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원점에서 다시 보는 기독교 (이수정 저) - 철학자의 시선으로 본 예수의 언어
1. 인류의 스승, 예수를 다시 읽다
이 책은 서양철학, 특히 하이데거를 전공한 철학자 이수정 교수가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발언 50가지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재해석한 인문학적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신학적 도그마나 신화적 요소(처녀 수태, 부활 등)는 배제하고, 예수의 '말(Logos)' 그 자체에 집중하여 기독교의 궁극적 가치를 탐구합니다.
저자는 예수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으며, 그의 언어가 천국의 문을 여는 '황금 열쇠'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 그리고 바울이 전한 예수의 말들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윤리적, 철학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2. 제1장 마태와 함께: 산상수훈과 천국의 윤리
마태복음은 예수의 가르침이 가장 체계적으로 집대성된 복음서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예수의 첫 일성부터 산상수훈의 핵심 가치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01. 회개하라: 자기 성찰의 시작
예수의 첫 공식 발언인 "회개하라"(Metanoeite)는 단순한 종교적 권유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과 죄를 자각하고 뉘우치라는 엄중한 명령입니다.
02. 천국이 가깝나니: 회개 즉시 도래하는 평화
'천국'은 죽어서 가는 저 먼 곳이 아니라, 죄를 뉘우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상태, 즉 '지금, 여기'에서 실현 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03. 빵과 말씀: 물질을 넘어서는 가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라는 선언은 밥벌이(경제활동)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인간의 존엄과 이성(Logos)을 잃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04. 사람 낚는 어부: 선한 영향력의 교육
예수가 베드로를 부르며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한 것은 위대한 스승으로서 제자를 양성하겠다는 의지입니다.
05. 심령이 가난한 자: 욕심을 비운 허심(虛心)
'심령이 가난한 자'는 '마음을 비운 자(허심한 사람)'를 뜻합니다.
06. 긍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긍휼'은 타인의 불쌍한 처지를 깊이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통합니다.
07. 세상의 소금: 본질적 역할의 수행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버려지듯, 사람도 자신의 본질적 역할(사회적 기능과 도덕성)을 다하지 못하면 존재 가치를 상실합니다.
08. 세상의 빛: 선한 행실의 드러냄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말은 숨어 있지 말고 세상에 나아가 착한 행실을 보여주라는 독려입니다.
09. 왼손이 모르게: 무주상보시의 미덕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은 선행을 베풀 때 생색내거나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뜻입니다.
10. 염려하지 말라: 우선순위의 정립
의식주에 대한 과도한 염려는 무익합니다. 예수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가르칩니다.
3. 제2장 마가와 함께: 행동하는 믿음과 역설의 지혜
마가복음의 구절들을 통해 저자는 기독교의 실천적 측면과 세상의 상식을 뒤집는 역설적인 지혜를 탐구합니다.
11.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 가치의 전환
땅에 쌓는 보물(부귀공명)은 좀과 녹이 슬어 사라지지만, 하늘에 쌓는 보물(선행, 말씀의 실천)은 영원합니다.
12. 눈 속의 들보: 자기반성과 비판
남의 눈의 티끌(작은 잘못)은 잘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큰 잘못, 편견)는 보지 못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비판합니다.
13.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라: 가치의 수용성
가치를 모르는 자(개, 돼지)에게 귀한 진리(진주)를 주면 오히려 짓밟히고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14.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희망의 변증법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되, '좋은 것(떡, 생선)'을 구해야 응답받을 수 있습니다.
15. 황금률: 대인 관계의 대원칙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관계의 황금률입니다.
16. 좁은 문: 진리의 길, 소수의 길
멸망으로 이르는 문은 넓고 쉬워 많은 이가 찾지만, 생명으로 이르는 문은 좁고 험합니다.
17. 나무와 열매: 결과로 증명되는 본질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듯, 사람의 됨됨이는 그가 맺는 삶의 결과(행실)로 증명됩니다.
18. 반석 위의 집: 실천 없는 믿음의 허망함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않는 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아 시련이 닥치면 무너집니다.
19. 의원과 병자: 치유자로서의 예수
예수는 건강한 자가 아니라 병든 자, 즉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선언합니다.
20. 새 술은 새 부대에: 형식과 내용의 혁신
낡은 율법과 형식주의(낡은 부대)로는 예수의 새로운 가르침(새 술)을 담을 수 없습니다.
4. 제3장 누가와 함께: 사랑과 용서의 사회학
누가복음은 소외된 자들에 대한 예수의 관심과 구체적인 인간관계의 윤리를 다룹니다.
21. 평안을 빌라: 평화의 전달자
어느 집에 들어가든 먼저 평안을 비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기본 자세입니다.
22.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현실 감각과 도덕성
세상은 이리가 득실거리는 곳이므로, 순결함(비둘기)만으로는 부족하고 지혜(뱀)가 겸비되어야 합니다.
23.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 참된 안식
예수는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을 초대하여 쉼을 줍니다.
24. 언어의 품격: 마음에서 나오는 말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람을 더럽힙니다.
25. 씨 뿌리는 비유: 수용성의 차이
같은 말씀(씨앗)이라도 마음밭(길가, 돌밭, 가시떨기, 좋은 땅)의 상태에 따라 결실이 달라집니다.
26. 들을 귀: 소통과 경청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말은, 물리적 귀가 있어도 진리의 말을 듣지 않고 깨닫지 못하는 세태를 꼬집는 것입니다.
27. 내면의 정화: 윤리적 미학
진정한 더러움은 씻지 않은 손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나오는 악한 생각(살인, 간음, 탐욕 등)입니다.
