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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성품』(최병락) 리뷰/요약

 

최병락 저 《신의 성품》: 하나님을 닮아 가는 성화의 여정, 그 8단계의 비밀

구원은 선물이지만, 성품은 훈련이다

신앙생활은 흔히 '계단 오르기'에 비유됩니다. 하지만 구원과 성화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구원은 인간의 노력으로 계단을 올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전적인 선물입니다 . 믿는 순간 우리는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며, 이는 즉각적인 신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반면, 구원 이후의 삶은 '성숙의 계단'을 오르는 과정입니다. 베드로후서 1장 3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과 '경건에 속한 모든 것'을 주셨다고 말합니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생명(구원)'은 강조했으나, '경건에 속한 것(성품의 훈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습니다. 이 책은 구원받은 성도가 세상의 정욕을 피하고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기 위해 올라야 할 여덟 가지 계단(믿음, 덕, 지식, 절제, 인내, 경건, 형제 우애, 사랑)을 제시합니다.

제1계단: 믿음 (Faith) - 모든 것의 시작과 끝

1. 신앙의 기초, 믿음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첫 번째 계단은 '믿음'입니다.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가야 하듯, 신앙의 모든 덕목(절제, 인내, 사랑 등)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믿음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으며, 믿음 없는 사랑이나 도덕은 하나님 보시기에 의미가 없습니다.

2. 믿음에서 믿음으로 로마서 1장 17절의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라는 말씀은 믿음이 정체된 상태가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처음 믿을 때의 믿음(칭의)만으로도 천국에 갈 수 있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믿음이 자라나는 '성화'의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 어린아이의 믿음에서 단단한 식물을 먹을 수 있는 장성한 분량의 믿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3. 하나님을 닮은 믿음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자주 흔들리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믿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제비가 집주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듯, 우리도 하나님께 인생을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믿고 따르는 자를 끝까지 책임지십니다. 우리는 우리를 믿어주시는 하나님의 그 신실하심을 닮아가야 합니다.

제2계단: 덕 (Moral Excellence) - 복음을 감싸는 아름다운 포장지

1. 믿음에 덕을 더하라 믿음의 방향이 하나님을 향한다면, 덕의 방향은 이웃을 향합니다. 베드로후서는 "믿음에 덕을" 더하라고 합니다. 덕은 소중한 복음(믿음)을 이웃에게 전달할 때 사용하는 '은혜로운 포장지'와 같습니다. 내용물이 아무리 좋아도 포장이 불쾌하면 거부감을 주듯, 덕이 없는 믿음은 전도의 문을 막습니다.

2. 덕의 훈련: 언어생활 덕을 세우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훈련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언어입니다.

  • 더러운 말을 버리는 훈련: 마음에 분노나 악한 생각을 오래 품으면 말이 썩게 됩니다.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음을 청소해야 합니다 .

  • 선한 말을 하는 훈련: 옳은 말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복음이라는 진리를 덕스러운 언어로 전달해야 합니다. 상대를 격려하고 감동을 주는 말을 연습해야 합니다.

  • 은혜를 끼치는 말을 하는 훈련: 나의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을 드러내는 '하나님 중심의 화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제3계단: 지식 (Knowledge) - 체험으로 깊어지는 하나님 알기

1. 덕에 지식을 덕으로 사람들의 마음 밭을 기경했다면, 그곳에 심을 '지식(복음의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 호세아 선지자는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한다"라고 탄식했습니다.

2. '야다'와 '기노스코': 체험적 지식 성경에서 말하는 지식(히브리어 '야다', 헬라어 '기노스코')은 단순히 머리로 아는 정보가 아니라, '체험하여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 마치 콩잎 반찬 하나에 어머니의 사랑과 추억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그분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 만큼 인격적인 만남과 체험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3. 가장 고상한 지식 사도 바울은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다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설물로 여겼습니다 . 성경을 수없이 읽어도 그 안에서 예수를 만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평생 하나님을 알아가기에 힘써야 하며, 아는 만큼 누릴 수 있습니다.

