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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는 애쓰기다』(유영만) 리뷰/요약

 

《책 쓰기는 애쓰기다》 요약

경계 너머의 낯선 삶을 흠모하다

이 책은 "불우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시작한다. 저자에게 불우한 삶이란 돈이 없거나 출세하지 못한 삶이 아니다. 낯선 환경과 조우하지 못한 삶, 낯선 체험을 하지 못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며, 낯선 지적 자극(책)을 받지 못하는 삶이야말로 불우한 삶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바깥의 사유'를 하는 것이다. 익숙한 관성과 타성의 늪에서 벗어나 경계 너머의 낯선 자극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깨우침을 주는 글이 나온다. 저자는 "울림을 주는 글은 울림을 당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다"고 강조하며, 삶의 고단함과 저항 속에서 농축된 흔적만이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즉, 책 쓰기의 재료는 '살기'이며, 이를 위해 '읽기'와 '짓기'가 어우러져야 한다. 쓰기(Writing)는 살기(Living) + 읽기(Reading) + 짓기(Building)의 합작품이다.

1장. 살기: 삶은 앎이 자라는 터전이다

1. 사소한 일상을 상상력의 터전으로 바꾸다

글감은 멀리 있지 않다.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도 '낯설게 보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가 아니라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하루 10분을 활용해 삶을 바꾸는 전략을 제시한다.

  • 질문의 힘: 하루 10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 관성적인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 관찰과 사색: 출근길 10분의 산책, 10분 먼저 출근하여 10년 앞을 내다보는 여유가 생각의 밀도를 높인다.

  • 추상명사의 동사화: '사랑', '열정' 같은 추상명사를 머릿속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동사)으로 바꿀 때 삶은 변화한다.

2. 삶은 거대한 하나의 텍스트다

삶은 그 자체로 거대한 텍스트이자 우주다. 글짓기는 내면의 아픔을 토해내는 울부짖기이자, 어제와 다르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저자는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를 인용하며, 매일의 일상이 영감의 텃밭임을 강조한다.

  • 감탄과 감사: 일상의 사소한 것(자두 하나, 의자, 나뭇잎)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역지사지: 사물이나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등)이 글감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3. 쓸 만한 삶은 못 살았어도 쓸 말은 있다

진짜 생각은 책상이 아니라 몸이 한다. 머리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익히는 체험적 지혜가 중요하다. 체험하지 않고서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으며, 몸으로 겪어낸 '밑바닥 진실'만이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 구조 접속(Structural Coupling): 생명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듯, 우리도 낯선 환경(배치)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나를 생성해야 한다.

  • 성장 체험: 물리적 시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곤란함과 시련을 겪으며 각성하는 '성장 체험'이 글쓰기의 핵심 재료다.

2장. 읽기: 읽기는 다른 세상과 만나는 접속이다

1. 가장 즐거운 피서는 독서다

읽기는 살기와 분리될 수 없다. 책을 읽지 않으면 타성에 젖어 살게 된다. 저자는 "읽기는 쓰기이자 실천이며 내 삶을 바꾸는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찰독), 실천으로 옮겨(체독)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영만의 8가지 독서법]

  1. 복독(復讀): 한 번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의미를 재해석한다.

  2. 습독(習讀): 밥 먹듯이 습관적으로 읽는다.

  3. 정독(精讀): 뜻을 새기며 느리게 읽어 단어의 껍질을 깬다.

  4. 체독(體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읽고 삶에 적용한다.

  5. 찰독(察讀): 책을 읽는 나를 성찰한다.

  6. 고독(苦讀): 나에게 쓴 약이 되는, 불편한 책을 읽어 생각을 자극한다.

  7. 월독(越讀): 전공 분야를 넘어 경계 밖의 책을 읽는다(초월).

  8. 협독(協讀): 여럿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확장한다.

2. 어떻게든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 읽는다

책을 읽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르게 살기 위해서'다. 책은 내 생각의 한계를 깨우쳐주는 죽비와 같다. 책 속에 빠져들되, 반드시 다시 빠져나와 내 삶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낯선 생각과의 접속: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책,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을 때 지적 투쟁이 일어나고 사유가 확장된다.

  • 읽기의 완성은 쓰기: 읽은 것을 기록하고, 나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지 않으면 기억은 휘발된다. 읽기와 쓰기는 선순환되어야 한다.

3. 나만의 지식을 창조하기 위해 읽는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개념의 재해석: 기존의 개념을 나만의 체험으로 재정의하거나(예: 자기 배려),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지식 편집)하여 새로운 사유를 창조해야 한다.

