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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윤서진) 리뷰/요약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 더 나은 관계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특급 심리 코칭

인간관계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국영수는 배웠지만, 정작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자는 인간관계가 영어 문법이나 수학 공식처럼 공부가 필요한 영역임을 강조합니다. 막연한 기대나 감정에 의존하기보다, 관계의 역동을 이해하고 기술을 익힐 때 우리는 상처를 덜 받고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례-셀프 체크-원 포인트 레슨'의 구성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제1장. 관계의 거리: 적당한 간격이 사고를 막는다

1. 직장 내 인간관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직장은 사적인 관계와 달리 목표 달성을 위해 모인 공적 집단입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친밀함보다는 '신뢰'가 우선입니다.

  • 핵심 전략:

    • 미어캣 전략: 주변을 살피며 동료에게 필요한 사소한 도움을 먼저 제공합니다.

    • 스몰 토크 활용: 날씨, 맛집 등 가벼운 주제로 접점을 늘려갑니다.

    • 공과 사 구분: 아무리 친해도 업무상 기밀 공유나 편의 봐주기는 금물입니다. 직장 내 관계의 1순위는 커리어 목표 달성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경조사 챙기기: 관계의 계좌 관리

경조사는 스트레스의 주범이지만, 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경조사비를 '지출'이 아닌 '관계 계좌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경조사비 책정 기준:

    • 0원: 연락 두절 3년 이상, 앞으로 볼 일 없는 사람.

    • 3~5만 원: 의무적 관계, 거래처, 얼굴만 아는 사이.

    • 10만 원: 친한 동료, 친구, 축하해주고 싶은 관계.

    • 20만 원 이상: 절친, 가족, 변함없을 사이.

  • 주의사항: 받은 만큼은 반드시 돌려줘야 하며, 불참 시에는 미리 연락하고 축의금을 보내는 것이 매너입니다.

3. 취약성 드러내기: 약점이 매력이 될 때

완벽해 보이려는 노력은 오히려 거리감을 만듭니다. 심리학의 '엉덩방아 효과(Pratfall Effect)'에 따르면, 사람들은 빈틈을 보이는 이에게 인간미와 호감을 느낍니다.

  • 실천 팁: 모든 사람에게 약점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찾아 천천히 나의 감정과 실수를 공유하세요. 솔직함은 관계를 깊게 만드는 열쇠입니다.

4. 가족과의 거리두기: 독립은 이기적인 게 아니다

가족 간의 지나친 밀착은 서로를 숨 막히게 합니다. 건강한 가족 관계를 위해서는 '나'를 최우선으로 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죄책감 버리기: 가족의 불행이 내 탓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충분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 경계 설정: 독립하거나, 물리적 독립이 어렵다면 심리적 '방해 금지 모드'를 켜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5. 애착 유형과 연애: 왜 내 연애는 반복될까?

연애 패턴의 문제는 성격 차이가 아닌 '애착 유형' 때문일 수 있습니다.

  • 불안정형: 연락에 집착하고 버림받을까 불안해합니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불안을 낮춰야 합니다.

  • 회피형: 친밀감을 부담스러워하고 갈등을 회피합니다.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고, 작은 스킨십부터 시도하며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제2장. 관계의 조율: 선택과 집중의 힘

1. 성인기의 친구 사귀기: 4단계 전략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나 기존 인맥을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 1단계 (마인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상대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 2단계 (발굴): 지인을 친구로 업그레이드하거나, 동호회 등 정기적인 모임에 나갑니다.

  • 3단계 (매력 어필): 대화 내용을 기억했다가 다시 언급(리뷰)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에 집중합니다.

  • 4단계 (유지): 친구가 되려면 약 200시간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약속을 잡아 만남을 지속하세요.

2. 싫은 동료와 일하기: 감정의 로그아웃

직장에는 꼴 보기 싫은 동료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내 마음을 관리해야 합니다.

