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팔복으로 세워가는 단순한 삶
과잉의 시대와 무너진 경계
현대 사회는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며 감속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저자 조광운 목사는 인류가 성장과 성취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결핍이 아닌 '과잉'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1. 소비의 과잉과 심령이 가난한 자의 복
현대 사회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지배하는 소비 사회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안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라는 말씀이다
2. 자아의 과잉과 애통한 자의 복
현대인은 '부풀려진 자아'로 인해 고통받는다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라고 말씀하신다
3. 권력의 과잉과 온유한 자의 복
오늘날 권력의 문제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역갑질' 등 경계가 무너진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권력의 과잉에 대한 해답은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라는 말씀이다
4. 종교성의 과잉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의 복
교회 안에도 과잉의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종교성의 과잉'이다. 이는 내면의 참된 신앙과 자기 부인 없이 외형적인 종교 행위와 형식에 집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수님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마 5:6)라고 하셨다
5. 기능의 과잉과 긍휼히 여기는 자의 복
현대 사회는 수축 사회, 분노 사회, 빅 브라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라는 말씀이다
6. too much: 마음이 청결한 자의 복
우리는 선택지가 너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의 홍수와 상품의 범람 속에서 결정 장애를 겪으며 에너지를 소진한다
예수님은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라고 말씀하신다
7. 거짓 평화의 과잉과 화평하게 하는 자의 복
세상은 힘과 무력으로 유지되는 '로마의 평화(Pax Romana)'를 추구한다
진정한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Pax Christi)로부터 온다
8. 유사 복음의 과잉과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의 복
오늘날 교회는 세상과 타협하며 박해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예수님은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10)고 선언하신다
말씀의 경계 안에서 누리는 참된 자유
과잉의 시대,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진정한 복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안전한 경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팔복은 세상의 가치관을 거스르는 역설적인 행복론이자, 과잉으로 병든 우리의 삶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처방전이다. 우리는 소비, 자아, 권력, 종교성, 기능, 정보, 거짓 평화, 유사 복음의 과잉을 경계하고, 심령의 가난함, 애통함, 온유함, 의에 주림, 긍휼, 마음의 청결, 화평케 함, 의를 위한 박해라는 예수님의 성품을 회복함으로써 단순하고도 충만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서평] 과잉(Excess)의 독을 해독하는 팔복이라는 백신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소비하며, 너무 많이 화를 내고, 너무 많이 자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다."
조광운 목사의 저서 『과잉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과잉(Excess)'이라는 키워드로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영적 피로와 삶의 무질서가 결핍 때문이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무경계'와 '과잉'에서 비롯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이 책은 단순한 성경 강해를 넘어, 사회학적 통찰과 신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근원적 처방으로 예수님의 '팔복'을 제시하는 수작이다.
과잉이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탁월한 분석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현대 사회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 있다. 저자는 장 보드리야르, 소스타인 베블런, 한병철 등 저명한 사회철학자들의 이론을 적절히 인용하며 소비 사회, 피로 사회, 성과 사회의 매커니즘을 해부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소비를 "기호 가치의 획득"과 "존재 증명"으로 연결하거나, 2장에서 현대인의 우울과 분노를 "자아 과잉"으로 진단하는 부분은 매우 통찰력 있다. 또한, 5장에서 한국 사회를 '수축 사회', '분노 사회', '빅 브라더 사회'로 규정하며 인간 존엄성의 상실을 논하는 대목은 독자로 하여금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문학적 분석은 성경의 메시지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시의적절한 진리임을 깨닫게 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팔복: 역설적 가치의 재발견
저자는 세상이 추구하는 '과잉의 복'과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을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소비 과잉 vs 심령의 가난 (비움)
자아 과잉 vs 애통 (자아 축소)
권력 과잉 vs 온유 (길들여짐)
기능 과잉 vs 긍휼 (존엄 회복)
이러한 대조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추구해온 가치관이 얼마나 성경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온유'를 "하나님께 길들여진 힘"으로, '긍휼'을 "타인의 존엄을 세우기 위한 사랑의 수고"로, '마음의 청결'을 "복잡한 우상을 버린 단순한 마음(Simple Mind)"으로 재해석한 점이다. 이는 팔복을 단순히 개인의 내면적 덕목 수련 차원이 아니라, 과잉 사회의 시스템에 저항하고 대안적인 삶을 살아내는 거룩한 투쟁의 원리로 격상시킨다. 저자는 팔복이 2천 년 전의 교훈이 아니라, 오늘날 과부하 걸린 인생을 구원할 유일한 해독제임을 역설한다.
실천적 적용과 따뜻한 목회적 권면
이 책은 차가운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각 장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짝퉁 운동화 에피소드, 아르바이트 경험 등)과 구체적인 예시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각 챕터 끝에 요약과 소그룹 나눔 질문을 배치하여 읽은 내용을 실제 삶에 적용하고 공동체와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신은 행복한 개구리입니까?", "내 삶의 과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들은 독자를 성찰의 자리로 이끈다.
단순한 삶으로의 초대
『과잉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복잡하고 분주한 세상에서 길을 잃은 성도들에게 "멈추라"고, 그리고 "말씀의 경계 안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선지자적 외침이자 따뜻한 초청장이다. 우리는 더 채워야 행복할 것이라는 세상의 거짓말에 속아왔다. 하지만 이 책은 비움으로써 채워지고, 낮아짐으로써 높아지며, 죽음으로써 사는 십자가의 역설만이 우리를 진정한 자유와 안식으로 인도함을 보여준다. 정보의 홍수, 관계의 피로, 물질의 압박 속에서 '단순한 삶(Simple Life)'을 갈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그리고 진짜 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구도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당신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가벼움과 평안을 맛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