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렌최의 《할 말은 합니다》: 선을 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언어 습관
말 때문에 상처받는 당신을 위한 '호신의 언어'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말에 노출됩니다. 개중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말도 있지만, 마음을 후벼 파는 무례한 말, 선을 넘는 오지랖, 근거 없는 비난도 존재합니다. 라디오 PD로서 수많은 사람의 말을 듣고 편집하며 '말의 세계'를 탐구해온 저자 희렌최는 이 책을 통해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호신(護身)의 언어 기술"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넘어,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고 단단한 자존감을 지키며 소통하는 실전 매뉴얼을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상세히 요약합니다.
제1장. 선 넘는 너에게: 무례한 사람을 제압하는 대화의 기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악의가 있든 없든 선을 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무조건 참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우아하게 반격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1. 효율적인 방패막이, '질문'의 힘
무례하거나 모호한 말에는 '질문'으로 응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질문은 대답의 의무를 상대에게 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진의 묻기: 상대가 "고기 좋아하시게 생겼어요"라며 애매한 말을 할 때, 혼자 짐작해 기분 나빠하기보다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래요?"라고 되물어보세요. 이는 상대에게 자신의 실언을 수습할 기회를 주거나, 무례함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 백 트래킹(Back Tracking): 상대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되묻는 기술입니다. 톰 하디가 성 정체성을 묻는 무례한 기자에게 "제 성 정체성에 대해 묻는 건가요? 왜요?"라고 되물어 상황을 종료시킨 것처럼, 무례함의 짐을 상대에게 되돌려줄 수 있습니다
. 리프레이밍(Reframing): 부정적인 말의 관점을 바꿔 질문하는 것입니다. "마누라 한 대 때린 거 가지고 처벌이 심하다"라는 망언에 "마누라 몇 대 정도는 때리면서 살고 싶으신가 봐요?"라고 반문함으로써 상대 논리의 모순을 꼬집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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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치 않는 평가와 충고에는 '침묵'과 '단답'으로
지나친 오지랖이나 꼰대 같은 발언에는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단답 후 침묵: "네", "아하"처럼 짧게 대답한 후 침묵을 지키세요. 이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간접적 신호입니다
. 선 침묵 후 단답: 눈치 없는 상대에게는 침묵으로 긴장감을 준 뒤, 한 템포 늦게 "그렇군요"라고 짧게 답해보세요. 무표정한 침묵은 강력한 거절의 메시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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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식자와 진상을 다루는 기술
약자를 공격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포식자'나 '진상'에게는 착한 대응이 독이 됩니다.
미지근한 반응: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럴지도요", "생각해 볼게요"와 같은 중의적 대답은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습니다
. 개소리엔 냥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무례한 논리를 펼칠 때는 전혀 맥락 없는 엉뚱한 이야기(딴소리)로 대화의 맥을 끊어버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 마법의 주문 '아시다시피': 진상 고객이나 상사에게는 그들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아시다시피", "잘 아시는 것처럼"을 사용해 보세요. 상대를 존중하는 척하며 나의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 상황을 바로잡는 '설마': "설마 저 상처 주시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죠?"라며 상대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면서도 뼈 있는 경고를 날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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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례한 농담과 악플 대처법
"농담인데 왜 예민하게 그래?"라며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들에게는 단호함과 유머가 필요합니다.
농담인 척 칭찬하는 척 반격하기: 무례한 농담에는 "어머, 팀장님 되게 재밌는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요"라며 상대를 띄워주는 척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것이 유효합니다
. 과장법과 밈(Meme) 활용: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과장해서 받아치는 합기도식 대화법입니다. "너 아파트가 좁구나"라는 말에 "네, 저는 상자 속에 살아요"라고 받아친 배우처럼, 유머로 상황을 넘기면 상대의 무례함만 부각됩니다
. 악플과 비난 다루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성 비난은 '차단'이 답입니다. 다만, 나를 위한 쓴소리라면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만 걸러내어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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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나를 위한 최소한의 말: 자존감을 높이는 셀프 대화법
타인에게는 예의를 갖추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함부로 말하고 있지 않나요? 내가 하는 말이 곧 내가 됩니다.
