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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하나님의 세계를 즐거워하라』(한기수) 리뷰/요약

 


『창조 - 하나님의 세계를 즐거워하라』

1. 기독교 세계관의 필요성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신념 체계, 즉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계관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과 같아서 삶의 방향과 가치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믿기 전의 세속적 세계관을 버리고, 성경이 제시하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이 책은 성경 말씀을 기반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도록 돕는 교재입니다.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창조-타락-구속이라는 성경적 틀을 통해 일상, 문화, 사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성경 - 세계관의 기초

기독교 세계관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초는 '성경'입니다. 올바른 신앙과 세계관 정립을 위해서는 성경의 권위에 대한 확고한 인정이 필수적입니다.

2.1 성경의 권위와 영감

성경은 약 1,600년에 걸쳐 40여 명의 저자에 의해 기록되었지만, 그 실질적인 저자는 성령 하나님입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딤후 3:16)이라는 말씀은 성령이 인간 저자의 성격, 지식, 문체를 유기적으로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오류 없이 기록하게 하셨음을 의미합니다.

2.2 성경의 목적과 능력

하나님이 성경을 주신 목적은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주고, 우리를 교훈하고 책망하여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성경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람의 혼과 영을 찔러 쪼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성경을 통해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변화되었습니다.

2.3 세계관 형성을 위한 성경 읽기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이야기'에 내 삶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나눔과 실천, 그리고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성경을 읽을 때는 이것이 인간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경외감을 가지고 순종하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 심화 주제: 성경의 신빙성 많은 사람이 성경 사본의 변질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성경은 고대 어떤 문서보다 사본의 수가 많고 원본과의 일치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는 사본이 10개 미만이고 원본과의 간격이 900년이지만, 신약성경은 5천 개 이상의 사본이 존재하며 간격도 25~50년에 불과합니다. 이는 성경이 역사적으로 매우 신뢰할 만한 문서임을 증명합니다.

3. 창조주와 피조물 - 관계의 정립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기독교 세계관의 대전제입니다. 이 선언은 하나님과 세상,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규정합니다.

3.1 창조주와 피조물의 구별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사실은 이 세상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의미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의존적인 존재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세상을 "보시기에 심히 좋게"(창 1:31) 창조하셨으므로, 물질세계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라 선한 것입니다.

3.2 인간의 위치와 책임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이는 인간이 피조물 중 으뜸으로서 자연을 관리하고 돌봐야 하는 '청지기'의 사명을 받았음을 뜻합니다.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지혜롭고 자애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 심화 주제: 자연주의와 진화론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연주의' 세계관은 신을 배제하고 물질만이 실재한다고 봅니다. 이에 맞서 기독교는 다양한 창조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젊은 지구 창조론: 창조의 6일을 문자적 24시간으로 해석하며 지구 나이를 6천~1만 년으로 봅니다.

    • 오랜 지구 창조론: '날(Yom)'을 긴 시대나 시기로 해석하여 현대 과학의 연대 측정(약 46억 년)을 수용하되, 하나님의 직접적인 창조 개입을 믿습니다.

    • 지적 설계론: 생명체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은 지적 존재의 설계를 필연적으로 요청한다고 주장하며, 진화론의 무작위성을 과학적으로 반박합니다.

    • 유신론적 진화론: 하나님이 진화라는 방법을 통해 창조하셨다고 봅니다.

4. 창조와 그리스도 - 만물의 주권자

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을 구원자로만 알지만, 성경은 그분이 '창조주'이심을 명확히 합니다.

4.1 창조 중보자로서의 그리스도

요한복음 1장과 골로새서 1장은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예수님은 창조의 대리자일 뿐만 아니라 창조의 목적 그 자체이십니다.

4.2 만물을 붙드시는 분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7)는 말씀은 현재의 자연 법칙과 우주의 운행이 기계적인 작동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지속적인 보존과 섭리 안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신론(Deism)처럼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고 방치하신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붙들고 계십니다.

4.3 만물의 화목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은 인간의 구원뿐 아니라, 타락으로 파괴된 만물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회복(화목)하는 우주적 차원의 구속을 포함합니다.

  • 심화 주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 모더니즘: 인간의 이성과 과학을 절대시하고, 진보를 맹신하며 하나님을 배제한 인본주의 세계관입니다.

    • 포스트모더니즘: 모더니즘의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절대 진리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상대화하며 해체하려는 사조입니다. 기독교의 절대 진리 주장도 거부합니다.

5.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의식 -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존엄성은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5.1 하나님의 형상 (Imago Dei)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달리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영적 존재이며, 지성, 감정, 의지, 도덕성, 창의성을 지닌 인격적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므로 인종, 능력, 지위에 상관없이 존엄합니다.

5.2 비교의식 극복과 창조의식

현대인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이나 우월감에 빠집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창조의식'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인간을 만들지 않고,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듯 각 사람을 독특하게 지으셨습니다.

  • 사례: 닉 부이치치 팔다리가 없는 장애를 가진 닉 부이치치는 절망 속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하나님의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음받은 존재임을 깨닫고 전 세계에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심화 주제: 예술과 기독교 예술적 재능은 하나님의 창의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프랜시스 쉐퍼는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독교 예술은 단순히 성경 내용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세계관(진리, 정직,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6. 문화 명령 - 세상을 변혁하라

구원은 영혼만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문화를 하나님의 뜻대로 회복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6.1 문화 명령의 의미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는 명령은 농업, 기술, 정치, 경제, 예술 등 인간의 모든 문화 활동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문화 명령(Cultural Mandate)'입니다. 타락 이후에도 이 명령은 유효하며, 그리스도인은 세상 문화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6.2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 (리처드 니버의 5가지 유형)

그리스도인은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1.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 세상을 악하게 보고 분리되려는 태도.

