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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켄맨 웡, 스콧 래) 리뷰/요약

 


『공동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기독교 세계관으로 본 경영의 본질

1. 비즈니스의 새로운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비즈니스는 종종 탐욕의 온상이나 단순한 이윤 추구의 도구로 오해받곤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비즈니스가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거룩한 소명'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를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도구적 가치)으로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선을 위한 변혁적 섬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2. 당신의 일터는 제단이다 (일의 신학)

많은 기독교인이 '성직'과 '세속직'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에 갇혀 있다. 그러나 성경은 모든 정당한 일이 하나님께 가치 있음을 보여준다.

  • 일의 기원: 일은 타락의 결과가 아니라, 타락 이전 창조 질서의 일부다. 하나님은 일하시는 분이며, 우리는 그분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일꾼'이다.

  • 통치 명령과 청지기: 일은 세상을 다스리고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문화 명령)을 수행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일터를 통해 창조 세계를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청지기 역할을 한다.

  • 일터는 제단: 우리의 일터는 하나님께 우리의 재능과 시간을 드리는 예배의 처소(제단)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통로다.

3. 비즈니스로의 부르심 (목적의 재설정)

비즈니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인 경제학적 관점은 불충분하다. 기독교적 비즈니스 비전은 '공동선을 위한 변혁적 섬김'이다.

  • 변혁적 섬김: 비즈니스는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창조 세계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 이윤의 역할: 이윤은 비즈니스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혈액과 같은 존재)이다.

  • 가치 창출: 기업은 고객, 직원, 공급자, 지역 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 유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4. 비즈니스와 영성 형성 (일터에서의 성화)

일터는 단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영성이 빚어지는 '도가니'다.

  • 성품의 연단: 비즈니스 현장에서 겪는 스트레스, 경쟁, 실패, 성공은 인내, 겸손, 신뢰, 섬김과 같은 기독교적 미덕을 훈련하는 기회가 된다.

  • 영적 훈련: 일 중독이나 일과 정체성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안식일 준수, 묵상, 기도와 같은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

  • 시간의 구속: 바쁜 일정 속에서도 '크로노스'(물리적 시간)가 아닌 '카이로스'(기회의 시간)를 포착하여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시간을 선용해야 한다.

5. 부, 성공, 야망 (성경적 관점)

성경은 부와 성공 자체를 정죄하지 않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동기와 방법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 부의 위험과 기회: 부는 하나님의 선물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우상숭배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 성경은 청지기 정신과 나눔을 강조한다.

  • 성공의 재정의: 진정한 성공은 재정적 축적이 아니라 '신실함'과 '탁월함'에 있다. 하나님 보시기에 성공한 기업인은 이윤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 거룩한 야망: 야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은사를 최대한 발휘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더 잘 섬기려는 야망은 권장되어야 한다.

6. 비즈니스와 글로벌 경제 (세계화의 명암)

세계화는 전례 없는 부를 창출하고 빈곤을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환경 파괴, 문화적 획일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 기회: 자유 무역과 시장 경제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탈출을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예: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

  • 책임: 글로벌 기업은 노동 착취(스웨트숍), 환경 오염, 문화적 무례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

  • 기독교적 대응: 우리는 맹목적인 반세계화나 무비판적인 수용 대신, 세계화가 정의롭고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7. 직장에서의 윤리 (준법을 넘어서)

기업 윤리는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준법)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조직의 핵심 가치와 개인의 성품에 관한 문제다.

  • 신뢰의 중요성: 시장 경제의 핵심 자산은 '신뢰'다. 윤리적 경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 조직 문화: 리더는 윤리 강령을 만드는 것을 넘어, 솔선수범과 투명한 보상 체계를 통해 윤리적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 통합된 삶: 크리스천 기업인은 '일요일의 신앙'과 '월요일의 비즈니스'를 분리하지 않고, 일터에서도 기독교적 가치관을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8. 리더십과 경영 (직원을 섬기는 것)

성경적 리더십의 핵심은 '섬김'이다. 이는 직원을 도구가 아닌 존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 섬김의 리더십: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 리더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직원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장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

  • 권한 위임: 직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도록 돕는다.

  • 공동체 형성: 기업은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 돌보고 성장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9. 마케팅 (고객을 섬기는 것)

마케팅은 조작이나기만이 아니라, 고객의 진정한 필요를 채워주는 '섬김'의 행위여야 한다.

  • 정보 제공과 소통: 마케팅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다.

  • 취약 계층 보호: 어린이인나 노인 등 판단력이 부족한 대상을 이용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

  • 가치 창출: 훌륭한 마케팅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직결된다.

