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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습관』(이호선) 리뷰/요약

 


『가족습관』: 상처 입은 가족을 위한 치유와 소통의 기술

가족,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이자 습관의 공동체

가족은 신(神)이 부여한 개성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과 같다. 이 불꽃은 서로를 따뜻하게 데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저자 이호선 교수는 20년 넘게 상담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단순한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음을 역설한다. 사랑은 순간이지만, 가족을 지탱하는 것은 '습관'이다. 이 책은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고 싶지만 속으로는 곪아 터진 가족들,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를 끊고 새로운 가족 습관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서다.

가족, 두 개의 거울: 부부와 가족의 재발견

1. 결혼은 사고(事故)가 아니라 사고(史庫)다

많은 부부가 "저 사람을 만난 건 내 인생의 사고(accident)였다"고 말한다. 프리다 칼로가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대형 사고'라 칭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혼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두 사람의 역사가 쌓이는 '역사 창고(史庫)'로 재해석한다. 부부 갈등의 순간은 사랑의 첫 고백이 담긴 역사 창고를 열어볼 타이밍이다. 미움의 고백이 쏟아지는 순간이야말로 과거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관계를 재설정할 기회다.

2. 사랑이 아닌 '습관'으로 가족이 된다

우리는 가족이 사랑으로 맺어진다고 믿지만, 실제 가족을 지탱하는 힘은 '습관'이다. 식습관, 말투, 감정 표현 방식 등 가족은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학습하고 닮아간다. 부부는 서로를 길들이고, 자녀는 부모의 습관을 그대로 흡수한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을 원한다면 좋은 감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좋은 행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 따뜻한 포옹, 밥을 함께 먹는 행위가 습관이 될 때 가족은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3. 가족이라는 이름의 해석자들

어른과 아이는 같은 집(House)을 두고도 다른 질문을 한다. 어른은 평수와 가격을 묻지만, 아이는 "강아지를 키울 수 있나요?"를 묻는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은 겉으로 드러난 질문 이면의 '속마음'을 해석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팩트(Fact)가 아닌 해석(Interpretation)이 관계를 만든다. 아빠의 늦은 귀가를 '무관심'이 아닌 '가족을 위한 헌신'으로, 아이의 반항을 '성장의 몸부림'으로 해석해내는 긍정적 해석의 습관이 가족을 살린다.

4. 가족 정치와 행복의 기술

가정도 국가처럼 정치가 필요하다. 좋은 가족 정치를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가족을 희생의 채무자가 아닌 사랑의 채권자로 대할 것. 둘째, 돈보다 가족 구성원을 우선순위에 둘 것. 셋째, 편을 가르지 않고 통합할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통킹법(긍정적 대화)', '타임법(시간 공유)', '허그법(스킨십)'을 제안한다.

부모와 자녀, 두 개의 인류: 소통과 성장의 기술

1. 아날로그 부모와 디지털 자녀의 충돌

오늘날 부모와 자녀는 서로 다른 인류나 다름없다. 부모 세대가 '개구리 반찬'과 '보릿고개'의 정서를 가진 아날로그 감성 인류라면, 자녀 세대는 스마트폰과 AI에 익숙한 디지털 이성 인류다.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이해(Understanding)하려다 오해(Misunderstanding)하기 일쑤다. 저자는 자녀와의 소통을 위해 부모가 먼저 자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감성적 고백'으로 다가갈 것을 주문한다. 논리로 이기려 하지 말고, "아빠도 사랑받고 싶다", "엄마도 네가 필요하다"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 굳게 닫힌 자녀의 마음을 연다.

2. 이름이 갖는 사랑의 무게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태명에서 시작해 사회적 이름이 되기까지,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에 빠진다. 저자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관찰'하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이름을 불러줄 것을 제안한다. 아이의 사소한 특징, 장점, 꿈에 관심을 두고 이름을 불러줄 때 아이의 자존감은 자라난다.

3. 똥이 거름이 되는 기적, 사춘기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내뱉는 반항과 거친 말들은 부모에게 상처가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똥이 밭을 만나 거름이 되는 과정'으로 비유한다. 아이들의 반항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토양 안에서 성장의 동력이 된다. "나도 당했다(We also)"라는 부모들의 푸념은 사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이 시기에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적인 통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주는 인내와 믿음이다.

4. 좋은 기술이 좋은 고백을 낳는다

행복한 부모는 감정으로 살지 않고 '기술'로 산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기술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뻔뻔한 감사'다. 별것 아닌 일에도 "정말 고맙다", "대단하다"고 과장 섞인 칭찬을 하는 것이다. 둘째, '비언어적 미소'다. 거울뉴런을 통해 부모의 미소는 자녀에게 전염된다. 감정이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행동)을 먼저 실천하면 감정이 따라온다.

