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바르(דבר): 히브리적 관점에서 보는 성경 이야기』 - 말씀, 그 깊은 우물로의 초대
1. 광야와 말씀의 신비: '다바르'와 '미드바르'
이 책의 제목인 '다바르(דבר)'는 히브리어로 '말씀', '사건',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이 단어가 '광야'를 뜻하는 '미드바르(מדבר)'와 같은 어근을 공유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스라엘의 광야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곳이며,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절대 고요의 장소입니다
2. 고난과 슬픔의 재해석: 라헬의 통곡과 샤론의 꽃
성경 속 지명과 인명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예레미야서에 등장하는 '라마에서 들리는 라헬의 통곡'은 단순히 자식을 잃은 슬픔이 아닙니다. 라헬이 죽어가며 낳은 베냐민, 그리고 훗날 포로로 끌려가는 자손들을 위한 에미의 눈물은 결국 메시아의 탄생과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소망으로 귀결됩니다
3. 약함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 기드온의 300 용사와 삼손
하나님은 강한 자가 아닌 약한 자를 통해 일하십니다. 기드온의 300 용사를 선발할 때, '개처럼 핥아 먹는 자'들을 뽑으신 것은 그들이 용맹해서가 아닙니다. 개는 성경에서 가장 비천한 동물을 상징합니다. 하나님은 가장 볼품없고 약한 자들을 통해 전쟁의 승리가 오직 여호와께 있음을 드러내려 하셨습니다
4. 하나님의 이름과 속성: 여호와, 샬롬, 고엘, 헤세드
하나님의 이름 '여호와(YHWH)'는 "나는 나다" 혹은 "나는 ...이다"라는 미완성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구약에서는 불완전하게 계시되었으나,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나는 생명의 떡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라고 선포하심으로써 비로소 완성됩니다
5. 친밀함의 비밀 '소드'와 온유한 성령 '요나'
히브리어 '소드(סוד)'는 '비밀'인 동시에 '친밀함'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당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자(소드)에게 당신의 비밀(소드)을 알려주십니다
6.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 벧학게렘과 레갑 자손
예수님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베들레헴 근처의 목자들은 누구였을까요? 저자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통해 이들이 예레미야 시대에 믿음을 지켰던 '레갑 자손'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7. 율법의 참 의미와 예수님의 성취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 앞에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글씨를 쓰신 행위는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닙니다. 이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친히 손가락으로 돌판에 율법을 쓰셨던 사건을 재현하신 것입니다
8. 안식, 엘 샤다이, 그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안식일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내가 멈추어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9. 성령과 회복된 이스라엘
바리새인의 누룩은 인간의 철학과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 유대교의 시스템을 경계하신 것입니다
이 책은 성경의 익숙한 이야기들을 히브리어 원어의 의미와 이스라엘의 지리적, 문화적 배경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해했던 말씀의 진의를 깨닫고, 율법의 문자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끓어오르는 사랑과 세밀한 섭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광야 같은 인생길에서 목마른 자들에게 이 책은 '다바르', 곧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주는 시원한 생수가 될 것입니다.
[서평] 성경의 땅에서 캐어낸 말씀의 보화, 그 깊은 맛을 보다
1. 텍스트를 넘어 컨텍스트로: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성경 오창식 목사의 『다바르』는 평면적인 성경 읽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입체적인 말씀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저자는 텍스트(성경 본문)를 당시의 컨텍스트(지리, 문화, 언어) 속에 다시 놓아둠으로써, 박제되어 있던 말씀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우리가 흔히 '좋은 땅'이라 여겼던 '샤론'이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실제로는 늪지대이거나 천수답(天水沓)과 같은 척박한 산지라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지리적 팩트를 통해 "그렇기에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은혜의 땅"이라는 영적 진리를 길어 올립니다. 이는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읽을 때 놓칠 수 있는 하나님의 깊은 의도를 파악하게 해줍니다. 특히 '유브라데'가 먼 메소포타미아의 강이 아니라 예레미야의 고향 근처 '에인 파라' 샘이라는 고고학적 통찰은 성경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을 뿐 아니라, 말씀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사건임을 깨닫게 합니다.
2. 히브리어 원어의 맛: 하나님의 마음을 읽다 이 책의 백미는 히브리어 원어 풀이에 있습니다. 저자는 신학적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원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 과정에서 소실된 '하나님의 본심'을 복원하기 위해 언어를 도구로 사용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으로만 알고 있던 '엘 샤다이'를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풀어낼 때, 우리는 두려운 심판자가 아닌 젖 먹는 아이를 품에 안은 따스한 모성애적 하나님을 만납니다. '회개'나 '믿음'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개처럼 핥는 행위', '진흙을 바르고 실로암으로 걸어가는 행위'와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올 때, 신앙은 관념이 아닌 실재가 됩니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은 독자로 하여금 성경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느끼고 무릎으로 반응하게 만듭니다.
3. 광야의 영성: 현대인에게 던지는 위로와 도전 저자는 이스라엘에서의 유학 생활과 광야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광야의 영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합니다. 소음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바르(말씀)'는 오직 '미드바르(광야)'에서만 들린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도전입니다. 바리새인의 누룩처럼 인간의 지혜와 전통, 화려한 스펙으로 신앙생활을 포장하려 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기드온의 300 용사처럼, 깨진 질그릇처럼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가난한 심령'을 요구하십니다. 이 책은 성공과 번영을 추구하는 기복적인 신앙관을 경계하고, 고난과 결핍 속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진정한 복임을 역설합니다.
4. 말씀과 동행하는 삶을 위한 필독서 『다바르』는 학술적인 주석서의 깊이를 가지면서도, 묵상집의 따뜻함을 잃지 않습니다. 각 챕터마다 이어지는 저자의 개인적인 간증과 적용은 이 책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저자의 삶으로 체화된 기록임을 보여줍니다.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평신도, 설교의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목회자, 그리고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져 하나님과의 첫사랑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영감을 줄 것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2천 년 전 이스라엘 땅을 거니셨던 예수님의 옷자락이 지금 내 삶의 현장에도 닿아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성경을 '읽는' 것을 넘어 성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는 탁월한 안내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