1. 자존감이 높아지는 말투 습관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기: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나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아는 가장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격려해주세요. "내가 그렇지 뭐" 대신 "이번엔 실수했지만, 덕분에 배웠네"라고 말해보세요
. '판단' 대신 '파악'하기: "나는 게을러"라는 판단 대신 "지금 내가 피곤해서 쉬고 싶구나"라고 상태를 파악하는 언어를 쓰세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되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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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단점과 콤플렉스 다루기
굳이 단점을 말하지 마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먼저 "내 이마가 너무 넓지?"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내 이마만 보게 됩니다(프레이밍 효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마세요
. 자기 비하 멈추기: "나란 놈이 그렇지", "제가 좀 멍청해서" 같은 말은 겸손이 아니라 자기 파괴입니다. 이런 말은 타인이 나를 무시하게 만드는 빌미가 됩니다
. 단점 포장하기 (연막작전): 면접 등 단점을 말해야 할 때는 치명적인 단점 대신 극복 가능한 단점을 말하거나, '발가락'처럼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콤플렉스를 언급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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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만해 보이지 않는 말투
말끝 흐리지 않기: 말끝을 흐리면 확신이 없어 보이고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입니다", "~했습니다"로 명확하게 문장을 맺는 연습을 하세요
. '~것 같다' 줄이기: 자신의 감정이나 사실을 말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추측성 말투는 자신감을 떨어뜨립니다. "맛있는 것 같아요" 대신 "맛있습니다", "좋은 것 같아요" 대신 "좋습니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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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어려운 말도 쉽게: 갈등을 줄이고 원하는 것을 얻는 법
거절, 부탁, 쓴소리, 분노 표현 등 관계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대화 상황들을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기술입니다.
1. 빌런과 평화롭게 대화하기
호불호 표현 최소화: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공격의 빌미가 됩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세요
.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는 금물: "카더라" 통신은 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팩트가 아닌 정보는 입에 올리지 마세요
. 싫을수록 예의를 갖춰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깍듯하게 대할수록 상대는 나를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꼬투리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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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쓴소리를 달게 하는 '샌드위치 화법'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한다면 '긍정-부정-긍정'의 3단계를 활용하세요.
긍정(인정): 먼저 상대의 노고와 결과물의 장점을 칭찬하며 마음을 엽니다
. 부정(순화): "별로다"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트렌드에 맞춰 보완하면 좋겠다"와 같이 완곡하게 표현합니다
. 긍정(대안 및 격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것만 고치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라는 격려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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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노 조절과 거절의 기술
분노는 '행동'에 초점: 화를 낼 때는 사람 자체를 비난하지 말고, 문제가 된 '행동'과 그로 인한 '나의 감정/피해'를 말해야 합니다. 협박이나 강요 대신 "다음엔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전달하세요
. 거절은 부드럽고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해 끌려다니면 결국 내 중심을 잃습니다.
상황 공감 ("정말 곤란하셨겠어요") -> 입장 이해 -> 거절의 이유 설명(상황 탓) -> 대안 제시 또는 아쉬움 표현.
4. 부탁의 기술 (문간에 발 들여놓기 & 면전에서 문 닫기)
작은 부탁부터: 아주 사소한 부탁(볼펜 좀 빌려줘)을 들어준 사람은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더 큰 부탁도 들어줄 확률이 높습니다(문간에 발 들여놓기)
. 큰 부탁 거절 후 작은 부탁: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고 거절당한 뒤, 원래 원하던 작은 부탁을 하면 상대는 미안한 마음에 들어주게 됩니다(면전에서 문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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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같은 말도 더 매력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말하기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창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호감을 주는 것입니다.
