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탄생>
홍대선 저자의 <한국인의 탄생>은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반도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숙명이 어떻게 오늘날 한국인의 모순적 특성을 빚어냈는지 추적하는 역사 교양서입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군', '고려 현종', '정도전'이라는 세 인물을 핵심 키워드로 하여 한국인의 원형(1부), 민족의 탄생(2부), 그리고 민족성의 형성(3부)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한국인이라는 미스터리
저자는 한국인이 가진 '모순성'을 지적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한국인은 "이놈의 나라는 망해야 정신 차린다"고 스스로를 저주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열강 반열에 오른 신생 독립국이라는 모순적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경찰은 썩었다고 욕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누리고, 남녀노소와 진보·보수가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한국을 비하하는 외국인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이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며, 이 모순을 푸는 것이 한국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한국인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세 명의 조상을 지목합니다.
단군 (신화적 조상): 한반도라는 '좋지 못한' 땅에 터를 잡아 생존의 틀을 결정했습니다.
고려 현종 (민족의 조상): 거란과의 전면전을 통해 한반도 주민을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냈습니다.
정도전 (민족성의 조상): 조선이라는 신국가를 설계하며 한국인의 구체적인 특질을 창조했습니다.
1부: 한반도에 사로잡히다
1부는 단군이 터를 잡은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위치가 한국인의 생존 방식과 기질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다룹니다.
1. 창세기: 쑥과 마늘의 민족
단군신화는 외부 세력(환웅)과 토착 세력(곰, 호랑이)의 결합을 상징하며, 한반도 문명이 본질적으로 '혼합 문명'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원주민을 '인종 청소'하며 형성된 일본 문명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인은 이질적 집단의 융합으로 생성되었으나, 융합이 끝난 후에는 외부 세력을 강력히 거부하는 '순결한 잡종'이라는 배타적 혼혈의 속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군의 가장 큰 실패는 '부동산 투자 실패' 입니다. 한반도는 극단적인 사계절 과 70% 이상의 산악지형 을 가진 척박한 땅입니다. 이 때문에 가장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문명 유지를 위해 단위면적당 인구부양력이 가장 높은 쌀농사에 집착하고 최초로 성공해야 했습니다.
이 척박함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야 하는 식습관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어는 식용 해조류 단어가 50여 개에 달하고, 온갖 재료로 수백 가지의 젓갈과 김치를 담급니다. 신화 속 '쑥과 마늘'은 상징이 아니라 생존 기술입니다. 무엇이든 먹어야 했던 한국인은 다양한 세균을 일괄 처리하기 위해 살균 효과가 있는 알리신(마늘)과 쑥을 필요로 했습니다. 한국인의 인간성은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속물성에서 출발하며, 저자는 한국인의 숭고함이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2. 평화는 생존의 지옥이다
한반도인에게 평화란 끊임없는 '생존투쟁'입니다. 한식은 쌀밥을 더 많이 먹기 위해 발달했습니다. 반찬은 짜고 자극적이며, 국물과 김치는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식재료를 보존(발효, 염장,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감칠맛'에 한국인은 중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식문화는 '밥상'이라는 원시적 틀을 유지한 채 발달했습니다. 임금부터 노비까지 '밥, 국물, 찬'이라는 동일한 구조의 식사를 했습니다. 쌀에 대한 집착은 '논 답(畓)'이라는 한자를 따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쌀농사의 파트너인 콩은 척박한 땅의 지력을 회복시켰고, 이는 '고려장(高麗醬)'이라 불린 콩장(메주) 기술의 원류가 되었습니다.
좁은 평지에서 노동집약적인 쌀농사(품앗이)를 짓기 위해, 한국인은 좁은 공간에 모여 살며 '느슨한 감시'와 '면밀한 관찰'을 일삼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극심한 경쟁 심리와 비교 심리를 낳았습니다. 한국인은 인간을 싫어하지만, 생존을 위해 서로가 반드시 필요하기에(고슴도치 딜레마) 짜증을 낼지언정 완전히 내치지는 못합니다.
이 척박함은 끊임없는 걱정과 미래 예측을 강요했고, 이는 한국인의 높은 지능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행복 호르몬(세로토닌, 아난다마이드) 분비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관적인 민족이 되었습니다.
