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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폴 김, 함돈균) 리뷰/요약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김, 함돈균)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는 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폴김 부학장과 문학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인 함돈균 교수가 나눈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의 주입식 '티칭(Teaching)' 교육을 비판하고, 학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코칭(Coaching)'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합니다.

이 책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 혁신의 조건, 그리고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폴김 교수의 구체적인 글로벌 교육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합니다.


👨‍🏫 저자 소개

  • 폴김 (Paul Kim): 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입니다. 교육공학(Education Technology) 전문가로, 'Seeds of Empowerment'라는 비영리 국제교육재단을 설립했습니다. 'SMILE', '천일 스토리' 등 혁신적인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함돈균 (Ham Don-gyun): 문학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입니다. '생각하는 시민'을 키우기 위해 '실천적 생각발명그룹 시민행성'을 설립했으며 , 인문학과 교육, 사회 디자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학교 모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왜 '티칭'이 아니라 '코칭'인가?

이 책의 핵심 전제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평범한 일자리를 대체하는 미래에, 정답을 주입하는 '티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폴김 교수는 자신이 한국의 주입식 교육(하위 1% 학생)에 적응하지 못했으나, 미국 대학에서 만난 한 교수의 '코칭'을 통해 잠재력을 발견하고 인생이 180도 바뀐 경험을 공유합니다.

  • 티칭 (Teaching): 교사가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 되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암기를 강요합니다. 이는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 코칭 (Coaching): 교사는 '지식의 원천'이 아닌 '코치'가 됩니다. 코치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 강점,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학생이 스스로 잠재력을 끌어내 '스타(Star)'가 될 수 있도록 잦은 피드백과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코칭의 핵심 도구는 바로 '질문'입니다. 교육은 학생이 마음껏 질문하고 호기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 혁신의 조건: "질문, 맥락화, 그리고 단순함"

폴김 교수는 교육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혁신도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기존의 '표준(norm)'과 '기득권'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공적인 혁신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다음을 제시합니다.

  1. 맥락화 (Contextualization):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라도 현지 상황과 맞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아프리카에 신데렐라 동화책을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신발을 무상 기부했더니 현지 영세 신발업자들이 모두 파산한 사례처럼 '와이드 렌즈(wide lens)'로 생태계 전체를 봐야 합니다.

  2. 단순함 (Simplicity): 혁신은 단순해야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SMILE' 프로그램의 기기는 파워 버튼이 하나뿐입니다.

  3. 지속적 열정·헌신 (Commitment):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는 '반짝 혁신'은 지속 가능성이 없습니다. 실패에서 배우고 될 때까지 시도하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4. 사회적 고통 해결: 혁신은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멕시코 노동자들의 짧은 평균 수명처럼 '사회적 고통'을 제거하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나와야 합니다.


🌍 '국경 없는 학교' 프로젝트 (폴김의 실천 사례)

폴김 교수는 2005년 멕시코 방문을 계기로, 학교가 없는 지역의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 포켓 스쿨 (Pocket School)과 외계인 교수법

학교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 콘텐츠를 담은 모바일 기기 '포켓 스쿨'을 개발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핵심 방법론이 '외계인 교수법(Alien Pedagogy)'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기기를 주며 "외계인이 두고 갔는데 나는 사용법을 모른다. 너희가 똑똑하다고 들었으니 나를 좀 가르쳐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기기를 탐구하고, 발견한 내용을 서로 가르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습자'가 '교육자'로 전환되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율권(empowerment)'을 갖게 됩니다.

2. 스마일 (SMILE): 질문의 힘을 키우다

'SMILE(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은 포켓 스쿨에서 진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들의 '고등 사고 능력'과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들을 서로 평가하고 토론합니다.

SMILE은 '학습 도구'이자 '평가 도구'입니다. 학생이 "탄자니아의 수도는 어디인가?"(단순 암기) 같은 질문을 하다가, 나중에는 "왜 탄자니아의 수도가 도도마인가?"(비판적 사고)와 같은 고차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21세기 핵심 역량인 4C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력, 소통)를 기르는 훈련입니다.