  2. 문화에 속한 그리스도: 기독교를 문화에 맞추어 변질시키는 태도.

  3.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 은혜가 자연을 완성한다고 보는 종합적 태도.

  4. 문화와 역설적 관계에 있는 그리스도: 세상과 하나님 나라 사이의 긴장을 강조하는 이원론적 태도.

  5.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 타락한 문화를 복음으로 갱신하고 변혁하려는 태도(개혁주의 입장). 이 책은 다섯 번째 유형인 '변혁자'로서의 삶을 강조합니다.

7. 일과 안식 - 삶의 리듬

일은 타락의 결과가 아니라 창조 때부터 주어진 축복이며, 안식은 창조 질서의 핵심입니다.

7.1 일의 신성함

하나님은 일하시는 분이며, 인간에게도 일을 맡기셨습니다. 일은 생계 수단을 넘어 자아 실현과 이웃 사랑, 사회 기여의 통로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성직과 세속직의 구분은 없으며, 모든 정당한 직업은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입니다. 우리는 일터에서 "주께 하듯"(골 3:23) 성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7.2 안식의 의미

안식일은 하나님을 신뢰하며 멈추는 시간입니다. 현대 사회의 쉼 없는 질주 속에서 안식일(주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마르바 던은 안식을 그침(Ceasing), 쉼(Resting), 받아들임(Embracing), 향연(Feasting)으로 정의합니다.

8. 가정 - 사회의 기초

가정은 하나님이 직접 만드신 최초의 공동체입니다.

8.1 결혼의 원리

결혼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연합입니다. 이는 단순한 동거가 아니라 영적, 육체적, 정서적 연합을 의미합니다. 배우자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돕는 배필'입니다.

8.2 부부와 자녀 관계

성경은 남편에게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가 교회를 위해 죽으심같이 하고, 아내에게는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교회가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지배와 굴종이 아닌, 상호 존중과 희생적 사랑의 질서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기업이므로, 노엽게 하지 말고 주의 교양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부록: 아브라함 카이퍼 - 문화 변혁가

아브라함 카이퍼는 19세기 네덜란드에서 목회자, 신학자, 언론인, 교육자(자유대학교 설립), 정치가(수상 역임)로 활동하며 칼뱅주의 세계관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 영역 주권: 삶의 모든 영역(가정, 교회, 국가, 학문 등)에는 하나님이 부여하신 고유한 주권이 있으며, 그리스도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할 영역이 단 한 치도 없다고 선포했습니다.

  • 일반 은총: 불신자가 이룬 학문과 예술의 탁월성도 하나님이 베푸신 일반 은총의 결과임을 인정했습니다.




[서평] 기독교 세계관, 지성에서 삶으로의 혁명적 초대

"당신의 세계관은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보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의식하든 못 하든 견고하게 작동하는 '세계관'이라는 렌즈가 있다. 한기수 저자의 『창조: 하나님의 세계를 즐거워하라』는 혼탁한 현대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떤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바라봄이 어떻게 구체적인 삶의 '살아냄'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기독교 세계관 필독서다.

성경, 박제된 교리가 아닌 삶의 나침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방대한 기독교 세계관 담론을 '성경공부'라는 형식을 통해 아주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거대 담론을 제임스 사이어나 닉 부이치치, 아브라함 카이퍼와 같은 다양한 인물과 사상을 곁들여 풍성하게 설명한다. 특히 1과에서 성경의 권위를 확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과와 3과에서 창조주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주권이라는 수직적 관계를 정립하고, 4과부터 7과까지 인간, 문화, 일, 가정이라는 수평적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신앙과 삶의 통합을 경험하게 한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에서의 생활과 세상에서의 삶이 분리되는 '이원론'의 덫에 걸려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골로새서 1장의 말씀을 통해 만물이 그리스도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음을 선포하며, 우리의 일터와 가정, 문화 활동이 결코 세속적이거나 무가치한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는 말씀 해설은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 마주하는 모든 자연 법칙이 그리스도의 붙드시는 은혜임을 자각하게 하여 전율을 일으킨다.

시대를 분별하는 예리한 통찰

이 책은 단순히 성경 구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연주의, 이신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진화론 등 현대 지성을 지배하는 세속적 세계관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기독교 세계관과 대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시대를 분별하는 지적 무기를 제공한다. 특히 '읽고 토론하기' 섹션에 배치된 다양한 아티클들은 이 책의 백미다. 젊은 지구 창조론과 오랜 지구 창조론, 지적 설계론 등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부분이나, 리처드 니버의 '그리스도와 문화' 유형론을 통해 문화 변혁적 삶을 도전하는 부분은 독자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구체적인 삶의 변혁을 향하여

저자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생애를 부록으로 다루며, 기독교 세계관이 단순히 머릿속의 지식으로 끝나서는 안 됨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하실 영역은 단 한 치도 없다"는 카이퍼의 외침은 오늘날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던지는 엄중한 도전장이다. 입시 위주의 자녀 교육 문제, 고부 갈등, 주일 성수와 휴식의 문제 등 한국적 상황에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사례(Case Study)들은 세계관 공부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가장 아픈 곳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실제적인 처방임을 보여준다.

회복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교과서

『창조: 하나님의 세계를 즐거워하라』는 갓 신앙을 가진 초신자부터 신앙의 타성에 젖은 중직자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유익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소그룹 모임에서 함께 읽고 토론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창조의 기쁨을 회복시켜 주고, 세상 속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하나님의 문화를 일구어가는 '문화 변혁자'로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삶의 목적을 찾고 싶은가? 세상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라. 그리고 하나님의 세계를 마음껏 즐거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