  • 문장 수집: 심장을 뛰게 하는 '인두 같은 문장'을 만나면 필사하고, 그 문장의 구조와 논리 전개 방식을 배워야 한다.

3장. 짓기: 글은 삶이 남긴 얼룩과 무늬다

1. 글은 삶이 남긴 얼룩과 무늬다

글짓기는 집짓기와 같다. 글감이 있어야 지을 수 있는데, 그 글감은 바로 살아온 삶의 희로애락이다. 삶이 없으면 글도 없다. 글에는 그 사람의 삶의 족적이 담기며, 단어의 무게가 곧 삶의 무게다.

  • 문체는 지문이다: 문체는 작가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

  • 내가 쓰는 것이 나다: 내가 사용하는 도구, 내가 쓰는 언어가 나의 삶과 글을 결정한다.

2. 쓰지 않으면 영원히 쓸 수 없다

글짓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생각만 하고 쓰지 않는 것'이다. 생각이 정리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 즉시 쓰기: 영감은 도망가기 쉽다. 읽으면서 쓰고, 생각나는 대로 즉시 써야 한다.

  • 쓰면서 구조 잡기: 처음부터 완벽한 목차를 짤 수 없다. 쓰면서 뼈대가 잡히고 살이 붙는다.

  • 공개하기: 나만 보는 일기장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견디며 상처를 드러내는 글을 쓸 때 진정성이 생긴다.

3. 단어와 단어 사이에 한숨이 깊어진다

문장은 단어들의 짝짓기다. 적확한 단어를 찾아 배치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고뇌가 깊어진다.

  • 실패 경험 활용: 성공담보다는 실패담과 에피소드가 독자의 공감을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

  • 은유와 낯설게 하기: '공부는 망치다'처럼 전혀 관계없는 단어를 연결하여 새로운 통찰을 주어야 한다.

  • 일상의 재발견: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고(예: 노트북은 문장 건축 기계), 의인화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4. 괴테와 톨스토이도 몰랐던 글짓기 비밀 기술

저자는 글짓기를 다양한 메타포로 설명하며 기술적 조언을 건넨다.

  • 글짓기는 세탁기다: 생각의 때를 벗겨내고 윤기 나게 만든다.

  • 글짓기는 소나기다: 영감은 땀 흘린 자에게 갑자기 쏟아진다.

  • 글짓기는 사진기다: 결정적 순간(푼크툼)을 포착한다.

  • 글짓기는 보자기다: 타자의 아픔을 감싸 안는다.

  • 글짓기는 뚝배기다: 글감이 숙성될 시간이 필요하다.

  • 글짓기는 전쟁터다: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사투다.

5. 통념을 뒤집어야 통찰을 주는 글짓기가 가능하다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

  • 독자는 조급하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던져라.

  • 독자는 완고하다: 예상을 깨는 영감으로 주의를 훔쳐라.

  • 독자는 육감에 약하다: 머리가 아닌 살갗을 파고드는 감각적인 글을 써라.

  • 독자는 싫증을 잘 낸다: 뻔한 소재라도 '역발상'으로 요리하라.

  • 독자는 게으르다: 작가가 먼저 밥 먹듯이 매일 쓰는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

4장. 쓰기: 책 쓰기는 삶을 담아내는 애쓰기다

1. 책 쓰기는 애쓰기이자 필살기다

글이 모인다고 바로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관된 주제와 논리적 구조로 꿰어야 한다. 책 쓰기는 정신노동이자 육체노동이며, 온몸으로 삶을 밀고 나가는 '애쓰기'다.

  • 기법보다 기본기: 시중의 책 쓰기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삶을 담아내는 기본기다. 많이 읽고, 매일 써야 한다.

  • 필살기: 목숨 걸고 도전해야 나만의 색깔(필살기)이 나온다.

2. 한 권의 책이 잉태되어 출산되는 과정

책의 탄생은 생명의 잉태와 비슷하다.

  • 수정(착상):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제(예: 책+쓰기)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며 하나의 콘셉트로 착상된다.

  • 지식덧(입덧): 잉태된 주제에 몰입하여 다른 것에 무관심해지고 예민해지는 '지식덧'을 겪는다.

  • 지적 애무: 미지의 세계(타자)를 알고자 하는 에로스와 탐색 과정이 필요하다.

  • 숙성 및 출산: 10개월의 진통 끝에 아이가 나오듯, 탈고와 편집의 고통을 거쳐 책이 세상에 나온다.

3. 읽지 않으면 못 배기게 만드는 책 쓰기 전략 (8C 전략)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책은 의미가 없다. 저자는 '독자를 유혹하는 책 쓰기 8C 전략'을 제시한다.

  1. 콘셉트(Concept): 무슨 책인가?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제목).

