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리》 박한선 저
🌍 '만물의 영장'이라는 아름다운 편견을 깨다
《인간의 자리: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사피엔스 탐사기》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박한선 저자가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정신과 행동이 다른 동물들과 질적으로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종이 겪어온 독특한 생태 환경에 대한 '적응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 챕터별 요약
1. 인간 멸종의 위기 앞에서: 인간은 왜 특별하다고 생각할까?
1장은 인간이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아름다운 편견'이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이어져 왔음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동물행동학(Ethology)'과 '인간행동생태학(Human Behavioural Ecology, HBE)'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이 챕터의 핵심 사례는 '여행비둘기(Passenger Pigeon)'입니다
이는 현재 79억을 넘어선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 짝짓기의 기쁨과 슬픔: 사랑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2장은 '성선택(Sexual Selection)'의 개념을 통해 사랑과 짝짓기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대부분의 동물 세계에서 짝 선택권은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는 암컷에게 있습니다
스크램블 기작 (Scramble): 짝을 '얼른' 찾아내 접근하는 전략입니다
. 강압 기작 (Coercion): 강제로 교미하는 전략으로, 자연에는 도덕이 없습니다
. 시합 기작 (Contest): 수컷 간의 직접적인 물리적 경쟁입니다
.
이러한 경쟁은 수컷의 몸집을 키우고(성 내 선택), 지배적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하렘(Harem)' 시스템을 만듭니다
이 챕터는 다윗과 밧세바, 그리고 솔로몬의 이야기를 성선택의 관점에서 재해석합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 저자는 사랑을 '눈먼 감정'이자, 합리적 판단보다 의사 결정을 돕는 효율적인 장치로 봅니다
3. 왜 남에게 아이를 맡기는가: 탁란과 양육의 진화
3장은 뻐꾸기처럼 스스로 새끼를 키우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탁란(Brood Parasitism)' 행동을 통해 양육의 조건을 탐구합니다
이에 맞서 탁란을 당하는 숙주(Host) 역시 방어 전략을 진화시킵니다.
어미 뻐꾸기의 접근을 막습니다
. 자기 알과 다르게 생긴 알(크기, 색, 무늬)을 구별하여 품지 않습니다
.
이는 다시 뻐꾸기가 숙주의 알과 비슷하게 알을 낳도록 진화하는 '진화적 군비 경쟁(Evolutionary Arms Race)'으로 이어집니다
인간 사회에도 비슷한 전략이 존재합니다. 태반 포유류인 여성은 '모성 확실성'이 100%이지만, 남성은 '부성 확실성(Paternity Uncertainty)'에 늘 노출됩니다
전통 사회에서 '비친족 입양'은 매우 드문 현상이었고, 대개 친족(이모, 외할머니 등)이 양육을 도왔습니다
4. 형제자매가 사라지는 세상: 우애와 동기살해의 균형
4장은 형제자매 관계를 진화론의 핵심 원리인 '해밀턴의 법칙(Hamilton's Rule, rB > C)'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질 때 비극이 발생합니다. 성경 최초의 살인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바로 '동기살해(Siblicide)'의 사례입니다
자연계의 극단적인 예는 '나즈카부비(Nazca Booby)'입니다
어미가 애초에 알을 두 개 낳는 이유는 '보험 산란 가설(Insurance Egg Hypothesis)'로 설명됩니다
인간 사회에서 동기 갈등은 '출산 터울'과 밀접합니다
저자는 프랭크 설로웨이의 '타고난 반항아' 이론을 인용하며, '출생 순서'가 생존 전략의 차이, 즉 성격의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5. 평화로운 미래라는 망상: 공격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5장은 인간의 '공격성(Aggression)'의 기원을 탐구합니다
그렇다면 공격성은 왜 진화했을까?
포식자 방어: '무리공격(Mobbing)'을 통해 집단으로 포식자에 대항하는 전략입니다
. 최후의 반격: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달려드는 필사적인 전략입니다
. 성 내 경쟁: 짝짓기 시합(Contest)에서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 영역 방어 (Territoriality): 가장 본질적인 공격성입니다.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공간을 사수하려는 본능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인 '화식조(Cassowary)'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화식조는 천적이 거의 없고
인간의 공격성 역시 '본능'이며
6. 이 세상의 첫 번째 사랑: 동성애는 '다윈의 역설'인가?