3. 천일 스토리 (1001 Story): 현실을 쓰는 아이들

르완다 집단 학살(제노사이드) 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롤모델이나 책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NGO들이 보내준 '신데렐라' 이야기는 아이들의 현실과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했던' 셰에라자드에서 영감을 받아 '천일 스토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분쟁과 빈곤 지역 아이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예: 소년병 탈출기, 계모의 학대)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 이야기를 편집하고 그림을 그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 책'을 아이에게 선물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작가'가 되는 경험과 자긍심을 주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 세계 다른 아이들과 공유하며 지구적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4. 로즈 (ROSE): 원격 조종 과학 실험실

'ROSE(Remotely Operated Science Experiment)'는 과학 실습실이 없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스탠퍼드 대학에 있는 실제 과학 실험실을 '원격 조종'합니다. 예를 들어, 비디오를 보며 버튼을 눌러 실험실에 비를 내리게 하고 습도와 온도가 변하는 것을 실시간 데이터로 확인합니다.

이는 정해진 답을 따라 하는 스크립트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상황(예: 인터넷 끊김 )에 대처하는 '진짜 과학(real science)'을 경험하게 합니다.


한국 교육을 향한 제언

폴김 교수는 한국 교육이 '공포'와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남들과 다를까 봐, 뒤처질까 봐 두려워하는 부모들의 군중심리가 아이들을 '더 원(the one)'이 아닌 '군중(the crowd)'의 일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한국 교육에서 빠진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지적합니다.

  1. 공부 방법 (How to study): 한국은 '무엇을' 공부할지만 가르칠 뿐,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시간을 관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점검하는 '메타 인지(metacognitive)' 기술 훈련이 부재합니다.

  2. 시민의 책임감 (Civic Responsibility): 세계시민 의식이나 공공선에 대한 교육이 전무합니다. 모든 것이 수능과 입시와 연결되어 있어, 시험에 안 나오면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처방적 교육'을 제안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코치(교사)가 학생의 성향과 관심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예: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영문 스포츠카 잡지를 주어 영어에 대한 동기를 유발함).


🏛️ 미래의 학교와 교육자의 자세

  • 미래의 학교: 미래의 학교는 '디자인 랩(Design Lab)'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상상하고 , '메이커스 클럽(Makers club)'과 3D 프린터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즉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 미래의 대학: '강의 중심 대학'은 MOOC, 코세라(Coursera) 등 온라인 채널로 대체되어 쇠퇴할 것입니다. 반면 고가 장비와 전문가가 필요한 '연구 중심 대학'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 교육자의 자세 (깨진 거울의 비유): 교육자는 스스로를 빛을 내는 '태양'이나 '완벽한 거울'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교육자는 '길거리의 깨진 거울'과 같습니다. 비록 불완전하고 깨진 존재일지라도, '빛을 반사시켜' 어두운 곳을 밝히는 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 [서평] '정답'을 주입하는 교실에서 '질문'을 코칭하는 교실로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는 이 절박한 물음에 대한 스탠퍼드 교육 전문가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응답입니다.

저자 폴김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두려움에 기반한 군중교육'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합니다 . 남들과 똑같은 과자가 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공포가 아이들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질문 대신 정답만을 외우게 만듭니다. 이러한 교육은 결국 AI가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수동적인 '알렉사(Alexa)' 같은 인간을 양산할 뿐입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은 명쾌합니다. 바로 '티칭'에서 '코칭'으로의 전환입니다. 미래의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의 원천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코칭의 핵심 도구는 단연 '질문'입니다. 이 책은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미래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 책이 여타의 교육 담론서와 구별되는 지점은 저자의 압도적인 실천력에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스탠퍼드의 안락한 실험실이 아닌, 전기도 학교도 없는 멕시코의 농장, 르완다의 집단 학살 현장,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 등 '국경 없는 학교' 현장에서 증명됩니다.

'외계인 교수법' , 'SMILE' , '천일 스토리' , 'ROSE' 등 그가 고안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은 그 자체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생한 교과서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모아 '자기 책'을 만들어주는 '천일 스토리' 프로젝트는 교육이 어떻게 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권을 회복시키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책을 덮으며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깨진 거울'의 비유입니다. 교육자는 빛을 내는 완벽한 '태양'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깨진 존재일지라도 빛을 '반사'하여 어둠을 밝히는 존재여야 한다는 그의 겸손한 자기 인식은, 지식 전달자로서의 권위를 내려놓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비법서가 아닙니다. AI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는 '강력한 학습자' 로 성장하길 바라는 모든 학부모, 학생의 잠재력을 꽃피우고 싶은 교사, 그리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고민하는 모든 리더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영감 가득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