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인생의 오후, 고통을 지혜로 바꾸는 30가지 철학 수업
1. 마흔, 쇼펜하우어를 만나야 할 시간
상대적인 삶이 아니라 절대적인 삶을 위하여
인생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40대는 늦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성공의 기쁨만큼 실패의 아픔과 상실감을 깊이 겪으며, 인생의 무의미함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를 느끼는 때이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 역시 40대에 큰 위기를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말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빌려, 마음의 위기를 겪는 40대에게 가짜 행복이 아닌 ‘진짜 행복’을 찾고 고통을 다스리는 30가지 지혜를 전달합니다.
제1장. 마흔, 왜 인생이 괴로운가 (쇼펜하우어의 진리)
쇼펜하우어는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인생이 고통스러운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 때문입니다.
1. 삶은 전부 의지에 달려 있다 (고통)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이 의지는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욕망과 집착이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마흔 이후에는 쾌락을 늘리기보다 고통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며, 고통을 직시할 때 비로소 인생을 깨닫게 됩니다.
2. 인간은 욕망하기 때문에 욕망할 이유를 찾는다 (욕망)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이며, 이성은 단지 욕망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욕망은 외부 대상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욕망 자체는 선악이 없으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이를 자각하고 다스리지 않으면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3.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과잉)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합니다. 결핍되면 고통스럽고, 충족되면 권태(무료함)가 찾아옵니다. 진정한 행복은 이 양극단을 피하는 데 있으며, 내면의 정신적 풍요를 통해 권태를 극복해야 합니다.
4. 의도적인 배척도 필요하다 (결핍)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변증’과 같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조건에 의존하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는 부정적인 호기심을 경계하고, 내면의 가치를 되새기며 현재 가진 것을 즐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5. 욕망은 필연이다 (충족)
욕망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 영원히 채울 수 없습니다. 하나의 소망이 이루어져도 열 개의 소망이 남습니다. 성취의 기쁨은 짧고 결핍의 고통은 깁니다. 따라서 욕망의 크기를 줄이고, 높은 단계의 욕망(존경, 자아실현)과 낮은 단계의 욕망을 구분하여 다스려야 합니다.
6.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다 (행복)
행복은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고통의 부재’라는 소극적인 상태입니다. 우리는 건강할 때는 건강을 모르다가 아플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압니다. 현명한 사람은 쾌락을 좇기보다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힘쓰며, 고통을 잘 견디는 힘을 기릅니다.
제2장.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쇼펜하우어의 자신)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조건보다 주관적인 성격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을 인정하되,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삶을 긍정해야 합니다.
7. 행복과 불행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성격)
행복은 타고난 기질과 성격에 크게 좌우됩니다. 하지만 교육과 성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제2의 성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성격을 고쳐 쓰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깨닫는다면 인생을 바꿔 쓸 수 있습니다.
8.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하라 (능력)
행복을 위한 자기 인식의 핵심은 ‘하고 싶은 것(욕망)’과 ‘할 수 있는 것(능력)’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일과 생활 방식을 찾을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적합하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9. 행복과 불행을 상상하지 마라 (감정)
지능이 높을수록,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고통을 더 예민하게 느낍니다. 지나친 상상력은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증폭시켜 불행을 초래합니다. 행복을 위해 상상의 날개를 접고,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난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현재의 평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10. 고통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죽음)
죽음을 통해 고통을 피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습니다. 나의 죽음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으며, 고통의 총량은 그대로입니다. 죽음은 고통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며, 우리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11. 모든 인생사는 수난의 역사다 (삶에의 의지)
자살은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행위입니다. 삶의 조건에 대한 불만일 뿐, 살려는 의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삶은 비극이자 희극입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제를 묵묵히 견뎌내야 합니다.
12~30장 통합 요약 및 핵심 주제별 정리
책의 중반부와 후반부는 구체적으로 내면을 채우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행복을 찾는 실천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핵심 주제 1: 내면의 풍요와 건강]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90%가 건강에 달려 있다고 단언합니다.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행복합니다. 건강해야 명랑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으며, 명랑함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직접적인 보상입니다. 또한, 마음의 평정(아파테이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질투를 경계하며, 큰 희망을 걸지 말고, 세상의 거짓됨을 알아야 합니다.
