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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읽기』(양명수) 리뷰/요약


📇 '아우구스티누스 읽기' (양명수 저) 요약: 인식론, 원죄론, 정치사상, 시간관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왜 아우구스티누스인가?

양명수 교수가 저술한 '아우구스티누스 읽기'는 서구 사상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서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방대한 사상을 집약적으로 탐구하는 입문서입니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이 어떻게 서양의 인간관과 세계관 정립에 공헌했는지, 그리고 그의 사상이 고대 말기부터 중세, 근대, 심지어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지속적인 영감과 비판의 원천이 되었는지를 추적합니다.

이 책은 그의 사상적 영향력, 생애와 주요 저작, 그리고 인식론, 해석학, 악의 문제와 원죄론, 정치사상, 의로운 전쟁론, 시간관 등 핵심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2. 제1장: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지대한 영향력

1장의 내용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단순한 교부를 넘어 서양 정신사의 토대를 마련한 사상가임을 강조합니다.

  • 서구 정신의 형성: 저자는 "서구의 신학은 아우구스티누스 작품의 주석"이라는 평가를 인용하며 그의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합니다. 그는 그리스 인문주의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결합을 통해 서양 문화의 기반을 확립했습니다.

  • 중세에 미친 영향: 그의 국가관과 교회론, 특히 『신국론』은 교황과 황제로 주권이 양분되는 중세 서구의 독특한 통치 체제 형성에 기여했습니다. 국가를 '죄의 산물'로 본 그의 사상은 국가 권력에 대한 교회의 도덕적 우위와 견제 장치(파문 등)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 근대의 탄생에 미친 영향:

    • 종교개혁: 종교개혁은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온전한 회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와 칼뱅은 모두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론과 은총론을 바탕으로 교회의 권위보다 개인의 내면적 신앙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근대적 주권국가와 개인의 자유를 기초로 한 근대사회의 길을 열었습니다.

    • 르네상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연 페트라르카 역시 『고백록』을 통해 개인의 내면에서 진리를 찾는 인간 중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 근대 철학: '생각하는 나(cogito)'를 확립한 데카르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 홉스와 로크의 자유주의(국가와 사회의 구분) , 칸트의 '근본악' 개념 등도 그의 사상에 빚지고 있습니다.

  • 현대 철학에 미친 영향: 그의 시간관은 베르그송, 키르케고르, 후설,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시간론의 기원이 되었으며, 그의 성서 해석학은 폴 리쾨르 등 현대 해석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자크 데리다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도 근대적 주체를 비판하기 위해 아우구스티누스를 대화의 상대로 삼았습니다.

3. 제2장: 아우구스티누스의 삶과 주요 작품

2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극적인 삶의 여정과 저작 활동을 시기순으로 정리합니다.

  • 어린 시절과 청년기 (354-386):

    • 354년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출생했으며 , 카르타고에서 수사학을 공부했습니다.

    • 10대 후반, 동거녀와의 사이에서 아들 아데오다투스를 얻었습니다.

    •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를 읽고 진리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되었으나, 곧이어 9년간 마니교에 빠졌습니다. 마니교는 선과 악의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 금욕주의 종교였습니다.

  • 회심과 세례 (383-387):

    • 383년 로마로, 384년 밀라노로 이주하여 수사학 교수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 마니교에 대한 지적 회의감과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설교, 그리고 신플라톤주의 철학(플로티누스 등)의 영향으로 '형이상학적 회심'을 경험합니다.

    • 386년 8월, "들고 읽어라(Tolle lege)"라는 소리를 듣고 로마서 13장 13-14절을 읽고 완전한 '그리스도교적 회심'을 이룹니다.

    • 이후 휴양지 카시키아쿰에서 『아카데미학파 반박』, 『독백』 등을 집필하고, 387년 부활절에 암브로시우스에게 세례를 받습니다.

  • 사제와 주교로서의 삶 (388-430):

    • 388년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와 수도 공동체를 설립합니다.

    • 이 시기 마니교를 비판하며 『자유의지론』, 『참된 종교』 등을 저술, 악의 문제를 인간 의지의 문제로 규명합니다.

    • 391년 히포의 사제로, 395년 히포의 주교로 임명되어 사망 시까지 34년간 봉직합니다.

  • 주요 신학 논쟁과 저술 활동:

    • 마니교 논박: 악의 문제를 다루며 『자유의지론』(388-395) 등을 통해 악이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이며 인간 의지의 산물임을 밝혔습니다.