  • 로봇 소통법: 감정을 배제하고 사무적으로 대합니다. "원래 성격이 그래요?" 같은 인신공격 대신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라고 문제에 집중합니다.

  • 퇴근 후 로그아웃: 퇴근 후에도 그 사람을 욕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당신의 분노를 전혀 모릅니다.

3. 돈 문제 대화법: 사랑과 돈 사이

연인 사이의 돈 문제는 미룰수록 커집니다. 솔직한 대화와 규칙이 필요합니다.

  • 머니 밸런스 게임: 가볍게 서로의 경제관념을 확인합니다. (예: 평생 일하고 40세 은퇴 vs 즐기며 80세까지 일하기).

  • 공동 목표와 투명성: 결혼 자금, 여행 등 공동 목표를 세우고 데이트 통장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지출을 관리합니다.

4. 질투 다루기: 나의 결핍을 인정하라

친구의 성공에 배가 아픈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질투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 동기 부여: 질투를 자기 발전의 에너지로 삼으세요.

  • 솔직한 고백: "네가 잘돼서 정말 기쁜데, 한편으론 나도 부러워서 질투가 나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관계가 오히려 돈독해집니다.

5. 선 긋기의 기술: 경계는 나를 지킨다

무리한 부탁이나 사생활 침해에는 단호한 '선 긋기'가 필요합니다.

  • 아이 메시지(I-message): "너 왜 그래?"라는 비난 대신 "나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당황스럽고 속상해"라고 내 감정을 주어로 말합니다.

  • 거절의 기술: 즉시 답하지 말고 "일정 확인해보고 알려줄게"라며 시간을 벋니다. 그리고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6. 손절의 미학: 현명하게 끊어내기

나를 갉아먹는 관계는 정리가 답입니다. 하지만 충동적인 손절은 후회를 남깁니다.

  • 일시 정지: 관계를 바로 끊기보다 연락 빈도를 줄이며 거리를 둬봅니다.

  • 쓰리 아웃 제도: 불편함을 표현했음에도 같은 문제가 3번 반복되면 그때 정리합니다.

  • 페이드 아웃: 서서히 연락을 줄이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가장 부작용이 적습니다.

제3장. 관계의 마음: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은 아니다

1. 낮은 자존감 높이기

자존감이 낮으면 상대의 사랑을 의심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려 듭니다.

  • 호감 언어 사용: "내가 뭐라고..."라는 말 대신 "나를 챙겨줘서 고마워"라고 말하세요.

  • 비교 중단: SNS의 화려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현재 내 곁의 사람에게 집중하세요.

2. 이별 대처법: 예의와 애도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합니다. 잠수 이별이나 문자 통보는 최악입니다.

  • 이별의 예의: 직접 만나서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합니다. 희망 고문을 남기는 모호한 말은 피합니다.

  • 이별 후: 슬픔, 분노, 우울 등 이별의 5단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책 대신 '우리가 맞지 않았음'을 인정합니다.

3. 기대치 관리: 실망하지 않으려면

관계에서의 실망은 대부분 높은 기대에서 옵니다.

  • 기대 낮추기: 상대가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세요.

  • 구체적 요구: "알아서 해줘" 대신 "나는 기념일에 손 편지를 받고 싶어"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세요.

4. 권태기 극복: 익숙함을 소중함으로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 편안함이 채워집니다. 권태기를 관계의 성숙기로 받아들이세요.

  • 새로운 시도: 늘 가던 맛집 대신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함께 새로운 취미를 배우며 '자기 확장'을 경험하세요.

제4장. 관계의 언어: 관계는 결국 '말'이다

1. 표현의 중요성: 감사는 즉시, 사과는 진심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 감사: 구체적으로 무엇이 고마운지 언급하며 반복해서 표현하세요.

  • 사과: 변명("미안한데 내 의도는...")을 빼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세요.

