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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송길영) 리뷰/요약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요약


서문: 쪼개지는, 흩어지는, 홀로 서는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마인드 마이너'인 송길영 저자는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두 가지 큰 축으로 '지능화'와 '고령화'를 꼽습니다. 과거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가족이나 마을 공동체, 국가 시스템에 의존해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되면서, 기존의 조직과 가족의 권위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립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연대하는 개인을 '핵개인(Nuclear Individual)'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은 핵개인이 탄생하는 배경과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예보합니다.

제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 확장되는 세계관과 다양성

1. K-컬처의 재정의: 국적을 넘어선 스타일 'K'라는 접두사는 더 이상 지리적인 대한민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영화 <미나리>, 소설 《파친코》, 《H마트에서 울다》와 같은 작품들은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거나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지만, 그 무대는 세계입니다 .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K'의 핵심은 한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한국 엄마'로 대변되는 특유의 정서와 치열한 삶의 양식입니다. 이제 K는 혈통이나 국적을 넘어 하나의 '장르'이자 '스타일'로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우리'라고 부르는 범주를 확장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2. 도시 국가의 시대와 '서울러' 국가보다 내가 사는 '도시'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보다 '서울러', '뉴요커'와 같은 도시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큰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는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각자도생'의 깨달음과 맞물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더 세밀한 구별 짓기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3. '오리너구리'를 포용하는 다양성 사회 저자는 분류학적으로 포유류인지 조류인지 모호한 '오리너구리'를 예로 들며, 기존의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는 존재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양성은 생태계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K팝 시장에서도 특정 기획사의 독점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요구하는 팬덤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합니다. '정상 가족'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해집니다.

제2장: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 AI 동료와 노동의 종말

1. 퇴근 없는 AI 동료의 등장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은 지능을 가진 '부조종사(Copilot)'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AI 동료는 잠도 자지 않고, 퇴근도 하지 않으며, 불평 없이 무한대로 복제 가능합니다. 이는 기존 화이트칼라 직무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엑셀을 잘 다루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의 업무는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은 AI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를 판단하는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2. 과정의 생략과 결과의 도출 과거에는 여행을 가려면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해야 했지만, 이제는 AI에게 "00로 가는 최적의 여행 코스를 짜줘"라고 말하면 순식간에 결과가 나옵니다 .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처럼 복잡한 과정을 몰라도 결과(환급)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각광받습니다. AI는 문제 해결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킵니다. 이는 인류에게는 축복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밥벌이를 하던 중간 단계의 전문가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3. 기계가 편한 사람들 사람들은 점점 대면 소통보다 기계와의 소통을 편하게 느낍니다.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배달 앱이나 키오스크의 성공은 '말하기 싫은'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합니다. AI와 로봇은 감정 소모 없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격적'인 대우를 해준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1인 창업을 용이하게 만들고, 조직 내 불필요한 소통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제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 - 조직과 개인의 새로운 계약

1. 학벌의 종말과 포트폴리오의 시대 과거에는 명문대 졸업장이 평생의 성실함과 능력을 보증하는 수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깃허브(GitHub)와 같은 플랫폼에 자신의 코드를 공개하고,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작업물을 증명하는 시대입니다. 저자는 이를 "당신의 모든 일상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라고 명명합니다. 이제 개인은 조직의 간판 뒤에 숨을 수 없으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2. 채용이 아닌 영입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시켜 쓰던 '채용'과 '육성'의 시대는 갔습니다. 기업은 이제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완성형 인재를 원하며, 이를 '영입'이라고 부릅니다. 구성원들 역시 평생직장을 기대하지 않으며, 자신의 몸값을 높여줄 프로젝트를 찾아 유연하게 이동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파트너로 대우해야 하며, '우리 회사는 가족'이라는 낡은 레토릭 대신 합당한 보상과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3. 권위의 액상화와 투명 사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조직 내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버렸습니다. 급여, 성과급, 복지, 조직 문화 등 모든 것이 비교되는 '투명 사회'에서 경영진은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하거나 권위로 찍어누를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보상과 규칙을 요구합니다. 리더의 권위는 직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구성원에 대한 존중에서 나옵니다.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 가족의 재구성

1. 가부장의 종말과 '가녀장'의 탄생 이슬아 작가의 소설 《가녀장의 시대》는 변화한 가족의 역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경제권을 쥔 딸이 부모를 고용하고 월급을 주는 이 이야기는, 가부장제의 권위가 경제력의 이동과 함께 무너졌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권력의 역전을 넘어, 가족 간에도 서로의 노동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계약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2. 효도의 종말과 미정산 세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전통적인 '효도' 시스템은 붕괴했습니다.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기성세대는, 정작 자신들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미정산 세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억울해하기보다,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노후를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야 하며, 자녀 역시 죄책감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3. 나이 듦은 '나'의 문제 '노인', '어르신', '시니어' 등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많지만, 정작 그들 개개인의 고유성은 지워지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취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할머니도 믹스커피 대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나이 듦을 숫자가 아닌 태도의 문제로 봅니다. 나이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현행화(업데이트)하며, 젊은 세대와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제5장: 핵개인의 출현 - 자립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개인

