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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 사자심왕 리처드의 반격』(김태권) 리뷰/요약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사자심왕 리처드의 반격

1. 유일신 사상과 관용에 대한 고찰

이 책은 본격적인 3차 십자군 전쟁 이야기로 들어가기 앞서, 유일신 사상이 본래 배타적이고 편협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합니다. 작가는 성서 속 요나와 니네베 이야기를 통해 신이 적국의 수도인 니네베조차 아끼고 구원하려 했음을 상기시킵니다. 또한, 예수 운동이 당시 차별받던 사마리아인들에게 개방적이었던 사례와 ,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율법을 고수하면서도 예수 운동과 대화를 시도했던 모습 , 그리고 초기 이슬람이 유대교를 '믿음의 백성'이라 존중했던 역사 를 통해, 일신교의 본질에는 '관용'과 '공존'의 정신이 내재해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정치적 상황이 이러한 관용을 어떻게 파괴하고 전쟁으로 이끌었는지 보여주며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2. 리처드, 사자의 심장 - 콩가루 집안의 내전

2.1. 3차 십자군의 결성 배경과 리처드의 등장

1187년 히틴 전투의 패배로 예루살렘이 살라딘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유럽은 충격에 빠집니다. 이에 잉글랜드의 리처드 1세(사자심왕), 프랑스의 필리프 2세,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바르바로사)가 주축이 된 제3차 십자군이 결성됩니다. 하지만 십자군 원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리처드는 아버지인 잉글랜드 국왕 헨리 2세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2.2. 플랜태저넷 가문의 막장 드라마

책은 헨리 2세와 그의 아들들(리처드, 헨리, 조프리, 존) 사이의 끊임없는 내전을 '갱스터 무비'나 '조폭 싸움'에 비유하며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 엘레오노르 왕비의 영향: 리처드의 어머니이자 아키텐의 영주인 엘레오노르는 남편 헨리 2세와 불화하여 아들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녀는 '궁정 연애(Courtly Love)'의 후원자로, 기사도 문화를 꽃피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 아버지와 아들의 전쟁: 리처드는 프랑스 왕 필리프 2세와 손잡고 아버지 헨리 2세를 공격합니다. 헨리 2세는 막내아들 존을 왕으로 세우려 했으나, 결국 리처드에게 패배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헨리 2세가 죽은 후 확인해보니 그토록 아끼던 막내 존마저 리처드 편에 붙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마지막 절망을 안겨줍니다.

  • 리처드의 즉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리처드는 슬퍼하기보다 자신의 시대를 선포하며 3차 십자군 원정에 박차를 가합니다.

3. 대관식의 장 - 탐욕과 학살

3.1. 화려한 대관식과 유대인 학살

1189년 리처드의 대관식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치러졌으나, 동시에 끔찍한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대관식 날 런던의 유대인들은 선물을 바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군중들에 의해 무차별적인 폭행과 학살을 당합니다. 이는 십자군 원정의 열기가 '이교도 타도'라는 명분 아래 내부의 소수자인 유대인 혐오로 번진 결과였습니다.

3.2. 살라딘 세(Saladin Tithe)와 재정 확보

리처드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 사람만 있다면 런던도 팔겠다"고 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수익의 10%를 징수하는 '살라딘 세'가 도입되었고 , 이는 민중들의 반이슬람 감정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3. 요크의 비극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을 떠나자마자 잉글랜드 전역, 특히 요크 지방에서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일어납니다. 요크의 유대인 500명은 폭도들을 피해 탑으로 피신했으나, 결국 항복하여 개종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집단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성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탐욕과 광기를 고발합니다.

4. 예루살렘의 장 - 살라딘의 관용과 리처드의 만행

4.1. 하틴 전투의 재구성

책은 시계를 돌려 1187년, 십자군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은 하틴 전투를 상세히 다룹니다. 예루살렘 왕 '기 드 뤼지냥'과 과격파 기사 '르노 드 샤티용'의 오판으로 십자군 주력은 물이 없는 사막에서 살라딘 군에게 포위당해 전멸합니다.

  • 살라딘의 처형과 관용: 승리한 살라딘은 맹세를 밥 먹듯이 어기고 악행을 일삼았던 르노 드 샤티용을 직접 처형합니다. 반면, 무능했던 왕 '기'에게는 물을 주며 살려주는 관용을 베풉니다.

4.2. 예루살렘 함락과 살라딘의 자비

예루살렘을 포위한 살라딘은 방어 사령관 '발리앙'과 협상을 벌입니다. 1099년 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정복했을 때 무슬림과 유대인을 무차별 학살했던 것과 달리 , 살라딘은 몸값을 받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내보내 줍니다.

  • 진정한 기사도: 살라딘은 돈이 없어 노예가 될 처지에 놓인 가난한 노인들과 과부들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몸값을 대신 지불하고 석방시킵니다. 이는 서유럽 기독교 세계의 지도자들(예: 재물을 챙겨 도망친 총대주교)의 탐욕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4.3. 리처드의 키프로스 정복

한편, 성지로 향하던 리처드는 키프로스에 난파된 약혼녀 베렝가리아 공주가 억류되자, 키프로스를 무력으로 점령합니다. 여기서 리처드는 비잔틴의 반란자 이사키오스를 "쇠사슬에 묶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은으로 된 사슬"에 묶어 가두는 꼼수를 부리며, 그의 성격이 힘을 앞세우고 약속을 비트는 데 능함을 보여줍니다.

