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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CTC코리아) 리뷰/요약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복음, 도시, 그리고 운동 (팀 켈러의 7가지 핵심 가치)


왜 지금 팀 켈러인가?

미국 뉴욕 맨해튼, 가장 세속적이고 회의적인 도시 한복판에서 리디머장로교회를 개척하여 수천 명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회심시킨 팀 켈러(Timothy Keller). 그의 목회 철학은 단순한 교회 성장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문화와 소통하는 '상황화된 신학적 비전'이다.

이 책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CTC코리아(City to City Korea)의 목회자들이 팀 켈러의 방대한 저서와 사역을 7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한 해설서다. 복음의 본질부터 도시 선교, 설교, 그리고 일터에서의 영성까지, 팀 켈러가 제시하는 기독교의 총체적인 비전을 한국 교회의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한다.


핵심 가치 1: 복음 (The Gospel) -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능력

1. 복음은 종교가 아니다

팀 켈러 신학의 기초는 '복음'에 대한 재정의에서 시작한다. 그는 복음을 종교(율법주의)와 비종교(상대주의) 사이의 중간 지점이 아닌, 완전히 다른 '제3의 길'로 설명한다.

  • 종교의 방식: "나는 순종한다. 그러므로 나는 받아들여진다." (나의 행위가 구원의 근거)

  • 복음의 방식: "나는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나는 순종한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순종의 동기)

2. 복음의 두 가지 적: 율법주의와 율법폐기주의

복음은 언제나 두 가지 적과 싸운다. 첫째는 율법주의(도덕주의)로, 구원을 위해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며 교만이나 절망을 낳는다. 둘째는 율법폐기주의(상대주의)로, 구원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여기며 방종을 낳는다. 팀 켈러는 이 두 가지 모두 복음이 아니며, 참된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자발적인 순종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3. 탕부 하나님과 두 아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를 통해 팀 켈러는 복음의 정수를 보여준다. 집을 나간 둘째 아들(세속적 죄인)뿐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첫째 아들(종교적 죄인) 역시 잃어버린 아들임을 지적한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규칙을 지켰다는 의로움으로 아버지를 통제하려 했다. 복음은 도덕적인 형에게나 방탕한 동생에게나 동일하게 필요한 하나님의 은혜다.


핵심 가치 2: 도시 (The City) - 복음의 상황화와 도시 비전

1. 도시는 선교지다

성경은 도시를 적대시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 도시는 죄악이 관영한 곳인 동시에 문화와 예술, 문명이 꽃피는 곳이다. 팀 켈러는 "하나님은 도시를 사랑하시며, 하나님 나라는 도시 안에서 자라나야 한다"고 믿었다. 도시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문화가 생성되는 곳이기에, 도시를 복음화하는 것이 곧 세상을 복음화하는 지름길이다.

2. 복음의 상황화 (Contextualization)

상황화란 복음의 본질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와 문화권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형식으로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 게토화된 교회: 세상과 단절하여 거룩함을 지키려 하지만 소통에 실패한다.

  • 세속화된 교회: 세상과 동화되어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다.

  • 상황화된 교회: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대항문화(Counter-culture)' 공동체로서, 도시의 질문에 성경적인 답을 제시한다.

3. 도시를 위한 교회

교회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도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평안(Shalom)과 번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는 도시의 빈곤층을 돕는 자비 사역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의 사역으로 구체화된다.


핵심 가치 3: 변증 (Apologetics) - 회의주의자들의 시대를 위한 복음

1. 전제주의 변증 (Presuppositional Apologetics)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절대 진리를 부정한다. 팀 켈러는 코넬리우스 밴 틸의 전제주의 변증을 계승하여, 비그리스도인들이 가진 신념(전제) 역시 증명될 수 없는 하나의 '믿음'임을 드러낸다.

  • 전략: 상대방의 신념(예: "절대 진리는 없다")이 가진 내부적인 모순을 지적하고, 기독교의 복음이 삶의 문제들을 설명하는 데 훨씬 더 합리적이고 정합성 있음을 보여준다.

2. 문화적 압점 누르기

사람들이 당연하게 믿고 있는 문화적 내러티브(Cultural Narrative)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팀 켈러는 이를 '문화적 압점'이라고 부른다.