1. 핵개인의 정의와 생존 전략 핵개인은 쪼개지고 흩어져 홀로 서는 개인입니다. 그들은 조직이나 가족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서사(Narrative)를 통해 정의됩니다. 핵개인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서사'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기록하여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갖게 됩니다.

2. 마이크로 커뮤니티와 5분의 존경 거대한 권위나 만인의 존경을 바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신 앤디 워홀의 말처럼 "누구나 15분간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 혹은 동료로부터 "5분 정도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핵개인들은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작은 공동체(마이크로 커뮤니티) 안에서 느슨하게 연대합니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필요할 때 돕고 쿨하게 헤어지는 관계가 이들에게는 더 편안합니다.

3. 경쟁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우리는 늘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핵개인의 시대에는 일방향의 줄 세우기 경쟁이 무의미해집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궤도를 만들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남을 이기려는 경쟁에서 내려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성장에 집중할 때 진정한 자립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평] 핵개인의 시대를 건너는 생존 지도

쪼개지는 개인, 다시 태어나는 우리

1. 변화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외면했을 뿐 "당신의 K는 대한민국입니까?" 송길영 저자의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는 흔히 변화가 갑작스럽게 닥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변화는 이미 예보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단순히 트렌드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빅데이터라는 구름의 이동을 관측하여, 앞으로 우리 삶에 쏟아질 비와 바람을 예견하는 기상도와 같다. 저자가 정의한 '핵개인'은 핵가족을 넘어 더 잘게 쪼개진 원자 단위의 개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AI와 협업하며, 고령화 시대를 홀로, 또 같이 살아내야 하는 신인류다.

2. AI와 함께 춤을, 혹은 AI에게 지시를 이 책에서 가장 섬뜩하면서도 통쾌한 부분은 AI와 노동에 관한 통찰이다.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는 챕터 제목처럼, AI의 등장은 화이트칼라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공포 마케팅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도구임을 역설한다. 엑셀 함수를 외우는 '숙련'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질문하는 '기획'과 '디렉팅'의 시대다. 여행 계획을 짜느라 밤을 새우는 수고로움을 AI에게 넘기고,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경험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AI를 부리는 주인이 될 것인가, AI에게 대체되는 부품이 될 것인가. 선택은 개인의 '현행화(Update)' 능력에 달려 있다.

3. 효도의 종말, 그리고 해방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효 사상'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파격적이다. "효도의 종말"을 선언하며, 부모와 자식 관계를 일방적인 희생과 부양이 아닌, 상호 존중과 자립의 관계로 재정립한다. 특히 '미정산 세대'라는 표현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부모를 부양했으나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낀 세대. 저자는 이 억울함을 토로하기보다, 악습의 고리를 끊는 용기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한다. 이는 차가운 단절이 아니라,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으려는 따뜻한 거리 두기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인용하며 제시한 '가족 간의 노사 관계'나 '협력 가족'의 모델은, 혈연이라는 굴레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해방감을 준다.

4. 나만의 서사(Narrative)가 권력이다 조직의 간판이 나를 지켜주던 시대는 끝났다. 저자는 "당신의 모든 일상이 포트폴리오"라고 단언한다. 블라인드와 링크드인으로 대변되는 투명 사회에서, 우리는 전 지구적 경쟁자와 마주해야 한다. 여기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고유성'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나만의 실패와 성공의 기록, 즉 '서사'를 가진 사람만이 대체 불가능한 권위를 갖는다. 이는 100만 유튜버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성 있게 기록하고, 소통하며, 5분의 존경이라도 진심으로 받을 수 있는 '장인'이 되라는 주문이다.

5. 각자도생을 넘어선 각자생존의 연대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두려움'보다는 '후련함'이다. 더 이상 남들의 속도에 맞춰 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 조직이나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려 나를 잃어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핵개인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단단하게 홀로 선 개인들이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며 느슨하게 손잡는 연대의 주체다. 송길영의 예보는 명확하다. 비는 올 것이다. 우산이 없다고 탓하지 말고, 빗속에서 춤을 추거나 나만의 방주를 지으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방주를 짓기 위한 설계도이자,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나침반이다. 지금,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고 미래가 막막한 모든 '핵개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우리는 모두 신인(新人)이고,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