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읽는 힘』: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의 기술
1. 왜 연결하는 힘이 필요한가?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Fact)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저자 메르는 "남들보다 몇 단계를 더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기상이변 뉴스를 보고 단순히 '곡물 가격 상승'만 예측하는 것은 1차원적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곡물 수입 비중이 높은 이집트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그로 인한 금 수요 증가와 금값 상승까지 연결해내는 능력이 바로 '1%를 읽는 힘'입니다.
2. 오래된 시각과 새로운 해석 (산업과 지정학의 연결)
2.1 반도체 패권 전쟁: 삼성전자 vs TSMC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패권 국가 경쟁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란체스터 전략: 수적으로 우세한 쪽과 열세인 쪽의 전력 차이는 수적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파운드리(위탁 생산)에만 집중하는 TSMC와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싸움은 집중도의 차이에서 TSMC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삼성의 전략: 삼성은 '수익 일부 포기, 기술 우위 추구' 전략을 택했습니다. 특히 GAA(Gate-All-Around) 기술을 3나노에 조기 도입하여 기술적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관건은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잡느냐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미국은 설계에는 강하지만 제조가 약합니다. 중국이 제조를 넘어 설계까지 넘보자, 미국은 반도체 장비(EUV 노광기 등)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의 추격을 막고 있습니다.
2.2 2차 전지와 전기차의 미래
배터리 시장은 자원 확보와 기술력의 싸움입니다.
자원 전쟁: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 확보가 중요합니다. 특히 리튬은 전기차 수요 폭증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됩니다.
배터리 기술 트렌드: 삼원계(NCM)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쟁 속에 테슬라가 주도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습니다. 4680 배터리는 탭리스(Tabless)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며, 차체와 배터리를 통합하는 CTC 기술을 가능하게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화재 위험을 줄이고 용량을 늘린 꿈의 배터리입니다. 삼성SDI는 반도체 적층 기술을 활용해 전고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3 방위 산업: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산 진짜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폴란드의 지정학: 러시아와 역사적 원수 관계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한국 무기의 경쟁력: 독일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은 오랜 군축으로 생산 능력이 저하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대규모 생산 라인과 실전 운용 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은 나토 규격과 호환되면서도 즉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폴란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2.4 희토류와 우주 전쟁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자 전략 자원입니다.
중국의 무기화: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굴복시켰습니다. 이후 서방 세계는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그린란드와 달: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광산에 주목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달 표면의 희토류 채굴을 위한 우주 경쟁(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3. 관점을 바꾸면 기회가 보인다 (거시 경제의 변화)
3.1 미국이 이기적으로 변한 이유: 셰일 혁명
과거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에너지 독립: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눈치를 보거나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기조입니다.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 미국은 첨단 산업(반도체, 배터리)은 자국 내로 불러들이고(리쇼어링), 인건비가 중요한 제조업은 중국 대신 멕시코 등 인접 우방국으로 옮기는(니어쇼어링)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됩니다.
3.2 일본 경제의 딜레마: 엔저와 YCC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유산인 대규모 양적완화와 YCC(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으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금리 차이: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일본은 저금리를 유지하여 엔화 가치가 급락했습니다(엔저).
부채의 늪: 일본 정부의 부채가 너무 많아 금리를 섣불리 올리면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행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며 금리를 누르고 있지만, 이는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를 부추깁니다.
헤지펀드의 공격: 엔화 약세와 국채 금리 왜곡을 노린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향후 일본의 통화 정책 변경 시점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3.3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
한국 경제의 3대 강점(건전한 재정, 무역 흑자, 외화 보유고)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쌍둥이 적자: 무역 수지와 재정 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내수 시장 위축,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합니다.
가계 부채: 높은 가계 부채 비율과 변동 금리 비중은 금리 인상기에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됩니다.
4. 경제 원리에 숨겨진 부와 투자의 비밀
4.1 부동산 가치 평가의 정석
부동산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수익'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도로와 용도: 땅의 가치는 접해 있는 도로의 폭(건물 높이 결정)과 용도 지역(주거지 vs 상업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수익환원법: 상업용 부동산은 임대 수익률을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요구 수익률이 높아져 부동산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4.2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
달러 스마일: 달러는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도 강세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때도 강세를 보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보다 높아야 하지만, 이것이 역전되면(단기 금리 > 장기 금리) 경기 침체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와 같습니다.