이 불행과 고통을 견디기 위해 한국인은 '자극'을 추구합니다. 매운맛(고통), 강렬한 욕설, 그리고 '흥(興)'의 문화인 음주가무(飲酒歌舞) 가 그것입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강력한 '무속(Musok)' 신앙으로 발현되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와 불교조차 현실의 '영험함'을 증명해야 하는 무속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3. 전쟁은 산성이다
단군의 두 번째 부동산 실패는 '이웃을 잘못 둔 것', 바로 중국입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끊임없이 팽창하려는 중국 과 '또 다른 중국들'(거란, 몽골, 여진, 일본) 에 맞서 생존한 역사입니다.
이 압도적인 '양(量)'에 맞서기 위해 한국인이 개발한 '질(質)'적 해법이 바로 '산성(山城)'입니다. 한반도는 70%가 산악지형이며 암반이 단단해 건축이 어렵습니다. 한국의 건축은 자연과 타협하는 형태로 발달했습니다. 산성은 이 척박한 지형을 역이용하는 전략입니다. 적이 지나칠 수 없는 요지에 불규칙한 화강암 성벽을 쌓아, 적에게 고통과 낭비를 강요합니다.
산성 방어의 핵심은 '청야(淸野)'와 '운명공동체'입니다. 외적이 쳐들어오면 백성 모두를 성안에 수용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결집했습니다. 이는 평시의 '품앗이'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이 전략은 고구려의 수도(평양성), 고려의 수도(개경), 베트남전의 '중대전술기지'까지 이어지는 한국인의 고유한 전투 방식입니다.
4. 전쟁은 사격이다
산성 방어는 '사격(射擊)'과 결합해야 완성됩니다. 압도적인 적의 '양(量)'에 맞서 '질(質)'로 대응하기 위해, 즉 아군은 덜 죽고 적은 더 죽이는 '교환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거리 발사 무기에 집착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활(합성궁)입니다.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적은 장력(16~23kg)으로 여러 번 쏠 수 있어 좁은 산성에서 밀려드는 적을 상대하기에 최적이었습니다.
이 집착은 화약 무기 시대에도 이어졌습니다. 고려 말 최무선의 진포해전 부터 임진왜란의 화포, 그리고 현대 한국의 '포방부'와 남북한의 미사일 집착까지 모두 '화력 중독'이라는 하나의 유전자입니다.
이 '산성+사격' 조합의 현대적 발현이 1992년 LA 폭동 당시의 '루프탑 코리안(Rooftop Korean)'입니다. 가장 천재적인 발현은 이순신의 명량해전입니다. 판옥선(움직이는 성) 한 척으로 좁은 물길(산성)에 버티며, "사전진력(射戰盡力, 힘이 다할 때까지 쏘아라)" 을 외치며 화력(사격)으로 적을 섬멸한 것은 한반도 전통 전술의 완벽한 해상 버전이었습니다.
5. 전쟁과 평화: 숭고한 속물
한국인에게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평시에 한국인은 남을 이기려는 이기적인 '속물'이지만, 전쟁이나 재난 상황이 닥치면 '산성 방어'의 스위치가 켜집니다.
국채보상운동 , IMF 금 모으기 운동, 코로나19 방역 등은 모두가 함께 고통을 감수하며 결집한 산성 전투의 예입니다. 평소에는 돈만 아는 속물처럼 굴다가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고 이수현 씨),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타인을 구출한 뒤(이승선 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황급히 도망칩니다.
이는 저자가 정의하는 한국인의 핵심 정체성, 바로 '숭고한 속물(Sublime Snob)' 입니다.
2부: 민족의 탄생
2부는 고려-거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시련을 통해, 흩어져 있던 삼국의 후예들이 어떻게 '한민족'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융합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합니다.
6. 고려는 고구려다
현대 한국인은 고구려를 '잃어버린 과거'로 인식하지만, 저자는 '고려는 고구려'라고 단언합니다. 이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복식(한복), 음식(불고기), 활, 온돌 등 문화적·실제적 계승이었습니다. 신라의 통일은 '영토 확장'에 가까웠으나, 발해 유민(고구려계)을 흡수하고 삼국의 후예를 통합한 고려의 통일이야말로 진정한 '민족'의 출발점이었습니다.
7. 추남과 사생아
한민족 탄생의 중심에는 고려 8대 군주 '현종(顯宗)'이 있습니다. 그는 태조 왕건의 아들 왕욱과 조카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자 '저주받은 아이'였습니다. 이모인 천추태후의 살해 위협 속에서 자라다, 강조(康兆)의 쿠데타로 허수아비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가 즉위하자마자 거란(요나라)의 성종이 4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옵니다(2차 침공). 강조가 이끈 고려의 주력 30만 대군은 통주(通州) 전투에서 거란 최정예 '우피실군'에게 처참히 패배하고, 강조는 처형당합니다.