제4계단: 절제 (Self-Control) -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능력

1. 지식에 절제를 지식이 많아지면 교만해지기 쉽고, 남을 가르치려 들거나 말로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식에는 반드시 '절제'가 브레이크로 작용해야 합니다. 절제(Self-control)는 힘이 없어서 못 하는 포기가 아니라, 힘이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것입니다.

2. 예수님의 절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올 능력이 있으셨으나, 인류 구원을 위해 그 능력을 절제하셨습니다 . 또한 마귀의 시험 앞에서도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말씀으로 승리하셨습니다.

  • 때를 기다리는 절제: 예수님은 자신이 메시아임을 드러낼 때를 기다리셨고, 가장 완벽한 시기(유월절)에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 말을 아끼는 절제: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억울한 상황에서도 침묵하셨습니다.

  • 뜻을 내려놓는 절제: 겟세마네 기도에서 자신의 원대로 하지 않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구하셨습니다.

3. 하늘의 상급 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다 쓰지 않는 것이 '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주를 위해 절제하고 참은 모든 것은 하늘에 상급으로 쌓입니다.

제5계단: 인내 (Perseverance) - 절제를 지속하게 하는 힘

1. 절제와 인내의 차이 한 번 참는 것이 절제라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 계속해서 참아내는 것이 인내입니다. 인내는 절제를 지속하게 하는 힘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될 때 한 번 더 참는 것이 진정한 인내입니다.

2.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성경은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고 명령합니다. 이는 인내의 양을 다 채워 성품을 완성하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보여주신 무한한 인내를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3. 고난을 이기는 시각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 너머에 있는 '기쁨'과 하나님 보좌 우편의 '영광'을 바라보셨기에 인내하실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음을 기억하며 견뎌야 합니다.

제6계단: 경건 (Godliness) - 하나님 앞에서의 삶 (Coram Deo)

1. 인내에 경건을 인내가 경건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억지로 참다가 결국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경건은 인내를 받쳐주는 내면의 능력입니다. 경건한 사람은 고난 중에도 터지지 않고 오히려 믿음의 간증을 만들어냅니다.

2. 두 가지 차원의 경건 야고보서는 참된 경건을 두 가지로 정의합니다. 첫째는 고아와 과부를 환난 중에 돌보는 '보이는 경건'이고, 둘째는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는 '보이지 않는 경건'입니다 .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외유내강의 온전한 경건이 됩니다.

3. 하나님 앞에서 경건은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행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유학 시절 아무도 없는 교수 연구실에서 시험 답안지를 고칠 수 있는 유혹을 느꼈으나, 보고 계시는 하나님을 의식하여 정직을 지켰던 일화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을 강조합니다.

제7계단: 형제 우애 (Brotherly Kindness) - 공동체 속에서의 사랑

1. 경건에 형제 우애를 홀로 고고하게 지키는 경건은 자칫 독선이 되어 형제를 정죄하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산 위에서 변화되셨지만, 초막을 짓고 거기 머무는 대신 산 아래 죄인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셨습니다 . 진정한 경건은 공동체 속에서 형제 우애로 나타나야 합니다.

2. 사람을 살리는 경건 바리새인은 율법적으로 완벽했지만, 세리를 멸시하고 정죄했기에 예수님의 책망을 들었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우리는 '나만 거룩한' 외톨이 신앙인이 아니라, 죄인들과 어울리면서도 물들지 않고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제8계단: 사랑 (Love) - 하나님의 성품의 완성

1. 형제 우애에 사랑을 마지막 단계는 사랑입니다. 믿음으로 시작한 여정은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앞선 일곱 가지 덕목은 결국 사랑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2. 하나님이 먼저 하신 사랑 우리의 힘으로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일 4:19)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압도적인 사랑을 깨닫고 체험할 때 우리 안에서 사랑이 흘러넘치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셨습니다.

