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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장력』(김선영) 리뷰/요약

 

『어른의 문장력』: 매일 쓰는 말과 글을 센스 있게 만드는 법

왜 지금 '어른의 문장'이 필요한가?

디지털 시대, 우리는 말보다 글(텍스트)로 소통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카카오톡, 이메일, 사내 메신저, SNS 등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지금, 문장력은 단순한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관계와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능력이 되었습니다. 저자 김선영은 13년 차 방송작가이자 글쓰기 코치로서, 오해 없이 잘 읽히는 글, 상대를 배려하는 '어른의 문장'을 짓는 법을 제시합니다. 어른의 문장은 대화의 목적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타깃이 있으며, 읽는 이를 향한 배려가 깃든 문장입니다.

1장. 원활한 대화를 위한 문장의 기본

1. 다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타깃을 정하라

소통의 오해는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지식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나무'라는 단어에서도 누군가는 소나무를, 누군가는 목재를 떠올립니다. 따라서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알 것이라는 '지식의 저주'를 경계해야 합니다. 어른의 문장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구체적인 '타깃'을 향합니다. 타깃의 연령, 성별, 지식수준을 고려해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어휘와 톤을 선택해야 합니다. 타깃이 뾰족할수록 글의 전달력은 높아집니다.

2. 어휘력은 곧 관계의 품격이다

'유감'과 '미안'의 차이를 아시나요? 적절하지 못한 어휘 선택은 의도치 않게 상대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실수에 대해 "기분이 상하셨다면 유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싸우자는 뜻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어른의 문장은 풍부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골라 오해를 줄입니다. 어휘력은 단순한 단어 암기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단어의 쓰임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3. 메시지를 챙기고 맥락을 읽어라

모든 실용적인 글과 대화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비즈니스 요청이나 인터뷰 섭외 시에는 상대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이득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인터뷰 가능하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인터뷰의 목적, 소요 시간, 페이,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의 행간과 앞뒤 맥락을 파악하는 '눈치'도 문장력의 일부입니다.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배경과 의도를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장. 강력한 힘이 되는 문장의 활용

1. 긍정의 문장이 만드는 첫인상

온라인상의 텍스트는 표정이 보이지 않기에, 문장의 뉘앙스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합니다. "너무 어려워요, 저는 머리가 나쁜가 봐요"라는 부정형 문장보다 "어렵지만 도전정신이 생기네요!"라는 긍정형 문장을 쓰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집니다. 부정적인 단어를 긍정적인 단어로 바꿔 쓰는 습관은 나를 둘러싼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2. 일잘러의 문장과 유머의 힘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는 말보다 문장으로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회의 전 논의 주제를 텍스트로 정리하고, 전화보다는 메신저나 이메일로 기록을 남겨 책임을 명확히 합니다. 또한, 적절한 유머는 문장 소통에서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다만, 과도한 이모티콘 남발보다는 상황을 재치 있게 비틀거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는 '담백한 유머'가 텍스트 소통에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3. 내향인을 위한 무기, 글쓰기

말주변이 없고 낯을 가리는 내향인에게 온라인 글쓰기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말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지만, 글은 퇴고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깊은 생각과 통찰을 글로 정리해 온라인에 공유함으로써 내향인도 얼마든지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3장. 주고받는 문장을 깔끔하게: 실전 카톡 & 메신저 기술

1. '말글' 시대의 소통법

지금 우리가 카카오톡이나 댓글에서 쓰는 글은 말과 글의 특성을 모두 가진 '말글(구어체)'입니다. 말처럼 생생하지만 글처럼 기록으로 남습니다. 따라서 실시간 대화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퇴고가 필요합니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나 낯선 사람과의 첫 대화에서는 "안녕하세요, 000입니다"라는 자기소개로 시작하는 '아이 엠 그라운드' 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이는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신호입니다.

2. 오해를 부르는 모호함 제거하기

"저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좋다'는 뜻일까요, '거절'일까요? 한국어의 모호함은 텍스트 소통에서 큰 오해를 낳습니다. "저는 (시간이) 괜찮아요", "저는 (그 메뉴는) 별로예요"처럼 괄호 속 내용을 채워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또한, 질문을 할 때도 "제 글 좀 봐주세요"라는 추상적인 요청 대신 "이 글의 주제가 잘 드러났나요?"처럼 구체적으로 물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그룹 채팅방 운영과 거절의 기술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는 특정 대상을 '지목'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방관자 효과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답변을 원한다면 "@홍길동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콕 집어 물어야 합니다. 또한, 대화를 끝내거나 부탁을 거절할 때는 '3단계 거절법'을 활용합니다. ① 상대의 뜻 알아주기("저를 생각해서 제안해 주셨군요") ② 나의 뜻 전달하기("하지만 저는 지금 다른 계획이 있습니다") ③ 감사 표현하기("신경 써줘서 고마워요")로 마무리하면 관계를 해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습니다.

4장. 내가 쓰는 문장을 세련되게: 이메일 & SNS 글쓰기

1. 일머리가 보이는 이메일 작성법

이메일은 제목이 반입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제목 대신 "[제안] 도서 출간 기획서 송부 건"처럼 용건을 명확히 드러내는 말머리와 제목을 써야 합니다. 본문은 두괄식으로 핵심을 먼저 제시하고, 요청 사항은 "가능한 한 빨리"가 아니라 "이번 주 금요일 오후 5시까지"처럼 구체적인 수치와 마감 기한을 명시해야 합니다. '드림'과 '올림'의 논쟁보다는 오타를 없애고 첨부파일을 챙기는 기본기가 더 중요합니다.

