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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 관통 4 : 필독 고전』(이종필) 리뷰/요약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고전 관통 4: 필독 고전

1. 신화와 고전, 그리고 하나님 나라

이 책은 서양 문학의 정수라 불리는 7편의 필독 고전을 기독교적 세계관, 즉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인문학 가이드북입니다. 저자 이종필 목사는 서양 고전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기둥 위에서 발전해 왔음을 강조합니다. 신화가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성경은 그에 대한 참된 해답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서양 고전이 단순히 교양을 쌓는 도구를 넘어, 복음을 전하는 접촉점이자 신앙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특히 이 책은 각 고전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 등장인물과 사건을 성경적 메시지와 연결하여 현대인들이 겪는 삶의 문제에 대한 영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4권 '필독 고전' 편에서는 생텍쥐페리, 헤르만 헤세, 카프카 등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룹니다.


2. 작품별 요약 및 신학적 해석

1장.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관계와 책임, 그리고 하나님 사랑

[작품 배경 및 줄거리]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경험과 동생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아픔을 승화시켜 이 작품을 썼습니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 '나'는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를 만납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두고 온 까칠하지만 사랑스러운 장미꽃과의 갈등 때문에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왕, 허영심 많은 사람, 술주정뱅이,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가 사는 별들을 거쳐 지구에 도착합니다. 지구에서 뱀과 여우를 만나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장미꽃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별로 돌아갑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본질을 보는 눈과 사랑의 수고] 저자는 어린 왕자가 만난 6개 별의 인물들을 통해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조명합니다. 권력욕(왕), 명예욕(허영심 많은 사람), 쾌락(술주정뱅이), 물질 만능주의(사업가), 맹목적인 삶(가로등 켜는 사람), 탁상공론(지리학자)에 빠진 이들은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저자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복음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준 "길들인다"는 개념은 성경의 핵심인 "사랑"과 연결됩니다. 여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눈에 보이는 숫자가 아닌 사람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해석하며, 야고보서의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약 2:1)는 말씀과 연결합니다. 또한, 어린 왕자가 장미꽃을 위해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았던 시간들이 장미를 소중하게 만들었듯이, 진정한 사랑은 '수고'와 '책임'을 동반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십자가 사랑과 닿아 있으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곧 고립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역설합니다.

2장.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내면의 목소리와 진정한 구원

[작품 배경 및 줄거리] 헤르만 헤세는 엄격한 선교사 가정에서 자랐으나 신앙적 방황을 겪으며 자신의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가정, 도덕)와 어두운 세계(하녀, 범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불량소년에게 약점을 잡혀 괴로워하던 싱클레어는 신비한 소년 데미안을 만나 구원받습니다.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 예수님 옆의 강도 이야기 등을 기존 기독교와 다르게 해석하며 싱클레어에게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르칩니다. 싱클레어는 방황 끝에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고, 결국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후 자신의 내면에서 데미안과 닮은 자아를 발견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합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두려움의 극복과 복음 안에서의 자유] 저자는 《데미안》이 주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의 긍정적 측면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적합니다.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서 느꼈던 두려움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겪는 '두려움의 노예 상태'와 같습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두려움에 맞서라고 조언하는데, 이는 성경이 "강하고 담대하라"(수 1:6)고 명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기제를 가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헤세가 말하는 구원이 철저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비판적으로 봅니다. 카인을 긍정하고 기존 도덕을 파괴하는 알 깨기(Abraxas)는 자칫 위험한 자기중심주의나 니체적 초인 사상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은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발견할 때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는 말씀처럼, 세상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진정한 성장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3장. 프란츠 카프카 《변신》: 소외된 인간과 존재의 회복

[작품 배경 및 줄거리] 유대인이지만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카프카의 소외된 삶이 투영된 작품입니다.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흉측한 벌레(갑충)로 변해버립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가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자, 가족들의 태도는 급격히 변합니다. 처음에는 놀라고 걱정하던 가족들은 점차 그를 귀찮은 존재, 나아가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여동생마저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내쫓자고 주장합니다. 결국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그가 죽자 오히려 홀가분해하며 소풍을 떠납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사랑] 저자는 그레고르가 변한 '벌레'가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가장, 혹은 사회적 효용 가치가 떨어진 약자를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기능'으로 평가받습니다. 기능을 잃으면 벌레 취급을 받는 비정한 현실을 카프카는 고발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인간은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귀한 존재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을 효용 가치로 판단하는 '심판자'의 자리에 서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마 7:1-2). 가족들이 그레고르를 버린 것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성도는 세상에서 벌레 취급받는 이들에게 '바나바(위로의 아들)'가 되어야 하며, 조건 없는 사랑으로 그들의 회복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세상의 평가가 아닌,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이라는 말씀 안에 굳건히 서야 합니다.