1. 첫 만남과 잡담(Small Talk)의 기술
애정 어린 궁금증: 상대를 인터뷰하듯 호기심을 가지면 경청하게 되고 좋은 질문이 나옵니다
. 상대가 말하고 싶은 질문: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맛집 추천해 주세요" 같은 열린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세요
. '나 다음 너' 화법: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낸 뒤 "너는 어때?"라고 물으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핑퐁이 이루어집니다
.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면: 날씨, 눈에 보이는 사물, 들리는 음악 등 오감을 활용해 '지금 이 순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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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칭찬의 기술
결과보다 과정: "똑똑하네"보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해냈네"가 더 진정성 있게 들립니다. 타고난 것보다 노력한 것을 칭찬하세요
. 구체적인 칭찬: 막연한 칭찬은 아부처럼 들립니다. "옷 잘 입네"보다 "오늘 스카프 색상이 얼굴 톤이랑 정말 잘 어울려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 칭찬 받아들이기: "아니에요"라며 부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기분 좋네요", "덕분입니다"라고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센스 있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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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생하고 따뜻한 표현법
부사 줄이기: '너무', '진짜', '완전' 같은 습관적인 부사를 줄이고 구체적인 서술어로 표현하면 말에 진정성이 생깁니다
. 오감 활용하기: "맛있다" 대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슬프다" 대신 "코끝이 찡해진다"처럼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활용해 묘사하면 듣는 이의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 문자에 표정 담기: 텍스트로만 소통할 때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덕분에 마음이 놓였어요", "배꼽 빠지게 웃었네요"와 같이 상황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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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결국 마음의 소리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쏘아붙이거나 소리치지 않고도,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해치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말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다정함'과 '관심'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결국 말을 잘 들어주는(경청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의 기술들을 하나씩 적용해 본다면, 당신의 언어는 나를 지키는 단단한 방패이자 타인과 연결되는 따뜻한 다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서평] 말 때문에 상처받고, 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왜 우리는 '말' 때문에 이토록 힘들어할까?
퇴근길, 버스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오늘 하루를 곱씹어본다. 회의 시간에 상사가 던진 무심한 한마디가 가시처럼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친구의 농담에 쿨한 척 웃어넘겼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다. '아, 그때 이렇게 받아쳤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와 이불을 뻥 걷어찬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이다.
우리는 말로 소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말 때문에 가장 많이 상처받고 고립된다. 특히 예의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라디오 PD 출신 유튜버 희렌최의 책 《할 말은 합니다》는 바로 이런 우리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언어 호신술' 지침서다.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닌 시대의 '호신 언어'
이 책이 여타의 대화법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착한 대화'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례한 사람, 선을 넘는 사람(이 책에서는 '포식자'라 부른다)에게까지 굳이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나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선을 긋고, 우아하게 반격하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기술은 '질문으로 돌려주기'다. 무례한 질문에 당황해서 어버버 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혹은 "방금 하신 말씀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라고 되묻는 것이다. 질문은 대답의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는 강력한 무기다. 이 단순한 원리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한, 책은 '자존감'과 '말투'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자존감이 낮아 습관적으로 자기 비하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에게 "말투를 바꾸면 생각도 바뀐다"고 조언한다. "아니에요"라는 부정어 대신 "감사합니다"라는 수용의 언어를, "죄송합니다"라는 습관성 사과 대신 "아쉽습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 사소해 보이는 이 변화가 결국 나를 대하는 타인의 태도까지 바꾼다는 통찰은 매우 실용적이다.
실전에서 바로 써먹는 라디오 PD의 노하우
저자의 이력이 라디오 PD라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수많은 DJ와 게스트들의 말을 듣고 편집하며 체득한 '말의 감각'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단순히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화 예시(Bad vs Good)를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게 돕는다.
예를 들어, 거절이 어려운 상황에서 '쿠션 언어(미안하지만, 아쉽게도)'를 사용해 충격을 완화하는 법, 부탁할 때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Foot-in-the-door)' 심리 기술을 활용하는 법 등은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즉시 활용 가능한 유용한 팁들이다. 특히 텍스트로 소통하는 비중이 늘어난 현대인들을 위해 '문자에 표정을 담는 법'이나 '오해를 줄이는 문자 화법'을 다룬 챕터는 시의적절하다.
말하기, 결국은 '나'를 사랑하는 법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결국 '할 말은 하는 것'은 상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내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변호해 주겠는가. 무례한 말에 침묵하는 것은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존감의 표현이다.
이 책은 말주변이 없어 손해만 보는 것 같은 사람, 거절을 못 해 속앓이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 그리고 직장 내 빌런들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희렌최 작가가 건네는 '호신의 언어'를 장착한다면, 당신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쾌청하고 당당해질 것이다. 이제는 참지 말고, 우아하고 단호하게 말해보자. "할 말은 하겠습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