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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켄 시게마츠) 리뷰/요약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 분주한 일상을 지키는 거룩한 습관

1. 영적 성장을 위한 격자 구조물 (Trellis)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바쁨과 소음 속에 살아가며 삶의 중심을 잃기 쉽습니다. 저자 켄 시게마츠는 도쿄의 대기업 소니(Sony)에서 일하던 시절, '세븐일레븐맨'(아침 7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오는 사람)으로 불릴 만큼 바쁜 삶을 살았고, 목회자가 된 이후에도 탈진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글렌달록(Glendalough) 순례 여행을 통해 고대 켈트 수도사들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고, 바쁜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 도구로 '생활 수칙(Rule of Life)'을 제안합니다.

이 책의 핵심 메타포는 '격자 구조물(Trellis)'입니다. 포도나무가 땅바닥에 기어 다니지 않고 위로 뻗어 올라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필요하듯, 우리의 영적 삶도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구조가 필요합니다. '수칙(Rule)'이라는 단어가 구속이나 억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헬라어로 지지대를 뜻하며, 그 목적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격이라는 열매를 맺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이 생활 수칙을 크게 뿌리(Roots), 관계(Relate), 회복(Restore), 사명(Reach Out)의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2. 뿌리 수칙(Roots): 하나님과 깊이 연결되기

영적 생활의 기초가 되는 세 가지 핵심 습관은 안식일, 기도, 그리고 말씀 묵상입니다.

1) 시간 속의 성소, 안식일 (Sabbath)

현대 사회에서 바쁨은 일종의 폭력과 같으며, 우리의 마음을 죽입니다. 안식일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창조 질서의 일부이자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 멈춤과 저항: 안식일은 성과와 결과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세상의 요구에 대한 저항입니다. 우리는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쉼을 누립니다.

  • 다른 활동하기: 안식일에는 평일의 노동과 '다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정신 노동을 하는 사람은 육체 활동이나 자연을 즐기고,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은 독서나 정적인 쉼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 예배: 안식일의 핵심은 예배입니다. 예배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이 회복되고, 진정한 영혼의 렘수면(REM sleep)을 경험하게 됩니다.

2) 거룩한 소통, 기도 (Prayer)

기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한 시간입니다. 관계는 함께 시간을 보내야 깊어집니다.

  • 나만의 시간과 장소: 아침, 점심, 저녁 등 자신의 에너지가 가장 좋은 시간을 선택하고, 기도를 돕는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 기도의 방법: 주기도문, ACTS 기도(경배, 고백, 감사, 간구), 시편 기도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찰 기도(Examen)'는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과 아쉬운 일을 하나님께 아뢰는 좋은 방법입니다.

  • 침묵: 말이 필요 없는 깊은 관계처럼, 침묵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더 깊이 의식할 수 있습니다.

3) 영혼의 양식, 말씀 묵상 (Sacred Reading)

성경 읽기는 정보 습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합니다.

  •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성경을 연애편지처럼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천천히 씹어 먹듯 묵상합니다.

  • 상상력과 암송: 성경 속 장면으로 들어가 오감을 사용하여 상상하거나(이그나티우스식 묵상), 말씀을 암송하여 마음속 도서관에 저장함으로써 언제든 꺼내어 묵상할 수 있게 합니다.


3. 관계 수칙(Relate): 더불어 자라가기

신앙은 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정, 성(性), 가정은 우리의 인격을 다듬는 중요한 훈련장입니다.

1) 영적 우정 (Spiritual Friendship)

소셜 미디어의 '친구'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친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남카라(Anam Cara, 영혼의 친구)'는 자신의 속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성장의 촉진제: 영적 친구는 단순히 위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도록 돕고 때로는 사랑의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 함께하기: 함께 놀고, 섬기고, 기도하는 활동을 통해 우정은 깊어집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친구라 부르셨습니다.

2) 거룩한 에너지, 성(Sexuality)

성은 단순한 성행위를 넘어 '연결(connection)'에 대한 갈망입니다. 하나님은 성을 통해 두 사람이 연합하도록 설계하셨습니다.

  • 광범위한 에로스: 성적 에너지는 타인과 연결되고 생명을 전하려는 욕구입니다. 이는 결혼 안에서의 성관계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활동이나 타인을 돌보는 열정으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 거룩한 경계: 성은 강력한 불과 같아서 적절한 경계(울타리)가 필요합니다. 포르노나 혼외정사는 진정한 친밀감을 파괴하므로, 단호한 경계 설정과 영적 친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3) 인격의 훈련장, 가정 (Family)

가정은 베네딕토가 말한 "사랑의 학교"입니다. 우리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이기심을 직면하고 사랑을 배웁니다.

  • 우선순위: 일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가족은 당신의 성공이 아니라 '당신' 자체를 필요로 합니다.

  • 함께하는 습관: 함께 식사하고, 기도하고, 놀고, 봉사하는 가족만의 수칙을 만들면 가정은 영적 성장의 터전이 됩니다.


4. 회복 수칙(Restore): 보배로운 선물 누리기

몸, 놀이, 돈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며 영적 생활의 일부입니다.

1) 성령의 전, 몸 (Body)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자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입니다. 몸을 돌보는 것은 영적 행위입니다.

  • 잠과 음식: 충분한 수면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며, 건강한 식사는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때로는 금식을 통해 하나님께 집중하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증을 완화하고 활력을 주며, 하나님을 더 잘 섬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줍니다.

2) 재창조의 힘, 놀이 (Play)

놀이는 그 자체를 위해 하는 활동입니다. 하나님도 창조 세계를 보며 즐거워하셨습니다.

