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난 교리』: 무너진 내 삶의 질서를 바로잡는 구원의 체계
1. 교리는 삶의 뼈대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바쁘게 사는데 구원 교리까지 꼭 알아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교리는 단순히 지적인 유희가 아니라, 우리 삶을 해석하고 지탱하는 뼈대입니다. 서창희 목사의 『일상에서 만난 교리』는 딱딱한 신학 용어가 아닌, 직장 생활, 연애, 자녀 양육 등 구체적인 일상의 언어로 '구원의 서정(The Order of Salvation)'을 풀어냅니다. 순서가 메시지입니다. 구원의 논리적 순서를 이해할 때, 우리는 맹목적인 열심이 아닌 확신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2. 구원의 서정 7단계 핵심 요약
1) 부르심 (Calling): 의미 없는 삶에 목적이 생기다
구원의 시작은 나의 결심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저자는 작곡가 유희열의 어린 시절,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골목길에 홀로 남았던 일화를 통해 부르심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존재와 같습니다.
효력 있는 부르심 (Effectual Calling):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셨다면 반드시 그 목적을 이루십니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될 것이라는 '효력'을 보장합니다.
자격은 나에게 없다: 하나님은 우리의 도덕성이나 배경을 보고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교만할 수도, 반대로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하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자격은 하나님께로부터 시작됩니다
.
2) 거듭남 (Regeneration): 나는 태어나기로 결정한 적이 없다
거듭남은 영적인 생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육체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영적인 탄생 역시 나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태어나기로 결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구원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줍니다
목적 중심의 삶: 우연히 태어난 존재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우리를 거듭나게 하셨다면, 우리 삶에는 분명한 창조의 목적이 있습니다. 내 기분이나 세상의 기준(돈, 성공)이 아닌, 하나님의 목적이 삶의 기준이 될 때 삶은 질서를 찾습니다.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선: 거듭남이 사람의 노력에 달려 있지 않다면, 지금 변화되지 않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소망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시면 언제든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3) 회개 (Repentance): 잘못을 인정했다고 용서받는 것이 아니다
흔히 "회개하면 용서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순서가 틀렸습니다. 저자는 "회개 속에 나의 속죄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죄의 대가가 치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죄에 대한 대가(속죄)는 오직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치르셨습니다.
속죄가 먼저다: 예수님이 내 죄값을 대신 치르셨기(대속) 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회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따라서 회개는 심판이 두려워 떠는 행위가 아니라, 용서받은 자가 감격하여 삶의 방향을 돌이키는 반응입니다
. 남은 고난의 의미: 회개 후에도 삶의 어려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죄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자녀를 바르게 키우기 위한 하나님의 '징계(훈련)'입니다. 우리는 형벌의 길이 아닌 사랑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4) 믿음 (Faith):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내 믿음의 크기가 아니다
믿음은 구원의 원인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는 곡예사 블롱댕의 등에 업힌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믿음의 본질은 '나의 확신'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신뢰'임을 설명합니다.
구원의 주체: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의 믿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믿음은 예수님의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드는 통로일 뿐입니다. 따라서 "내 믿음이 약해서 구원받지 못할까?"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의 성장: 믿음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해 자라납니다. 하나님은 우리 삶의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도록 이끄십니다
.
5) 칭의 (Justification): 내 상태가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칭의는 법정적 선언입니다. 나의 현재 상태(성격, 죄, 실패)와 상관없이, 예수님의 의로움을 내 것으로 여겨주셔서(전가), 하나님이 나를 "의롭다", "충분하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변화가 아니라 선언: 칭의는 내가 갑자기 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죄인이지만, 법적으로 의인 대우를 받는 것입니다. 마치 미성년자 연예인이 '전속 계약'을 통해 활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죄인의 상태임에도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권리를 누립니다.
과거를 복구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이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만회하려고 인생을 허비합니다. 하지만 칭의를 믿는 자는 과거를 복구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실패한 과거조차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빚을 갚는 인생이 아니라, 미래의 은혜를 누리는 인생을 삽니다
.