6장은 진화론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동성애(Homosexuality)'를 다룹니다. 유럽인들이 '흑고니(Black Swan)'를 발견하고 '모든 백조는 희다'는 믿음이 깨진 것처럼
동성애는 번식에 직접 기여하지 않으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다윈의 역설(Darwin's Paradox)'로 불립니다
이어 저자는 '흑고니 원조 가설'처럼 질문을 뒤집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왜 어떤 종은 동성 간 성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진화했는가?"
초기 유성생식 단계에서는 암수 차이가 거의 없었고(성적 이형성 낮음), 상대를 구별하는 것보다 교미 횟수를 늘리는 것이 유리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엄격한 배타적 이성애(Exclusive Heterosexuality)'는 상대를 정확히 식별해야 하는(이성 식별 모듈)
7. 살려고 먹는가, 먹으려고 사는가: 최적 섭식과 잡식의 진화
7장은 '먹이 획득'의 문제를 다룹니다. 핵심 질문은 "무엇을 먹을까?"입니다
'식단폭 모델(Diet-Breadth Model)'에 따르면
인간은 유인원에 비해 뇌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대뇌화(Encephalization)'를 겪었습니다. 이 큰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뇌 용적이 600-700cc에 달했을 때, 인간은 '회색 천장(Gray Ceiling)'이라는 에너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인류는 이 한계를 네 가지 방법으로 돌파했습니다.
친족/비친족 간 음식 공유: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음식을 나눠주었습니다
. 요리: 굽고, 찌고, 발효시켜 에너지 흡수율을 높였습니다
. 잡식성: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 성적 분업: 짝 동맹을 통해 남녀가 각자 잘하는 일(사냥과 채집)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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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신과 수유, 육아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여성과 아이를 위해
8. 우리 안의 방랑자: 두발걷기와 이주 본능
8장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두발걷기(Bipedalism)'
'철새(Migratory Bird)'가 추워서가 아니라 '배고파서'(먹이 부족) 이동하는 것처럼, 인간 역시 '나그네 영장류(Wandering Primate)'로서
장거리 이동을 위해서는 '항법 장치'가 필요합니다. 철새가 밤에 '별자리(Star Pattern)'를 보고 방향을 찾는 것처럼, 인류 역시 별을 보며 이동하고 미래를 점쳤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주 본능은 유전자에 각인되었을 수 있습니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나오는 '역마살'처럼 말입니다
9. 풍요가 만드는 비극: 부(富)와 저장강박의 진화
9장은 '부(Wealth)'와 '덕(Virtue)'을 진화적 관점에서 정의합니다. 둘 다 적합도를 높이는 행동 전략입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하루 벌어 하루 먹지만
이 챕터의 핵심 사례는 '때까치(Shrike)'입니다
인간의 '저장강박(Hoarding Disorder)'은 이러한 때까치의 행동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저장 행동은 '기억력'과 '미래 예측 능력'의 진화를 촉발했습니다
10. 협력을 줄이는 복지의 역설: 덕(德)과 호혜성의 진화
10장은 또 다른 생존 전략인 '덕(德)', 즉 '비친족 간 호혜적 협력'을 다룹니다
핵심 사례는 '흡혈박쥐(Vampire Bat)'입니다
흡혈박쥐는 이 위기를 '피를 토해 나눠주는(Food Sharing)' 방식으로 극복합니다
흡혈박쥐와 인간은 비친족 협력을 진화시킨 드문 종으로
높은 에너지 소모 (고열량 식단 필요)
높은 인지 능력 (개체 식별 능력)
긴 수명 (반복적 거래 가능)
인간은 때까치처럼 '부(재산)'를 체외에 저장할 뿐 아니라, 흡혈박쥐처럼 '덕(사회적 관계)'을 타인의 몸에 저장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 사회의 '복지의 역설'을 지적합니다. 은행, 보험, 연금 등 '제도적 상호 부조'(복지)가 발달하면서
11. 살기 위해 죽으리라: 노화와 죽음은 왜 진화했는가?