  • 자기 몰두에서 벗어나기: 놀이에 몰입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나님의 기쁨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를 재창조(re-creation)합니다.

  • 순수한 즐거움: 성과나 경쟁이 목적이 아니라, 활동 자체를 즐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3) 주인이거나 종, 돈 (Money)

돈은 하나님의 경쟁자(맘몬)가 될 수도 있고, 선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청지기 의식: 모든 재물이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수입의 일부(십일조 등)를 드림으로써 돈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단순한 삶과 나눔: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삶을 단순화하며, 아낌없이 나누는 삶은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줍니다.


5. 사명 수칙(Reach Out):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우리는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야 합니다.

1) 평일의 영성, 일 (Work)

일은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창조 작업입니다. 하나님은 최초의 일꾼이셨습니다.

  • 코람 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 일한다는 의식을 가질 때, 하찮아 보이는 일도 예배가 됩니다. 일터는 영성이 형성되는 주된 장소입니다.

  • 기도와 분별: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도중에 기도함으로 일을 신성하게 만들 수 있으며, 직업적 결정 앞에서도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합니다.

2) 사랑의 화답, 섬김 (Service)

우리가 하나님께 사랑받았기에 이웃을 사랑하고 섬깁니다.

  • 기도는 사역이다: 기도는 단순히 사역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사역입니다.

  • 한 가지에 집중하기: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을 따라 '한 가지' 영역에 집중하여 섬길 수 있습니다.

3) 생명 나누기, 전도 (Evangelism)

전도는 부담스러운 의무가 아니라 받은 은혜를 나누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삶으로 증명하기: 말이 앞서기 전에 변화된 삶과 선한 행위로 복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 선행 은총: 우리가 전도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일하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 전인적 복음: 복음은 삶, 행위, 이적, 말이 어우러진 유기적 전체로서 전달되어야 합니다.


하루를 사는 모습이 평생이 된다

켄 시게마츠는 이 책을 통해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를 사는 모습이 곧 평생을 사는 모습'임을 강조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수칙(격자 구조물)을 세워 실천할 때, 우리는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누리는 자유롭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서평]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위한 초대: 현대인을 위한 수도원적 영성

1. 분주함이라는 현대의 질병과 처방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는 '분주함'이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끝없는 업무, 그리고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토머스 머튼은 "현대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형태의 폭력은 바쁨"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켄 시게마츠 목사의 책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라'는 채찍질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참된 자유를 얻으라는 초대장이다.

2. 독특한 접근: 고대의 지혜를 현대의 일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1,500년 전 성 베네딕토와 켈트 수도사들의 고대 지혜를 21세기의 복잡한 일상으로 성공적으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계 캐나다인으로서 대기업의 회사원 생활과 목회자로서의 삶을 모두 경험했기에, 현대인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활 수칙(Rule of Life)'은 엄격한 규율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포도나무가 자랄 수 있게 돕는 '격자 구조물(Trellis)'에 비유한다. 포도나무(우리의 영적 생명)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고 위를 향해 자라 열매를 맺으려면 지지대가 필요하다. 이 비유는 영적 훈련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수단임을 명확히 해준다.

3. 삶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영성

많은 기독교 서적이 기도나 말씀 묵상 같은 특정 영적 훈련에 집중하는 반면, 이 책은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영적 생활을 교회 활동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 몸의 영성: 저자는 잠, 식사, 운동을 영적 훈련의 기초로 둔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영혼도 건강할 수 없다는 통찰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메시지다.

  • 놀이의 영성: '놀이'를 죄책감 없이 즐기라는 조언은 신선하다. 놀이는 생산성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의 기쁨에 동참하는 행위라는 관점은, 성과주의에 찌든 우리에게 해방감을 준다.

  • 일의 영성: 일을 저주가 아닌 하나님과의 공동 창조 작업으로 재정의하며, '일하는 것이 곧 기도(Laborare est orare)'라는 베네딕토의 가르침을 통해 직장 생활의 의미를 회복시킨다.

이러한 전인적인 접근은 "하나님은 교회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내 모든 것(Everything)의 하나님"이라는 책의 원제(God in My Everything)를 잘 반영한다.

4. 솔직함과 실용성

켄 시게마츠의 글은 솔직하다. 그는 자신의 성공담만 늘어놓지 않는다. 일 중독에 빠져 가족을 소홀히 했던 실수, 성적인 유혹에 흔들렸던 순간, 타인과 비교하며 느꼈던 열등감 등을 가감 없이 고백한다. 이러한 취약성의 드러냄은 독자로 하여금 저자를 신뢰하게 만들고,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또한, 이 책은 매우 실용적이다. 각 챕터의 끝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묻고 답하기'와 '나만의 생활 수칙 세우기' 섹션이 있어, 독자가 읽은 내용을 자신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도록 돕는다. 부록에 실린 다양한 직업군(학생, 주부, 직장인 등)의 실제 생활 수칙 예시는 독자가 자신만의 수칙을 만드는 데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5. 영적 자유를 위한 구조 만들기

우리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의도적인 노력이 없으면 세상의 흐름(성공, 돈, 쾌락)에 휩쓸려 내려가게 되어 있다. 저자는 이 흐름을 거슬러 하나님께로 향하기 위해서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는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함을, 분주함 속에서 안식을, 고립 속에서 진정한 우정을 찾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는 "하루를 사는 모습이 곧 평생을 사는 모습"이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하루를 지탱해 줄 자신만의 격자 구조물을 세우고 싶어질 것이다. 상황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삶을 멈추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현대인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