6) 성화 (Sanctification): 손을 씻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성화는 구원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구원받은 자의 특권입니다. 성화는 죄의 '책임'을 씻는 것이 아니라, 죄의 '오염'을 씻어내는 과정입니다
즐거운 성화: 아버지가 아이에게 손을 씻으라고 하는 것은 벌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거룩을 요구하시는 것은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 그리스도와의 연합: 성화는 내 노력으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포도나무 가지가 나무에 붙어 열매를 맺듯,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해 있을 때 저절로 거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인식할 때 성화는 자연스럽게 시작됩니다.
7) 견인 (Perseverance): 결코 실패하지 않는 길
성도의 견인은 "한 번 구원받으면 막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택하신 자는 어떤 실패와 방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신다는 약속입니다
확실한 미래: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아들이 대통령 아버지를 둔 덕분에 백악관으로 가게 되듯, 우리의 목적지는 확정되어 있습니다. 구원의 완성이 확실하기에 우리는 오늘을 인내할 수 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불안하지만, 승리가 보장된 싸움은 포기하지 않게 만듭니다
.
[서평] 교리가 삶이 되는 순간: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다
"회개하면 용서받는가? 맞다. 그런데 틀렸다."
서창희 목사의 『일상에서 만난 교리』는 이 도발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우리는 흔히 신앙생활의 열심과 감정에 의존하려 합니다. 뜨겁게 기도하고, 눈물 흘리며 회개하면 구원받은 것 같고, 실수하고 넘어지면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감정적 신앙'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교리'라는 단단한 안전바를 제공합니다.
1. 교리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해석틀'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연결'입니다. 저자는 17세기 청교도 신학이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같은 정통 교리를 다루면서도, 그 예시는 철저히 21세기의 일상을 가져옵니다. 홍대 술집에서 친구들과 나눈 대화, 직장에서의 승진 누락, 연애와 결혼, 탈모약 이야기까지 등장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교리 지식은 정밀한데 삶의 모습은 빠져 있다." 이 책은 칭의, 성화, 견인 같은 개념이 신학교 강의실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오피스와 가정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칭의' 교리는 단순한 신학 용어가 아니라, 스펙과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서 "너는 이미 충분하다"라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위로로 재해석됩니다.
2.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의 시선 이동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구원의 주도권이 철저히 하나님께 있다는 것입니다.
부르심과 거듭남: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작하셨기에 내 인생은 무의미하지 않다.
회개와 믿음: 내 반성의 깊이나 믿음의 크기가 공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이 유일한 근거다.
칭의와 견인: 내 현재 상태가 엉망이어도 하나님은 나를 의롭다 하시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다.
이러한 '하나님 중심성'은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줍니다. 나의 퍼포먼스에 따라 하나님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즉 '견인'의 교리를 확신할 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책은 이것이 방종이 아니라 '거룩한 안도감'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3. 무너진 삶의 질서를 세우는 힘, '순서'
책의 부제처럼 구원의 서정은 '무너진 삶의 질서'를 바로잡습니다. 칭의(신분)가 성화(수준)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내가 착하게 살아서(성화) 구원받는(칭의) 것이 아니라, 구원받았기에(칭의) 거룩하게 살아가는(성화) 것입니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신앙은 율법주의가 되거나 절망에 빠집니다. 저자는 이 논리적 순서가 헝클어진 현대인의 내면을 정돈해 줍니다.
신앙의 뼈대를 세우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필독서
『일상에서 만난 교리』는 교리를 처음 접하는 초신자에게는 친절한 가이드북이,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진 기성 신자에게는 복음의 감격을 회복시키는 해독제가 될 것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믿음, 세상의 평가에 주눅 들지 않는 자존감을 원한다면 이 책 일독을 권합니다. 당신의 일상이 교리를 만날 때, 비로소 삶은 해석되고 위로받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