    • 도나투스파 논쟁: 배교한 사제가 집전한 성례의 유효성을 두고 벌인 논쟁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례가 사제의 인격이 아닌 '행해진 행위 자체(ex opere operato)'로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교회가 순결한 자들의 모임이 아닌 '죄인이 은총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임을 확립했습니다.

    • 펠라기우스 논쟁: 그의 생애 후기 가장 중요한 논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만으로 선을 행할 수 있다고 본 펠라기우스에 맞서,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은 '죄를 짓지 않을 자유가 없는' 상태(원죄)이며, 오직 신의 은총(恩寵)으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4대 주요 저서:

    • 『고백록』(397-401): 단순한 자서전이 아닌, 죄의 고백이자 신앙 고백서입니다. 악, 자유의지, 기억, 시간의 본질 등 깊은 철학적/신학적 주제를 다룹니다.

    • 『그리스도교 교양』(396-426): 성서 해석학에 관한 위대한 책으로 , 언어(기호)와 의미(사물)를 다루며, 모든 성서 해석의 궁극적 기준이 '사랑의 증가'에 있음을 천명합니다.

    • 『삼위일체론』(399-419): 니케아 신조를 옹호하며 '성령이 성부와 성자로부터(filioque)' 나온다는 서방교회 신학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 『신국론』(413-427): 410년 로마 약탈 이후, 로마가 몰락한 것이 기독교 때문이라는 비난을 반박하기 위해 저술되었습니다. '신의 도성'과 '땅의 도성'을 구분하며 역사철학과 정치철학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 최후: 430년, 반달족이 히포를 포위한 가운데 사망했습니다.

4. 제3장: 인식론 - "알기 위해 믿는다"

3장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떻게 회의주의를 극복하고 진리 인식의 토대로서 '조명설'과 '신앙'을 제시했는지 다룹니다.

  • 회의주의 극복: 그는 플라톤의 후예인 아카데미학파의 회의주의(확실한 앎은 불가능하고 개연성만 존재한다)를 반박했습니다. "진리와 비슷한 것을 안다"고 말하려면, 이미 "진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논리적 반박을 제시했습니다.

  • 지식(Scientia)과 지혜(Sapientia): 그는 앎을 감각을 통해 외부 사물을 파악하는 '지식(scientia)'과 영원한 진리(신)를 인식하는 '지혜(sapientia)'로 구분했습니다.

  • 조명설(Illumination): 아우구스티누스 인식론의 핵심입니다.

    • 감각적 지식(scientia)조차 확실한 이유는, 인간의 이성이 감각 데이터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이성(ratio aeterna)'이신 하나님의 빛(조명)을 받아 내면의 영원한 규범을 적용하여 지식을 산출하기 때문입니다.

    • 지혜(sapientia)는 더더욱 이 조명설에 의존합니다. 진리는 외부가 아닌 '내적 인간(homo interior)' 안에서 발견되며, 참된 스승은 내면에서 빛을 비추는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 신앙과 이성 (Credo ut Intelligam):

    • "알기 위해서 믿는다(credo ut intelligam)". 플라톤에게 믿음은 앎보다 열등하지만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신앙은 (타락으로 부패한) 이성이 진리를 인식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 신앙은 교회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결단이며, 이 신앙을 통해 치유된 이성은 비로소 진리(하나님)를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그러나 인간의 신 인식은 한계가 있으며, 이 땅에서는 진리를 '보는(visio)'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부분적 앎에 이를 뿐입니다.

5. 제4장: 인간의 자기이해와 해석학

4장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떻게 '나'라는 주체를 철학의 중심에 두었으며, 그 '나'의 이해가 어떻게 '해석학'과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 "Si fallor, sum" (내가 의심한다면 나는 존재한다):

    • 그의 진리 추구는 보편적 '사람'이 아닌 개별적 '나'에서 시작합니다. 이는 서구 개인주의와 실존주의의 기원으로 평가됩니다.

    • 회의주의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명제는 '나의 존재'입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더라도, '의심하는 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내가 착오하고 있다면, 나는 존재한다(Si fallor, sum)".

  • 자기 인식의 간접성:

    • 하지만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다릅니다. 확실한 자기의식은 텅 빈 형식일 뿐, 자기 정체성을 주지 못합니다.

    • 참된 자기 이해는 '나' 자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영원한 진리의 도(하나님)"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가능합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묻고 그리스도가 답한다".

  • 사랑의 해석학 (Hermeneutics):

    • 이러한 자기 이해는 '믿음'을 요구하며, 믿음은 "들음에서 나므로(로마서 10:17)" , 필연적으로 언어 '해석학'의 문제가 됩니다.

    • 『그리스도교 교양』에서 그는 언어(기호, signum)와 그것이 지시하는 것(사물, res)을 구분합니다.