  • 예시 (자유): 현대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믿는다. 그러나 팀 켈러는 참된 자유란 올바른 제약 안에서 누리는 것임을(물고기가 물속에 있을 때 자유롭듯) 변증하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된 자유를 소개한다.

3. 공감과 도전

팀 켈러의 변증은 공격적이지 않다. 그는 회의주의자들의 의심을 존중하고 공감(Join)하면서도, 그들의 논리가 가진 허점을 파고들어(Challenge) 결국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해답임을 제시(Invite)한다.


핵심 가치 4: 설교 (Preaching) -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1.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

팀 켈러 설교의 핵심은 '그리스도 중심성(Christ-Centeredness)'이다. 구약의 어떤 인물이나 사건도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거나 그분을 필요로 한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 도덕적 설교의 한계: "다윗처럼 용기를 가져라"는 설교는 청중에게 부담과 절망을 준다.

  • 복음적 설교: "우리는 다윗처럼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참된 다윗이신 예수님이 거인을 쓰러뜨리셨기에 우리는 그 승리에 동참한다"는 설교는 청중에게 감사와 능력을 준다.

2. 지성, 감성, 의지의 통합

그의 설교는 지성적으로 탁월하여 회의주의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청중의 마음(Heart/Affections)을 움직여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전통을 따라 진리가 머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경험되게 한다.

3. 문화적 내러티브와의 대화

설교는 성경 본문과 현대 문화 사이의 대화다. 팀 켈러는 영화, 소설, 철학 등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문화 텍스트를 인용하여 그들의 갈망을 읽어내고, 그 갈망의 진정한 성취가 복음 안에 있음을 설득한다.


핵심 가치 5: 복음 생태계 (Gospel Ecosystem) - 경쟁이 아닌 연합

1. 한 교회가 도시를 변화시킬 수 없다

아무리 대형 교회라도 하나의 교회가 도시 전체를 복음화할 수는 없다. 팀 켈러는 개별 교회의 성장을 넘어 도시 전체의 복음화를 꿈꿨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복음 생태계'다.

2. 건강한 생태계의 조건

자연 생태계가 다양한 유기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되듯, 복음 생태계는 다음 요소들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 복음 중심적인 교회들: 다양한 교단과 규모의 교회들이 복음 안에서 연합.

  • 특화된 사역 단체: 전도, 제자 훈련, 정의 사역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파라처치(Para-church) 기구.

  • 신앙과 직업의 통합: 각자의 일터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평신도 리더십.

3. 통합적 사역 (Integrative Ministry)

팀 켈러는 예배와 전도(하나님과의 연결), 공동체와 제자도(성도 간의 연결), 자비와 정의(도시와의 연결), 신앙과 직업(문화와의 연결)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복음 운동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핵심 가치 6: 교회 개척 (Church Planting) - 가장 효과적인 전도 전략

1. 왜 교회 개척인가?

팀 켈러는 "하늘 아래 새로운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 통계적 근거: 오래된 교회는 기존 신자들의 수평 이동이 주를 이루지만, 신생 교회는 불신자 회심 비율이 월등히 높다.

  • 갱신의 도구: 지속적인 교회 개척은 기존 교회들에게도 자극이 되어 교단 전체의 영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2. 선교적 교회 (Missional Church)

개척된 교회는 단순히 교인을 모으는 장소가 아니라, 세상으로 보냄 받은 선교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교회 내부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필요를 채우고 그들과 관계 맺는 것을 우선순위에 둠을 의미한다.

3. 운동(Movement)으로서의 교회 개척

교회 개척은 특정 영웅적인 목회자의 사역이 아니라, 시스템과 비전 공유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운동'이어야 한다. 리디머교회는 수많은 교회를 분립 개척하고, 다른 교단의 개척까지 지원함으로써 이 운동을 주도했다.


핵심 가치 7: 일과 영성 (Faith and Work) -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1. 일은 소명이다

성경은 일을 타락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명령(문화 명령)으로 본다. 하나님은 농부, 예술가, 건축가처럼 세상을 만드셨고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모든 합법적인 직업은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거룩한 소명이다.

2. 일터에서의 우상 타파

팀 켈러는 현대인들이 일에서 구원(성취감, 인정,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일이 우상이 되면 성공했을 때는 교만해지고, 실패했을 때는 절망한다. 복음은 우리의 정체성을 일의 성취가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에 두게 함으로써,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한다.

