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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세상에게』(권호) 리뷰/요약

 


『바울이 세상에게』: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10가지 영적 질문과 해답

1. 절망의 시대, 감옥에서 보내온 희망의 편지

권호 목사의 저서 《바울이 세상에게》는 로마 감옥에 갇힌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에베소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 무기력, 패배감, 냉소주의를 직시하며, 이러한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바울이 던지는 10가지 본질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 주해에 그치지 않고, '3포 세대', 'N포 세대', '헬조선'이라 불리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하고 소명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감옥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찬양을 멈추지 않았던 바울의 영성을 통해, 외부의 환경에 눌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

2. 외부의 압력에 눌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에 대해

질문 1: 감옥 같은 인생에도 노래할 수 있는가?

현대 사회는 '히스테리의 도시'라 불릴 만큼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고,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전락했다. 그러나 바울은 로마의 가택 연금 상태라는 실제적 감옥 생활 중에서도 "찬송하리로다(율로게토스)"라고 외치며 편지를 시작한다. '율로게토스'는 축복, 높임이라는 뜻으로, 바울은 자신의 처지가 죄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향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바울이 감옥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의 상황이 아닌, 하나님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정체성)와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영적 복)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상황에 매몰되어 기쁨을 잃어버린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환경을 초월한 기쁨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묻는 첫 번째 질문이다.

질문 2: 분명히 알아야 할 나,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방황하며,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곤 한다. 그러나 바울은 에베소서 1장 1절에서 자신을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당시 사회적으로 자랑할 만한 배경(가말리엘 문하생, 로마 시민권자, 바리새인 등)을 가지고 있었으나, 편지에서는 오직 '그리스도의 사도'라는 정체성만을 내세웠다. 비록 현실은 죄수 신분이었으나, 바울은 자신을 죄수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도로 인식했다. 이처럼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확고한 정체성은 감옥 같은 현실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 안에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강조한다.

질문 3: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종종 없는 것에 집중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절망한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이미 받은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에 대해 찬양한다. 이 신령한 복은 세상의 물질적 복과는 차원이 다른 영적인 복이다.

  • 첫째, 하나님의 가족으로 입양됨: 하나님은 창세 전에 우리를 택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다. 이는 고아와 같던 우리를 당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신 놀라운 은혜다.

  • 둘째, 속량(죄 사함)을 받음: 우리는 본래 죄의 종이었으나, 그리스도의 피로 값을 치르고 자유인이 되었다. '속량'은 노예의 몸값을 지불하고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예수님은 자신의 피를 대가로 우리를 죄에서 건져내셨다.

  • 셋째, 성령의 인치심과 보증: 하나님은 성령으로 우리 마음에 도장(인)을 찍어 우리가 하나님의 소유임을 확증하셨다. 또한 성령은 우리 구원의 보증(계약금)이 되셔서 우리를 끝까지 인도하신다. 저자는 이러한 풍성한 영적 자산을 이미 소유했음을 깨닫고, 결핍이 아닌 충만함 속에서 감사와 찬양을 회복할 것을 권면한다.

3. 냉소적인 마음을 깨는 인생의 신비에 대해

질문 4: 비밀을 아는 사람이 과연 무기력할 수 있을까?

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총명을 넘치게 주셔서 '그 뜻의 비밀(신비)'을 알게 하셨다고 말한다. 이 비밀을 깨달은 사람은 영적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다. 바울이 말한 하나님의 신비는 세 가지다.

  1. 때가 찬 경륜: 우리의 구원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과 경영(오이코노미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 그리스도 안에서의 통일: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질서가 잡히는 것이다. 이는 분열된 세상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화목하게 되는 거대한 비전이다.

  3. 하나님의 기업이 됨: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기업)가 되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소중한 재산으로 여기시고 끝까지 책임지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불교 신자에서 기독교인으로 회심하게 된 과정을 예로 들며, 하나님의 때가 찬 경륜과 섭리를 신뢰할 때 절망하지 않고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할 수 있음을 간증한다.

질문 5: 우리를 가로막는 벽들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당시 유대 사회는 할례자와 무할례자, 유대인과 이방인을 철저히 구분하고 차별했다. 특히 성전에는 '이방인의 뜰'과 유대인의 구역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담이 존재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의 육체로 이 막힌 담을 허무시고 둘을 하나로 만드셨다. 바울은 이방인과 유대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 사람'이 되어 성전으로 지어져 간다고 선포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도 지역, 학벌, 빈부 격차 등으로 보이지 않는 벽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우리도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단순히 분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공동체의 하나 됨을 이루어가는 사명이다.

질문 6: 자유롭게 사는 길이 있는데 왜 묶인 것처럼 살아갈까?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죄수"라고 불렀다. 그는 로마 황제나 유대인의 음모 때문에 갇힌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과 이방인 선교를 위해 갇힌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철저한 '하나님의 주권' 사상이다. 바울은 자신의 모든 상황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해석했기에, 환경에 묶이지 않고 영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저자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그분이 주신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 바울이 에베소 선교를 마치고 로마로 가기를 작정했을 때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나아갈 때 예상치 못한 길(옥중서신 집필 등)이 열림을 강조한다.

4. 앞으로 나아가는 힘, 그리고 삶의 도약에 대해

질문 7: 완전히 다른 수준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실수나 죄책감에 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바울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행하라"고 권면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어둠에서 불러내어 빛의 자녀, 거룩한 나라,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삼으셨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이 부르신 새로운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영적 유턴'이 필요하다. 저자는 월드비전 회장 리차드 스턴스의 일화를 통해, 세상적인 성공을 좇던 삶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삶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성공이 아닌 거룩, 영혼, 영광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삶의 목적이다.