    • 성서는 하나님의 뜻이 인간의 언어(기호) 속에 감추어진 텍스트입니다. 해석이란 이 인간의 언어를 풀어 감추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 작업입니다.

    • 해석의 궁극적 원리: "사랑의 왕국(regnum caritatis)"입니다. 성서 해석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중 사랑을 세우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해석이 사랑을 증진시킨다면, 그것이 저자의 본래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타당한 해석입니다.

    • 이 사랑의 해석학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죄인'이라는 새로운 자기 이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6. 제5장: 악의 문제와 원죄론

5장은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핵심인 '악'과 '죄'의 본질을 다룹니다.

  • 1. 악은 실체가 아니다:

    • 마니교는 악을 선과 대등한 초월적 실체로 보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조 신앙에 근거해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고 선언합니다.

    • 따라서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닙니다. 이는 물질과 육체 자체를 악으로 보던 영지주의와 마니교적 이원론을 극복하고,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세계관입니다.

  • 2. 자유의지론 (악의 기원):

    • 악은 실체가 아니라면 어디서 오는가? 그는 악의 기원을 '자유의지의 왜곡(perversio voluntatis)'에서 찾습니다.

    • 죄란 '사랑의 질서(ordo amoris)'가 뒤집어진 것입니다.

    • 향유(Frui)와 이용(Uti): 그는 사랑의 질서를 '향유'와 '이용'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궁극적 목적인 하나님은 '향유'해야 하며, 다른 모든 것(사물, 타인)은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 악이란, 이용해야 할 것(돈, 권력)을 향유하고 향유해야 할 하나님을 이용하려는 '목적과 수단의 전도'입니다.

  • 3. 악은 선의 결핍이다 (Privatio Boni):

    • 악은 적극적인 힘(능동인, causa efficiens)이 아니라, 선이 결여된 상태(결핍인, causa deficiens)입니다.

    • 선한 의지는 하나님의 선한 힘에 이끌릴 때 발생하지만 , 악한 의지는 이 선한 힘을 잃을 때(결핍) 발생합니다. 어둠이 빛의 실체가 아니라 빛의 결핍이듯, 악은 선의 결핍일 뿐입니다.

  • 4. 원죄론 (Original Sin):

    • 이 악의 상태가 인간에게 '필연적'임을 설명하는 것이 원죄론입니다.

    • 죄의 필연성: 인간은 죄의 '습관(consuetudo)'에 묶여 죄의 '필연성(necessitas)'에 지배당하는 '죄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 본성의 부패: 이 상태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본성의 부패(corruptio naturae)'를 의미합니다.

    • 펠라기우스와의 논쟁: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본래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posse non peccare)' 자유를 가졌으나 , 아담의 타락 이후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non posse non peccare)' 상태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펠라기우스는 인간이 여전히 아담과 같은 완전한 자유의지를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 유전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부패한 본성이 아담으로부터 '유전'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책임을 조상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세상의 '구조 악'에 연루되어 있으며, 신의 은총 없이는 이 필연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하는 역설적/상징적 언어입니다.

7. 제6장: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치사상 (『신국론』)

6장은 『신국론』을 중심으로 국가의 기원과 목적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독창적인 견해를 설명합니다.

  • 두 도성 (Civitas Dei & Civitas Terrena):

    • 그는 역사를 '신의 도성(하나님 나라)'과 '땅의 도성(사탄의 나라)' 사이의 투쟁으로 보았습니다.

    • 이는 각각 '하나님 사랑'과 '자기 사랑(지배욕)'에 기반한 보이지 않는 영적 공동체이며, 교회와 국가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 국가와 정치는 죄의 산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폴리스)를 인간 본성에 맞는 '자연공동체'이자 '최고선'으로 본 것과 달리 , 아우구스티누스는 국가를 '죄의 산물'로 규정했습니다.

    • 국가의 기원은 인간의 본래적 자유가 아니라, 타인을 지배하려는 '지배욕(libido dominandi)'입니다. 최초의 도시 건설자는 형제 살해범 '가인'이었으며, 로마 역시 형제 살해(로물루스)로 건국되었습니다.

    • 따라서 국가는 정의 공동체가 아니며, 국가의 법은 '힘 있는 자의 정의'일 뿐입니다.

  • 국가와 정치의 필요성 (죄의 치료제):

    • 국가가 죄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필요악'이자 '죄에 대한 치료제(remedium peccati)'로서 신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 국가의 기능은 '구원(salus)'이 아니라 '보존(conservatio)'입니다. 국가는 법과 형벌이라는 강제력을 사용해 인간의 탐욕과 폭력을 억제하고, 인류가 자멸하지 않도록 '일시적 평화(pax terrena)'를 유지시킵니다.

