수'가 아닌 '지식생태학자'로 재정의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또한 "모든 편견은 내장에서 나온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관념이 아닌 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언어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 3장: 깊이 읽어야 생각도 깊어진다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깊이 읽기'의 부재입니다. 책을 읽는 목적은 저자의 낯선 사유 체계에 접속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지성의 폐활량', 즉 복잡한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적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저자들은 '깊이 읽기'가 뇌의 '읽기 회로'를 실제로 만들어낸다고(신경가소성) 강조합니다. 깊이 읽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을 제시합니다.

  • 연결시켜 생각하기: 책의 개념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연결하고 구조화합니다. 저자는 '유혹의 점층적 단계' (뿌림-끌림-쏠림-꼴림-홀림-울림-무림)를 도식화한 자신만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 쓰기로 완성하기: 독서는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밑줄 친 문장을 타이핑하거나 독후감을 쓰는 '쓰기'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 4-5장: 디지털 시대의 '신문맹'과 '팝콘 브레인'

4장과 5장에서는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의 읽기 능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 F자형 읽기: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은 글을 꼼꼼히 읽지 않고, 알파벳 'F'자 모양으로 훑어보는 '스캐닝'을 합니다. 이는 리딩이 아닙니다.

  • 신문맹 (新文盲): 글자는 읽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문맹'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팝콘 브레인 (Popcorn Brain): 자극적인 정보에만 팝콘 터지듯 반응하고, 텍스트처럼 깊은 사유가 필요한 정보에는 반응하지 않는 뇌를 의미합니다. 실제 디지털 중독은 뇌의 회백질 크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 검색능력과 사색능력의 반비례: 검색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보를 지식으로 숙성시키는 '사색' 능력은 퇴보합니다.

📖 6-8장: 언어 빈곤(貧語)과 개념의 중요성

언어의 빈곤은 사고의 빈곤을 초래합니다.

  • 빈어증 (貧語症): 피가 부족하면 빈혈(貧血)이듯, 언어가 부족하면 '빈어'(貧語)입니다. 이는 특히 우리말 어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漢字)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언어를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 나의 언어가 나의 세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틀에 박힌 언어('언어적 관성')에서 벗어나야, 세상을 다르게 보는 '모험생'이 될 수 있습니다.

  • 개념 없이 살면 안 되는 이유: 개념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입니다. '닭고기'와 '치킨'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듯 , '해상도 높은 언어'를 가져야 감정을 미세하게 구분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개념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2부: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할 7가지 개념사전

2부에서는 언어 빈곤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사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7가지 실천적 도구를 제시합니다.

📖 1. 신념사전 (Belief Dictionary)

  • 정의: 기존의 단어를 '나만의 체험과 신념'을 담아 재정의하는 사전입니다.

  • 예시: 저자는 '교육(敎育)'을 '사육(飼育)'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미래'로 건너가는 '육교(陸橋) 건설업'으로 재정의합니다.

  • 실천법: 하루에 단어 3개를 정해 나만의 신념을 담아 재정의해봅니다.

📖 2. 관점사전 (Perspective Dictionary)

  • 정의: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것". 기존 개념을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역발상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 예시: 시각장애인의 팻말을 "나는 맹인입니다"에서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저는 앞을 볼 수가 없네요"로 바꾼 사례 . 극장의 '매표소(賣票所, 파는 곳)'를 '매표소(買票所, 사는 곳)'로 보는 관점의 차이.

  • 실천법: '단어 뒤집기'를 활용합니다. '역경(逆境)'을 뒤집으면 '경력(經歷)'이 되고 , 'Live'(살다)를 뒤집으면 'Evil'(악)이 됩니다.

📖 3. 연상사전 (Association Dictionary)

  • 정의: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은 연결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개념에서 연상되는 단어와 이미지를 정리하는 사전입니다.

  • 예시: 저자는 '막걸리'에서 '파전', '비 오는 날' 외에 '스테이크'를 연상하며, '철판 용접'의 실패 경험에서 '보름달'을 연상합니다.

  • 실천법: '펌(복사) → 폼(과시) → 품(포용) → 핌(개화) → 팜(판매)'의 5단계 연상. '봄(春)'과 '봄(觀)', '귀(耳)'와 '귀(貴)'처럼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연상합니다.

📖 4. 감성사전 (Emotion Dictionary)

  • 정의: 논리적 정의가 아닌, 몸이 느낀 감정, 즉 가슴으로 정의하는 '시인의 사전'입니다.

  • 예시: '외롭다'는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밤을 꼬박 새워 본 경험담으로 풀어내는 것. '슬픔'을 '결코의 무게'로 표현하는 것.

  • 실천법: '역지사지'와 '측은지심'을 활용합니다. '쓰레기통'을 의인화하여 '쓸쓸한 간이역'으로 , '책갈피'를 '주인을 기다리는 물망초'로 정의합니다.

📖 5. 은유사전 (Metaphor Dictionary)

  • 정의: 'A는 B다'의 형식으로,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은유하여 본질을 파악하는 사전입니다.

  • 예시: '공부는 망치다' (통념을 깨부수기 때문). '공부는 피클이다' (공부하기 전(오이)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 '사랑은 양초다' (자신을 불태워 세상을 밝히기 때문).