11장은 '노화(Senescence)'와 '죽음'의 진화를 다룹니다. 우리는 왜 늙고 죽을까요? 기계처럼 닳아서(마모 가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노화는 '번식과 생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입니다
또한 '생명 활동 속도 이론'(대사율이 높으면 수명이 짧다)
핵심 사례는 70세가 넘도록 새끼를 낳는 '라이산알바트로스 위즈덤(Wisdom)'입니다
이렇게 생애 후반까지 꾸준히 번식하면, 노화 유전자에 대한 자연선택의 압력이 약해지지 않는 '선택 그늘(Selective Shadow)' 현상이 사라집니다
인간 역시 알바트로스와 매우 유사합니다
12. 영혼을 잠식하는 감염병: 혐오와 행동면역계의 탄생
마지막 12장은 '혐오(Disgust)'의 감정을 다룹니다. 감염병은 인류사에서 가장 강력한 '선택압'이었습니다
그래서 진화한 것이 '행동면역계(Behavioral Immune System, BIS)'입니다
혐오는 원래 부패한 음식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배설물, 해충, 그리고 병자의 기침이나 피부 발진 등 '감염원'으로 인식되는 모든 것으로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행동면역계는 임신 초기 여성에게서 더 민감하게 작동하며(입덧)
문제는 이 시스템이 '과잉 일반화'된다는 점입니다.
성적 규범: 성병 감염 위험 때문에 '비정상적' 성 행위에 혐오를 느낍니다
. 음식 금기: 특정 동물(세균 번식이 쉬운)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 외국인 혐오(Xenophobia): 낯선 외모를 '기형'으로 인식하고
, 미지의 병원균을 옮길 것이라는 두려움에 혐오가 발생합니다 .
즉, 우리의 도덕성(정결함)
《인간의 자리》 서평: 우리는 왜 ‘고귀한 인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우리는 이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자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계한 '자연의 사다리' 꼭대기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닙니다. 사랑, 우애, 탐욕, 혐오, 죽음 등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곳을 진화라는 날카로운 메스로 해부하는 '인간 본성 탐사기'
🐦 왜 '새'를 통해 인간을 보는가?
박한선 교수의 접근 방식은 독특합니다. 그는 인간을 인간과 직접 비교하는 대신, '새(Bird)'라는 거울을 꺼내 듭니다
"아니, 새와 인간이 닮았다고? ... 하지만 행동에서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하며 집도 짓는다. 구애 끝에 결혼하여 백년해로하기도 하지만 틈틈이 바람도 피우고 가끔은 이혼도 한다. ... 서로 맹렬히 싸우기도 하고 오래도록 협력하기도 하고 위계 서열을 나누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개는 편애하고 뱀은 차별하지만, 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은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한 수컷의 '시합 기작'
이처럼 책은 12개의 챕터에 걸쳐 짝짓기, 양육, 형제 관계, 공격성, 식욕, 협력, 죽음, 혐오 등 인간의 모든 행동을 동물의 생존 전략과 연결하며 '인간의 자리'를 재조정합니다.
💔 혐오, 도덕, 그리고 '행동면역계'라는 충격
《인간의 자리》가 제시하는 수많은 통찰 중 가장 충격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단연 12장, '영혼을 잠식하는 감염병'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혐오(Disgust)' 감정이 사실은 병원균을 피하기 위해 진화한 '행동면역계(BIS)'
면역계가 이미 감염된 후에 작동하는 사후 대응 시스템이라면
문제는 이 원시적인 시스템이 현대 사회에서 '과잉 일반화'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성병의 위험 때문에 '낯선 성적 규범'을 혐오합니다
. 우리의 뇌는 미지의 병원균을 두려워해 '낯선 외모의 외국인'을 혐오합니다
. 우리의 뇌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보수성'을 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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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가 '도덕'이나 '정결함'이라고 부르는 가치의 상당 부분
📚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냉철한 진실, 그리고 겸손
《인간의 자리》는 불편한 책입니다. 사랑은 전략이고, 우애는 계산이며, 혐오는 면역 반응
물론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진화적 설명은 때로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Just-so story)'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최재천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분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냉철한 통찰을 원하는 분
현대 사회의 혐오와 갈등의 근본 원인을 고민하는 분
《인간의 자리》는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수십억 년의 진화사 속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갈고닦은 생존 전략(짝짓기, 양육, 협력, 저장, 이주, 면역)을 이토록 복잡하게 조합하여 '인간성'이라는 독특한 모자이크를 만들어낸 종은 우리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천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비로소 '동물의 왕국'이라는 우리의 진짜 고향에 두 발을 딛게 됩니다. 그 겸허함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