  • 그리스도인의 이중 시민권:

    • 그리스도인은 '신의 도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peregrinus)'입니다.

    • 그들은 이 땅의 '바빌론의 평화'를 '이용'하여, 궁극적인 하늘의 평화를 추구합니다.

    •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방해하지 않는 한(예: 우상숭배 강요) , 국가의 법에 순종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군복무 등)를 다해야 합니다.

8. 제7장: 의로운 전쟁론 (정당한 전쟁론)

7장은 국가의 폭력 행사인 '전쟁'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떻게 정당화의 논리를 제공했는지 탐구합니다.

  • 배경: 그는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됨에 따라 , 모든 폭력을 반대한 초기 교부들의 '평화주의'를 넘어 , 불가피한 전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로운 전쟁론(정당한 전쟁론)'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 전쟁은 '필요악'이다: 그는 전쟁을 '잔혹하고 거대한 악'이자 '비참한 것'으로 규정했지만 , 때로는 피할 수 없는 '필요악'으로 보았습니다.

  • Jus ad Bellum (전쟁 개시의 정당성):

    • 정당한 명분 (Just Cause): 명분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침략자의 '악을 응징(징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 바른 의도 (Right Intention): 가장 중요합니다. 전쟁은 '육욕(libido)', 즉 복수심, 증오심, 잔인함, 지배욕 없이 수행되어야 합니다. 전쟁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평화의 회복'이어야 합니다.

    • 정당한 주체 (Competent Authority): 전쟁은 교회가 아닌 합법적 정부 당국(군주)만이 선포할 수 있습니다.

  • Jus in Bello (전쟁 수행의 정당성):

    • 비례의 원칙: 평화 회복이라는 목적에 맞게 살상과 파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 구별의 원칙: 비전투원(민간인, 여성, 아이, 사제)을 고의로 공격해서는 안 되며 , 포로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 신뢰: 적과 맺은 약속(휴전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9. 제8장: 시간관 (『고백록』 11권)

8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관을 '종말론적 시간관'과 '현상학적 시간관'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 1. 종말론적 (직선적) 시간관:

    • 시간은 피조물이다: 그는 시간이 세계 '안에서(in tempore)'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 '와 함께(cum tempore)' 창조된 피조물이라고 선언했습니다.

    • 역사철학의 기원: 시간은 그리스 철학처럼 무의미하게 '순환(영원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창조)과 끝(종말)을 가진 '직선적' 흐름입니다.

    • 미래 지향성: 시간은 '인류 구원을 위한 신의 경륜'이 펼쳐지는 자리이며, 그 목적은 '종말'에 있습니다. 그는 잃어버린 과거의 '에덴(낙원)'보다 미래에 도래할 '신의 도성'이 더 우월하며, 인간의 자유 역시 과거 '죄지을 수 있는' 자유(posse non peccare)에서 미래 '죄지을 수 없는' 자유(non posse peccare)로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 2. 현상학적 (주관적) 시간관:

    • 시간 측정의 문제: 『고백록』 11권에서 그는 시간 측정이 불가능함을 논증합니다. 과거는 이미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길이를 갖지 않고 순간적으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 영혼의 확장 (Distensio Animi): 그는 시간의 본질이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영혼의 확장(distentio animi)'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 세 가지 현재: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영혼 안에 있는 '과거 일의 현재(기억, memoria)', '현재 일의 현재(주목/응시, attentio/contuitus)', '미래 일의 현재(기대, expectatio)'만이 존재합니다.

    • 분산(Distensio)에서 집중(Intentio)으로: '영혼의 확장(분산)'은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염려로 영혼이 찢어진 실존적 분열 상태를 의미합니다.

    • 구원의 길: 구원은 이 분산(distentio)된 시간을 극복하고, '영원한 현재'이신 하나님을 향해 '집중(intentio)'하는 것입니다 . 인간은 이 무시간적인 '현재의 주목'을 통해,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과 만날 수 있습니다.