2. SNS 플랫폼별 글쓰기 전략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은 각기 다른 문법을 가집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이므로 첫 문장에서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어린놈이 돈 좀 벌었다고..."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첫 문장 뒤에 '더 보기'를 누르게 만드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또한,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여러분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와 같이 참여형 질문으로 글을 맺는 것이 좋습니다.

3. 편견 없는 '프로 불편러' 되기

나도 모르게 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해야 할 집안일"이라는 표현이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표현 등 고정관념과 편견이 담긴 문장은 없는지 스스로 '프로 불편러'가 되어 퇴고해야 합니다. 이는 나의 평판을 지키는 일이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어른의 태도입니다.

5장. 어른의 문장을 위한 평소 습관

1. 형식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신청서나 서류 작성 시 제시된 양식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전화번호를 하이픈(-) 없이 입력하라고 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상대방(관리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배려이며 성실한 태도를 증명하는 척도입니다.

2. 문장부호와 구체성의 미학

마침표와 쉼표를 제때 찍는 것만으로도 문장의 호흡과 리듬이 살아납니다. 반면, 말줄임표(...)의 남발은 글을 자신 없어 보이게 하고 가독성을 해칩니다. 또한, "배가 이상하게 아파"라는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명치를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는 구체적인 묘사가 소통의 효율을 높입니다.

3. 허세와 기름기 걷어내기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 및 구현"과 같이 뜻을 알 수 없는 현학적인 단어와 명사형 종결 어미는 소통을 방해하는 '허세'입니다. 어려운 한자어와 불필요한 외국어(기름기)를 빼고, 쉬운 우리말과 동사 위주로 문장을 풀어서 담백하게 쓰는 것이 진짜 어른의 문장입니다.

4. 글 쓰듯 말하고, 말하듯 글 써라

글을 잘 쓰려면 평소에 다양한 어휘를 입 밖으로 내뱉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글 쓸 때만 '아름답다'를 쓰지 말고, 일상 대화에서도 풍부한 어휘를 사용해 보세요. 언어와 문장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는 상대방의 인지 상태를 파악하고 공감하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SPIKES 모델'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서평] 문장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1. 왜 우리는 문장 앞에서 작아지는가?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콜포비아(Call Phobia)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목소리보다 텍스트가 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보다 편하다고 생각했던 '글(문장)'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은 더 많아졌다. 무심코 보낸 카톡 하나에 "이게 무슨 뜻이야?"라는 반문을 듣거나, 상사에게 보낸 이메일이 예의 없어 보일까 봐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망설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김선영 작가의 《어른의 문장력》은 바로 이런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장 앓이'를 치유해 주는 처방전과 같은 책이다. 13년간 방송작가로 대중과 소통하고, 이후 글쓰기 코치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의 문장을 다듬어 온 저자는 문장력이 단순히 '글재주'가 아님을 역설한다. 이 책이 정의하는 문장력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뜻을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고,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2. '어른'의 문장은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어른'이라는 단어는 생물학적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성숙한 태도를 뜻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배려'와 '타깃(Target)'을 강조한다. 혼자 읊조리는 독백이 아니라면, 모든 말과 글에는 그것을 읽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제시하는 솔루션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디테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침묵의 지옥'을 피하는 법으로 "누군가 대답하겠지"라는 방관자 심리를 꿰뚫고, "000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콕 집어 지명하라는 조언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또한, 부탁을 거절할 때 상대의 무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상대의 뜻 알아주기 - 나의 상황 설명하기 - 감사하기'의 3단계를 제안하는 부분은 당장 내일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특히, '허세와 기름기 걷어내기' 챕터는 많은 직장인이 뜨끔할 만한 대목이다. 있어 보이기 위해 남발하는 한자어, 외래어, 명사 위주의 딱딱한 문장이 사실은 소통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임을 꼬집는다.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을 "학습 과정을 되돌아보고"라고 고치는 것만으로도 문장은 훨씬 투명하고 힘이 생긴다.

3. 문장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이 책은 기능적인 글쓰기 매뉴얼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저자는 말한다. "어른의 문장은 서툴더라도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이라고.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이메일 제목을 구체적으로 적고, 늦은 시간엔 메시지를 자제하는 그 모든 행위가 결국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다섯 살 조카가 삼겹살을 먹다 말고 "별이 참 많다. 아름답다"라고 말한 일화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언어의 감수성을 일깨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아름답다'는 말을 문장 속에만 가두고, 일상에서는 '대박', '짱' 같은 납작한 단어만 쓰고 있지 않은가. 말하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정제된 언어로 말하는 '언문일치'의 삶을 살라는 저자의 제안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4. 소통의 안전벨트를 매라

《어른의 문장력》은 인생을 예술로 만들기 위한 거창한 작법서가 아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한 '소통의 안전벨트'를 매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다. 카카오톡, 이메일, 보고서, SNS 등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쓰기 플랫폼' 위에서 더 이상 헤매고 싶지 않다면, 나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닿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책을 덮고 나면, 스마트폰 키보드 위에 올려진 내 엄지손가락이 조금은 더 신중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신중함이 나를 조금 더 괜찮은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문장을 다듬는 일은 곧 생각을 다듬는 일이고, 나아가 관계를 다듬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문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지만 갈망하는 만큼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