[핵심 주제 2: 예술과 향유]
고통스러운 의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는 ‘예술적 관조’입니다. 이해관계 없이 대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평온을 얻습니다. 특히 음악은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위로를 줍니다. 독서는 타인의 사유를 따라가는 것이므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고전을 숙독하고 악서를 피해야 합니다. 글쓰기 또한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사유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핵심 주제 3: 사랑과 인간관계]
사랑은 낭만적인 감정이 아니라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의 기만입니다. 성욕은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을 이어가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고슴도치의 딜레마’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정중함과 예의’가 필수적입니다. 타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혼자 있는 법(고독)을 익혀야 합니다. 고독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누리는 특권입니다.
[핵심 주제 4: 현재와 자기 긍정]
과거와 미래는 실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현재만이 진실합니다. 하루하루가 하나의 인생임을 깨닫고 오늘을 즐겨야 합니다. 행복은 결핍에서 만족으로 넘어가는 짧은 순간이므로, ‘소확행’ 같은 작은 즐거움에 만족해야 합니다. 남의 시선(명예, 평판)보다 나 자신(인격, 자존감)이 중요합니다. 부는 상대적인 것이며, 진정한 부자는 돈을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자유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결국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의 인격에 달려 있으며, 나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긍정하는 것이 마흔 이후 삶의 핵심입니다.
[서평]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마흔의 지혜
왜 지금 쇼펜하우어인가? 염세주의의 탈을 쓴 가장 현실적인 긍정론
마흔은 인생의 허리가 되는 시기이자, 그동안 쌓아온 가치관이 흔들리는 ‘마음의 위기’가 찾아오는 때입니다. 강용수 저자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바로 이 시점에 가장 적절한 철학적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흔히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만 알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그는 누구보다 삶을 치열하게 사랑했고 행복을 현실적으로 고민했던 ‘긍정주의자’였습니다.
이 책은 막연한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힐링 에세이가 주는 일시적인 진통제가 아니라, 인생의 본질인 ‘고통’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근원적인 면역력을 길러주는 백신과 같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고 냉철하게 진단합니다. 이 문장은 얼핏 절망적으로 들리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 괴로운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해방감을 줍니다. 고통이 삶의 ‘상수(constant)’임을 인정하면,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행복 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됩니다.
마흔의 구원, ‘소극적 행복론’과 ‘고독의 힘’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탁월한 통찰 중 하나는 ‘행복의 정의’를 재설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쾌락의 획득으로 오해하지만,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중년의 삶에 강력한 시사점을 줍니다. 더 많은 부, 더 높은 지위, 더 짜릿한 자극을 쫓느라 피폐해진 40대에게, 이미 가진 건강과 평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임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독’에 대한 재해석은 관계에 지친 현대인에게 큰 위안을 줍니다. 쇼펜하우어에게 고독은 외로움이나 형벌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며 위대한 정신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 관계의 의무에 짓눌려 살아갑니다. 이 책은 마흔이야말로 타인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내면으로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혼자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곧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길임을 역설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처방: 내면의 콘텐츠를 채워라
그렇다면 고통과 권태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입을 빌려 ‘교양’과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돈과 명예 같은 외부적인 조건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지만, 내면의 인격과 정신적 자산은 누구도 뺏어갈 수 없습니다. 독서, 예술,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구축하는 것, 즉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야말로 남은 인생을 권태롭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책 속에 인용된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행복하다” 는 문장은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기본을 상기시킵니다. 40대 이후의 삶은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향유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랑하는 현실적 지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오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버림’과 ‘채움’의 미학을 알려줍니다. 불필요한 욕망과 인간관계, 타인의 시선을 과감히 버리고, 그 빈자리를 건강, 고독, 사색,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라고 조언합니다.
이 책은 마흔 살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효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차갑고 냉소적인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삶에 대한 뜨거운 긍정이 흐르고 있습니다.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는 말처럼, 이 책을 덮고 나면 쇼펜하우어가 남긴 지혜의 향기가 마흔의 불안한 마음을 단단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기보다 오늘 하루의 확실한 행복을 붙잡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