4장.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 콤플렉스와 믿음의 연단

[작품 배경 및 줄거리] 서머싯 몸의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필립은 선천적인 휜 발(장애)을 가지고 태어나 일찍 고아가 됩니다. 학교에서 장애 때문에 놀림을 받으며 열등감과 애정결핍이라는 '굴레'에 갇힙니다. 그는 신앙심으로 다리를 고쳐달라고 기도하지만 응답받지 못하자 신앙을 버립니다. 이후 화가, 회계사 등을 전전하며 방황하다가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합니다. 그 과정에서 밀드레드라는 천박한 여성을 만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하며 파산 위기까지 겪습니다. 그러나 친구 아텔리 가족을 통해 가정의 따뜻함을 배우고, 결국 샐리와 결혼하며 평범한 행복을 선택합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상처의 치유와 섭리에 대한 신뢰]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태생적 한계(장애, 환경, 성격 등)인 '굴레'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필립은 기도가 즉각 응답되지 않자 하나님을 떠났지만, 저자는 이것이 기복적 신앙의 한계임을 지적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바울이 육체의 가시를 받아들였듯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고 섭리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필립의 방황은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지만, 그가 자유라고 생각했던 방종은 그를 더 깊은 수렁(밀드레드와의 관계)으로 끌고 갔습니다. 저자는 필립이 겪은 굴욕과 실패가 인생이라는 양탄자의 무늬를 만드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하되, 복음 안에서 굴레를 해석할 때 더 온전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결핍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치유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5장.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진정한 신사의 품격

[작품 배경 및 줄거리] 가난한 고아 핍은 대장장이 매형 조와 누나 밑에서 자랍니다. 어느 날 탈옥수 매그위치를 도와준 인연, 그리고 부유하지만 기괴한 미스 하비섬과 그녀의 양녀 에스텔라와의 만남은 핍에게 신분 상승의 욕망을 심어줍니다.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핍은 런던으로 가서 신사 수업을 받으며 속물로 변해갑니다. 그는 가난한 매형 조를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나 유산을 준 사람이 미스 하비섬이 아니라 자신이 도왔던 죄수 매그위치임이 밝혀지면서 핍의 허영심은 무너집니다. 핍은 모든 것을 잃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가치를 깨닫고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성품이 곧 신앙이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가 추구했던 외형적 '신사(Gentleman)'와 성경이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대조합니다. 핍이 추구했던 신사는 돈과 계급으로 치장된 껍데기였지만, 대장장이 매형 조는 비록 가난하고 무식해도 타인을 배려하고 용서하는 '고결한 그리스도인(Gentle Christian Man)'이었습니다. 조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핍을 끝까지 사랑하고, 빚까지 갚아주며 용서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미스 하비섬과 매그위치를 통해 '한(恨)'과 '복수'가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보상받기 위해 핍과 에스텔라를 도구로 이용했지만, 결과는 파멸뿐이었습니다. 저자는 핍이 회개하고 조의 성품을 닮아가며 미스 하비섬과 매그위치를 용서하고 돌보는 모습에서 진정한 구원의 열매를 봅니다. 진정한 위대한 유산은 돈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그리고 성실한 삶의 태도입니다.

6장.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신이 없는 사랑의 파멸

[작품 배경 및 줄거리]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는 고아 히드클리프를 데려와 키웁니다. 언쇼의 딸 캐더린과 히드클리프는 영혼의 단짝처럼 사랑하지만, 아들 힌들리는 히드클리프를 학대합니다. 캐더린은 히드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부유한 린튼 가문의 에드거와 결혼합니다. 배신감을 안고 떠난 히드클리프는 부자가 되어 돌아와 처절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는 힌들리를 파멸시키고,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불행하게 만들며, 두 집안의 재산을 모두 가로챕니다. 그러나 복수의 끝에서 그는 허무함을 느끼고 캐더린의 유령을 찾아 헤매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용서 없는 세상의 지옥도] 저자는 이 작품을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신과 단절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상처와 복수와 파멸의 이야기"로 정의합니다. 등장인물들은 형식적인 종교 행위는 하지만(조지프 영감의 율법주의 등), 진정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부재합니다.

히드클리프의 복수는 정당해 보일지 모르나,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지옥으로 몰아넣습니다. 다윗이 나발의 모욕을 당했을 때 직접 복수하지 않고 하나님께 맡김으로써 살육을 피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또한 캐더린의 사랑은 자기애적 집착이었으며, 이사벨라의 사랑은 환상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는"(고전 13:5) 성경적 사랑과 거리가 멉니다. 저자는 2세들인 헤어튼과 캐더린(딸)이 서로를 글르쳐주고 용납하며 사랑을 싹틔우는 모습에서 유일한 희망을 발견합니다. 하나님 없는 열정은 파멸이지만, 용서와 배려가 있는 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합니다.

