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목사의 『말씀이 들리는 그 한 사람』: 고난 속에서 구속사를 읽어내는 사무엘상 1-7장 강해
구속사로 읽는 인생과 말씀
이 책은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의 큐티 노트 시리즈로, 사무엘상 1장에서 7장까지의 말씀을 통해 영적 암흑기였던 사사 시대 말기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말씀이 들리는 한 사람'을 준비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지를 다룹니다. 저자는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거룩임을 강조하며, 고난과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성도의 가장 큰 축복임을 역설합니다.
PART 1. 육의 기도가 변하여 영의 기도로 (사무엘상 1장 ~ 2장 10절)
1. 하나님이 들으시는 진정한 기도 (한나의 서원)
사무엘서는 에브라임 산지의 평범한 레위 사람 엘가나의 가정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엘가나에게는 한나와 브닌나라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브닌나는 자식이 있고 한나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한나의 불임이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막으신 사건임을 강조합니다. 하나님께서 임신하지 못하게 하셨기에, 이 문제는 하나님만이 해결하실 수 있는 '쉬운 문제'가 됩니다.
브닌나의 격동과 괴롭힘은 한나로 하여금 육적인 소원을 넘어 영적인 기도를 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한나는 통곡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아들을 주시면 평생 여호와께 드리는 나실인으로 바치겠다는 서원 기도를 드립니다. 이는 단순히 아들을 얻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인재가 필요함을 깨닫고 영적 후사를 낳겠다는 구속사적인 결단으로 기도가 승화된 것입니다.
2. 여호와께 드리나이다 (응답과 헌신)
하나님은 한나를 생각하시고 사무엘을 허락하십니다. 한나는 응답받은 후에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서원을 성실히 이행합니다. 아이가 젖을 뗄 때까지 정성껏 양육한 후, 어린 사무엘을 엘리 제사장에게 데려가 하나님께 드립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도 응답 후의 태도"가 중요함을 지적합니다. 내게 주신 가장 귀한 것(자녀, 물질, 성공)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다시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진정한 믿음입니다. 한나는 사무엘을 드림으로써 육적인 어머니를 넘어 이스라엘의 영적 어미가 되었습니다.
3. 오직 하나님만 기뻐하는 찬양기도 (한나의 노래)
한나의 기도는 사무엘상 2장에서 놀라운 찬양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아들 사무엘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넘어, 여호와 하나님 그분 자체를 즐거워합니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삼상 2:6-7)라는 고백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신앙의 정수입니다. 저자는 가난하고 비천한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역전을 찬양하며, 내 상황이 어떠하든 주님 한 분만으로 기뻐하는 것이 참된 찬양임을 강조합니다.
PART 2. 말씀이 들리는 자는 복이 있나니 (사무엘상 2장 11절 ~ 4장 1절)
4. 악을 키우는 사람 vs. 여호와 앞에 선 사람 (엘리 가문과 사무엘)
성경은 엘리의 아들들과 어린 사무엘을 극명하게 대조합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행실이 나빠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삼상 2:12)라고 기록될 만큼 타락했습니다. 그들은 제사장의 직분을 이용해 하나님께 드릴 제물을 가로채고, 성전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는 등 예배를 멸시했습니다. 반면 어린 사무엘은 세마포 에봇을 입고 여호와 앞에서 섬기며 자라났습니다. 저자는 부모의 신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엘리는 아들들의 죄를 알고도 단호하게 징계하지 못하고 말로만 타일렀기에, 결국 자식들을 죽임 당하게 만드는 "문제 부모"가 되었습니다.
5. 하나님이 부르시는 일꾼 (사무엘의 소명)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삼상 3:1)는 영적 암흑기에 하나님은 사무엘을 부르십니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즉시 엘리 제사장에게 달려가는 순종의 모습을 보입니다. 하나님은 어린 사무엘에게 엘리 가문의 몰락이라는 무서운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게 하십니다. 이는 듣기 힘든 말씀이라도 가감 없이 전해야 하는 참 선지자의 사명을 보여줍니다. 사무엘이 전한 말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온 이스라엘이 그를 선지자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말씀이 희귀한 시대일수록 말씀을 묵상(큐티)하고 작은 것부터 적용하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됨을 역설합니다.
PART 3. 미신이 뿌리 뽑힐 때까지 (사무엘상 4장 ~ 5장)
6. 빼앗긴 언약궤를 되찾으려면 (이스라엘의 패배)
이스라엘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하나님의 뜻을 묻거나 회개하는 대신 언약궤를 부적처럼 전장으로 가져옵니다. 그들은 "언약궤가 오면 이길 것"이라는 미신적인 믿음과 광신적인 함성을 질렀지만, 결과는 더 처참한 패배였습니다. 언약궤는 빼앗겼고,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엘리 제사장은 목이 부러져 죽었고, 비느하스의 아내는 난산 끝에 죽으며 "이가봇(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이라고 외칩니다. 저자는 하나님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수단(수호신)으로 이용하려는 기복신앙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합니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하나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죄를 심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7. 우상을 치는 여호와의 손 (다곤 신전의 사건)
블레셋 사람들은 빼앗은 언약궤를 다곤 신전에 두었으나, 이튿날 다곤 신상이 여호와의 궤 앞에 엎드러져 목과 손목이 끊어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또한 언약궤가 머무는 곳마다 독종 재앙이 임하여 블레셋 사람들을 칩니다. 하나님은 포로로 잡혀간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며 우상을 심판하십니다. 저자는 세상이 교회를 이긴 것 같아도 하나님은 결코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않으시며, 우리 안에 있는 다곤(세상 욕심, 우상)을 철저히 무너뜨리심을 설명합니다.