3. 책임성, 탁월성, 구별성

그리스도인은 일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책임성/탁월성: 일을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하듯 탁월하게 수행하여 공공선에 기여해야 한다. (예: 훌륭한 구두 수선공은 구두에 십자가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구두를 잘 고치는 사람이다.)

  • 구별성: 세상의 방식(착취, 부정직, 과도한 경쟁)을 따르지 않고, 복음의 가치관(정직, 섬김, 윤리)을 따라 일함으로써 세상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 교회를 위한 제언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단순히 팀 켈러라는 한 목회자를 칭송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성장주의와 게토화, 그리고 사회적 신뢰도 하락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회에 '복음으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팀 켈러가 뉴욕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Gospel),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문화를 이해하며(City/Culture), 개교회주의를 넘어 연합하여 교회 개척 운동(Movement)을 일으킬 때 다시금 세상의 소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서평] 복음의 본질과 시대의 적실성, 그 균형을 잡다

팀 켈러가 한국 교회에 던지는 질문: 우리는 복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팀 켈러 현상, 유행인가 대안인가?

서점가의 기독교 코너를 가면 '팀 켈러'의 이름이 붙은 책들이 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C.S. 루이스 이후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 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국 교회에 '팀 켈러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지나가는 유행은 아닐까?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아니오, 이것은 본질로의 회귀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책은 팀 켈러의 신학이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복음을 급변하는 시대 속에 어떻게 심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복음: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새로운 소식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충격은 '복음'에 대한 우리의 오해다. 많은 한국 교인들에게 복음은 '구원받고 천국 가는 티켓' 정도로 여겨지거나, 신앙생활 초기에 떼고 넘어가야 할 기초 상식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팀 켈러는 "복음은 기독교의 ABC가 아니라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탕부 하나님'의 예화를 통해 교회 안에 있는 '형들의 죄(도덕주의, 우월감)'를 지적하는 부분은 뼈아프다. 한국 교회 특유의 열심과 헌신이 때로는 복음의 은혜를 가리고 자기 의를 쌓는 수단이 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복음이 단순히 불신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율법주의와 방종 사이를 줄타기하는 신자들에게 매 순간 필요한 능력임을 깨닫게 해 준다.

도시와 문화: 적대할 것인가, 품을 것인가?

팀 켈러의 사역이 빛나는 지점은 '복음'이라는 텍스트를 '도시'라는 컨텍스트(상황) 속에 탁월하게 녹여냈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오랫동안 세상을 '정복해야 할 고지'로 보거나 '피해야 할 죄악의 도성'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을 가져왔다. 그러나 팀 켈러는 도시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곳이며, 그분의 구속 사역이 일어나는 현장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소개된 '상황화' 개념은 세속화된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길을 보여준다. 비그리스도인들의 언어와 문화적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그들의 갈망(자유, 정체성, 행복 등)에 공감하면서도, 그 갈망의 진정한 해답이 예수 그리스도께 있음을 변증하는 방식은 오늘날 전도의 문이 막혔다고 한탄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도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무례하지 않게, 그러나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면서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일과 영성: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한국의 많은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교회에서의 자아와 직장에서의 자아가 분리된 채 살아간다. 이 책은 이러한 이원론을 극복할 강력한 신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우리의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나 전도를 위한 접촉점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가꾸고 이웃을 섬기는 거룩한 소명이라는 사실은 직장인들에게 큰 위로와 도전을 준다. 내가 만드는 보고서, 내가 파는 물건,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하나님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팍팍한 직장 생활을 예배의 현장으로 바꿀 힘을 준다.

한국형 센터처치를 꿈꾸며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방대한 팀 켈러의 저작들을 한국 목회자들의 시선으로 잘 갈무리한 훌륭한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팀 켈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졌던 '신학적 비전'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의 도시와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어떻게 율법주의와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직 은혜의 복음을 붙들 것인가? 어떻게 개교회주의를 넘어 하나님 나라의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 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 우리가 마땅히 고민해야 할 올바른 질문을 던져준다. 그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추천 대상:

  •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져 복음의 감격을 회복하고 싶은 성도

  • 세속 사회 속에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변증해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

  • 직장에서의 일과 신앙의 통합을 고민하는 직장인

  • 교회 성장 프로그램을 넘어 건강한 목회 철학을 세우고자 하는 목회자 및 신학생