8. 싸움터에 솟아오른 비명
모든 것을 잃은 현종은 항복 대신 '몽진(피란)'을 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하와 군인, 백성에게 버림받으며 '고귀한 거지'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하공진(河拱辰)이 거짓 항복으로 시간을 벌고 장렬히 순국하며, 양규(楊規)와 김숙흥(金 숙)이 1,700명의 병력으로 후방을 교란하며 3만 명의 포로를 구출하다 전원 전사하는 등 영웅들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종은 '국가는 백성과 계약 관계'임을 깨닫고, 전사자 유가족 보상과 부상자 구휼 정책을 폅니다. 또한 삼국의 능묘를 모두 정비하게 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공동의 역사'로 통합합니다.
9년 후, 3차 침공에서 현종은 '늙은 추남' 강감찬(姜邯贊)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합니다. 강감찬은 20만 8천의 군대로 '산성 방어'가 아닌 '전면 회전'을 준비합니다. 그는 귀주(龜州) 벌판에서 '배수진의 함정' 으로 10만 거란 최정예 기병을 유인한 뒤, 숨겨둔 1만 철기대(김종현) 로 적의 허리를 끊고 포위 섬멸했습니다.
이 거대한 승리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삼국의 후예들은 비로소 '한민족'이라는 단일한 공동체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종은 이 승리를 바탕으로 송과 요 사이에서 '동아시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3부: 민족성의 탄생
3부는 조선의 건국자 정도전이 설계한 '민본(民本)' 이념이 어떻게 한국인의 구체적인 성격과 욕망의 구조를 완성했는지 설명합니다.
9. 천명과 혁명
조선 건국은 이성계의 군사력과 정도전의 철학이 결합한 '역성혁명'이었습니다. 유교에서 혁명은 '패륜' 이지만, 정도전은 맹자(孟子)의 민본(民本) 사상 에 따라 '백성을 위한 좋은 나라'를 세우기 위해 혁명을 감행했습니다. 이로써 조선은 '신성(神性)의 세계'에서 '인간성(人間性)의 세계'로 전환되었습니다.
10. 임금의 (Of the People)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은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였습니다. 여기서 '임금'은 주권자이지만 동시에 백성을 위한 '공공시설'이자 '도구'였습니다.
백성들은 신문고(申聞鼓)와 격쟁(擊錚, 왕의 행차를 막고 꽹과리를 치며 민원을 호소)을 통해 "책임자 나와!"를 외치며 임금을 끊임없이 소환했습니다. 이는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강력한 인식, 즉 '의리 없는 유권자' 와 '참을성 없는 백성'의 기질을 낳았습니다. 이 기질은 현대 한국 공무원과 대기업의 높은 서비스 품질, 그리고 끊임없는 민주화 요구 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1. 사대부에 의한 (By the People)
조선은 '사대부'가 통치하는 나라였습니다. 사대부의 통치 근거는 지식이 아니라 '도덕성'과 '쓸모'였습니다. 그들은 '백성을 위한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가졌습니다. 저자는 조선의 유학은 뜬구름 잡는 '허학'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실학' 그 자체였으며 , '실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근대 학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허상' 이라고 주장합니다.
12. 백성을 위한 (For the People)
조선의 최우선 목표는 '백성의 욕망' , 즉 '민생(民生)'이었습니다. 토지 개혁을 통해 자작농이 된 백성들은 쌀밥을 배불리 먹게 되었고, 이는 '대식국(大食國) 조선' 이라는 별명과 '조선인의 우월한 신체' 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서울과 꼭대기를 향한 질주' 라는 강렬한 상승 욕구를 심어주었습니다.
국가는 '과부보쌍'(과부 납치 재혼) 이나 '저고리 앞섶 이혼' 같은 '융통성' 을 통해 백성의 현실적 욕망을 용인했습니다. 이 모든 질서의 토대는 '효(孝)' 사상이었으며, 그 정점은 백성의 소통 욕망을 해결한 '한글' 창제였습니다.
13. 조선의 몰락
조선은 양란(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망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을 무너뜨린 것은 '경신대기근'이었습니다. 이 재앙은 지배층의 부 축적을 유발해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이앙법 확산으로 공동체를 해체했습니다.
결정타는 '탕평책' 이었습니다. 탕평책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던 '붕당정치'(저자는 이것이 옳았다) 를 파괴하고, '세도정치'라는 일당(가문) 독재를 낳아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켰습니다. 문명적 한계(농업 생산력)에 부딪힌 조선은 결국 내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멸망했습니다.
