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사귀기 전에』: 삼위일체부터 교회론까지 (홍석용 저)
1. 기독교 신앙의 기초 다시 세우기
홍석용 목사의 《하나님과 사귀기 전에》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주제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무엇을 믿는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 열정만 남거나 혹은 냉소만 남은 신자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2. 하나님은 누구신가: 사랑과 삼위일체
사랑이신 하나님과 관계의 본질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이라고 정의합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이유는 결핍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미 삼위일체의 관계 안에서 충만하십니다
사랑 vs 동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관계
저자는 '사랑'과 '동정'을 날카롭게 구분합니다. 동정은 사귐이 없는 일방적인 시혜이며, 우열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삼위일체: 공동체적 하나님
삼위일체 교리는 하나님이 고독한 군주가 아니라, 성부, 성자, 성령의 공동체적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3.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오신 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여주신 분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무한하신 하나님을 스스로 알 수 없습니다
사귐을 회복하시는 예수님
예수님의 생애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당시 종교적, 사회적으로 소외된 세리와 죄인, 사마리아인들과 교제하며 막힌 담을 허무셨습니다
4. 성령 하나님: 사귐의 영
성령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성령을 단순한 에너지나 기(氣), 혹은 기적을 일으키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진리와 사귐
성령님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치신 진리를 우리에게 생각나게 하시고 가르치십니다
5. 구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여정
죄로부터의 해방, 그 이상
대부분의 신자는 구원을 '죄로부터의 해방'이나 '천국 행 티켓' 정도로 이해합니다
구원의 증거: 이웃 사랑
구원이 하나님의 성품인 '사랑 안에서의 사귐'을 회복하는 것이라면, 구원의 확실한 증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납니다
6. 죄: 관계의 파괴
과녁을 빗나간 삶
성경에서 죄(Hamartia)는 '과녁을 빗나가다'라는 뜻입니다
타인을 수단화하는 죄
죄는 항상 타인을 향해 지어집니다
7. 믿음의 이유: 주체적인 신앙
믿음은 '그냥' 믿는 것
"왜 하나님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솔직한 대답은 "그냥"입니다
믿음의 이유를 만들어가는 삶
그러나 신앙생활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베드로전서 3장 15절은 소망의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대답할 것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8. 성경: 하나님의 말씀이자 영혼의 양식
성경의 기능과 목적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책으로, 우리에게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주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합니다
성경 해석의 원칙: 사랑
성경 66권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입니다
9. 교회: 하나님 나라 백성의 공동체
건물이 아닌 공동체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에베소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예수님을 '머리'로 비유합니다
10. 교회의 성장과 사랑의 공동체
경쟁이 아닌 상호 돌봄
세상은 경쟁을 통해 성장하지만, 교회는 경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시혜가 아닌 사귐의 사랑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일방적인 시혜나 동정이 아닙니다
[서평] 동정의 하나님을 넘어, 사귐의 하나님을 만나다
많은 사람이 기독교 신앙을 '거래' 혹은 '의존'의 관계로 오해하곤 한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봉사하고 헌금했으니 저에게 복을 주십시오." 혹은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무조건 저를 불쌍히 여겨 도와주십시오." 전자는 기복 신앙이고 후자는 종교적 의존이다. 홍석용 목사의 《하나님과 사귀기 전에》는 이러한 비뚤어진 신앙관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은 당신과 거래하기를 원하실까, 아니면 사귀기를 원하실까?"
이 책은 기독교의 가장 기초적인 교리인 삼위일체, 구원, 죄, 교회를 '관계'와 '사귐'이라는 키워드로 일관되게 풀어낸다. 저자는 하나님을 '필요를 채워주는 해결사'로 축소하는 현대 교회의 풍토를 비판하며, 하나님은 우리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사귐의 파트너'로 부르셨음을 역설한다.
관계로서의 삼위일체, 그리고 구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삼위일체에 대한 해석이다. 난해한 교리로만 여겨졌던 삼위일체를 저자는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하나님'으로 풀어낸다. 하나님 자체가 사랑의 관계이시기에, 그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 역시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온전해질 수 있다는 통찰은 구원론의 지평을 넓힌다. 구원은 단순히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오늘날 개인주의화 된 신앙에 경종을 울린다.
교회의 본질: 경쟁 없는 성장
저자는 또한 교회 성장의 동력을 '경쟁'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적 경쟁 논리가 깊숙이 침투한 한국 교회에 "몸의 지체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성경적 원리를 들이민다. 옆 사람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전도해서 '일등 신자'가 되려는 욕망은 죄악이며, 교회는 서로의 아픔을 같이 걱정하는 '따뜻한 돌봄'으로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시혜를 넘어선 사귐
특히 '사랑'을 '동정(시혜)'과 구분하는 대목은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교회 안에서조차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상대를 대상화하고, 우월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대하신 방식을 예로 들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대등한 책임의 주체로 인정하고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상호적 사귐'임을 강조한다. 이는 봉사와 구제 활동에 열심이지만 정작 인격적 교류는 메말라버린 현대 교회의 사역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숙한 신앙을 위한 안내서
이 책은 제목처럼 '하나님과 사귀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기를 다루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모태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습관적으로 굳어버린 우리의 신앙을 깨트리는 도끼와 같다. 하나님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기는 기복 신앙에 지쳤거나, 교회 내의 메마른 인간관계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무턱대고 "주시옵소서"를 외치는 기도가 아니라, 곁에 계신 하나님께 "대화"를 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