질문 8: 옛 옷을 벗어 내고 새 옷을 입었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우리를 택하셨다. 거룩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방식이다. 바울은 이를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는 것'으로 비유한다. 옛 사람은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모습이며, 새 사람은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모습이다. 죄의 유혹과 습관은 끈질기게 우리를 옛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리려 한다. 저자는 성 중독에 빠졌던 한 청년이 처절한 회개와 기도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소개하며 ,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거룩의 회복이 성령의 도우심과 공동체의 기도로 가능함을 역설한다.

질문 9: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았는가?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 중 하나는 영혼을 구원하고 섬기는 것이다. 바울은 이방인 전도를 위해 자신의 생명조차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달려갔다. 우리의 직업이나 전공이 무엇이든, 그것이 영혼 구원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하나님 앞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저자는 통계학을 전공한 한 집사님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소외 계층을 돕는 연구를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례를 든다. 또한, 영혼 구원과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기도'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했던 것처럼, 우리도 영혼을 품고 눈물로 기도할 때 비로소 변화의 역사가 일어난다.

질문 10: 인생 끝날까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다. 바울은 에베소서 곳곳에서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반복한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예배다. 예배는 하나님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행위다. 둘째는 우리의 삶과 은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 은사(재능)를 주셨다. 이 은사는 다양하며, 교회를 세우고 성도를 온전하게 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저자는 수학 전공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청년이 공동체의 도움으로 사회사업이라는 은사를 발견하고, 그 분야에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인재로 성장한 사례를 소개한다. 자신의 은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인생 끝날까지 추구해야 할 가치다.

5. 새 사람을 입고 살아가라

저자는 박사 가운과 목사 가운을 입었던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며, 세상이 입혀주는 화려한 옷보다 하나님께서 입혀 주시는 '새 사람'의 옷을 입고 싶다고 고백한다. 성공과 성취를 넘어, 의와 진리와 거룩함으로 지어진 새 사람을 입고, 착하고 겸손하며 충성스럽게 주님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것이 험한 세상 속에서 바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진정한 승리의 비결이자, 이 책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도전이다.



[서평] 현실의 벽 앞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바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도전

"헬조선, N포 세대, 흙수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날카롭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잃어버린 청춘들, 그리고 신앙을 가졌음에도 세상의 가치관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성공만을 쫓다가 탈진해버린 그리스도인들. 권호 목사의 저서 《바울이 세상에게》는 바로 이런 '현실에 막힌 우리'에게 찾아온 시의적절한 처방전이자, 영적 나침반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경적 깊이'와 '현실적 공감'의 탁월한 균형에 있다. 저자는 로마 감옥에 갇힌 바울의 서신인 에베소서를 텍스트로 삼았지만, 그 해석의 시선은 철저히 21세기 대한민국의 아픔을 향해 있다. 바울이 처한 '감옥'이라는 극한의 상황과 현대인이 겪는 '현실의 감옥'을 오버랩시키며, 바울이 그 안에서 어떻게 기쁨과 자유, 소명을 잃지 않았는지를 10가지 질문을 통해 끈질기게 파고든다.

첫째, 이 책은 '정체성의 회복'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는 어느 대학을 나왔니?", "연봉은 얼마니?", "집은 있니?"라고 묻으며 우리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저자는 바울의 입을 빌려 "당신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이며, 하늘의 기업을 상속받은 존귀한 존재"라고 선포한다. 감옥에 갇힌 죄수 신분이었으나 스스로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정의했던 바울의 당당함은, 스펙과 조건에 주눅 든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미 가진 것(신령한 복)'에 대한 자각은 결핍에 시달리는 우리 내면의 빈곤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해답이 된다.

둘째, 이 책은 '성공'이 아닌 '거룩'과 '영혼'이라는 삶의 목적을 재조명한다. 저자는 청년 사역 시절, 청년들이 좋은 직장에 가고 결혼을 잘하는 것을 사역의 열매로 착각했던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진짜 축복은 세상적 성공이 아니라, 거룩한 삶과 영혼을 구원하는 삶임을 역설한다. 이는 기복신앙과 번영신학에 물든 한국 교회에 던지는 뼈아픈 자성이기도 하다. 자신의 전공과 직업을 영혼 구원과 연결하려고 고민했던 통계학 교수의 예화나, 성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청년의 이야기는 거룩한 삶이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실천임을 보여준다.

셋째, 이 책은 '공동체의 하나 됨'과 '은사 발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저자는 에베소서를 통해 '벽을 허무는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한다. 나와 다른 이를 배척하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것, 그리고 서로의 은사를 발견해주고 세워주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수학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청년에게 사회사업이라는 은사를 찾아준 일화는, 공동체가 한 개인의 인생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바울이 세상에게》는 절망의 시대를 건너기 위한 영적 생존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단순히 "힘내라"는 식의 값싼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그 너머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경륜을 바라보게 만든다. 감옥에서도 찬양했던 바울의 야성과 영성을 수혈받고 싶은 사람, 반복되는 죄와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새 사람'의 옷을 입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는 자신의 현실이 여전히 감옥 같을지라도 그 안에서 "율로게토스(찬송하리로다)!"를 외칠 수 있는 믿음의 근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낡은 세상의 옷을 벗어던지고, 하나님이 입혀주시는 거룩한 새 옷을 입고 다시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