한국인의 탄생
저자는 현대 한국인이 '조선인의 시신'에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조선이 물려준 '중앙집권의 유전자', '소중화 의식'(K-pop 등), 그리고 민본에서 민주로 이어진 혁명적 기질 이 오늘날의 '쉴 줄 모르는 선진국' 한국을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한국인이 '성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 즉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 [서평] <한국인의 탄생> : 우리는 왜 '숭고한 속물'이 되었는가
"한국인은 자신이 속물이라고 착각할 뿐 아니라, 착각이 진실임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어떤 민족입니까? 'K-'라는 접두사가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 21세기,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묻습니다. 평소에는 남을 깎아내리고 사소한 이익에 목숨 거는 '속물'처럼 보이다가도, 국가적 재난이나 불의 앞에서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을 보이는 사람들. 홍대선 작가의 <한국인의 탄생>은 이 지독한 '한국인이라는 미스터리' 를 파헤치기 위해, 한반도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된 수천 년의 생존 투쟁을 추적하는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이 책은 도발적인 질문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논리는 놀랍도록 명쾌하고 직관적입니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의 정체성을 만든 세 명의 '설계자'를 소환합니다.
1. 설계자 1: 단군 (환경과 생존의 틀)
첫 번째 설계자 단군은 '부동산 투자에 실패'했습니다. 그가 터 잡은 한반도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척박한 토양을 가진 땅이었습니다. 이 '생존의 지옥' 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인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 을 먹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살균을 위해 마늘과 쑥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쌀밥을 더 많이 먹기 위해 모든 반찬이 짜고 자극적으로 발달했으며, 끊임없는 걱정은 높은 지능과 낮은 행복 지수 를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2. 설계자 2: 고려 현종 (민족의 용광로)
두 번째 설계자 현종은 '한민족'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삼촌과 조카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라는 콤플렉스를 안고 왕이 되었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거란 제국의 침략 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주력군이 전멸하고 신하들에게 버림받는 몽진 속에서, 그는 하공진과 양규 같은 영웅들의 희생을 목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종은 '국가와 백성의 계약' 이라는 위대한 각성을 이루고, 마침내 강감찬과 함께 귀주대첩이라는 기적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이 공동의 시련과 승리의 기억이야말로 고구려, 백제, 신라의 후예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낸 용광로였습니다.
3. 설계자 3: 정도전 (민족성의 소프트웨어)
마지막 설계자 정도전은 한국인의 '민족성'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코딩했습니다. 그는 맹자의 민본(民本) 사상을 바탕으로 조선을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로 설계했습니다.
이 설계도 안에서 '임금'은 백성을 위한 '공공시설'이자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백성들은 '격쟁' 을 통해 왕의 행차를 막아서며 "책임자 나와!"를 외칠 수 있었습니다. '사대부' 역시 백성을 위한 '쓸모' 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백성의 욕망' 을 충족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결과 조선은 쌀밥을 3배로 먹는 '대식국' 이 되어 우월한 신체를 갖게 되었고, '과부보쌍' 같은 융통성으로 현실적 욕망을 용인했으며, '한글'이라는 가장 민본적인 문자를 갖게 되었습니다.
'산성'과 '화력'으로 읽는 한국인
이 책의 백미는 '산성(山城)'과 '화력(火力)'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인의 전투 본능을 분석하는 대목입니다. 척박한 땅과 압도적인 외세(중국) 사이에서, 한국인의 생존 전략은 '산성'에 올라 '청야' 와 '존버'로 적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산성 위에서 '사격', 즉 활과 화포로 적은 피해를 입고 최대의 '교환비'를 뽑아냈습니다.
저자는 이 DNA가 임진왜란의 이순신(명량해전은 바다 위의 산성이다), 베트남전의 '중대전술기지' , LA 폭동의 '루프탑 코리안', 그리고 현대 한국의 '포방부' 와 K-pop의 완벽주의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왜 만족을 모르는가
<한국인의 탄생>은 단순한 역사 요약서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고, 남과 비교하며, 쉬지 않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현대 한국인의 고통스러운 자화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저자는 조선의 붕당정치가 '옳았다'거나 '실학은 허상'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통해, 우리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안일함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옳고 그름(시비)'을 따져야 했던 민족임을 상기시킵니다.
결국, 저자의 결론처럼 우리는 '성격이 너무 나빠서' 불행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성격 더러움'이야말로 척박한 땅과 거대한 외세 속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기적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음을, 이 책은 통쾌하고도 아프게 증명해냅니다.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 근원을 알고 싶은 모든 '숭고한 속물'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