  2. 목적/위기(Crisis): 왜 이 책을 내야 하는가?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3. 독자(Consumer): 누가 읽을 것인가? 타깃 독자의 아픔을 조준하라.

  4. 배경(Context): 어떤 사연으로 쓰게 되었는가? 진정성 있는 배경 스토리.

  5. 내용(Content): 어떤 솔루션을 줄 것인가? 작가의 체험과 신념이 담긴 처방전.

  6. 사례(Case): 이해를 돕는 구체적 에피소드가 있는가?

  7. 연결(Connection): 내 주장을 뒷받침할 인용, 근거 자료가 풍부한가?

  8. 결론(Conclusion): 독자에게 어떤 행동을 촉구하는가? 여운과 실천 유도.

4. 제목에 따라 제 몫을 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제목은 책의 얼굴이자, 독자의 심장에 꽂히는 카피다.

  • Trigger: 방아쇠를 당겨 심장에 꽂아라 (예: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Originality: 독보적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예: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Parody: 익숙한 것을 비틀어라 (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Intuition: 직관적으로 와닿게 하라 (예: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Curiosity: 호기심을 자극하라 (예: 《공부는 망치다》).

에필로그: 마침표가 물음표에게 말을 걸다

작가의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독자의 물음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자의 것이 되며, 독자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실천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글이 내 안에 도는 피라면,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서평: 몸으로 쓴 글만이 타인의 심장에 가닿는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육체적 글쓰기'의 정수

서점에 가면 '책 쓰기' 관련 도서가 넘쳐난다. "한 달 만에 책 쓰기", "베스트셀러 되는 공식" 등 속성으로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달콤한 유혹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책 쓰기는 애쓰기다》는 이러한 기교 중심의 풍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그는 책 쓰기를 매끈한 기술이 아닌, "애간장을 녹이며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사투"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철학서이자, 치열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저자는 '살기(Living)', '읽기(Reading)', '짓기(Building)', '쓰기(Writing)'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좋은 글은 책상머리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설파한다.

체험 없는 개념은 관념의 유희일 뿐이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체험 없는 지식'이다. 그는 "진짜 생각은 몸이 하는 것"이며, "책상에 앉아서 얻어낸 생각은 노동을 통해 몸에 각인되는 생각보다 건강하지 못하다"고 일갈한다. 이는 현대의 많은 지식인과 작가 지망생들이 범하는 오류를 꼬집는다. 그럴듯한 이론과 남의 말을 빌려와 짜깁기한 글은 논리적으로 완벽할지 몰라도, 독자의 살갗을 파고드는 '떨림'을 주지 못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지식의 저주'를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자신의 고유한 체험을 드러내는 것이다. 실패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얼룩'과 '무늬'가 있는 삶. 저자는 그 부끄럽고 아픈 상처를 언어로 포착해낼 때 비로소 독자와 공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를 드러내 빛을 쪼이라"는 그의 조언은 글쓰기를 넘어 치유의 과정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읽기는 쓰기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읽기'의 중요성을 '쓰기'와 대등한 위치에 놓았다는 점이다. "읽지 않고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독자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8가지 독서법(복독, 체독, 고독 등)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소비적 독서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생산적 독서다.

특히 '낯선 경험과 지식에 대한 접속(Connection)'을 강조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나와 같은 생각, 편안한 책만 읽어서는 결코 사유가 확장될 수 없다. 불편하고 난해한 텍스트와 씨름하고(고독), 전공 분야를 넘어선 책을 읽으며(월독), 그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할 때 비로소 나만의 '필살기'가 탄생한다. 이는 저자가 용접공 출신에서 교육공학자, 그리고 지식생태학자로 변신해온 삶의 궤적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글쓰기는 결국 '애쓰기'다

책의 제목처럼, 결국 책을 쓴다는 것은 '애쓰는' 과정이다.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다. 매일 읽고, 매일 사색하고, 매일 한 줄이라도 써내려가는 '축적의 시간'만이 작가를 만든다. 저자는 8C 전략을 통해 독자를 유혹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그 바탕에는 "독자의 아픔을 사랑하는 측은지심"이 있어야 함을 잊지 않는다. 기술은 그 다음 문제다.

이 책은 "나도 책을 한번 써볼까?"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묵직한 죽비가 될 것이고, 글이 써지지 않아 자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쓸 만한 삶은 못 살았어도 쓸 말은 있다"는 저자의 격려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지닌 '한 권의 책'임을 일깨워준다.

당신이 지금 삶이 고단하다고 느낀다면, 혹은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그리고 당신의 삶을 '애써' 기록하라. 당신의 마침표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물음표가 되어 삶을 변화시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