28. 생명의 가치: 천하보다 귀한 목숨
온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29. 어린아이와 같이: 겸손의 극치
천국에서 큰 자는 어린아이처럼 자기를 낮추는 사람입니다.
30. 일흔 번씩 일곱 번: 무한한 용서
용서는 한계가 없어야 합니다.
5. 제4장 요한/바울과 함께: 사랑의 완성
요한복음과 바울서신은 기독교 사상의 심화된 측면, 즉 사랑의 본질과 희생, 그리고 은혜를 다룹니다.
31. 길 잃은 양: 한 생명의 소중함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의 마음은 소외된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32. 부자와 바늘귀: 물질에 대한 경고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33. 가이사의 것, 하나님의 것: 정교분리와 우선순위
세상의 권력(가이사)과 신앙(하나님)의 영역을 구분하되,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의와 인과 신)을 따라야 합니다.
34. 섬김의 리더십: 낮아짐의 영광
세상에서는 높아지려는 자가 지배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남을 섬기는 자가 큰 자입니다.
35.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의 확장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기독교의 양대 계명입니다.
36. 안식일의 주인: 생명 중심의 윤리
형식적인 율법 준수보다 생명을 살리고 선을 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37. 분쟁과 멸망: 화합의 중요성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나 집은 설 수 없습니다.
38. 반대하지 않는 자: 포용의 리더십
나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위하는 사람입니다.
39. 칭찬과 화: 대중의 평판에 대한 경계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것은 위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40.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지도자의 자격
깨닫지 못한 자(소경)가 남을 가르치려 들면 둘 다 망합니다.
41~50. (요한/바울의 추가 증언)
지식의 열쇠 (41): 지식을 독점하고 실천하지 않는 지식인의 위선을 비판합니다.
탐심 물리치기 (42): 생명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으므로 탐욕을 경계해야 합니다.
빛과 어둠 (43, 46): 빛(예수)을 사랑하는 자는 진리 안에서 행하지만, 악을 행하는 자는 어둠을 사랑합니다.
생명의 물 (44): 예수의 가르침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입니다.
진리와 자유 (45):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죄로부터의 해방은 오직 진리(예수)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한 알의 밀 (47): 희생 없이는 결실도 없습니다. 자신이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십자가의 도를 보여줍니다.
포도나무와 가지 (48): 예수 안에 거하지 않으면 인간은 아무 열매도 맺을 수 없습니다.
주는 것의 복 (49):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복됩니다. 사랑의 본질은 내어줌에 있습니다.
약함의 강함 (50):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인간의 약함을 인정할 때 신의 능력이 임합니다.
[서평] 철학의 렌즈로 본 예수, 그 '원점'의 울림
1. 교리 너머, 인간 예수의 '말'을 만나다
서점가에 기독교 관련 서적은 넘쳐나지만, 이수정 교수의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저자는 신학자가 아닌 서양철학(하이데거 전공) 전문가로서, 예수라는 인물을 '신의 아들'이라는 교리적 고백 이전에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자 철학자로서 조명한다. 이 책은 복잡한 신학적 해석이나 교파 간의 교리 논쟁을 과감히 괄호 치고,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예수가 던졌던 '말(Logos)' 그 자체의 원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자가 50개의 챕터로 골라낸 예수의 어록들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보편적 인류애와 윤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2.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본질을 묻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함의 힘'이다. 저자는 예수의 화법이 복잡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직관'과 '비유'에 있음을 간파한다. 첫째, '실천 없는 앎'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저자는 바리새인과 서기관으로 대변되는 당대의 지식인과 종교지도자들을 향한 예수의 분노에 깊이 공감한다. "지식의 열쇠를 가져가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자 하는 자도 막았느니라"(누가 11:52)는 구절에 대한 저자의 해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형식적인 법치와 지식이 난무하지만 정작 정의와 사랑은 실종된 사회—에 대한 뼈아픈 지적으로 확장된다.
둘째, '가치의 전복'을 통한 진정한 윤리의 회복이다. 세상은 강함, 부유함, 높음을 추구하지만, 예수는 약함, 가난함(허심), 낮아짐을 역설한다. 저자는 이를 니체나 노자의 철학 등 동서양의 사상과 연결 지으며, 예수의 가르침이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궁극의 철학'임을 입증한다. 특히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명제를 통해 자본주의적 교환 가치를 뛰어넘는 '증여'와 '사랑'의 숭고함을 철학적으로 변증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셋째, '지금, 여기'에서의 천국이다. 저자는 천국을 죽음 이후의 미지 영역으로 유보하지 않는다. 회개하고, 용서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그 순간, 그 마음과 관계 속에 천국이 임한다는 해석은 현상학적이다. 이는 신앙을 관념에서 끌어내려 구체적인 삶의 현장으로 가져온다. "서로 싸워 갈라지면 망한다"는 예수의 경고를 한국 사회의 젠더, 세대, 이념 갈등에 적용하며 화해를 호소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예언자적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3. 껍데기를 벗고 알맹이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은 기독교인에게는 익숙함 속에 묻혀버린 예수의 말씀이 가진 날 선 충격을 되찾아주고, 비기독교인에게는 종교적 거부감 없이 인류의 스승으로서 예수의 지혜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저자가 강조하듯, 예수의 말 중 단 하나—"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혹은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만이라도 실천한다면 세상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화려한 성전이나 교리가 아니라, 바로 이 단순하고도 무거운 예수의 '말'과 그에 따르는 '삶'이다. 진정한 가치에 목마른 사람들, 껍데기뿐인 형식주의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을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예수라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우리 삶의 나침반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