🏛️ [서평] 양명수 교수의 '아우구스티누스 읽기': 서양 사상의 아버지를 만나는 가장 확실한 안내서

'서구의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를 수식하는 이 거대한 별명은 그의 사상이 서양 정신사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고백록』, 『신국론』, 『삼위일체론』 등 그의 저작들은 지난 1,600년간 신학, 철학, 정치학, 문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에 접근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의 저작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가 씨름했던 마니교, 도나투스파, 펠라기우스파 등 고대 말기의 복잡한 사상적 지형에 대한 이해를 요구합니다. 많은 이들이 『고백록』을 펼쳤다가 그의 현란한 수사학과 깊은 신학적 사유 앞에서 좌절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화여대 양명수 명예교수가 저술한 '아우구스티누스 읽기' 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라는 거대한 산맥을 탐험하려는 독자들에게 가장 정교하고 확실한 지도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핵심 사상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의 사상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어떻게 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 철학에까지 이어지는지를 명료하게 직조해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읽기'가 빛나는 이유: 3가지 핵심 강점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균형 잡힌 종합성'과 '현대적 적실성'입니다.

첫째, 신학, 철학, 정치학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도

'아우구스티누스 읽기'는 그의 사상을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그 전체를 조망합니다. 책의 목차는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핵심 줄기를 체계적으로 따라갑니다.

  • 그의 사상이 루터, 칼뱅,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 데리다에게까지 미친 거대한 영향력을 조망하는 1장 을 시작으로,

  • 마니교에 빠졌던 청년기부터 히포의 주교가 되기까지의 극적인 삶과 저술 활동을 다룬 2장,

  • 아카데미학파의 회의주의를 반박하며 '조명설'과 '신앙 우선주의(credo ut intelligam)'를 확립한 인식론(3장),

  • "내가 의심하므로 나는 존재한다(Si fallor, sum)"는 코기토적 자기 인식과 '사랑의 해석학'을 다룬 4장,

  • 그리고 그의 사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악의 문제와 원죄론'(5장) , 『신국론』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상'(6장) , '의로운 전쟁론'(7장) , 『고백록』 11권의 빛나는 통찰인 '시간관'(8장) 에 이르기까지,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핵심 논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둘째, 난해한 핵심 개념에 대한 명쾌한 해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은 몇 가지 난해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요구합니다. 저자는 이 개념들을 명확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줍니다.

  • 악의 문제: "악은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privatio boni)이다". 이 명제는 악을 빛과 대등한 어둠의 실체로 본 마니교를 반박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핵심 논리입니다. 저자는 악의 기원이 신이나 물질이 아닌, 인간의 '자유의지의 왜곡된 사용' 에 있음을 명쾌히 설명합니다.

  • 원죄론: 저자는 원죄를 단순히 '아담의 죄가 유전되었다'는 표피적 이해에서 '죄의 필연성' 과 '본성의 부패' 라는 실존적 차원으로 심화시킵니다. 인간은 타락 이후 스스로의 힘으로는 선을 행할 수 없는(non posse non peccare) 노예 상태에 빠졌으며 , 이 구조적 악(구조 악) 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신의 은총뿐임을 강조합니다.

  • 정치사상: 저자는 『신국론』의 핵심인 '두 도성'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며, 아우구스티누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국가를 '자연공동체'가 아닌 '죄의 산물' 로 보았다는 혁명적 관점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국가는 구원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인간의 '지배욕(libido dominandi)' 을 억제하고 '일시적 평화'를 보존하기 위한 '필요악' 이라는 것입니다.

셋째, 과거의 사상을 현재의 문제로 연결하는 적실성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아우구스티누스를 박물관의 유물로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현대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 그의 '사랑의 해석학'은 텍스트의 의미가 저자에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증진하는' 독자의 해석을 통해 풍부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폴 리쾨르 등 현대 해석학의 논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 그의 '원죄론'은 개인의 죄를 넘어 제도와 관습에 스며든 '구조 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며, 이는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 비판이나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 논의를 선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그의 '시간관'은 『고백록』11권의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종말론적 시간) 과 '영혼의 확장(distentio animi)' 으로서의 주관적 시간(현상학적 시간) 을 구별합니다. 특히 '기억', '주목', '기대'라는 '세 가지 현재' 로 시간을 파악한 그의 통찰은 후설과 하이데거, 베르그송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양명수 교수의 '아우구스티누스 읽기'는 결코 가벼운 입문서가 아닙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핵심적인 사유를 저자 특유의 깊이 있는 분석과 촘촘한 논리로 압축해 놓은, 밀도 높은 '사상가 산책' 입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1. 『고백록』이나 『신국론』을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분: 이 책은 그 방대한 저작들을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해설서이자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2. 서양 철학과 신학의 뿌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 데카르트, 칸트, 헤겔, 키르케고르 등 근현대 철학자들이 왜 그토록 아우구스티누스와 씨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죄', '악', '자유', '시간', '국가'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분: 1600년 전의 통찰이 21세기 우리의 실존적, 정치적 물음에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준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읽기'는 독자를 서양 정신사의 가장 깊은 수원지(水源池)로 안내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