10. 청지기 정신과 지속 가능성 (환경 보호)

기업은 하나님이 맡기신 창조 세계(환경)를 보호하고 관리할 청지기적 사명이 있다.

  • 지속 가능성: 환경 파괴는 결국 인간의 번영을 저해한다. 기업은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와 같은 순환형 생산 방식을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 혁신: 환경 문제는 기업에게 비용 부담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 개발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하다.

  • 상호 의존성: 인간과 자연은 상호 의존적이다. 자연을 착취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위배된다.

11. 비즈니스의 새로운 동향 (사회적 기업과 BAM)

최근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 포괄적 CSR: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 활동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 BOP(Bottom of the Pyramid) 비즈니스: 빈곤층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여 그들의 빈곤 해결을 돕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 사회적 기업 & BAM: 이윤 창출과 사회적/영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교로서의 비즈니스(BAM)는 비즈니스 자체를 선교의 도구로 활용한다.

12. 결론: 공동선을 향한 여정

비즈니스는 타락한 세상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크리스천 기업인과 직장인들은 비즈니스라는 영역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는 곳으로 변혁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 이는 쉬운 길이 아니지만, 하나님과 동역하며 공동선을 추구할 때 비즈니스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서평] 비즈니스, 탐욕의 도구인가 거룩한 소명인가?

왜 지금 '비즈니스 신학'인가?

자본주의의 고도화와 함께 기업의 영향력은 국가를 넘어설 정도로 막강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끊이지 않는 회계 부정, 환경 파괴, 노동 착취, 그리고 극심한 빈부 격차는 "과연 비즈니스는 선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많은 크리스천조차 교회 생활과 직장 생활 사이에서 심각한 괴리감을 느끼며, 비즈니스를 그저 '선교를 위한 자금줄' 정도로 치부하거나, '피할 수 없는 필요악'으로 여기곤 한다.

켄맨 웡과 스콧 래가 저술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비즈니스야말로 하나님이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데 사용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신학적, 경영학적으로 입증한다. 이 책은 단순한 윤리 지침서가 아니다. 비즈니스의 존재 목적 자체를 '이윤'에서 '공동선을 위한 변혁적 섬김'으로 재정의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비즈니스의 재발견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의 균형에 있다. 저자들은 비즈니스를 맹목적으로 옹호하지도, 무작정 비판하지도 않는다. 대신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성경적 드라마 안에서 비즈니스의 위치를 명확히 한다.

1. 일터는 제단이다 (The Workplace as Altar) 저자들은 일이 타락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일터에서 고객을 섬기고,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운영하는 모든 행위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다. 이는 "성직은 거룩하고 비즈니스는 속되다"는 뿌리 깊은 이원론을 타파한다. 비즈니스맨은 '2등 크리스천'이 아니라, 경제 영역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역자다.

2. 이윤을 넘어선 목적 (Beyond the Bottom Line) 이 책은 이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윤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마치 우리 몸의 혈액과 같다)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즈니스의 진정한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가치 창출),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며(인간 개발), 창조 세계를 보전하는(청지기직) 데 있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이다.

3. 구체적인 실천 지침 (Practical Applications) 추상적인 신학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은 마케팅, 인사 관리, 환경 문제, 글로벌 경제 등 구체적인 경영 현장의 이슈들을 다룬다.

  • 마케팅: 소비자의 헛된 욕망을 부추기는 조작이 아니라, 정보 제공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돕는 섬김이어야 한다.

  • 리더십: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직원의 성장을 돕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 환경: 기업은 단순히 환경 규제를 피하는 소극적 태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적극적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4. 현실적인 긴장과 도전 저자들은 이상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타락한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의 어려움, 즉 치열한 경쟁, 단기적 성과 압박,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의 의사 결정 등을 인정한다. 그들은 완벽주의가 아니라, 긴장 속에서도 끊임없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지향하는 '신실함'을 요구한다.

변혁을 꿈꾸는 크리스천을 위하여

『공동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역동적인 현장임을 보여준다.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크리스천 경영인 및 직장인: "내 일이 하나님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일터에서 소명을 회복하고 싶은 분들.

  • 목회자 및 신학생: 성도들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터 현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세상 속의 제자로 양육하기 원하는 분들.

  • 비즈니스 선교(BAM) 관심자: 비즈니스를 통해 선교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신학적 토대와 실제적 전략이 필요한 분들.

비즈니스는 고쳐 써야 할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한 선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일터가 탐욕의 전쟁터가 아닌, 공동선을 꽃피우는 거룩한 소명의 장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