7장. 조나단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인간 본성의 부패와 통찰

[작품 배경 및 줄거리] 걸리버는 네 번의 항해를 통해 기이한 나라들을 여행합니다. 1부 소인국(릴리퍼트)에서는 사소한 문제(구두 굽 높이, 계란 깨는 방향)로 당파 싸움을 벌이는 인간의 옹졸함을 목격합니다. 2부 거인국(브롭딩낵)에서는 거인의 시각에서 영국의 정치와 역사가 얼마나 부패하고 하찮은지 깨닫습니다. 3부 하늘을 나는 섬(라퓨타) 등에서는 실용성 없는 학문과 영생에 대한 헛된 욕망을 비판합니다. 4부 말들의 나라(휴이넘)에서는 이성을 가진 말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짐승보다 못한 인간(야후)의 본성을 직면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의 해석: 부패한 본성과 더 넓은 시각] 저자는 스위프트가 목회자이자 정치인으로서 인간의 "전적 타락"을 꿰뚫어 보았다고 평가합니다. 소인국의 당파 싸움은 오늘날 교회와 사회의 분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소한 교리나 기득권 때문에 본질을 잃어버리는 '소인배 마인드'를 버려야 합니다.

거인국 왕의 비판은 우리가 "하나님의 관점"이라는 더 넓은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함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자랑거리(스펙, 권력)도 하나님 앞에서는 작은 벌레들의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바울이 세상의 자랑을 배설물로 여긴 것처럼(빌 3:7-8),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또한 3부의 '스트럴드블럭(죽지 않는 인간)' 에피소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영생은 육체의 불사가 아니라, 하나님과 교제하며 거룩하게 변화되는 삶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죄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통치가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3. 고전이라는 거울, 복음이라는 빛

이종필 목사의 《서양고전 관통 4》는 인본주의의 정수라 불리는 서양 고전들조차 그 이면에는 인간의 근원적 결핍과 죄성,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갈망이 깔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 어린 왕자는 관계의 책임과 사랑을,

  • 데미안은 참된 자아와 성장의 통증을,

  • 변신은 소외된 이웃을 향한 시선을,

  • 인간의 굴레는 운명적 고통에 대한 해석을,

  • 위대한 유산은 껍데기가 아닌 성품의 가치를,

  • 폭풍의 언덕은 용서 없는 삶의 비극을,

  •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 사회의 부조리와 한계를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이 결국 '하나님 나라'의 복음 안에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전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영적 분별력과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서평] 고전의 숲에서 하나님 나라의 보화를 캐다

왜 지금 다시 고전인가?

서점에 쏟아지는 수많은 신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왜 수백 년 전의 낡은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 할까? C.S. 루이스는 "시대정신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고전이 주는 깨끗한 바람을 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 본연의 문제—사랑, 미움, 죽음, 구원, 욕망—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에게 인본주의 색채가 짙은 서양 고전은 때로 낯설거나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니체의 사상이 담긴 헤세나, 인간을 조롱하는 듯한 스위프트의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종필 목사의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서양고전 관통 4: 필독 고전》은 이러한 고민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탁월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저자는 "서양 고전은 우리 모두의 공통 언어"이자 복음의 접촉점이라고 정의하며, 인문학적 통찰과 성경적 진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능숙하게 잡아낸다.

'하나님 나라'라는 렌즈로 본 인간의 실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고전을 단순히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영적 코드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해독해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어린 왕자》의 '길들임'을 단순한 우정이 아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적 원리로 확장한다. 여우가 말한 "책임"은 십자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된다. 《데미안》에 대한 해석은 더욱 날카롭다. 헤세가 주장하는 '내면으로의 침잠'과 '알 깨기'가 가진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자칫 '자기 구원'이라는 영지주의적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아 실현은 하나님 안에서 부르심을 발견할 때 완성됨을 역설한다.

특히 《변신》과 《위대한 유산》에 대한 챕터는 목회적 따뜻함이 돋보인다. 벌레로 변해 가족에게 버림받은 그레고르 잠자를 통해 우리 시대의 소외된 이웃을 조명하고, 경제적 가치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또한, 핍의 매형 조 가저리를 '고결한 그리스도인'의 표상으로 제시하며, 화려한 스펙이나 돈이 아닌 '용서하고 품어주는 성품'이야말로 하나님 나라 백성의 진짜 실력임을 보여준다.

텍스트를 넘어 삶으로: 적용과 실천

이 책은 단순한 독서 가이드가 아니다. 각 챕터마다 배치된 '묵상을 겸한 프리뷰'와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작품 요약'은 독자로 하여금 읽는 행위를 넘어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폭풍의 언덕》을 다루며 저자는 복수가 얼마나 허무하게 인간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며, 다윗과 아비가일의 예화를 들어 복수를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승리하는 길임을 제시한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소인국 릴리퍼트의 당파 싸움을 통해 한국 사회와 교회의 분열을 꼬집고, 더 넓은 하나님 나라의 관점(거인국의 시선)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적용점들은 설교자들에게는 훌륭한 예화 자료가 되고, 평신도들에게는 직장과 가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영적 해답이 된다. 저자의 문체는 강의를 하듯 친근하고 쉬워서, 인문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부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하여

오늘날 기독교는 종종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된 언어를 쓴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고전이라는 세상의 언어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변증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세상 문화 속에 흩어져 있는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내고, 왜곡된 부분은 성경적으로 교정해주는 작업이야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 지성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 책은 신앙 서적이면서 훌륭한 인문학 입문서이다. 자녀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은 부모,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설교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목회자, 그리고 세상 속에서 당당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청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익숙했던 고전들이 전혀 새로운 영적 감동으로 다가오는 '위대한 유산'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