엄마,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자: 워킹맘과 중년 여성의 자존감

1. 엄마는 외계인인가: 워킹맘의 비애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특히 직장맘으로 사는 것은 고단하다. 회사에서는 '애 엄마'라고 눈치 보고, 집에서는 '돈 버느라 애 못 본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저자는 워킹맘들을 향해 "죄책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엄마는 외계인이 아니라,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가정과 사회를 모두 돌보는 능력자다. 아이에게 미안해하기보다 "엄마는 일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당당하게 말할 때, 아이도 엄마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2. 나의 헤라, 나의 클레스: 경력단절을 넘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 일명 '경단녀'들의 재취업은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모험과 같다. 수많은 난관(히드라)이 기다리고 있지만, 육아와 살림으로 다져진 '생활의 근육'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제2의 인생, '두 번째 영웅기'를 시작하라고 독려한다. 자신의 이름을 찾고, 사회적 명함을 갖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한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3. 엄마 중독에서 벗어나기

많은 자녀와 남편이 엄마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엄마 중독' 현상을 보인다. 엄마는 가족의 종교와도 같다. 하지만 건강한 가족을 위해서는 엄마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엄마 자신도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비밀 정원(소망의 방)'을 가꿔야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아버지, 그리움과 경멸의 두 얼굴: 가장의 고독과 회복

1. 행복한데 들어가기 싫은 집

오늘날 아버지들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거나, 집에서 소외된 '섬'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과거 월급봉투가 주던 권위는 사라졌고, 퇴근 후 현관문을 열기가 두렵다. 저자는 아버지들에게 "과거의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의 자리로 내려오라"고 권한다. 아재 개그라도 던지며 가족의 웃음을 유발하려는 노력, 쑥스럽지만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2. 아버지도 사랑받고 싶다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에서 저자는 아들이 아닌 아버지의 표정에 주목한다. 아버지도 위로받고 싶고, 안기고 싶은 존재다. 가장이라는 무게 뒤에 숨겨진 아버지의 연약함과 외로움을 가족들이 알아주어야 한다. 동시에 아버지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아빠도 힘들다", "아빠도 너희들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고백은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한다.

3. 샤먼과 대디: 아버지의 자리 찾기

과거 부족 사회의 샤먼처럼, 아버지는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록 마법 지팡이는 없지만, 아버지에게는 가족을 위한 헌신과 사랑이라는 무기가 있다. 가족 축제를 주도하고, 밥상머리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역사를 공유하는 것. 이것이 현대의 아버지가 가져야 할 새로운 권위다.

4. 화해를 위한 아버지의 스토리텔링

자녀와의 서먹한 관계를 풀기 위한 열쇠는 '스토리텔링'이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 실패담, 꿈, 그리고 자녀를 낳았을 때의 감동을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돈 벌어오는 사람'이 아닌 '역사를 가진 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해는 화해의 시작이다.


《가족습관》 서평: 상처 입은 가족을 위한 따뜻한 처방전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겐 기술이 필요하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다. 이호선 교수의 《가족습관》은 이러한 가족의 이중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뜬구름 잡는 위로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통찰력 있는 책이다.

습관이 만드는 기적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족 문제를 '사랑의 부재'가 아닌 '나쁜 습관의 결과'로 진단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아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표현 습관 때문에 싸운다." 저자의 이 메시지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많은 부모와 부부에게 큰 해방감을 준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감사 인사, 미소, 공감 대화법 같은 구체적인 '기술'을 연습하고 '습관'으로 만들라는 제안은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실천할 수 있는 명쾌한 솔루션이다.

세대 갈등을 넘어선 인간적 이해

2부에서 다루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 특히 아날로그 부모와 디지털 자녀의 '종(Species)적 차이'에 대한 분석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단순히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한탄하는 기성세대의 시각을 넘어,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뇌 구조의 차이를 인정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현대 가족 갈등 해결의 핵심 열쇠다. 저자는 부모가 권위를 내려놓고 '약함'을 고백할 때, 오히려 자녀와의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고 역설한다. 이는 권위주의적 양육 방식에 익숙한 한국의 부모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엄마와 아빠, 그 고단한 이름에 대한 헌사

3부와 4부에서 다루는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남녀의 가슴을 울린다.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워킹맘에게 "당신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는 지지와 함께 구체적인 자존감 회복 전략을 제시하고, 가정 내 설 자리를 잃은 아버지들에게는 "고독을 씹지 말고 고백하라"며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특히 아버지의 월급봉투에 얽힌 추억이나, 갱년기 엄마의 화병에 대한 묘사는 저자의 풍부한 상담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이 어우러져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족이라는 숲을 가꾸는 정원사를 위한 지침서

《가족습관》은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소통이 단절된 부부, 사춘기 자녀와의 전쟁을 치르는 부모, 그리고 나이 든 부모를 이해하고 싶은 성인 자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의 문체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고, 때로는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 책을 덮고 나면, 곁에 있는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가족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으로 매일매일 가꾸어 나가야 하는 '정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가족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의 습관부터 바꿔보자. 기적은 거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