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 클래식』: 영성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1.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오늘을 조망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이성주의, 합리주의, 과학주의가 지배하며 상상력과 경이가 메말라가는 건조한 시대입니다
2. 신비와 경이 (Mystery & Wonder)
제1부는 이성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신비'와 '경이'를 회복하는 영성가들의 통찰을 다룹니다.
2.1. 호기심을 넘어 경이로: 아우구스티누스
현대 과학은 인간의 호기심(curiosity)을 찬양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를 '안목의 정욕'이라 하여 죄로 규정했습니다
2.2. 영적 감각의 회복: 오리게네스와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영화 <퍼펙트 센스>가 육체적 감각의 상실 속에서도 사랑을 발견하듯, 초대 교회 교부들은 인간에게 육체적 오감을 넘어서는 '영적 감각'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2.3. 신나는 맞바꿈: 마르틴 루터
루터에게 믿음은 단순한 교리적 동의가 아니라, 신부인 영혼과 신랑이신 그리스도가 연합하는 결혼반지입니다
2.4. 영혼의 성, 내면의 수정 궁전: 아빌라의 테레사
아빌라의 테레사는 인간의 영혼을 다이아몬드나 맑은 수정으로 된 거대한 궁전으로 묘사했습니다
2.5. 에펙타시스, 끝없는 목마름: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우리는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쉽게 싫증을 느낍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권태가 없습니다. 닛사의 그레고리우스는 하나님은 무한하신 분이기에 우리는 그분을 영원히 다 알 수 없으며, 알면 알수록 더 큰 갈망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2.6. 하나님과 연애하기: 잔느 귀용
잔느 귀용은 『아가서 주석』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사랑의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2.7. 어머니 하나님: 노리치의 줄리안
흑사병이 창궐하던 절망의 시대에 줄리안은 "모든 것이 다 잘 되리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2.8. 일상의 성소: 로렌스 수사
로렌스 수사는 수도원의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요리를 하는 허드렛일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3. 훈련과 형성 (Discipline & Formation)
제2부는 비뚤어진 욕망과 사회 구조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형성되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과 실천을 다룹니다.
3.1. 영적 독서를 위한 조언: 존 웨슬리
존 웨슬리는 감리교도들에게 끊임없는 영적 독서를 강조했습니다
3.2. 회심과 강철 우리: 조나단 에드워즈
막스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의 '강철 우리(iron cage)'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조나단 에드워즈의 회심론은 강력한 도전이 됩니다
3.3. 소비주의와 비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에크하르트는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상인'으로 규정하며, 하나님과 거래하려는 종교적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3.4. 가난의 영성: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는 가난을 '가난 부인(Lady Poverty)'으로 의인화하여 칭송했습니다
3.5. 사막의 지혜: 사막 교부들
세속화된 교회를 떠나 사막으로 들어간 교부들은 철저한 고독과 침묵 속에서 내면의 욕망과 싸웠습니다
3.6. 고상한 욕망: 디트리히 본회퍼 (지라르의 렌즈로)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갑니다
3.7. 제도 교회 밖의 길: 조지 폭스와 존 버니언
타락한 제도권 교회에 실망한 조지 폭스는 내면의 빛을 따르는 퀘이커 운동을 시작했고, 존 버니언은 감옥에서 『천로역정』이라는 이야기를 써냈습니다
3.8. 영성 생활은 리듬이다: 베네딕트의 규칙서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공동체 생활을 위한 규율이지만, 그 핵심은 삶의 '리듬'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4. 이웃과 정의 (Neighbor & Justice)
제3부는 하나님과의 신비적 연합이 어떻게 사회적 정의와 이웃 사랑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줍니다.
4.1. 공감을 넘어 긍휼로: 안토니우스
사막의 성자 안토니우스는 홀로 수행했지만,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억울한 자들의 탄원과 병자들의 신음에 마음이 요동쳐(긍휼)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4.2. 부의 공공성: 바실리우스
바실리우스는 부와 재물이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이 맡기신 '공공재'라고 주장했습니다
4.3. 예언자적 영성: 길선주와 이기풍
한국 교회의 초기 지도자 길선주는 3.1 운동에 참여하며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4.4. 순수 기독교로의 귀환: 디트리히 본회퍼
본회퍼는 나치에 저항하며 옥중에서 '비종교적 기독교'를 사색했습니다. 그에게 순수 기독교란 현실을 도피하는 종교가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며 불의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4.5. 사교클럽에서 벗어나라: 마틴 루터 킹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버밍엄 감옥에서 쓴 편지를 통해, 교회가 정의를 외면한 채 안주한다면 단순한 사교클럽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4.6. 민본 기독교: 김교신
김교신은 '성서조선'을 통해 조선의 얼이 담긴 기독교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교세 확장에 몰두하는 교회를 비판하며, 백성(民)을 근본으로 삼는 '민본 기독교'를 주창했습니다
4.7. 비리디타스와 여성 리더십: 힐데가르트
중세의 여성 신비가 힐데가르트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비리디타스(Viriditas, 녹색 생명력)'라는 독창적인 사상을 펼쳤습니다
[서평] 마르지 않는 영성의 샘을 길어 올리다
"왜 지금 다시 고전인가?"
권혁일 엮음, 『백투더 클래식』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적실하고도 묵직한 대답을 내놓는다. 스마트폰의 알람과 SNS의 타임라인이 우리의 일상을 조각내는 '피로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역설적으로 영적인 목마름을 호소한다. 이 책은 21세기의 황폐한 영적 토양 위에 1,500년이 넘는 기독교 역사의 거장들을 소환한다.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마틴 루터 킹까지, 사막의 교부들부터 함석헌의 벗 김교신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23명의 영성가들이 9명의 젊은 신학자들의 필치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현대적 언어로 번역된 고전의 지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교(架橋)'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고전은 읽히지 않기에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이 책의 필자들은 고전 텍스트를 박제된 유물로 두지 않는다. 그들은 디즈니의 <겨울왕국> 엘사를 통해 아빌라의 테레사가 말한 '내면의 성'을 설명하고
균형 잡힌 영성의 스펙트럼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영성의 균형을 잡는다. 1부 '신비와 경이'에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와 내면의 변화를 다루며 영성의 깊이를 더한다. 2부 '훈련과 형성'에서는 구체적인 삶의 규칙과 실천을 통해 성품이 빚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3부 '이웃과 정의'에서는 그 영성이 개인의 골방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책임과 정의의 실천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특히 한국 교회 풍토에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사회적 영성'을 다룬 3부는 이 책의 백미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무력했던 우리에게 안토니우스의 긍휼과 바실리우스의 부의 공공성 개념은 뼈아픈 성찰을 요구한다
나가는 글
『백투더 클래식』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독자를 '거인들의 어깨' 위로 초대하여 더 멀리, 더 깊이 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