5. 아크레의 장 - 영웅들의 격돌과 잔혹함

5.1. 아크레 공방전

3차 십자군의 최대 격전지인 아크레(Acre) 공방전이 펼쳐집니다. 예루살렘 왕위를 놓고 다투던 '기'와 '코라도'의 정치적 알력 싸움 속에 , 필리프 2세와 리처드 1세가 차례로 도착합니다.

  • 프리드리히 1세의 죽음: 막강한 군대를 이끌고 오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바르바로사는 살레프 강에서 익사하며 허무하게 퇴장합니다.

  • 리처드와 필리프의 경쟁: 리처드와 필리프는 아크레 함락을 두고 경쟁합니다. 리처드는 도착하자마자 괴물 투석기를 동원해 성벽을 부수며 전황을 주도합니다.

5.2. 아크레 함락과 리처드의 포로 학살

결국 아크레는 함락되고 살라딘은 휴전 협상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성격 급한 리처드는 무슬림 포로 2,700명을 살라딘의 진영이 보는 앞에서 참수하라는 잔혹한 명령을 내립니다.

  • 동기: 무슬림에게 죽은 기독교도의 복수라는 설과, 남쪽으로 진군하기 위해 포로를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는 살라딘이 보여준 관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리처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5.3. 필리프의 귀국과 리처드의 고립

아크레 함락 후, 필리프 2세는 건강 악화와 본국의 정치적 문제를 핑계로 귀국해버립니다.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공작 역시 리처드에게 모욕을 당한 뒤(깃발 사건) 떠납니다. 홀로 남은 리처드는 살라딘과의 일대일 대결을 준비하며 남쪽으로 진군합니다.

6. 결론 및 부록

6.1. 살라딘 vs 리처드

작가는 리처드를 '힘'을 숭상하고 전투를 즐기는 전형적인 서유럽 전사로, 살라딘을 '관용'과 '신의'를 지키며 평화를 원했던 고결한 군주로 대비시킵니다. 리처드는 살라딘의 무력에 흥미를 느끼고 호적수로 인정하지만, 살라딘의 관용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6.2. 고전 읽기: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부록에서는 커트 보니것의 반전 소설 《제5도살장》을 소개합니다. 2차 대전 드레스덴 폭격을 다룬 이 소설을 통해, 십자군 전쟁과 현대의 전쟁이 공유하는 '학살의 광기'와 '전쟁의 허무함'을 성찰합니다. "소위 성전(聖戰)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5권을 마무리합니다.



[서평] 역사적 팩트와 풍자로 그려낸 '힘'과 '관용'의 대결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 5: 사자심왕 리처드의 반격》은 서양 중세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제3차 십자군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영웅들의 무용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탐욕, 정치적 암투, 그리고 종교적 광기를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로 해부합니다. 구글 SEO 관점에서 이 책이 갖는 핵심적인 가치와 시사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영웅의 재해석: 리처드 1세의 '힘' vs 살라딘의 '관용'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탈피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서양 역사에서 '사자심왕(Lionheart)'이라 불리며 기사도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리처드 1세는 이 책에서 전쟁광이자 다혈질의 파괴자로 묘사됩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고 , 유대인 학살을 방조하며 , 협상이 지체되자 포로 수천 명을 학살하는 잔혹함을 보립니다.

반면, 이슬람의 지도자 살라딘은 적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진정한 '기사도'의 소유자로 그려집니다. 예루살렘을 탈환할 때 1차 십자군과 같은 보복 학살을 금지하고, 가난한 적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몸값을 대신 내주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작가는 리처드의 '압도적인 힘'과 살라딘의 '포용하는 힘'을 대비시키며, 진정한 리더십과 영웅의 자격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2. '성전(Holy War)'의 허상을 발가벗기다

5권은 십자군 전쟁이 '신의 뜻'이 아니라 철저한 '인간의 욕망'에 의해 움직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내부의 적: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도 전에 잉글랜드 왕실은 아버지와 아들이, 형제와 형제가 영토와 권력을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을 벌입니다.

  • 정치적 쇼: 필리프 2세와 레오폴트 공작이 전쟁 도중 귀국한 이유는 '국익'과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성지 탈환이라는 종교적 목표는 정치적 계산기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 혐오의 확산: 대관식과 십자군 출정을 전후하여 벌어진 유대인 학살은, 외부의 적(이슬람)을 향한 적개심이 어떻게 내부의 약자(유대인)에게 전가되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이것이 바로 조폭 싸움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식의 직설적인 화법과 코믹한 연출로 표현하여, 독자들이 역사의 부조리를 쉽게 이해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3.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역사

책의 말미에 소개된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리뷰는 이 만화가 단순한 역사 교양서를 넘어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을 십자군의 학살과 연결함으로써, "전쟁에 성스러운 이유는 없으며, 오직 세속적인 필요만 있을 뿐"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강조합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종교와 이념의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에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리처드의 '힘'을 숭상할 것인가, 아니면 살라딘의 '관용'을 배울 것인가? 80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방대한 사료(당대 연대기, 성서 삽화 등)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고증과 현대적인 유머 감각이 결합된 수작입니다. 서양 중세사나 십자군 전쟁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현대 사회의 갈등과 평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