4.3 워런 버핏의 일본 상사 투자
워런 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에 투자한 것은 단순한 저평가 주식 매수가 아닙니다.
자원과 식량: 일본 종합상사들은 단순 무역 중개를 넘어 전 세계 광산, 에너지, 식량 밸류체인을 장악한 자원 회사로 변모했습니다. 버핏은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 자원과 식량 안보가 중요해질 것임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5. 미래를 읽고 나만의 관점 만들기
5.1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
엘니뇨와 같은 기후 변화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입니다.
나비 효과: 이상 기후는 곡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이는 식량 가격 상승(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값 인상, 육류 가격 상승 등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합니다.
비료와 에너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암모니아(질소 비료의 원료) 생산 비용을 높여 비료 가격을 폭등시키고, 이는 다시 식량 가격을 자극합니다. 세상은 에너지, 식량, 경제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5.2 정보의 비대칭과 해석 능력
남들과 똑같은 정보를 봐서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정보의 소스: 마린트래픽(선박 위치), 플라이트레이더24(항공기 위치) 등 무료로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해 물류 흐름이나 VIP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나만의 정보 채널'을 확보해야 합니다.
해석의 힘: 뉴스의 헤드라인에 속지 말고 이면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뉴스도, 전체 연금 규모가 커지면 실제 매수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서평] 연결의 미학, 불확실성을 뚫는 투자의 나침반
1.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맥락'을 잡다
현대 사회는 정보 결핍이 아니라 '정보 과잉'이 문제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기 쉽습니다. 메르의 《1%를 읽는 힘》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게 해주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연결'입니다. 저자는 반도체, 방산, 2차 전지, 거시 경제, 역사 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하나의 거대한 경제적 흐름으로 엮어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전기차 시대가 온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확산이 전력 수요 폭증을 부르고, 이는 전력망 인프라(송배전, ESS) 투자와 원자력/LNG 발전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적 확장은 독자들에게 '단편적 지식'이 아닌 '입체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2.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온 살아있는 지식
많은 경제 서적들이 이론에 치우치거나 지나치게 학술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책은 철저히 '현장'과 '실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저자가 금융권 현직에서 수조 원 단위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승인하며 겪은 경험들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PF'를 설명하는 챕터는 압권입니다. 시행사, 시공사, 대주단(금융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리스크 구조를 브리지론부터 본 PF까지의 흐름으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부동산 PF 위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교과서적인 설명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유용합니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현장을 방문하여 CEO와 CRO(최고위험관리자)의 태도를 보고 위기를 직감했다는 일화는 '숫자 너머의 사람과 태도'를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줍니다.
3. 투자의 본질: 질문하고 의심하고 확인하라
이 책은 특정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왜 미국은 이기적으로 변했는가?", "왜 워런 버핏은 일본 상사에 투자했는가?", "달걀 가격은 왜 오르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구글링, 전문 서적, 실시간 데이터(선박/항공 트래킹), 그리고 역사를 넘나듭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실패를 세금 정책의 실패로 해석하거나, 나우루 공화국의 몰락을 인광석 자원의 고갈과 연결하는 등 역사를 통해 현재의 경제를 비추어 보는 시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는 투자자가 갖춰야 할 태도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과 끈질긴 사실 확인(Cross Check)임을 강조합니다.
4. 아쉬운 점과 제언
방대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특정 분야에 깊은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는 일부 내용이 다소 개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책이 집필된 시점(2023년)의 경제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예: 2024년 이후의 AI 붐, 금리 인하 시점 지연 등)에 맞춰 독자가 스스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책의 단점이라기보다는 '현재진행형'인 경제의 특성입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강조한 것처럼, 책의 내용을 맹신하기보다 저자가 제시한 '정보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방법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5. 1%의 눈을 뜨고 싶은 당신에게
《1%를 읽는 힘》은 주식이나 부동산 초보자에게는 경제가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보여주는 입문서이자, 중급 투자자에게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연결 고리'를 재점검하게 해주는 훌륭한 지침서입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가 내일의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세상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뉴스의 행간을 읽어내는 자신만의 '투자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세상을 연결해서 보면, 지금까지와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