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와 천국, 1세기 유대인들』 (마태복음) - 이경석 지음
1. 마태복음의 핵심 주제와 배경
이 책은 마태복음을 '메시아'와 '천국'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둥을 중심으로 1세기 유대인들의 관점에서 해석한 주석서이자 해설서입니다. 저자 이경석 교수는 마태가 유대교의 토양 위에 기독교의 씨앗을 뿌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했다고 강조합니다. 마태복음은 로마의 압제와 유대교 율법주의의 이중고 속에 살던 1세기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바로 구약이 약속한 그 '메시아'이며 그분이 가져오신 '하나님 나라(천국)'가 도래했음을 선포합니다. 책은 마태복음의 구조를 메시아의 사역(행적)과 천국에 관한 강화(말씀)가 교차하는 구조로 분석하며, 총 5개의 큰 강화(Discourse)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2. 메시아의 도래와 사역의 시작
예수의 족보와 탄생 (1장): 마태는 족보를 통해 예수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즉 유대 왕조의 정통성을 잇는 메시아임을 천명합니다. 특이점은 다말, 라합, 룻, 우리야의 아내 등 이방 여인과 흠 있는 여인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인데, 이는 메시아의 구원이 민족적 경계를 넘어 죄인들을 향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예수의 탄생은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의 성취입니다
구약 예언의 성취 (2장): 동방 박사의 경배, 헤롯의 유아 살해, 이집트 피난 등은 모두 구약 예언의 성취로 제시됩니다. 마태는 예수를 '새 모세'로 묘사하며, 이스라엘의 출애굽 역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롭게 재현됨을 보여줍니다(새 출애굽 모티브)
세례와 시험 (3장-4장): 세례 요한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며 메시아의 길을 예비합니다. 예수는 세례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로 확증받습니다. 이어지는 광야 시험에서 예수는 떡(물질), 성전 꼭대기(명예/시험), 세상 영광(권력)의 유혹을 말씀으로 물리치며, 참된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합니다. 이후 갈릴리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첫 일성을 시작으로 제자들을 부르시고 가르침, 전파, 치유의 3대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3. 천국 대헌장: 산상수훈
천국 시민의 정체성 (팔복): 산상수훈은 하나님 나라의 윤리 강령입니다. 팔복은 천국을 소유한 자들의 성품과 그들이 받을 복을 다룹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메시아를 갈망하며 자신을 비운 자들입니다. 이들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착한 행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천국의 의(義): 예수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의 율법적 의보다 더 나은 의를 요구하십니다. 살인, 간음, 맹세, 보복, 원수 사랑 등에 대해 예수는 행위 이면에 있는 마음의 동기까지 다루며 율법의 본질적 의미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원수까지 사랑하는 온전함이 천국 백성의 기준입니다
경건 생활과 재물: 구제, 기도, 금식 등 종교적 행위는 사람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은밀한 중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를 향해야 합니다.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기도의 모범입니다. 또한, 보물을 땅이 아닌 하늘에 쌓아두어야 하며,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염려는 믿음이 적은 연고이며,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는 약속이 주어집니다
결론적 권면: 비판하지 말 것, 구하고 찾고 두드릴 것, 좁은 문으로 들어갈 것, 열매로 나무를 알 듯 거짓 선지자를 분별할 것을 가르칩니다. 말씀을 듣고 행하는 자만이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지혜로운 자입니다
4. 메시아의 권능: 이적과 치유
마태는 10가지 이적을 통해 예수가 질병, 자연, 귀신, 죽음, 죄를 다스리는 권세를 가진 메시아임을 입증합니다.
소외된 자들의 회복: 나병환자, 백부장의 하인(이방인), 베드로의 장모(여성)를 치유하며 천국이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에게도 열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며 혈통적 이스라엘을 넘어선 믿음의 공동체를 예고합니다
. 자연과 영적 세계 통치: 풍랑을 잠잠케 하시고, 가다라 지방의 귀신 들린 자를 고치심으로 자연계와 영계에 대한 통치권을 드러냅니다
. 죄 사함의 권세: 중풍병자를 고치시며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고 선언, 육체적 치유를 넘어 근본적인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권세가 있음을 천명합니다
.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세리 마태를 부르시고 죄인들과 식사하시는 파격적 행보는 낡은 유대교 율법주의(낡은 부대)로는 메시아의 복음(새 포도주)을 담을 수 없음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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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국 복음의 확산과 파송
예수는 12제자를 사도(보냄을 받은 자)로 세우시고 천국 복음 전파를 위임합니다.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병 고침과 귀신 쫓는 권능을 주십니다. 그러나 이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제자들은 이리 가운데 양과 같으므로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야 합니다. 가족의 불화와 세상의 핍박이 따르겠지만,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만 두려워하라고 격려합니다. 제자를 영접하는 것은 곧 예수를 영접하는 것입니다
6. 메시아에 대한 배척과 논쟁
메시아의 정체: 감옥에 갇힌 세례 요한의 질문에 예수는 자신의 사역이 구약 예언의 성취임을 알리십니다. 이 세대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무반응의 세대이며, 고라신, 뱃새다, 가버나움 등 권능을 많이 행한 도시들이 회개하지 않음에 화를 선포합니다. 그러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는 참된 안식을 약속합니다
7. 천국 비유
예수는 비유를 통해 천국의 비밀을 제자들에게는 드러내고 완악한 자들에게는 감추십니다.
