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본 성경』: 구속사로 읽는 신구약 파노라마
1. 성경의 핵심 주제, '하나님 나라'
성경은 단순한 경전이나 윤리 교과서가 아닙니다. 성경은 에덴동산에서 시작하여 역사의 종말에 이루어질 새 하늘과 새 땅(계 21:1)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의 성장과 완성을 다룬 장엄한 대하소설과 같습니다. 저자 신성균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하나님 나라'로 정의합니다. 이 나라는 에덴에서 시작되어 신정 국가, 왕정 국가, 포로 시대를 거쳐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이 땅에 영적 실체인 교회로 세워졌으며, 장차 재림과 함께 완성될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구속사의 관점에서 성경의 역사와 교회사를 통찰합니다.
2. 약속된 하나님 나라: 에덴에서 족장 시대까지
최초의 하나님 나라는 에덴동산이었습니다. 에덴은 영토, 국민(아담과 하와), 주권(하나님의 통치)이라는 국가의 3요소를 완벽히 갖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불순종과 타락으로 인해 이 원형은 파괴되었습니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고 하나님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갈대아 우르의 아브라함을 부르셨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의 역사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한 개인에서 부족으로, 나아가 민족으로 확장되어 가는 기초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요셉을 통해 야곱의 일가가 애굽으로 이주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이 가족 공동체를 넘어 민족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이자 인큐베이팅 과정이었습니다.
3. 하나님 나라의 확장: 출애굽과 광야, 그리고 가나안 정복
애굽에서 430년 동안 장정한 남자만 60만 명, 전체 200만 명이 넘는 민족으로 성장한 이스라엘은 출애굽을 통해 노예 신분에서 해방됩니다. 모세는 이 거대한 무리를 이끄는 신정 국가의 대리자로 세워졌습니다. 시내산에서 맺은 언약과 율법 수여는 오합지졸이었던 무리를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조직화하는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40년의 광야 생활은 불순종에 대한 징계인 동시에,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연단과 성화의 과정이었습니다.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 전쟁을 수행합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영토 침략이 아니라, 죄악이 가득 찬 가나안 문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자 하나님 나라의 영토를 확보하는 거룩한 전쟁이었습니다. 땅의 분배를 통해 이스라엘은 비로소 영토를 가진 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4. 절망과 혼란 속의 하나님 나라: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
여호수아 사후, 이스라엘은 강력한 지도자 없이 지파별로 흩어져 살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사사 시대를 맞이합니다. 이 시기는 영적 암흑기였으나, 룻과 보아스의 이야기를 통해 다윗 왕조와 메시아의 계보가 이방 여인을 통해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구속사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백성들의 요구로 시작된 왕정 국가는 사울,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통일 왕국 시대를 엽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으로서 메시아 왕국의 예표가 되었으나 , 솔로몬의 말년 타락으로 인해 왕국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분열됩니다. 북이스라엘은 여로보암의 금송아지 우상 숭배로 시작하여 19명의 왕이 모두 악을 행하다 앗수르에 멸망합니다. 남유다 역시 히스기야, 요시야와 같은 개혁 군주들이 있었으나, 므낫세 등의 악행과 백성들의 타락으로 결국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고 맙니다.
5. 징계와 회복, 그리고 침묵기: 포로 시대와 신구약 중간기
바벨론 포로 70년은 하나님 나라가 중단된 것처럼 보인 시기였으나, 실상은 우상 숭배를 정화하고 남은 자(Remnant)를 보존하는 징계와 연단의 시간이었습니다. 성전이 파괴된 후 유대인들은 회당(Synagogue) 중심의 신앙을 형성했고, 이는 훗날 복음 전파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습니다.