PART 4. 비로소 말씀 앞에서 (사무엘상 6장 ~ 7장)
8. 사명 받은 암소처럼 (언약궤의 귀환)
재앙을 견디지 못한 블레셋은 언약궤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들은 멍에를 메어보지 않은 젖 나는 암소 두 마리에 수레를 메워 벧세메스로 보냅니다. 갓 낳은 송아지를 떼어놓고 가야 하는 암소들은 울면서도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벧세메스를 향해 곧장 나아갑니다. 저자는 이 암소들의 모습에서 사명자의 태도를 발견합니다. 사명은 본능과 감정(모성애, 인정)을 초월하여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말씀의 길(대로)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이 암소들은 벧세메스에 도착해 번제물로 드려지며 거룩한 생을 마감합니다.
9. 돌아온 언약궤와 벧세메스의 비극
언약궤가 돌아왔을 때 벧세메스 사람들은 기뻐했으나, 호기심에 언약궤를 들여다보다가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합니다. 이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경외함 없이 가볍게 대하거나 구경거리로 삼는 태도에 대한 경고입니다. 반면, 기럇여아림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언약궤를 모셔다가 아비나답의 집에 두고 20년 동안 정성껏 섬깁니다. 저자는 축복과 은혜를 받은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말씀 앞에서 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성결함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기럇여아림 사람들의 헌신 덕분에 온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사모하게 되는 영적 부흥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10. 미스바로 모이라 (에벤에셀의 하나님)
사무엘은 온 이스라엘을 미스바로 모이게 하여 대대적인 회개 운동을 일으킵니다. "만일 너희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거든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을 너희 중에서 제거하고..."(삼상 7:3). 백성들은 금식하며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나이다"라고 자복합니다. 이때 블레셋이 쳐들어오지만, 회개하고 바로 선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 천둥으로 도우셔서 승리하게 하십니다. 사무엘은 돌을 세워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에벤에셀'이라 이름 짓습니다. 저자는 진정한 승리는 무기나 힘이 아니라, 죄를 회개하고 우상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강조합니다. 미스바의 성회는 말씀 묵상과 회개가 어떻게 개인과 가정, 민족을 살리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서평] 말씀이 들리는 그 한 사람: 고난을 해석하는 구속사의 지혜
1. 고난은 축복이자 사명이다
김양재 목사의 『말씀이 들리는 그 한 사람』은 단순한 성경 강해집이 아니다. 이 책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저자는 한나의 불임, 엘리 가문의 몰락, 언약궤를 빼앗긴 이스라엘의 치욕 등 성경 속 실패와 결핍의 역사를 '구속사(Redemptive History)'라는 안경을 통해 재해석한다.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자식이 없는 한나는 실패한 여인이요, 아들들이 죽은 엘리는 비참한 노인이지만, 말씀 안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축복의 통로가 된다. 특히 "고난이 축복이다"라는 저자의 역설적인 주장은 고통 속에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 '적용'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치열한 적용'에 있다. 저자는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엘리의 아들들이 제사를 멸시한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분 뒤에 숨어 저지르는 비리와 위선을 고발하고, 젖 나는 암소가 송아지를 떼어놓고 가는 장면에서 자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 곳곳에 수록된 평신도들의 처절한 회개 간증(우리들 묵상과 적용)은 이 말씀이 고상한 이론이 아니라, 외도, 부도, 질병, 이혼의 위기 속에서 실제로 사람을 살려내는 '생명줄'임을 증명한다. "내 죄를 보고 회개하는 것이 남을 살리는 길"이라는 메시지는 독자로 하여금 타인을 정죄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3. 가정은 성화의 장소다
사무엘상 초반부는 엘가나의 가정과 엘리의 가정 이야기를 통해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 영적 전쟁터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가정이 행복을 위한 곳이 아니라 거룩을 이루기 위한 곳이라고 정의한다. 엘리가 자식들을 하나님보다 더 중히 여겨 망한 것처럼, 자녀를 우상화하는 현대의 부모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동시에 한나가 사무엘을 하나님께 드림으로 민족을 살린 것처럼, 자녀를 내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선물로 인정하고 말씀으로 양육할 때 진정한 회복이 일어남을 보여준다. 이 책은 부부 갈등,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는 뼈아픈 진실을 전하며, 부모가 먼저 말씀 앞에 바로 서는 것이 최고의 자녀 교육임을 일깨운다.
4. 미스바의 회개, 다시 시작할 힘
책의 결론부인 미스바 성회는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블레셋(세상)의 위협 앞에서 무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우상을 제거하고 미스바에 모여 회개할 때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의지하던 언약궤(형식적인 신앙, 기복주의)가 깨어지고 빼앗기는 사건이 오히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 내 인생이 무너진 것 같고, 다곤 신상처럼 팔다리가 잘린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면, 바로 그때가 하나님이 일하실 타이밍이다.
당신은 말씀이 들리는가?
『말씀이 들리는 그 한 사람』은 독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말씀이 들리는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설교 속에서도 정작 내 영혼을 살리는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적 기근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귀를 막고 있는 욕심, 상처, 교만을 걷어내고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한다. 사무엘처럼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고백하며, 오늘 하루 내게 주신 말씀을 내 삶의 자리에 적용하기로 결단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