  • 실천법: 관계없는 두 단어를 연결하며, '전혀 다른 둘의 공통점'을 찾는 훈련을 합니다.

📖 6. 어원사전 (Etymology Dictionary)

  • 정의: 단어의 뿌리, 즉 어원(語源)을 탐구하여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사전입니다.

  • 예시 (우리말): 물의 흐름 (도랑 → 개울 → 개천 → 시내 → 내 → 가람 → 바다) . '미역국 먹다'의 유래 (군대 '해산(解散)'과 출산 '해산(解産)'의 동음이의어).

  • 예시 (한자): '파자(破字)' 활용. '생(生)'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는 모습. '청(聽)'은 왕(王)의 귀(耳)와 열(十) 개의 눈(目)으로 한(一) 마음(心)이 되는 것.

  • 예시 (영어): 'Success'(성공)는 '뚫고 나오다'(씨앗이 흙을 뚫고 나옴). 'Respect'(존경)는 '다시(re) 보다(spect)'.

📖 7. 가치사전 (Value Dictionary)

  • 정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core values)'를 정의한 사전입니다. 이는 딜레마 상황에서 판단 기준이 됩니다.

  • 예시: 저자의 5가지 핵심 가치 'PITCH' (Passion, Innovation, Trust, Challenge, Happiness).

  • 실천법: 리처드 로티가 말한 '마지막 단어(Final Vocabulary)', 즉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자신의 신념어를 찾습니다. 저자에게 이 단어는 '도전'입니다.

3부: 결론 및 에필로그

책은 '사이 전문가'(호모 디페랑스) 개념을 소개하며, 한 분야의 전문성을 넘어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융합을 강조합니다. 또한 틀에 박힌 언어 습관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아이러니 찾기'(당연함에 시비 걸기)와 '유머'(관점 비틀기)를 제시합니다 .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언어는 존재의 집" 임을 재차 확인하며, 낡고 무뎌진 언어의 칼을 벼려 자신의 존재의 집을 새롭게 뜯어고칠 것을 독려합니다.



✒️ "언어를 디자인하라" 서평: 당신의 '언격'이 '인격'이 되는 법

우리는 매일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그 '언어'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을까요? 유영만 교수와 박용후 대표의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 뼈아픈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저자들은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며,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을 결정한다"고 단언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화술 책이 아닙니다.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세계를 규정하며, 나아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인문학적 고찰이자, 낡은 언어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실용적인 '사고 혁명 안내서'입니다.

🎯 1부: '빈어증' 시대, 우리의 현주소

이 책의 1부는 현대인이 겪는 '언어 빈곤', 즉 '빈어증'(貧語症) 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서와 같습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미디어에 중독되면서 '깊이 읽기'(deep reading) 능력을 잃어버리고, 그저 정보를 훑어보는 '스캐닝'(scanning) 에만 익숙해졌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글자를 읽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문맹'(新文盲) 이 되어가고 있으며, 자극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을 갖게 되었습니다. 언어가 빈약해지니 생각도 가난해지고, 이는 곧 삶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2부: 언어의 집을 짓는 7가지 설계도, '개념사전'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1부의 날카로운 진단에서 그치지 않고, 2부에서 '7가지 개념사전 만들기' 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처방을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들은 "사람은 개념으로 집을 짓고 산다" 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남이 만들어 놓은 개념의 집에 세 들어 살지 말고 '나만의 개념'으로 '나의 집'을 지으라고 말합니다.

7가지 사전(신념, 관점, 연상, 감성, 은유, 어원, 가치사전)은 그 집을 짓는 7개의 기둥과 같습니다.

  • 신념사전가치사전은 '나'라는 존재의 철학적 토대를 세우는 작업입니다. '교육'이나 '행복'처럼 누구나 아는 단어를 나만의 신념과 체험으로 다시 정의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나다운 삶'의 방향키를 설정하게 됩니다.

  • 관점사전연상사전은 창의성의 원천인 '연결'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역경'을 '경력'으로 뒤집어 보고 , '용접'에서 '보름달'을 연결해내는 훈련은, 우리가 갇혀 있던 '언어적 관성' 을 깨부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 감성사전은유사전은 메마른 논리의 세계를 벗어나 풍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쓰레기통'을 '쓸쓸한 간이역'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감성 과, '공부'를 '피클'에 비유하는 은유 는, 우리의 사고에 '해상도 높은 언어' 를 장착시켜 줍니다.

  • 어원사전은 단어의 뿌리를 캐는 즐거움을 통해 '앎'의 깊이를 더합니다. 'Success'(성공)가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오는 것' 이라는 어원을 아는 순간, '성공'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블로거, 마케터, 그리고 '개념 없이' 살고 싶지 않은 모든 이에게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두 저자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유영만 교수가 지식생태학자의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통찰로 '왜' 언어를 벼려야 하는지(Why)를 설명한다면,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는 '어떻게' 다르게 볼 것인지(How)에 대한 재치 있고 날카로운 사례들을 풍성하게 제공합니다.

이 책은 특히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모든 사람에게 필독서입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는 블로거, 크리에이터, 카피 한 줄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마케터, 기획자, 그리고 작가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7가지 개념사전'은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샘물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개념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저자들의 일갈처럼, 그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당신의 언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순간, 당신의 세계도 새롭게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