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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김병종) 리뷰/요약


김병종의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기독교 신앙과 영적 독서 에세이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은 동양화가 김병종이 자신의 삶과 영혼에 깊은 울림을 준 책들을 소개하는 신앙 독서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이 책들을 "영적 지진아인 나를 위한 독학서"라고 부르며 , 문학, 미술, 철학, 역사를 넘어 신앙과 영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춘 책들을 선별하여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원고와 새로 쓴 글을 함께 묶어 구성되었습니다.

저자 김병종의 독서와 집필 동기

  • 저자의 독서법: 저자는 자신을 "반평생 넘도록... 책들에 포위되어 지내온" "서노(書奴)"(책의 노예)라고 칭합니다. 그는 주로 밤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으며 , "대각선으로 읽는다"고 표현하는 특유의 속독법으로 책의 핵심 개념어나 문장을 파악합니다.

  • 집필 동기: 화가로서의 삶 후반부에 접어들며 "영혼과 죽음에 관한 책들"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으며 , "지상의 남은 날들"을 위한 "영적 참고서"로서 이 책들을 읽고 독자들에게 요약본처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핵심 주제와 구성

이 책은 저자 어머니의 당부 에서 가져온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신앙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태도를 다룹니다.

  • 1장.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하다: 신앙의 근본적인 질문, 하나님의 존재와 계획, 그리고 영원의 문제를 다룬 책들을 소개합니다. (예: 《라울전》, 《순전한 기독교》, 《헤븐》 등)

  • 2장. 고난도 축복이다: 고난의 의미와 신앙인의 자세, 자본주의와 같은 현대 사회의 제국 속에서 천국을 살아가는 법을 탐구하는 책들을 다룹니다. (예: 《침묵》, 《제국과 천국》, 《나의 고통 누구의 탓인가》 등)

  • 3장. 부디 기도하고 기도하라: 기도의 본질, 힘, 그리고 영적 전투의 무기로서의 기도에 대해 다룬 책들을 조명합니다. (예: 《기도》, 《기도는 전투다》, 《크리스천 무신론자》 등)

  • 4장. 네 삶을 감사로 채워라: 삶의 태도, 감사, 행복, 그리고 죄의 문제를 극복하는 법에 대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예: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거짓 신들의 세상》, 《모자람의 위안》 등)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에서 소개하는 주요 도서

저자는 자신의 독서 렌즈를 통해 기독교 고전부터 영성, 철학에 이르는 다양한 책들을 "해석 음악"처럼 풀어냅니다.

  •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저자는 루이스를 사도 바울에 비견하며 , 그의 책이 기독교의 '전과(참고서)'처럼 난해한 문제들의 명료한 해답을 제공한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교만'을 "가장 핵심적이고 궁극적인 악"으로 정의한 부분 등을 명쾌한 예시로 꼽습니다.

  • 엔도 슈사쿠의 《침묵》: 도쿠가와 시대 일본의 기독교 박해 속에서 선교사가 배교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저자는 "인간은 이렇게도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나도 푸릅니다"라는 '침묵의 비' 문장을 인용하며 , 고통의 순간에 침묵하시는 그리스도의 의미와 그 역설적인 승리를 탐구합니다.

  • 최인훈의 《라울전》: 대석학 가마리엘 밑의 두 수제자 '라울'과 '사울'(바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성실하고 온유한 라울과 다혈질이지만 특별한 빛을 지닌 사울의 대비를 통해 , "옹기장이는 자기 뜻대로 못생긴 옹기도 만들고 잘생긴 옹기도 빚는 것"이라는 하나님의 불가해한 섭리와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 M.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많은 서구인이 "주치의를 둘 만한 형편이 못 되어 스콧 펙을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인생의 매뉴얼'처럼 교육, 의학, 종교, 사랑 등 방대한 주제를 다루며, 결국 예수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리스도적 사랑을 전한 탁월한 선교사의 책이라고 평가합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움직이는 시"로 만들어낸 소로의 무소유적 삶을 조명합니다. 저자는 "소유를 버릴수록 자유를 얻는다"는 메시지가 자본의 욕망에 무력하게 변해가는 현대인에게 청량한 한 줄기 바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 티머시 켈러의 《거짓 신들의 세상》: 현대 사회를 "우상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고 강력하게 정의합니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마음을 차지하는 모든 것, 즉 돈, 명예, 쾌락, 심지어 가족이나 성공적인 사역까지도 '짝퉁 하나님'이 되어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 전성천의 《십자가 그늘에서》: 저자가 한국 교회의 잊어서는 안 될 큰 어른이자 '웨이 메이커(Way Maker)'로 존경하는 하은 전성천 박사의 평전입니다. 프린스턴과 예일에서의 학문적 성취를 뒤로하고 광주대단지(지금의 성남) 철거민촌에 뛰어들어 교회를 세운 그의 실천궁행하는 신앙을 소개합니다.


🖋️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서평

"영적 지진아의 독학서, 한 화가의 영혼을 통과한 신앙의 지도"

화가 김병종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밤에는 책 속에서 "즐거운 포로" 가 되어 살아온 '서노(書奴)'입니다.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은 그가 평생 천착해 온 문학과 예술의 세계를 넘어, "지상의 남은 날들"을 준비하며 만난 영혼의 책들에 대한 고백록입니다. 이 책은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한 예술가의 눈으로 통과시킨 '신앙의 해석 음악' 입니다.

저자의 독서법은 독특합니다. 그는 스스로 "대각선으로 읽는다" 고 말합니다. 이는 수많은 저술 속에서 "한두 개의, 혹은 몇 줄의 핵심적 개념어나 문장" 을 건져 올리는 화가의 예리한 안목과 맞닿아 있습니다. C. 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를 "고통은 하나님의 확성기"라는 한 줄로 기억하듯, 그는 복잡한 신학적 담론을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로 정제해 독자에게 건넵니다.

이 책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저자가 스스로를 "영적 지진아" 라고 낮추며 신앙의 가장 어둡고 어려운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통해 고통 속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왜?"라고 절규하며 , 최인훈의 《라울전》을 통해 성실한 라울이 아닌 사울을 택하신 하나님의 불가해한 섭리 앞에 섭니다. 이 책은 완결된 정답이 아니라, 신앙의 여정에서 누구나 겪는 의심과 고뇌의 과정을 함께 통과하는 '독학서' 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책은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영적 진단서이기도 합니다. 티머시 켈러의 《거짓 신들의 세상》을 통해 우리 시대가 돈, 성공, 쾌락이라는 '짝퉁 하나님'을 섬기는 "우상의 공장" 임을 직시하고, 《제국과 천국》을 통해 로마 제국보다 더 강력한 '자본 제국' 속에서 "소유냐 관계냐" 를 묻습니다.

결국 저자는 "살리는 것은 영이나 육은 무익하니라" 는 말씀처럼, 육적 토대 위에서 영적 토대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 독자를 초대합니다. 낡은 성경을 읽고 또 읽던 "어머니의 야윈 등" 을 기억하며 써 내려간 이 책은, 한 영혼이 어떤 책들을 디딤돌 삼아 신앙의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진솔하고 내밀한 지도입니다. 신앙의 길에서 길을 잃었거나 더 깊은 독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다정한 '영적 참고서' 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