씨 뿌리는 자: 마음밭의 상태에 따른 말씀의 결실.
가라지: 세상 끝날까지 의인과 악인이 공존하다가 심판 때 구별됨.
겨자씨와 누룩: 천국의 미약한 시작과 창대한 확장성.
보화와 진주: 천국의 절대적 가치와 이를 소유하기 위한 전적인 헌신.
그물: 종말론적 선별과 심판. 이 비유들은 천국이 현재적 은닉성과 미래적 완성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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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메시아의 수난 예고와 제자도
신앙고백과 수난 예고: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고백하자, 예수는 그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합니다. 이후 비로소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시며,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를 것"을 요구합니다
9. 예루살렘 입성과 종말론적 심판
성전 정화와 논쟁: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든 자들을 쫓아내십니다. 포도원 농부 비유와 혼인 잔치 비유를 통해 유대 지도자들이 하나님 나라를 빼앗길 것을 경고합니다. 세금 문제, 부활 논쟁, 가장 큰 계명 논쟁에서 탁월한 지혜로 반대자들의 입을 막으시고, 외식하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 "화 있을진저"라며 7가지 저주를 선포합니다
10. 수난과 부활, 그리고 지상 명령
최후의 만찬과 체포: 유월절 식사에서 떡과 포도주로 새 언약을 제정하십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시며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기로 결단합니다.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체포되시고, 공회 앞에서 신성모독으로 정죄받습니다
[서평] 1세기 유대인의 눈으로 본 메시아 예수
1. 신학적 통찰과 역사적 배경의 조화 이경석 교수의 『메시아와 천국, 1세기 유대인들』은 마태복음을 단순히 교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넘어, 1세기 유대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저자는 마태복음의 독특한 구조인 '행적'과 '강화'의 교차 배열을 치밀하게 추적하며, '메시아'와 '천국'이라는 두 주제가 어떻게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천국(하늘나라)'이라는 용어가 가진 유대적 특수성(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않으려는 경외심)과 그 실체적 의미(하나님의 통치)를 연결한 점은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1세기 유대인들이 가졌던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열망과 예수가 보여준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상이 어떻게 충돌하고 갈등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믿는 메시아의 참된 의미를 재고하게 합니다.
2. 구조적 분석을 통한 메시지의 선명성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마태복음의 방대한 내용을 5개의 주요 강화(산상수훈, 파송 설교, 천국 비유, 공동체 설교, 종말론적 설교)를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각 챕터는 예수의 치유, 논쟁, 비유, 수난 등의 사건들이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도래'라는 거대한 구속사적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합니다. 예를 들어, 산상수훈을 단순한 윤리 강령이 아닌 '천국 시민의 대헌장'으로, 기적 사건들을 단순한 초자연적 현상이 아닌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표적'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관점은 성경을 입체적으로 읽도록 돕습니다.
3. 현대 독자를 위한 실천적 적용 저자는 학문적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목회적 따뜻함을 잃지 않습니다. 1세기 유대인들이 율법주의와 로마의 압제 속에서 겪었던 갈등은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적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크리스천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 '세상의 소금과 빛', '작은 자 하나를 영접하는 것' 등의 주제 해설은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21세기 독자들에게 1세기의 제자도는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살아있는 명령임을 역설합니다.
4. 성경적 깊이와 가독성을 겸비한 필독서 이 책은 신학생이나 목회자뿐만 아니라, 마태복음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도 훌륭한 가이드북입니다. 복잡한 신학 용어를 남발하지 않으면서도 본문의 핵심을 꿰뚫는 저자의 필력은 독자들이 마태복음의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합니다. 유대교의 토양 위에 피어난 기독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임마누엘'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마태가 증언한 그 '천국'이 텍스트를 넘어 독자의 삶 가운데 실재(實在)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