고레스 왕의 칙령으로 포로들이 귀환하여 성전을 재건하고 성벽을 수축하지만, 말라기 선지자 이후 약 400년 동안 계시가 멈춘 신구약 중간기가 도래합니다. 이 시기 헬라 제국의 알렉산더는 헬레니즘 문명을 통해 언어를 통일했고, 뒤이은 로마 제국은 도로와 법률을 정비했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정치적 변동이었으나, 내면적으로는 복음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갈 수 있는 '때가 찬' 환경을 조성하신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또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 의해 번역된 『70인역』 성경은 기독교 세계화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6. 하나님 나라의 실체와 완성: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율법은 복음으로 완성되었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승천 이후 오순절 성령 강림을 통해 이 땅에 '교회'가 탄생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영적 실체이자, 세상 끝날까지 복음을 전파하며 전투하는 공동체입니다.
초대 교회는 로마의 박해와 영지주의, 아리우스주의 같은 내부의 이단 논쟁을 겪으며 신학적 기틀을 다졌습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과 이후 국교화는 교회의 외적 성장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세속화의 길을 걷게 했습니다. 중세 천 년 동안 교황권은 강화되었으나 교회는 본질을 잃어갔고, 이에 루터와 칼빈을 위시한 종교개혁이 일어나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의 기치를 들고 교회를 갱신했습니다.
현대는 자유주의 신학, 진화론, 역사 비평학의 도전 속에 교회의 권위가 흔들리고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모든 역사의 끝에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완성이며 성도들의 영원한 소망입니다.
[서평] 평신도의 언어로 풀어낸 구속사의 장엄한 드라마
1. 성경을 꿰뚫는 하나의 렌즈: '하나님 나라'
신성균 장로의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본 성경』은 방대한 성경 66권과 2천 년의 교회 역사를 '하나님 나라'라는 단 하나의 명확한 주제로 일관성 있게 엮어낸 수작입니다. 많은 성도가 성경을 읽을 때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통해 모형으로 제시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영적 실체인 교회로 성취되었으며, 종말에 완성될 것인지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성경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구속 드라마로 이해하게 하는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2. 평신도를 위한, 그러나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평신도(장로)의 눈높이에서 집필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자연과학도 출신으로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지만, 난해한 신학 용어나 복잡한 교리적 논쟁을 피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칼빈의 예정론, 율법과 복음의 관계, 기독론 논쟁, 자유주의 신학의 문제점 등 조직신학적이고 역사신학적인 주제들을 구속사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이는 저자가 단순히 성경 지식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치열한 독서와 신학적 고민을 통해 내용을 완전히 소화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성경 역사뿐만 아니라 신구약 중간기, 초대 교회, 중세, 종교개혁, 현대 신학까지 다룸으로써 성경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점은 이 책의 독보적인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3. 역사적 사실과 영적 교훈의 균형
저자는 성경을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변증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고고학적 발견(예: 우르, 여리고 발굴)이나 세계사적 사건(이집트 왕조, 앗수르, 바벨론, 로마 제국 등)을 성경 기록과 꼼꼼하게 대조하며 성경의 역사성을 입증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바벨론 포로 생활을 단순한 징계가 아닌 '디아스포라를 통한 세계 선교의 준비'로 해석하거나, 사사 시대를 현대의 영적 혼란과 연결하는 시각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4. 시대를 분별하는 예언적 안목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자유주의 신학의 등장과 현대 교회의 위기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역사 비평학이나 진화론이 어떻게 성경의 권위를 무너뜨렸는지, 그리고 오늘날 교회가 어떻게 세속화되고 가정과 함께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지를 진단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비관론에 그치지 않고, 결국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남은 자'를 통해 당신의 나라를 완성하실 것이라는 종말론적 소망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바른 신앙의 좌표를 제시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성경을 통독하고자 하는 초신자부터, 성경의 맥을 체계적으로 잡고 싶은 직분자, 그리고 설교의 큰 그림을 그리길 원하는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에게 유익한 필독서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역사가 바로 '나'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임을 깨닫게 해주는 친절하고도 깊이 있는 안내서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