2. 첫 만남 대화법: 경청과 리액션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두렵다면 '잘 듣기'만 해도 반은 성공입니다.

  • 경청: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몸을 상대 쪽으로 기울이는 등 비언어적 태도로 호감을 표현하세요.

  • 복사기 화법: 상대가 쓴 단어를 그대로 따라 하며 반응해주면("아, 차를 좋아하시는군요!")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3. 가스라이팅 대처: 단호함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식의 통제가 일어납니다.

  • 식별: 내가 예민한 것인가 자책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린다면 가스라이팅입니다.

  • 대처: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마세요. "그건 네 생각이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거나, "조언은 고맙지만 사양할게"라고 대응하세요.

4. 뒷담화와 거절: 휘둘리지 않는 법

  • 뒷담화: 동조하지 말고 감정만 읽어줍니다("아, 속상했겠네"). 혹은 화제를 돌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 거절: 부탁을 바로 수락하지 말고 "일정 확인하고 연락할게"라며 시간을 확보한 뒤, 불가능하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5. 공감과 전화 공포증

  • 공감: 해결책을 주려 하지 말고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감정을 읽어주세요.

  • 전화 공포증: 미리 할 말을 스크립트로 작성해두고, 친한 사람부터 통화 연습을 하여 노출 빈도를 높이세요.



[서평] 나를 지키며 관계를 잇는 지혜

관계라는 영원한 숙제 앞에 선 우리에게

"사람 때문에 힘들다." 직장인들의 퇴사 사유 1위는 언제나 업무가 아닌 '사람'이다. 친구, 연인, 가족, 동료...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안에서 나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윤서진 코치의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인간관계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영어 단어를 외우듯 원리를 이해하고 기술을 익혀야 하는 '공부의 영역'임을 명쾌하게 선언한다.

핵심 메시지: 건강한 관계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기분은 살피면서 정작 내 감정은 억누르거나,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다 탈진하곤 한다. 저자는 이것이 잘못된 접근임을 지적한다. 나의 자존감을 세우고,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나의 경계를 단호하게 지킬 때 비로소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책은 크게 '거리, 조율, 마음, 언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관계를 해부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뜬구름 잡는 위로가 아닌, 매우 구체적이고 실전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직장 동료를 대할 때 "그냥 무시해"라고 말하는 대신, "업무적 협력 파트너로만 정의하고 감정적 기대치를 낮추라"는 식의 인지적 재정의를 제안한다. 또한, 가스라이팅이나 뒷담화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고맙지만 사양할게요(Thanks, but no thanks)"와 같은 구체적인 대응 대본을 쥐어준다. 이는 독자가 책을 덮은 직후 현실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현대인의 관계 질병에 대한 처방

이 책은 2020년대 현대인들이 겪는 관계의 병폐를 정확히 짚어낸다.

  1. 가스라이팅과 안전 이별: 과거에는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던 통제와 집착을 명확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단호한 화법을 제시한다. 자기 검열에 빠지지 말고 주변에 상황을 알리라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2. 전화 공포증(Call Phobia):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겪는 전화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점도 흥미롭다. 미리 대본(스크립트)을 써보라는 조언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3. 손절의 기술: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님을 강조하며, 나를 갉아먹는 관계를 어떻게 '잘' 끊어낼 것인가에 대해 가이드라인(일시 정지 -> 쓰리 아웃 -> 정리)을 제시한 점은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해방감을 준다.

추천 대상 및 결론

이 책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여 관계의 룰을 몰라 헤매는 사회 초년생, 반복되는 연애 문제로 자존감이 낮아진 싱글,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거절을 못 해 속앓이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내가 다치지 않고,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단단한 나로서 관계의 주도권을 잡는 법을 알려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책상 머리맡에 두고 관계가 꼬일 때마다 소화제처럼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좋은 인간관계는 결국 나와 잘 지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마지막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면, 우리는 더 이상 관계 때문에 울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