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무엇인가』: 삼성전자 레전드 고동진 사장의 38년 ‘일과 삶’의 경영학
1. 왜 지금 다시 '일'인가?
평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까지 오른 '갤럭시 성공 신화'의 주역, 고동진. 그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일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완성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일이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자, 그 자체로 성공을 위한 길이고 목표"라고 정의한다.
2. 태도경영: 가진 것 없는 사람의 유일한 무기
2.1. 시간이라는 공평한 자원
저자는 1984년 입사 당시 자신은 소위 SKY 출신도 아니고, 집안 형편도 어려운 '가진 것 없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2.2. RCB의 법칙: 초기화, 변화, 담대함
직장 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이를 완주하기 위해 저자는 RCB 법칙을 제시한다.
Reset (초기화): 입사 순간 과거의 스펙이나 배경은 모두 잊고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Change (변화): 20~30대 중반에는 성실함을 무기로 태도를 변화시키고, 30대 중반 이후에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변화시켜야 한다.
Brave (담대함): 40대 중반 이후 리더가 되면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대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약팽소선(작은 생선을 삶듯이 조심스럽게 조직을 다루는 태도)'과 연결된다.
2.3. 챔피언 마인드와 창의력의 비밀
회사 일에는 '내 일'과 '네 일'이 따로 없다. 오직 '회사의 일'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누가 챔피언인가?"라는 삼성의 질문을 인용하며,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Foot (발): 창의력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나온다. 직접 발로 뛰어 현장을 보고 듣고 분석할 때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Clue (단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단서)를 찾아내고, 이를 연결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일에서의 창의성이다.
2.4. STM: 목표 달성의 세 가지 포인트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STM(Speed, Time, Money) 전략이 필요하다.
Speed (속도): 목표 설정은 빠를수록 좋다. 저자는 입사 초부터 '사장'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Time (시간): 철저한 시간 관리로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Money (자금/건강):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와 체력(건강)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어학 능력은 평생 줄지 않는 자산이다.
3. 성과경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실행력
3.1. 배수진 전략과 위기 극복
2016년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는 저자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3.2. 기하급수적 인재와 SOP
AI 시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기하급수적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해 성과를 내는 사람을 뜻한다.
Speed (속도): 업무 처리의 속도.
Ownership (주인 의식): 내 일처럼 주도적으로 임하는 태도.
Passion (열정):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
3.3. 멀티태스킹과 회전력
직급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서커스의 '접시 돌리기'와 같다.
3.4. 질문의 기술과 단순 명료한 글쓰기 (KISS)
질문: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야 한다.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지, 의문을 표하거나 불평을 늘어놓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쓰기: 이메일과 보고서는 소통의 도구다. KISS (Keep It Simple, Stupid) 원칙에 따라 단순하고 명료하게 핵심만 전달해야 한다.4. 관계경영: 적을 만들지 않고 사람을 얻는 법
4.1. 50초 브리핑과 먼저 다가가는 태도
인간관계의 핵심은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다. 저자는 무뚝뚝한 상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매일 아침 50초간 업무 브리핑을 하며 소통의 물꼬를 텄다.
4.2. 불평 대신 컴플레인을 하라
불평(Grumbling)과 컴플레인(Complain)은 다르다. 불평은 해결책 없는 하소연이지만, 컴플레인은 개선을 위한 제안이다.
4.3. 좋은 사람의 3요소와 마무리
직장에서 좋은 선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성실함: 기복 없이 꾸준한 태도.
전문성: 자기 업무에 정통하여 모범이 되는 실력.
향기: 타인이 닮고 싶어 하는 인격적 향기.
또한,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회사는 좁고 세상은 돌고 돈다. 떠난 후에도 폭우(문제)가 들이닥치지 않도록 철저히 마무리를 하고 떠나는 '건축가의 마음'이 필요하다.
5. 원점경영 & 자기경영: 본질을 지키며 성장하라
5.1. P&C 원리: 안정과 안주 사이
진정한 안정(Stable)은 파도 없는 바다처럼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역동성이 있는 상태다.
5.2. 평생직장 vs 평생직업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실력이다.
5.3. 마음의 코어와 인문학
상대적 박탈감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코어 근육을 키워야 한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역사와 고전(한자 공부)을 추천한다.
[서평] "일이란 무엇인가" - 오직 일로 증명해낸 '진짜'가 전하는 뜨거운 위로
1. 지금, 왜 고동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과 '대퇴사 시대'가 화두인 요즘이다. 워라밸이 지상 과제가 되고, 회사에서의 열정은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책 『일이란 무엇인가』는 다소 묵직하고, 어쩌면 '라떼'처럼 들릴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이것이 흔한 '꼰대'의 잔소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삼성전자의 수장이 되기까지, 갤럭시 신화를 써 내려간 그의 치열했던 38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증거다. 그는 이론가가 아닌, 매 순간 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답을 찾아낸 실천가이기 때문이다.
2. 일은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일은 그저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고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워라밸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정의하는 워라밸은 '일과 삶의 기계적 분리'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일과 삶을 조화롭게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챔피언 마인드'와 '주인 의식'에 대한 재해석이다. "내 일, 네 일은 없다. 오직 회사 일이 있을 뿐"이라는 그의 말은
3. 디테일이 만드는 차이: 현장과 사람
저자는 성공의 비결로 화려한 전략보다 '기본'과 '태도'를 꼽는다. 창의력이 책상이 아닌 발(현장)에서 나온다는 'Foot & Clue' 개념
또한, 그는 철저한 성과주의자이면서도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깔려 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그가 택한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닌 '배수진'이었고, 직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소통'이었다.
4. 아쉬움과 제언: 시대적 맥락의 이해
물론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진 저자의 경험이 현재의 MZ세대 직장인들에게 100%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고도 성장기의 삼성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지금의 저성장 시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성실함, 정직, 배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같은 가치는 시대를 초월해 유효하다.
5. 흔들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나침반
『일이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숱한 위기와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인생 선배의 따뜻한 격려이자 단단한 조언이다.
지금 회사 생활이 힘들거나,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가? 혹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당신의 책상 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든든한 '코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가 역사 속에서 길을 찾았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일로 성공하는 삶'의 지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