3. 사랑은 주는 것 (Love is Giving) 사랑의 본질은 '주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은 가짜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신' 것처럼, 우리도 형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어 줄 때 비로소 사랑이 완성됩니다.

사랑, 그리고 그 다음

사랑의 성품까지 도달했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실천'입니다. 성품은 이론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합니다. 제자훈련을 마친 후 또 다른 공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배운 대로 현장에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밑 빠진 독처럼 여전히 부족한 우리와 세상이지만,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사랑을 부어주시듯 우리도 세상에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서평] 구원의 확신을 넘어 성품의 완성으로: '신의 성품'을 향한 8단계 로드맵

"구원은 엘리베이터처럼 순식간에 주어지지만, 성품은 계단처럼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최병락 목사의 저서 《신의 성품: 하나님을 닮아 가는 여덟 계단》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가장 아픈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구원론'은 비대해졌으나 '성품론'은 빈약해진 현실이다. 많은 크리스천이 "예수 믿고 천국 간다"는 확신은 있지만, "예수 믿고 성품이 변했다"는 간증은 희미해져 간다. 저자는 베드로후서 1장 3-7절 말씀을 뼈대 삼아, 믿음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완성되는 신앙 성숙의 로드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추상적인 개념의 구체화'에 있다. 흔히 '덕', '절제', '경건'과 같은 단어들은 교회 안에서 자주 쓰이지만,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호할 때가 많다. 저자는 특유의 따뜻하고 호소력 짙은 문체와 자신의 목회 경험, 그리고 적절한 예화들을 통해 이 단어들을 살아있는 삶의 지침으로 변환시킨다.

예를 들어, '덕'을 설명할 때 이를 복음이라는 내용물을 감싸는 '포장지'로 비유한 점은 탁월하다. 복음이 아무리 귀해도 무례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던지면 거부당한다는 통찰은, 오늘날 공격적인 전도 방식이나 배타적인 태도로 비판받는 기독교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절제'를 "힘이 없어 못 하는 포기"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십자가 사건과 연결하는 대목은 독자로 하여금 십자가의 의미를 성품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만든다.

책의 구조는 매우 논리적이며 점진적이다.

  1. 기초: 하나님과의 관계인 '믿음'에서 출발한다.

  2. 성장: 이웃과의 관계를 여는 '덕'과 체험적 '지식'으로 나아간다.

  3. 심화: 내면을 다스리는 '절제'와 '인내'를 거친다.

  4. 성숙: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과 공동체를 향한 '형제 우애'로 확장된다.

  5. 완성: 마침내 하나님의 본질인 '사랑'에 도달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경건'과 '형제 우애'의 관계 설정이다. 저자는 홀로 고고한 경건이 자칫 타인을 정죄하는 칼날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산에 있는 기도원이 뜨거워지면 안 되고 이 지역사회에 자리한 우리 교회가 뜨거워져야 합니다"라는 외침은, 기독교 신앙이 도피적 신비주의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꽃피워야 함을 강조한다. '밑 빠진 독'과 같은 세상과 사람들에게 지치지 않고 물을 붓는 유일한 방법은, 독을 통째로 은혜의 강물에 던지는 것(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비유는 사역과 관계에 지친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감동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를 요구한다. 에필로그에서 강조하듯, 성품은 이론이 아니라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신의 성품 2탄은 언제 나오나요?"라고 묻지 말고, 이제 그 성품대로 살아내라고 도전한다.

총평하자면, 《신의 성품》은 갓 신앙생활을 시작한 초신자에게는 신앙 성장의 올바른 이정표를,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으나 성품의 변화가 더딘 기성 신자에게는 자신의 영적 현주소를 점검하게 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다. 구원받은 감격은 있으나 삶의 변화가 없어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은 하나님을 닮아가는 기쁨을 회복시켜 줄 필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나는 하나님을 모르지만 당신을 보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을 인생의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